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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읽는 세상] 광대여 그 슬픔을 웃어라

자신이 처한 현실과 상관없이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관객을 웃겨야 하는 것이 광대의 운명이다. 레온카발로의 오페라 ‘광대’는 이런 애환을 그린 오페라다. 주인공 카니오는 유랑극단의 광대이다. 그에게는 네다라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다. 하지만 네다는 실비오라는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고, 이번 공연이 끝나면 실비오와 함께 도망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카니오는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고 있지만, 그 상대가 누구인지 아직 모른다. 그래서 네다에게 연인의 이름을 대라고 다그치지만, 네다는 끝내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교롭게도 네다와 카니오가 출연한 공연의 내용이 그들의 상황과 비슷하다. 네다가 맡은 컬럼비나 역은 남편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역이다.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카니오는 극 중 상황과 실제의 상황을 혼동한다. 그래서 컬럼비나가 정부 아르레치노에게 “나는 항상 당신의 것이에요”라고 말하는 순간 이성을 잃고 만다.   카니오는 무대에 등장해 네다에게 애인의 이름을 말하라고 윽박지른다. 그러나 네다는 자신은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친다. 분노한 카니오는 칼로 네다를 찌른다. 네다는 죽어가면서 “도와줘요, 실비오”라고 말하고, 그제서야 실비오가 정부라는 것을 안 카니오는 실비오도 칼로 찔러 죽인다. 그리고는 객석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희극은 끝났소.”   이것은 정녕 희극일까? 아니면 희극의 외피를 입은 비극일까?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른다. 광대라는 존재 자체가 그런 것이니까. 카니오가 부르는 ‘의상을 입어라’는 이런 광대의 처지를 토로한 것이다. “이제 공연이 시작된다. 의상을 입어라. 그리고 얼굴에 분칠을 해라. 아! 웃어라! 광대여! 그대의 깨어진 사랑을! 네 가슴을 쓰라리게 하는 그 슬픔을 웃어라!”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광대 슬픔 이번 공연 입고 관객 존재 자체

2024-05-06

[중국읽기] ‘3다 선생’ 장쩌민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은 과거 집권 시기 베이징 외교가에서 ‘3다(三多) 선생’으로 불렸다. ‘말과 노래, 영어’ 세 가지를 많이 한다는 뜻이었다. 다변에 노래도 자주 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 방중 시 환영 만찬 자리에서 먼저 한 곡 뽑은 뒤 노래에 자신이 없던 김 대통령에 기어이 노래를 시켰을 정도다. DJ는 귀국 보고에서 “다른 건 다 잘했는데 노래는 장 주석을 당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장 주석은 자신이 노래하면 황제가 아니라 보통 사람처럼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또 외빈 중 미·일 두 나라 손님은 꼭 자신이 만나야 한다고 고집을 피웠다. 미국인은 자신이 영어를 잘하니 만나야 하고, 일본 사람은 과거 침략의 역사를 잘 모르니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1996년 7월 한국언론과의 첫 인터뷰인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과의 회견에선 공학도답게 반도체 회로 간극을 언급하는 전문성을 보였다.   1998년 중국에 100년 만의 홍수가 닥치자 그는 강(江)과 택(澤) 등 자신의 이름에 물(水)이 너무 많아 생긴 수재가 아니냐며 탄식했다. 굵은 뿔테 안경과 큰 입으로 인해 ‘두꺼비’란 별명도 얻었다. 서민형 리더였던 그의 최대 공헌은 ‘삼개대표(三個代表) 중요사상’ 수립에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생산력, 문화, 광대 인민의 근본이익 등 세 가지를 대표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광대 인민’에 있다. 인민은 노동자와 농민을 뜻한다. 앞에 수식어 ‘광대’가 들어간 건 ‘자본가’까지 포함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중국 공산당은 예전 타도 대상인 자본가도 끌어안으며 전체 인민의 당인 전민당(全民黨)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이에 힘입은 기업가는 창의성을 발휘해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 굴지의 민영기업을 일궜다. 중국이 G2 국가로 부상한 원동력이다. 그러나 20년이 흐른 지금의 시진핑 시대는 완전히 다르다. 민영기업은 국유기업에 흡수될 처지에 놓였고, 장쩌민 시대의 자유로웠던 공기는 숨 막히는 단속의 시대로 변했다.   그의 추도식이 6일 열린다. 76년 저우언라이 추모대회가 1차 천안문 사태를 낳았고, 1989년 후야오방 사망은 2차 천안문 사태를 촉발했다. 2022년 장의 추도식이 과연 3차 천안문 사태를 낳을 수 있나? 중국 당국의 철통통제로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최근 중국인이 보이는 거리 시위와 ‘공산당 타도’ 구호는 얼마 전까진 상상할 수 없던 모습이다. 중국 인민의 정치적 각성이 과연 중국 변화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 베이징을 주목할 때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장쩌민 선생 장쩌민 시대 천안문 사태 광대 인민

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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