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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정의의 균형’을 추구하는 이유

경제학 이론을 통해 인간적 가치와 사회적 공정성을 강조하며 사회복지정책을 설파한 사람이 존 러스킨(John Ruskin)이다. 그는 영국이 낳은 19세기의 위대한 사회 사상가로 런던의 부유한 포도주 상인 집안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한 대표적 ‘런던 좌파’였다. 러스킨은 그의 저서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Unto This Last)’에서 정치경제학을 한 국가의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물품을 시의적절하게 생산, 보존 그리고 분배하는 전반을 다루는 학문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은 ‘득실의 균형’이 아닌 ‘정의의 균형’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조물주의 의도라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러스킨의 이론은 어디에 바탕을 둔 것일까. 신약성경의 마태복음 20장에 나오는 ‘포도원의 품꾼들’ 비유가 근원이다. 포도원 주인은 아침 6시에 장터로 가 품꾼들에게 하루 품삯으로 데나리온(로마 은전) 1개를 주기로 약속하고 포도원에 들여보냈다. 그런데 오전 9시, 정오, 그리고 오후 3시에도 장터에 갔더니 여전히 일거리가 없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도 포도원에 들여보냈다. 놀라운 것은, 1시간 후면 일과가 끝나는 오후 5시에도 장터에 사람들이 있었다. 포도원 주인이 “너희는 어째서 종일 놀며 여기 있느냐?”라고 물었더니, 그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요”라고 답했다. 포도원 주인은 안타까운 마음에 “너희도 포도원에 가라”고 허락했다.     하루 일이 끝난 후, 포도원 주인은 청지기에게 나중 온 품꾼부터 시작해 먼저 온 품꾼까지 품삯을 주라고 일렀다. 오전에 온 품꾼들은 오후 5시에 온 품꾼들이 데나리온 1개를 받는 것을 보고 자신들은 더 많이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데나리온 1개가 지급됐다. 먼저 온 품꾼들은 주인에게 “어떻게 온종일 일한 우리와 동등하게 품삯을 지불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자 포도원 주인이 “친구여, 내가 네게 잘못한 것이 없노라. 네가 나와 데나리온 1개의 약속을 하지 아니하였느냐. 네 것이나 가지고 가라. 나중에 온 품꾼에게 너와 같이 주는 것은 내 뜻이니라”고 대답했다.     원래 이 비유는 예수께서 천국을 설명하기 위해 들려준 이야기다. 하지만, 러스킨이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를 발표한 후부터 사회복지정책 홍보에 더 많이 인용되고 있다.   이 비유에 등장하는 포도원 품꾼들을 살펴보면, 아침 6시에 뽑힌 품꾼들은 고용주가 원하는 실력과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다. 요즘 말로 스펙이 좋은 품꾼들이다. 그리고 오전 9시, 정오, 그리고 오후 3시에 뽑힌 품꾼들은 전문성은 없지만 필요할 때 일시적인 업무를 위해 고용되는 사람들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오후 5시에 뽑힌 품꾼들은 일반적으로 고용주가 채용을 꺼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능력이 부족해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포도원의 품꾼들’ 비유를 해석해 보면, 포도원 주인이 종일 일 하고 하루 치 품삯을 받은 사람들을 냉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데나리온 1개는 처음에 그들과 합의한 품삯이었다. 포도원 주인이 나중에 온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품삯을 지불한 것은 자신이 소유한 재산을 활용해서 이웃에게 사랑과 물질적 도움, 그리고 기회의 공평성을 베풀기 위해서였다.     러스킨이 ‘득실의 균형’이 아닌 ‘정의의 균형’을 강조한 것은 보다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추구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혼자 잘 사는 것보다는 함께 잘 사는 사회를 구현하려는 진보적인 가치를 대변하는 것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열린광장 균형 포도원 주인 사회복지정책 홍보 사회적 공정성

