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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베토벤과 리히노브스키 후작

“후작님! 당신이 무엇이든, 당신은 우연히 그렇게 태어났을 뿐입니다. (반면) 내가 무엇이든, 나는 나 스스로 이루었습니다. (당신 같은) 후작은 천명이 있고 앞으로도 있을 터이지만, 베토벤은(나는) 단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1806년 10월 말, 격분한 베토벤이 리히노브스키(1761~1814) 후작 면전에서 내뱉은 말이다. 물론 그 대가는 혹독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경제적으로 후원하고 바흐를 연구할 만큼 음악을 사랑했던 리히노브스키 후작과 피아노 소나타 ‘열정’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을 헌정할 만큼 그에게 의지했던 베토벤의 관계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날 이후 리히노브스키 후작은 베토벤에 대한 후원을 멈췄고 베토벤의 삶은 더더욱 궁핍해졌다.   베토벤의 귀족 콤플렉스가 여과 없이 드러난 이 거친 표현에서 그의 부족한 사회성이나 누구도 건드려서는 안 되는 자존심, 심지어 오만의 극치가 읽힌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을 지원해온 이에게 한 말치고는 너무 심하다 싶어 다시  한번 읽다가 두 단어에 눈길이 멈춘다. ‘우연히’(durch Zufall)와 ‘스스로’(durch mich). 공작 가문의 장남으로 ‘우연히’ 태어나 ‘절로 주어진’ 리히노브스키의 부(富)와 후작이라는 신분. 평민의 차남으로 태어나 ‘스스로 이룬’ 베토벤의 예술적 성취와 명성.   이렇게 베토벤은 노력 없이 주어진 것과 노력해 이룬 것을 대비시킴으로써 자신의 존재가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것임을 강조하고 싶었나 보다. 평민으로서의 상실감과 스스로 이룬 것에 대한 자긍심이 뒤섞인 이 말을 되뇌니 그의 말이 오만이 아니라 당당함으로 들린다.   언제부터인지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분노와 좌절을 내포한 표현을 흔하게 접한다. 이 자조적 표현을 ‘수저계급론’이라고 한다나? 어릴 적 기억 깊숙이 각인된 금도끼·은도끼와는 달리 금수저·흙수저라는 단어는 사실 좀 낯설다. 금도끼와 은도끼가 정직한 삶에 대한 ‘보상’인 반면, 금수저와 흙수저는 자신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우연히 주어진 것’, 즉 불평등을 상징한다.   비록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을지언정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이 헛된 희망만은 아니었던 세대와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앞에 선 세대의 금수저를 향한 시선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가족을 위해 자기 삶을 송두리째 희생한 산업화 세대도, 민주화를 향해 온몸을 던진 민주화 세대도, 오늘의 MZ세대 다수가 느끼는 좌절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계층 이동을 위한 사다리를 걷어찼기 때문이라고, 보금자리를 마련할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불공정한 제도와 부도덕한 상류층 때문이라고…. 이유를 찾자면 얼마든지 나열할 수 있겠지만 해결책은 묘연하다. 그래서 기성세대는 MZ세대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시절을 굳건히 헤쳐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앞에서 당당하지 못하다. 금도끼와 은도끼는 온데간데없고 아들딸에게는 흙수저를 물렸다는 죄 아닌 죄로 인해 그 아픔과 좌절을 고스란히 공유한다.   캥거루족?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즐겨라)?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 아이 없는 맞벌이)? 나름 합리적인 젊은 세대의 선택을 보며 그것이 적극적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 속에서 불가피하게 택한 자구책은 아닌가 싶어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중요한 것은 입에 물린 수저가 아니라 금도끼와 은도끼라는 충고는 너무 ‘꼰대’스러울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우연히 주어진 것’을 탓하기보다 ‘스스로 이룬 것’으로 당당히 어깨를 펴라는 말 역시 고리타분하게 들리려나? 다섯 달란트를 맡은 이와 두 달란트를 맡은 이가 이를 불려 똑같이 ‘착하고 충성되다’고 칭찬받았듯이 자신의 가치는 우연히 주어진 것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스스로 이룬 것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야기는 너무 종교적인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렇게 현실적 요구와 거리가 먼 ‘사고의 전환’ 외에는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 답답한 상황에서 베토벤이 리히노브스키 후작에게 쏘아붙인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베토벤처럼 격분하지는 말고 예의를 갖추어 이렇게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덧붙여 금도끼와 은도끼까지 덤으로 받기를….   “금수저님! 당신이 무엇이든, 당신은 우연히 그렇게 태어났을 뿐입니다. 반면, 내가 무엇이든, 나는 나 스스로 이루었습니다. 당신 같은 사람은 천 명이나 있지만, 이것을 스스로 성취한 이는 나밖에 없습니다.” 전상직 / 서울대 음대 교수기고 베토벤 후작 후작 면전 반면 금수저 적극적 선택

