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에 1명씩 ‘스피드 데이트’ 젊은층에 인기 폭발
장대비가 내리는 3월 어느 날 컬버시티의 한 펍(pub)은 약 50명의 젊은 남녀의 대화로 왁자지껄했다. 패티오에 마련된 테이블마다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마주 앉아서 담소를 나눴다. 어색한 대화를 이어가는 테이블, 잔잔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테이블, 시선을 피하며 음료수만 마시는 테이블 등이 있었다. 이벤트 호스트인 사바나 소마는 “이제 자리를 바꿀 시간이에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에 남성 참가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대 여성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다른 테이블로 옮겨 앉았다. 여성들은 테이블에 앉아있고 5분마다 남자들이 테이블을 옮겨간다. 이 이벤트는 남녀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이성을 찾으려는 전형적인 스피드 데이팅이다. 참가자들은 티켓팅 플랫폼에서 40.25달러를 내면 5분 간격으로 120분 동안 내 짝 찾기를 할 수 있다. 즉, 나와 잘 맞는 파트너를 찾을 기회는 2시간 동안 24번 주어지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서 서로 호감을 나타내고 눈빛을 주고받으며 별점을 매긴다. 주어진 2시간이 지나면 서로 별점이 높은 남녀의 매칭이 이뤄진다. 5분간의 짧은 대화로 나의 짝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아서 첫인상이 크게 좌우한다는 게 한 참가자의 설명이다. 쉽지 않은 매칭에도 스피드 데이팅에 젊은 남녀가 몰리고 있다는 게 이벤트 호스트의 설명이다. 소마는 “팬데믹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한물간 데이트 유형이었지만 앤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스피드 데이팅 이벤트에 지난 1년여간 참가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데이팅앱에 질린 젊은 남녀가 많이 참가한다고 덧붙였다. CNBC는 데이팅앱의 비싼 수수료, 가짜 프로필이나 얼굴 사진, 온라인 채팅에 질린 젊은 남녀가 스피드 데이팅, 그룹 미팅과 같은 대면 데이팅 이벤트로 몰리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실제로 스피드 데이트에서 만난 한 여성은 “가짜 프로필에 속아서 데이팅앱으로 만난 남성이 마약 딜러였다”며 “매우 끔찍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얼굴 보고 대화할 수 있는 스피드 데이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벤트 예약 전문 플랫폼 이벤트브라이트(Eventbrite)에 의하면, 작년 데이팅 이벤트 참여자 수는 전년 대비 42% 급증했다. 보드게임과 같은 가벼운 오락이 추가된 데이팅 이벤트는 163%, 피클볼과 스피닝 같은 ‘애슬레틱 데이팅 이벤트’는 135%나 폭증했다. 스피드 데이팅 참가자들의 데이팅앱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비싼 수수료다. 성별과 거주지역에 따라 이용료에 차이가 있고 특히 업그레이드 시 이용료가 수백 달러로 늘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소위 업그레이드 서비스는 ▶무제한 '좋아요' 사용 ▶본인을 ‘좋아요’ 해준 이용자 목록 접근 ▶데이팅 관련 선호 항목 추가 ▶데이팅앱에서 노출도 증가 ▶가상 꽃과 같은 가상 선물 제공 등이다. 한 달 전 처음 구독하기 시작한 인기 데이팅앱 힌지의 ‘힌지플러스’는 주당 구독료가 14.99달러나 된다. 프로필을 보고 적합한 이성 찾기도 쉽지 않은 데다 온라인 채팅인 문자로 상대의 감정을 읽기는 어려웠다. 또다른 데이팅앱인 더리그의 3개월 비용은 400달러나 된다. 더욱이 일부 데이팅앱의 경우, 남성 가입자 수가 여성을 압도해 7대3 또는 8대 2까지 격차가 났다. 이에 더해 일부 데이팅 앱 이용자는 이성 교제를 휴대폰 게임을 하는 것마냥 ‘그냥 오락거리’로 취급해 진지한 만남을 갖기 힘들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스피드 데이트 호스트인 소마는 “남성과 여성 참가자의 비율을 5:5로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참가자들은 상대방의 목소리 억양, 얼굴 표정, 제스처 등으로 상대방의 기분은 물론 본인과 잘 맞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대면 데이팅 이벤트를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데이팅앱과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일부 참가자들이 인스타그램 속 모델과 같은 외모의 이성을 찾는 경우가 꽤 있다”면서 “매칭에 성공하려면 외모도 중요하지만, 말이 잘 통하는지와 성격이 잘 맞는지를 확인해서 이성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서재선 기자그룹미팅 코로나 데이팅 이벤트 스피드 데이팅 플랫폼 이벤트브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