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J네트워크] 중국의 ‘희토류 공정’ 30년, 그 뒷이야기

# 30년 전, 1992년.   중국은 당시에도 ‘미국 공포’에 시달렸다. 미국은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1989년 6월)에 대한 무력 진압을 이유로 중국을 옥죄고 있었다. 서방의 봉쇄에 개혁개방 열기도 식어갔다. 그해 1월 덩샤오핑(鄧小平)이 갑자기 언론에 등장해 분위기를 바꾼다. 그는 남부 도시를 돌며 개혁개방을 외쳤다. 그중 이런 말이 나온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中東有石油, 中國有希土).’ 그게 신호였다. 중국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대거 희토류 생산에 뛰어들었다.   #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2년.   미국의 대표적인 희토류 광산인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가 문을 닫았다. 값싼 중국 제품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염 업종은 중국에 맡기고, 우리는 반도체와 같은 고부가 제품을 만들자’는 논리도 폐광의 이유였다.   당시 서방 희토류 회사의 선택은 두 가지. 파산하거나, 아니면 기술을 싸 들고 중국으로 가는 것뿐이었다. 중국에 희토류 분리·제련 기술이 쌓이기 시작했다.   # 다시 10년이 지난 2012년.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대형 희토류 광산이 발견됐다. 서방 주요 국가들이 달려들었다. 특히 2년 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사건 때 중국의 희토류 공세에 무릎을 꿇었던 일본이 채굴권 확보에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모잠비크의 선택은 중국이었다. 2000년대 초부터 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온 중국 외교의 승리였다.   중국은 중남미·중앙아시아·호주 등의 희토류 광산에도 손을 뻗쳤다. 심지어 마운틴 패스의 지분 7.7%를 사들이기도 했다. 중국이 글로벌 희토류 공급 사슬을 지배하는 이유다.   # 또다시 10년이 지난 2022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월 22일 희토류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희토류 없이는 미국의 미래도 없다.” 입장은 바뀌었지만, 30년 전 덩샤오핑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마운틴 패스의 제련기술 개발에 거금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광산 살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낙관적이지 않다. 이 광산은 지금도 채굴한 광물 대부분을 중국으로 보내 처리해야 한다. 합금 순도를 높이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미사일, 레이더, 스텔스 전투기 등에 쓰이는 중(重) 희토류는 채굴 및 처리 과정의 거의 100%를 중국이 독점하다시피 한다. 희토류는 아니지만 중요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가 ‘맛보기’일 뿐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죽은 덩샤오핑이 살아있는 바이든을 잡는 꼴이다. 한우덕 / 차이나랩 선임기자J네트워크 중국 뒷이야기 희토류 광산 글로벌 희토류 희토류 생산

2023-07-12

[J네트워크] 람멜스베르크 광산과 사도 광산

 독일 고슬라르(Goslar) 지역에는 ‘천 년의 채굴’ 역사를 간직한 람멜스베르크(Rammelsberg) 광산이 있다. 로마 시대부터 광산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은·구리·납·금 등이 났으며 문헌에서 확인되는 최초 채굴 기록은 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산은 1988년 천 년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고 폐광된 후 박물관으로 개조됐다. 1992년엔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오랜 역사만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우크라이나인 등을 이곳에 강제동원했다. 천 년 중 극히 일부였지만, 전쟁의 광기와 폭력이 광산을 지배했던 셈이다. 독일은 이 역사를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올릴 때, 전체의 20%를 강제노동 역사를 설명하는 시설로 꾸몄다. 방문객은 강제노동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생생히 담긴 인터뷰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1일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올려달라며 유네스코 사무국에 추천서를 냈다. 사도 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다수가 강제 동원된 역사의 현장이다. 일본판 람멜스베르크 광산인 셈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대상 기간을 에도 시대(1603∼1867년)로 한정해 일제강점기 역사를 쏙 빼고 사도 광산을 ‘자랑의 역사’로만 세계유산에 올리려고 한다.   가위질로 역사의 일부를 오려낼 수 있다는 일본의 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일본은 2015년 7월 군함도 등 강제징용 시설을 세계유산으로 올리면서 피해자를 기억하는 전시시설을 마련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약속했었다.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현장조사 후인 지난해 7월 ‘온전한 역사를 보여주는 내용이 없다. 희생자를 적절히 기리기 위한 전시물은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온전한 역사(full history)’는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등재 원칙이다. 밝은 면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면도 숨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명백한 증거와 증인이 있는 폭력과 가해의 역사는 더더욱 지워선 안 된다. 부끄러운 역사는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것이 온전한 역사에 가까워지는 길이다. 독일은 그리로 갔다. 일본은 반대로 가고 있다. 장주영 / 한국 중앙일보 사회에디터J네트워크 광산 사도 사도 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강제노동 역사

2022-02-06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