2022-07-22

대를 이은 정치 금수저들 최악-필리핀 수준으로 격하

 대를 이어 한 국가의 수반이 되었던 인물들의 말로가 좋지 못한 가운데, 캐나다에서도 현 트뤼도 연방총리가 최근 최악의 총리로 꼽혔다.   일본의 아베 신조 선 총리가 피격 당해 사망한 8일, 캐나다의 조사전문기업인 Research Co.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저스틴 트뤼도 연방 총리가 최근 총리 중에 최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 1968년 이후 9명의 총리 중 최고의 총리가 누구냐는 질문에 아버지 피에르 트뤼도는 19%로 가장 높았고, 스티븐 하터가 17%였으며, 트뤼도 현 총리도 12%로 3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누가 최악의 총리였냐는 질문에서 현 트뤼도 총리가 29%로 가장 높았고, 이어 스티븐 하퍼가 17%, 그리고 아버지 트뤼도가 6%로 나왔다.   결국 아버지 트뤼도의 후광으로 연방총리까지 올랐지만 30%에 가까운 안티 세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조사는 6월 25일부터 27일간 캐나다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준오차는 +/- 3.1%포인트이다.   8일 피격 사망한 일본의 아베 전 총리도 외할아버지가 1955년 자민당 창당을 주도하며 2차대전 직후 일본 정치를 좌우한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다. 친할아버지 아베 간도 중의원 출신이다. 외종조부인 기시 전 총리의 친동생 사토 에이사쿠는 아베 이전 일본의 최장수 재임 총리다. 아버지 아베 신타로는 외무장관과 자민당 간사장을 지냈다.   한국에서는 5.16군사 쿠테타로 민주주의를 파괴한 군사독자재의 박정희와 그의 딸 박근혜가 왕조 이후, 그리고 북한을 빼고 대를 이어 국가 수반에 올랐다. 하지만 결국 탄핵을 통해 수치스럽게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런 정치성 후진성은 시리아나 아프리카 등 후진국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21년 독재집권 끝에 민중혁명으로 축출된 필리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64)가 지난 30일 17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현재 11년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도 박정희가 쿠테타를 일이킨 2년 후 1963년 쿠데타로 집권한 바트당을 기반으로 1970년에 정권을 잡은 하페즈 알아사드와 그의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가 40년 넘게 부자 세습의 독재정치를 이어왔다. 시리아 시민들이 2011년 3월 15일부터 시리아의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와 바트당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알아사드가 군대를 동원해 이 시위를 유혈 진압함으로써 내전으로 번졌다.   한편 이번 아베 피살에 대해 개헌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일본은 자위대가 아닌 군대를 갖고 외국을 침략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베를 죽인 용의자가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자위대의 전직 장교 출신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기 한 해 전인 1936년 2월 26일 황도파 청년 장교들이 쿠테타를 일으켜 내각과 군부의 주요 인물 4명이 살해됐다. 하지만 일본 왕이 원대복귀를 명령하며 쿠테타는 실패했고 극우 주동자들은 사형을 당했다. 이 사건 이후 일본군, 특히 일본 육군은 군의 쿠데타 위협을 이용하여 정치에 관여하고 꾸준히 문민정부를 겁박한 끝에 결국 정부를 장악하면서 사실상 군사정권화됐다.   표영태 기자박근혜 금수저 트뤼도 연방총리 트뤼도 총리 아버지 트뤼도

