[우리말 바루기] ‘덤터기’? ‘덤테기’?
다른 사람으로 인해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내가 한 것도 아닌데 엉뚱한 사람에게 덤테기를 씌우지 마라”고 말하곤 한다. 여기에서 ‘덤테기’는 맞는 표현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덤터기’가 맞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무데기’도 있다. “새 학기가 되니 가져가야 할 책이 한 무데기다”처럼 한데 수북이 쌓여 있거나 뭉쳐 있는 더미 또는 무리를 나타낼 때 ‘무데기’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이 역시 ‘무더기’가 옳은 말이다. 이처럼 ‘덤테기’ ‘무데기’로 쓰는 것은 ‘ㅣ’ 모음 역행동화 때문이다. ‘ㅣ’ 모음 역행동화는 앞에 오는 ‘ㅏ, ㅓ, ㅜ, ㅗ’가 뒤에 오는 ‘ㅣ’에 동화돼 ‘ㅐ, ㅔ, ㅞ, ㅙ’로 바뀌는 현상이다. ‘덤터기’ ‘무더기’의 ‘ㅓ(터, 더)’가 뒤에 오는 ‘ㅣ(기)’의 영향을 받아 ‘덤테기’ ‘무데기’처럼 발음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맞춤법에서는 ‘ㅣ’ 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난 낱말을 대부분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덤테기’ ‘무데기’는 ‘덤터기’ ‘무더기’가 맞는 말이다. ‘구데기’ ‘누데기’ 등도 일상적인 대화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구더기’ ‘누더기’가 바른 표현이다. ‘아지랑이’를 ‘아지랭이’로, ‘가랑이’를 ‘가랭이’로, ‘곰팡이’를 ‘곰팽이’라고 하는 것도 모두 ‘ㅣ’ 모음 역행동화로 인해 일어난 현상이다. 그렇다면 ‘놈팽이’ ‘놈팡이’는 어느 것이 맞을까? ‘놈팽이’란 말이 익숙하지만 이 역시 ‘ㅣ’ 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나지 않은 ‘놈팡이’가 맞는 말이다.우리말 바루기 덤터기 덤테기 모음 역행동화 대부분 표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