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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영화] 러브레터

겨울만 되면 찾아오는 영화가 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5)다.   1999년 개봉한 이 영화는 21세기 한국 극장가의 ‘계절 영화’가 되었고 올해가 벌써 7번째 재개봉이다.   영화는 설원에 누워 있는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의 얼굴로 시작한다. 연인 후지이 이츠키의 3주기. 그가 세상을 떠난 장소인 산은 온통 하얗다. 그를 잊지 못하는 히로코는 이츠키의 졸업 앨범에 있는 주소로 편지를 보내 본다. 그런데 답장이 온다. 죽은 자에게서? 이때부터 동명이인과 1인 2역의 드라마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로맨스와 죽음과 인연을 이야기한다. 섬세하게 뜨개질이 된 듯한 잔잔한 톤을 지녔지만 그 안엔 관객을 강하게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그것은 ‘운명적 판타지’의 요소들이며 그중 하나가 도플갱어의 모티브다. 왜 이츠키(남)는 히로코를 사랑했던 걸까. 이 비밀엔 나카야마 미호가 1인 2역으로 소화하는 히로코와 이츠키(여)의 설정이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우체통이 있는 오타루의 어느 거리에서 조우한다. “이츠키씨!”라는 목소리, 뒤를 돌아보는 이츠키, 그를 응시하는 히로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이 신은 ‘러브레터’에서 가장 신비로운 대목이며, 히로코가 로맨스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다. 세상을 떠난 연인이 사랑했던 사람은 누구일까. 정답은 이츠키의 부치지 못한 편지에 있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영화 러브레터 와타나베 히로코 계절 영화 나카야마 미호가

2022-12-16

[그영화 이 장면] 보디가드

최근 30주년을 맞이해 재개봉한 ‘보디가드’(1992)는 새삼 세월의 속도를 느끼게 한다. 케빈 코스트너는 이 영화부터 중후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기 시작했고, 당대 최고의 팝 스타였던 휘트니 휴스턴의 첫 영화이기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0년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지금 이 영화를 본다는 게 더욱 애틋해진다.   흥행작이긴 했지만 사실 ‘보디가드’가 호평을 받은 영화는 아니었다. 휴스턴의 연기력 논란이 있었고, ‘스타워즈’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의 작가로 유명한 로런스 캐스던의 솜씨치곤 시나리오에 구멍이 많았다. 감독의 연출력도 평범했다. 무엇보다 ‘보디가드’는 진부했다. 항상 위험에 노출된 고독한 보디가드, 스토킹에 시달리는 톱스타, 의뢰인과 피의뢰인이라는 형식적 관계, 서로에게 이끌리는 두 사람, 스타를 노리는 위험한 상황과 보디가드의 희생, 예정된 헤어짐…. ‘보디가드’는 익숙한 즐거움을 위한 영화이며, 관객은 ‘길티 플레저’를 즐기듯 빠져든다.   그리고 예상했던 장면이 등장한다. 공항에서의 이별 키스 신이다. 원형 트래킹 숏으로 현란하게 담아낸 이 장면엔 1990년대 할리우드의 가장 유명한 주제가인 ‘I Will Always Love You’가 흐른다. 이 뻔한 엔딩이 좀처럼 잊히지 않은 건 단연 음악의 힘 때문이며, 여기엔 휘트니 휴스턴이라는 뮤지션의 세월을 타지 않는 위대한 목소리가 깃들어 있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영화 이 장면 보디가드 보디가드 스토킹 휘트니 휴스턴 톱스타 의뢰인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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