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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감 가득한 뮤지컬 영화로 재해석…‘위키드’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미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은 은근한 조롱에 시달려야 한다.     엘파바는 초록색의 피부를 가졌다. 태어날 때부터.     그녀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배운다. 인간사의 그 많은 판단의 기준들, 주어진 불리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압박과 편견을 견디어 내며 자신의 정체성과 자유를 찾아가는 엘파바. 그녀가 주인공인 뮤지컬,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1995년 소설, 1900년 발표된 ‘오즈의 마법사’의 한 갈래, 존 M. 추 감독의 새로운 영화.     인간과 동물들이 행복하게 어울려 지내는 평화로운 마을 오즈. 초록색 피부를 갖고 태어난 엘파바(신시아 에리보)는 어릴 적부터 주변의 조롱에 시달리며 성장했다. 그러던 중, 대학 입학 시기가 다가오고 교장이며 마녀인 마담 모리블(미셸 여)의 눈에 들어 동생 네사로사와 함께 쉬즈 대학에 입학한다. 자신과는 완벽하게 다른 공주병 환자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와 룸메이트가 된다.     자신의 진정한 힘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엘파바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글린다. 달라도 너무 다른, 그래서 사사건건 부딪치던 두 사람은 점차 서로의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추어둔 외로움과 열망을 보게 된다. 우정이 싹트고 마법 같은 두 사람의 운명은 예상치 못한 모험과 위기로 이끌려 간다.       정의롭고 의협심이 강한 ‘나쁜 마녀’ 엘파바, 주어진 환경의 특권을 누리며 자라온 ‘착한 마녀’ 글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법의 힘이 강해지는 엘파바. 이를 지켜보던 마담 모리블은 오즈의 마법사에게 알린다.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엘파가는 나쁜 마녀로 낙인찍히게 되었을까.     불륜남이 엄마에게 초록색 약을 먹여 초록 아기로 태어난 엘파바. 초록색 피부색 때문에 어렸을 놀림을 당했고 특히 아빠로부터 구박을 받았다. 어른이 된 이후에도 주변 사람들의 은근한 경멸과 조롱을 받았다.     한편 쉬즈 대학이 동물의 강의를 금지하면서 유일한 동물 교수 딜라몬드 박사(피터 딩크리지)가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외모로 인해 핍박받아온 엘파바만이 그의 딱한 처지를 이해한다. 안온한 삶을 보장받은 대부분의 오즈 사람들과 달리, 다수의 인간에 밀려 핍박받는 동물들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엘파바, 이를 마법사에게 알려 도움을 받고자 결심한다.     마침내 마법사의 초대장이 도착하고, 부푼 마음으로 글린다와 함께 마법사의 성, 모두가 초록색인 에메랄드 시티로 찾아간다. 이제 마법사가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이라 믿지만 엘파바는 그곳에서 그동안 감추어졌던 거대한 음모와 마주하게 된다. 이제 오즈의 마법사에 저항하여 중력을 날아가야 하는 엘파자.       ‘위키드’에는 ‘오즈의 마법사’에서의 선과 악으로 구별되는 세계관, 엘페바와 글린다 사이의 복잡한 사연, 그로 인한 미묘한 감정선이 깔렸다. 다수에 속하지 못한 소수들이 감내해야 하는 차별과 편견은, 엘파바와 글린다의 관계성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점이다.     타고난 카리스마의 마법사 아스테로이디 역의 제프 골드블럼, 신비스러운 마녀 마담 모리블 역의 미셜 여, 매력적인 피에로 역의 조나단 베일리, 엄숙한 딜라몬드 박사 역의 피터 딩클리지 등 출연진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역량을 고르게 발휘한다.   글린다를 연기한 아리아나 그란데와 에리보의 케미는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위키드’는 신시아 에리보의 영화다. 영국왕립학교 출신으로 뮤지컬 무대에서 주목받아온 배우였던 그녀의 연기는 그간 영화들에서는 과소 평가되어왔다. 억제된 분노를 안고 살아가는 엘파바의 캐릭터에 고뇌의 깊이를 더한 에리보의 존재감 넘치는 연기는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로 선정 되기에 충분하다.     평단은,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가창력으로 성숙한 팝스타의 이미지를 구축한 그란데를 셀레나 고메즈(에밀리아 페레즈)와 함께 2024년 가장 뛰어난 연기를 보인 팝가수 출신의 배우로 평가했다. 두 배우 모두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놓고 경합을 벌일 전망이다.     그란데와 에리보 케미의 최고의 순간은 1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접하게 된다. 두 배우 모두 숨 막힐 정도의 감동적 노래를 부르며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들어간다. 에리보는 깊이를, 그란데는 즐거움으로 관객들을 몰입의 경지로 몰아간다.       존 M. 추 감독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오랜 팬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곳곳에서 ‘엔터테인먼트의 끝판왕’이라는 명성을 실감케 한다. 감독 특유의 이국적이고 다색적인 색채감, 황홀한 영상미로 가득 차 있다. 배우들의 고른 연기, 장면마다 감동을 불러오는 음악적 시퀀스, 야심 찬 각색과 촬영, 리드미컬한 편집, 세세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의상, 뛰어난 촬영으로 작품상을 비롯한 오스카상 다수 부문에서 후보로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 영화평론가위키드 재해석 초록색 피부색 브로드웨이 뮤지컬 뮤지컬 그레고리

2024-12-11

[음악으로 읽는 세상] 그레고리 성가

그레고리오 성가는 중세 시대부터 가톨릭교회의 예배의식에서 사용되던 단선율의 전례음악이다. 그런데 이 성가를 들으면 우리는 그 안에 있는 것보다 ‘없는’ 것에 더 충격을 받는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남성 성가대가 라틴어 가사로 된 단선율의 노래를 반주 없이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화음도 없고 반주도 없고, 일정한 박자도 없으며, 멜로디의 굴곡도 없다. 선율의 흐름은 유연하고 유동적이다. 박자 기호나 마디의 구분이 없이 산문의 자연스러운 리듬에 따라 흘러간다. 갑자기 높은 음이나 낮은 음으로 내려가는 도약진행은 아주 드물고, 대개의 음들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최고음에서 최저음까지 음역이 한정되어 있어 일정한 음역 안에서만 멜로디가 움직인다. 변화무쌍한 음악에 길든 요즘 우리 귀에는 조금 지루하게 들린다. 듣다 보면 모두 그 음악이 그 음악 같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객관적인 음악이다.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예술적 감동을 추구하지 않는다. 감각적인 것을 거부함으로써 세속 음악과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이것이 인간의 음악이 아닌 신의 음악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일깨워준다. 과도한 장식을 지양하고, 모든 것을 가능한 한 단순하게 표현하려고 하는 노력은 그 안에 깃든 정신적 내용이 더욱 풍부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교회가 부유해지고 타락하면서 그레고리오 성가에 깃든 풍부한 정신성은 사라지게 되었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 ‘장미의 이름’에는 이렇게 영혼은 사라지고 공허한 형식만 남은 그레고리오 성가의 처지를 상징하는 장면이 나온다. 수사들과 마을 처녀의 화형이 집행될 때, 형장에 무리 지어 있는 수사들이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르는 장면이다. 여기서 수사들은 아무런 감정도 느낌도 없는 목소리로 성가를 부른다. 그 무미건조한 울림에서 우리는 중세 교회에 드리워진 절망의 그림자를 읽는다. 진회숙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그레고리 성가 그레고리 성가 남성 성가대 세속 음악과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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