2022-07-08

[부동산 투자] 뜨거운 고급 주택 시장

6월 15일 드디어 캘리포니아의 전면적인 경제 개방이 이루어졌다. 이제 코로나19 백신을 완전히 끝낸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장소에서 마스크 없이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공공장소나 식당, 마켓 등을 비롯한 비즈니스 업소에서의 인원 제한조치도 없어졌다. 심지어는 수영장도 오픈했다는 뉴스도 있다. 그러면 요즘의 주택 시장은 어떨까? 주택경기는 회복이 시작된 이래로 경제 성장의 선두에 있었지만 뜨거운 시장으로 인해 주택을 사려는 예비 바이어들은 마음에 드는 집에 오퍼를 했으나 구매에 실패하고 다시 새로운 집을 찾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격상승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 보통 리스팅 가격에서 10~15% 정도 더 높은 가격으로 에스크로가 오픈되고 있다. 연간 대비 주택 중간 가격도 지난 5월까지 85개월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심각한 매물 부족 현상 때문에 판매 기간도 줄어들고 주택 가격이 치솟아 예비 바이어들의 구매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어 주택 거래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주택 시장이 조금씩 완만해지는 것을 보여주는 몇 가지 징후도 있다. 5월부터 매일 MLS에 추가되는 새 리스팅의 숫자가 마침내 에스크로를 마감하고 판매가 완료된 주택의 수를 초과하기 시작했다. 또 지난 1분기는 물론이고 5, 6월에도 매매가 끝난 주택의 가격은 지난해에 비하여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일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인 주택 판매 수준은 올 연말 정도에는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고, 마켓에 새 리스팅이 늘어나고 있어 가을쯤이면 주택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수년째 심각한 매물 부족 현상을 보였던 매물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며 그래서 급격했던 주택 가격의 상승도 올라가는 폭이 완만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3% 이하로 다시 떨어진 이자율에도 융자 신청도 줄어들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확실한 변화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캘리포니아 부동산협회는 올해도 주택 판매가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으론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전엔 쉽게 팔리지 않던 고급 주택이 최근 빨리 팔리고 있다. 비싼 집들이 고급 주택을 찾는 바이어들에게 계속 팔리고 있기 때문에 매매 기간도 이전 해에 비해 한 달 이상 단축되고 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고가 주택을 찾는 바이어들의 구매 능력이 크게 개선되면서 고급 주택 매매는 작년보다 무려 2배나 증가했다. 원인은 고급 주택을 찾는 부유층 바이어들이 팬데믹 기간 중 여행을 자제하는 대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 큰 집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부동산 자산과 주식 가격 상승 등으로 보유 자산 가치가 늘어나 주택 구매 능력이 큰 폭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기지 이자율은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으로 부유층의 고급 주택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고급 주택이 시장에 많이 나오고 거래가 활발해지면 중간 가격대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마켓에 고급 주택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중간 가격대 주택을 팔고 더 비싼 주택을 사려는 바이어들이 늘어나며 중간 가격대의 매물 공급도 이뤄질 것이라고 하니 좋은 소식이다. ▶문의: (213)595-5594 미셸 원 / BEE부동산 부사장

2021-06-16

[기자의 눈] '금수저' 트럼프가 알아야 할 것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 시대에 미국이라는 나라에 그것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말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에는 절대 빈곤층이 12억 명에 달한다. 하루 소득 1.25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이들이다. 미국 인구가 3억 2400만 명이라고 추산해 봤을 때 전세계에는 미국 전체 인구의 4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하루 한끼를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계산이다. 가난을 벗어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금수저니 은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얘기가 공감대를 사는 이유일 것이다. 특히나 빈곤국이나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다면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일지 모르겠다. 다시 말하면 그들이 무언가를 잘못해서 빈곤층이 된 것이 아니다. 대부분이 단지 그 나라, 그 지역에서 태어난 게 죄라면 죄(?)일까. 부모를 선택하지 못하듯 출생지도 선택할 수는 없다. 얼마 전 미국에서 추방당한 서류미비자 멕시코 남성 과달루페 올리바스 발렌시아가 추방된 지 30여 분 만에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멕시코에 있는 세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미국에 밀입국해 정원사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매체에 따르면 이 남성은 뛰어내리기 전에 '멕시코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죽음의 두려움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두렵고 막막 했었던 것 같다. 올리바스에게 고향은 결코 그리운 곳도 돌아가고 싶은 곳이 아니었다. 멕시코는 폐쇄적인 엘리트 관료주의와 부정부패가 심각한 나라다. 특히 올리바스가 살았던 시날로아 지역은 멕시코 중에서도 마약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고 빈곤이 심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그는 난민들이 작은 고무보트에 몸을 싣듯,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어 불법 체류자의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 국경을 넘는 수많은 멕시칸들처럼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펼치며 서류미비 이민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있다. 시민권자 자녀가 있는 멕시코 출신 서류미비자 부모를 추방해 가족끼리 생이별을 시키는가 하면, 범죄기록도 없는 추방유예프로그램 수혜 청년을 체포하고 풀어주지 않고 있다. 서류미비 이민자들은 이제 거리에 나가는 것조차 두렵다고 얘기한다. 또 합법적인 신분을 가진 이민자들 역시 죄 지은 것 없이 몸을 움츠리고 있다. 이민자들이 만든 이 땅에서 말이다. 물론 가난하다고 해서 불쌍하다고 해서 법을 어겨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어느 사회나 질서를 위한 규정이 필요하고 제약이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규정 역시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최고 권력의 자리에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알아야 할 것은 '금수저'를 물고 '백인 남성'으로 '미국'에 태어난 것이 결코 그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역시 운이 좋았을 뿐이다. 누구도 흙수저로 태어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선택할 수 없었던 그들에게 어느 정도 관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20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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