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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우주 대항해 시대

22일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우주선 ‘오디세우스’가 달에 착륙했다. 미국으로서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2년 만의 달 착륙이고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이다.   기업의 우주 탐사는 낯설지 않다.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은 이미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우주로 진출하고 있다. 오디세우스가 착륙하자 빌 넬슨 연방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오늘은 나사의 상업적 파트너십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날”이라고 자축했다. 새로운 형태의 우주 탐사가 성공 궤도에 올랐다는 선언이다. 나사는 우주선 등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 민간 기업에 맡겨 경쟁을 유도해 적은 비용으로 속도를 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수립해 달 탐사 프로젝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오디세우스도 아르테미스와 연계한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 계획의 일부였고 나사가 1억18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아르테미스의 목표는 오디세우스의 착륙점에 들어있다. 오디세우스가 내린 곳은 물 공급원이 될 수 있는 지하 얼음이 존재하는 달 남극 근처다. 이번엔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지만 다음 달에는 지하 얼음을 시추할 우주선을 보낸다.     물이 있으면 인간이 거주할 수 있다. 또 수소와 산소를 분리해 로켓 연료로 사용하면 다른 행성으로 가는 데 필요한 우주 주유소, 우주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희토류 광물과 헬륨-3 채굴 이야기도 나온다. 영화 ‘에일리언’에 등장하는 우주 광산 개발과 식민지 건설 회사인 ‘웨이랜드-우타니’ 같은 기업이 이미 문을 연 겻인지도 모른다.   나사는 2026년에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3단계에 들어가고 궁극적으로는 정기적으로 우주 함대를 보낼 계획이다. 이미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 기업은 우주 배달 서비스를 목표로 나사와 협력해 세 번째 달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시간이 흐르면 2개월 이상 거주가 가능한 일종의 달 정착촌이나 달 농업, 달 경제 같은 말이 익숙해지는 때가 올 수 있다.   1960년대 달 탐사는 냉전 시기 국가 경쟁의 산물이었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은 패권 경쟁의 연장이었고 공포에 휩쓸린 측면도 있다. 핵무기가 대기권을 벗어났다 재진입하는 공간인 우주는 공포와 파괴를 연상시켰고 대중문화 속의 외계인은 온통 기괴한 외모에 가늠할 수 없는 파멸적 힘을 가진 존재로 그려졌다. 그 시대 달 착륙은 적국을 압도하는 역량과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기술 능력의 과시이기도 했다. 달은 국가의 힘이 뻗어갈 수 있는 최대치인 점이어서 어떤 의미에서 달에 갔다 오는 것만으로 충분했을 수 있다.   이제 달은 찍고 오는 점이 아니라 활동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다. 당장은 기술과 경제지만 정치와 생활, 문화가 확장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팝아티스트 제프 쿤스의 달 조각 125개가 오디세우스에 실려 도착함으로써 달 최초의 예술작품이 된 것은 상징적이다.       나사가 민간 기업과 손잡고 우주 진출의 새로운 역사를 연 것은 왕실이 탐험가를 후원하면서 지리의 발견과 대항해 시대가  시작된 것과 유사하다. 대항해 시대는 결국 유럽의 세계 패권 장악으로 이어졌고 최종적으론 미국의 개국으로 귀결됐다. 지금이 우주 대항해 시대의 출발점이라면 이 흐름에 올라타느냐 탈락하느냐가 오랜 시간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인도와 러시아, 일본, 이스라엘이 경쟁적으로 달 착륙에 뛰어든 이유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 한국 신문의 1면 톱 제목은 '인간 달에 서다'였다. 신문 1면 톱에서 '인간 달에 살다'라는 제목을 보게 될 때가 그리 머지않을 수 있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대항해 우주 우주 탐사가 우주 경쟁 넬슨 연방항공우주국

2024-02-25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대항해 시대의 영광을 엿보다

여행자들은 끝 지점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아주 멀리 떠나고 싶은 인간의 심리려나?   스페인과 국경을 마주한 포르투갈은 유럽 최서단의 나라로 14세기 말까지만 해도 대서양으로 돌출된 곳이 세상의 끝이라 여겨졌다.   대서양은 포르투갈이란 나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적인 관계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이 바다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동경했다. 바다 끝에 있는 지옥 입구 폭포에 떨어지거나 적도를 지나가면 까맣게 타죽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스페인보다, 영국보다 먼저 바다로 진출해 부를 거머쥐고 대항해 시대의 찬란한 역사를 써 내려갔다. 그 바다가 시작되는 까보다로까는 유럽의 땅끝 마을로 '까보다'는 끝이고 '로까'는 곶이란 뜻이다. 아찔한 절벽에 부딪혀 부서져 내리는 흰 포말의 기세와 소리보다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거대한 십자가가 걸린 기념비 북위 38도 47분, 서경 9도 30분이라는 방위 표시(대한민국 38선과 같은 위도라는 것도 흥미롭다)와 함께 포르투갈의 대문호인 루이스 카몽이스의 유명한 시구 '이곳에서 땅이 끝나고 이곳에서 바다가 시작된다(Aqui Ondi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ca)'가 새겨져 있다.   세상 끝 너머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난 푸르투갈 탐험가들의 가슴에 용기를 불어넣은 시다. 여행자들도 저마다 모험과 낭만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가득 채워본다. 이처럼 까보다로까는 단순히 유럽 대륙의 서쪽 끝이라는 지리적 의미만이 아니라, 바다를 정복하고 미지의 세계를 찾아 나선 포르투갈의 대탐험과 영광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물론 유럽의 땅끝 마을이라는 상징성을 차치하더라도 대서양과 1772년 포르투갈 최초로 세워진 빨간 등대가 연출하는 경치가 근사하다.     수도인 리스본의 벨렘 지구에서도 제국의 전성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 유명한 제로니무스 수도원부터 벨렘탑, 로시오 광장 등이 강변을 따라 줄지어 있다. 16세기 희망봉을 돌아 인도 항로를 개척한 바스쿠 다가마의 세계 일주를 기념하는 벨렘탑과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특히 이곳에 왔다면 제로니무스 수도원 수녀들이 처음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지는, '겉바속촉'에 은은한 단맛이 우러나오는 원조 에그타르트를 반드시 맛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파티마는 포르투갈 산타렝주 빌라노바데오렘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으로 전 세계 여행자들의 발길이 모이는 이유는 성모마리아의 발현지가 있기 때문이다. 1917년 5월부터 그해 10월까지 매달 13일에 3명의 목동 앞에 성모 마리아가 나타났다는 '파티마의 기적'이 일어났으며 이후 레이리아 주교가 그 신빙성을 인정해 성지로 지정됐다.   누구나 리스본을 시작으로 세계 3대 가톨릭 성지 파티마 그리고 땅끝 마을까지 돌아보면 포르투갈의 진취적인 면모와 여유로움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대항해 영광 제로니무스 수도원 대항해 시대 유네스코 세계유산