2024-05-05

SAT와 ACT 의무화 감소 추세 뚜렷…입학 사정 때 공정성에 영향 없을까

‘미국의 수능’으로 알려진 SAT(Scholastic Aptitude Test)와 ACT(American College Test) 등의 입시시험 의무화가 줄어드는 추세이다. 이렇게 시험 점수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다는 대학들의 공지에 따라 점수를 제출하는 학생들도 급감하고 있다. 매년 11월에 마감하는 조기 전형 입학지원서 데이터를 보면, 지원자 중 약 52%의 학생들이 시험 점수를 제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시험 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시험 응시가 어려워졌고, 그에 따라 입시시험 점수 제출을 선택할 수 있도록 결정한 대학들이 증가했다. 이런 선택을 한 대학 중 명문대인 아이비리그도 포함된다. 하버드, 예일, 코넬, 등의 1800개의 대학들이 코로나가 발생한 해 입시시험을 선택 항목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2023년에는 뉴욕에 위치한 아이비리그인 컬럼비아 대학은 더 이상 학부 지원자들에게 SAT 또는 ACT 표준 시험 점수 제출을 요구하지 않겠다 하며 영구적으로 입시시험 점수 제출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지원자의 입학 적합성과 학교의 커리큘럼 및 지역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결정하고, 교육 기회에 대한 접근을 향상하기 위해 다양한 배경, 목소리와 경험을 존중하기 위해 입시시험 점수 제출 의무화를 폐지합니다.” 컬럼비아 대학 학부 입학처의 공식 입장이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 (Liberal Arts College) 중 유명한 College of William & Mary에서도 대입 트렌드 및 변화를 고려하여 컬럼비아 대학과 같이 SAT · ACT 점수 제출을 더 이상 의무화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선택적 시험 점수 제출 트렌드가 시작된 이유는 코로나뿐만이 아니다. 우선 부유한 가정에서는 고등학생을 필기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학업 외 교육을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저소득층 학생들은 고급 교육 과정이 있는 학교를 다니거나 개인 레슨을 받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대학들이 선택적 시험 제도를 찬성하지는 않는다. MIT, 조지타운 대학, 플로리다 대학 등 일부 대학에서는 시험 제출을 다시 의무화했다. 또한, 입학 상담가들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라면 시험 점수를 제출할 것을 권하면서, 이로 인해 일부 대학의 평균 SAT · ACT 점수 범위가 크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몇 년 전만 해도 양호했던 점수가 이제 평균 이하로 간주될 수 있다며 걱정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앞으로 대학들의 트렌드는 시험 점수를 선택적으로 변경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학 시험 점수가 선택적 제출로 바뀌면 응시율이 하락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칼리지보드(College Board)는 시험 난도를 낮출 가능성도 있는데 이런 변경 사항들이 형평성과 공평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더라도 내신(GPA), 에세이, 추천서, 봉사활동, 과외 활동(extracurricular)과 더불어 강한 SAT · ACT 점수를 포함 시키는 것이 대학 입시 심사 기준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문의: (323)413-2977   www.iantedu.com 그레이스 김 원장 / 아이앤트에듀케이션의무화 공정성 입시시험 점수 입시시험 의무화 act 점수

2023-04-02

[인공지능 개척시대] 인공지능에 공정성 점수를 매긴다면

나는 공정한 사람인가? 아마도 누구나 자신이 공정하다고 여길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질문을 바꿔보자. 내가 얼마나 공정한지 점수를 매길 수 있을까? 답하기 어렵다. 당장 공정성을 점수로 매길 수 있는 것인지부터 의문이 든다. 공정성에 점수를 매기기 어려운 까닭은 아마도 사람마다 공정성을 정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똑같은 행동을 두고도 사람마다 평가가 갈린다. 그런데도 한 가지 척도를 들이대 누가 얼마나 공정한지 수치화하기란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진다.   그러면 인공지능은 어떠한가. 어떤 인공지능이 공정한지 판단할 수 있을까. 그 인공지능이 얼마나 공정한지 점수를 매길 수 있을까. 현학적 질문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실무상으로도 무척 중요한 문제다. 예컨대 금융기관이 신용도를 평가하는 인공지능을 도입하려면 그 인공지능이 공정한지 평가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 더욱이 인공지능의 공정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수치화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공정성과 같이 모호한 개념에 점수를 매기는 일은 만만치 않다.   비록 어떤 개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주관적이라서 측정하기 어렵더라도 비슷하게라도 추정해야 하는 경우는 많다. 어떤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지는 재기 어렵지만, 행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는 여러 기준을 이용해 점수를 매긴다. 국내의 한 경제학자는 기회 불평등의 척도를 재기 위해 ‘개천용’ 지수를 만들기도 했다. 이 지수는 우리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측정한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이 얼마나 공정한지 측정하는 지표를 열심히 개발해 왔고, 이미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한 가지 방법은 인공지능의 정확성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예컨대 회사 출입구에 얼굴인식 인공지능이 설치되어 출입을 관리한다고 생각해 보자. 직원이 안경을 꼈는지, 아니면 머리카락이 얼마나 긴지에 따라 정확도에 차이가 있다면 이는 불공정한 것이다. 정확도가 낮은 직원들은 더 자주 불편함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공지능이 여러 집단에 대해 정확도 차이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해 공정성 점수를 매길 수 있다.   하지만 딱히 정답이 없는 경우에는 그러한 방법을 쓰기 어렵다. 챗봇 같은 대화 인공지능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여러 인간 평가자들을 뽑아 인공지능과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점수를 매기도록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비용이나 시간이 많이 들고, 객관화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대화 인공지능의 공정성은 평가하기 쉽지 않다.   사실 인공지능에 공정성 점수를 매기는 문제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우리 세상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은 학습 데이터로부터 배운다. 그런데 그 학습 데이터에는 이미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며, 부정의한 세상이 반영되어 있다. 불공정한 학습 데이터로 배운 인공지능이 공정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찾는 격이다.   그래서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이 나온다. 어떤 이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공정하지 못하더라도 인공지능에는 마치 세상이 아름다운 것처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인공지능이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인공지능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 그대로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 세계와는 다른 내용을 학습시키면 오히려 인공지능의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가 편향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편향을 고치기 위해 인공지능의 정확성을 크게 훼손해서도 안 된다. 그 중간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문제다.   인공지능에 공정성을 가르치는 문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흔히 겪는 고민과 비슷하다. 부모는 아이에게 세상의 추악한 모습을 감추고 싶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편한 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인공지능이라는 갓 태어난 아이를 다 함께 키우고 있는 셈이다. 아이가 잘못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제 막 자라나고 있는 인공지능에 지나치게 엄격한 공정성 잣대를 들이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인공지능이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 줄 필요도 있다. 인공지능이 공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애써야겠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태도도 함께 필요하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인공지능 개척시대 인공지능 공정성 공정성 점수 인공지능 학습 대화 인공지능

202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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