2023-09-28

[시론] 누리호로부터 배우는 꿈과 도전

누리호를 따라 ‘우주’라는 새로운 세계가 도래했다. 흥분, 환호, 감탄, 박수, 울컥함으로 대한민국을 하나의 공동체로 뭉치게 했다. “우주가 멀리만 있는 게 아니고 이리 가까이 있고”, “방금까지 지구에 있었는데 지금은 우주에 가 있다니 참 신기하다”는 참관자들의 소감에 공감했다. 대한민국 공동체를 이리저리 편 갈라놓은 세대, 지역, 성별, 진영과 정치성향의 차이를 넘어 일심동체가 되는 마법을 경험했다.   ‘새로운 세계’로 가는 길은 피와 땀과 눈물을 요구한다. 새처럼 날고 싶은 인간의 꿈을 실현한 윌버 라이트와 오빌 라이트 형제는 1903년 12월 17일 ‘플라이어’호로 명명한 물체에 올라, 인간이 만든 에너지를 사용하여 최초로 새로운 세계인 하늘을 날았다. 1분도 채우지 못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 천 번이 넘는 실패 끝에 이룬 개가였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발사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961년 4월 12일 사람(유리 가가린)을 태우고 최초로 우주에서 지구 궤도를 돈 ‘보스토크 1호’, 1969년 7월 20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 표면에 인간을 착륙시킨 미국의 ‘아폴로 11호’. 모두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길라잡이였다.   우주는 이미 비즈니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많은 유료 소형 위성을 띄웠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우주관광 사업을 출범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우주 대항해 시대’는 화성에 인류의 이주지를 세우겠다는 꿈이 황당한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일러준다.   바다를 통해 미지의 새로운 세계를 찾은 ‘대항해 시대’가 있었다. 유럽 중심의 세계사를 견인하게 되는 이 시기는 목숨을 망망대해에 맡기는 도전의 시대였다.     1487년 3척의 배를 이끌고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 끝에 도달하여 ‘희망봉’이라고 명명한 포르투갈 항해사 바르톨로메우 디아스, 3척의 범선으로 1492년 스페인을 출발하여 대서양을 거쳐 새로운 세계(아메리카)를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1497년 4척의 배로 리스본을 출발하여 아프리카 서해안을 따라 인도에 도달한 포르투갈의 바스쿠 다가마, 1519년 5척의 배로 출범하여 ‘태평양’을 발견하고 희망봉을 돌아서 최초로 지구를 한 바퀴 일주한 페르디난드 마젤란(‘대항해시대의 탄생’, 송동훈). 새로운 세계를 향한 신념과 생명을 걸고 도전한 결과였다.   누리호는 37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물체다. 부품 하나라도 어긋나고, 또 부품 간에 적절한 결합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 전체가 실패하는 작업이다. 핵심동력인 75t 엔진은 지상 연소 시험에서 설비가 폭발하고, 20차례가 넘게 엔진 설계를 바꾸며, 184회 1만 8290초의 연소 시험을 거친 결과물이다. 국가 간 기술 이전이 금지된 우주기술을 우리 손으로 직접 설계·제작·조립·발사하여 지구 700㎞ 궤도에 안착시키기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서며 누리호가 보여준 외롭고 성실한 30년의 고진감래는 소중한 쾌거다. 이 거대한 선물은 우리의 공동체를 좀 먹고 있는 배금주의, 과정을 무시하는 결과만능주의, 혈연·학연·지연주의, 팬덤·혐오·선동의 저질 정치가 정화되는 공동체를 찾아 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준다.   그 많은 부품이 빈틈없이 조화를 이루게 할 수 있는 누리호의 팀워크는 기술적인 성취를 넘어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다. 이런 예지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자립적으로 우주활동을 할 수 있는 국가, 거대한 우주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 국가라는 영예 못지않게 의미심장한 일이다.   인류 최초로 달에 첫 발을 내디디며 닐 암스트롱은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고 했다. 누리호의 성공은 ‘배타의 극단주의 대신 협력의 공생주의로 조화로운 공동체’가 대한민국이 도약하는 길임을 제시한다.     누리호가 선사한 ‘하늘을 쳐다보며 상상의 항해를 할 수 있는 여유’를 소중히 가꾸어 새로운 공동체로 가는 꿈과 도전의 자양분으로 삼아보자. 김정기 / 한양대 명예교수 커뮤니케이션학시론 누리호 도전 대한민국 공동체 우주 대항해 세계인 하늘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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