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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식의 고급화는 경험 너머의 체험

먹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외식산업에도 관심이 많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식 세계화를 통해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을 때 아쉬운 것은 한식의 고급화에 대한 부분이었다. 김밥이나 불고기와 같은 대중적인 음식에서 한식의 매력은 한 번 먹어본 사람이라면 모두 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기술이 뛰어나고 창의적인 셰프들이 경쟁하는 파인 다이닝 분야에서는 한식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할리우드 스타가 고추장을 사는 사진을 찍고 배포하기 위해서 몇십만 달러를 쓰는 낡은 방식으로는 한식의 고급화는 이루기 힘들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에 불어 닥친 한국문화 열풍으로 인해서 한식이 주류 외식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고 이에 따라서 변화도 많이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한식의 고급화다.   지난해 말에는 뉴욕에서 처음으로 미슐랭 3스타를 받은 한식당이 탄생했다. 임정식 셰프의 정식당이다. 서울에 있는 정식당 본점에서 식사한 적이 있기에 개인적으로 정말 반가운 뉴스였다. 정식당에서의 식사는 경험에 더 가깝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닌 셰프의 아이디어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었다. 물론 가격은 비쌌다. 하지만 식사가 아닌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돈값’을 한다고 느꼈다.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식당보다 한 수 위였던 곳은 서울의 에빗이었다. 지난해 최고의 화제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에서 백수저로 나왔던 조셉 리저우드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다. 호주인 셰프가 한식을 독창적으로 해석한다고 해서 큰 기대를 안고 갔는데 오히려 기대를 뛰어넘었다.     증강현실(AR)을 통해서 식탁 위에 작은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애니메이션을 감상한 뒤에 음식을 먹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지리산에서 셰프가 직접 채취했다는 개미를 동결건조해서 셔벗 위에 얹어주는 것을 보면서 이런 한식은 다른 어떤 식당에서도 보기 힘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경험이 아니라 체험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서울에서 몇 군데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다니며 느꼈다. 한식의 고급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아니 한발 더 나아가 이미 아주 높은 단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가속화되는 한식의 고급화는 올해 제임스 비어드 상에서도 볼 수 있었다.   제임스 비어드 상은 요식업계의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권위 있는 상이다. 35년간 최고의 셰프나 레스토랑은 물론 바, 베이커리, 바텐더, 소믈리에, 조리 관련 서적 등에 상을 수여했다. 올해 제임스 비어드 상에는 앞서 소개한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를 비롯해 한인 셰프가 12명이나 후보에 올랐다. 일식부터 베이커리까지 분야도 다양했고 하와이부터 오클라호마까지 지역도 다양했다.     이에 더해 워싱턴 D.C.와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인 레스토랑 사업가들도 후보에 올렸다. 두 사람 모두 고급화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야말로 외식업계 전 분야에 걸쳐 한인들의 활약이 뛰어났다. 제임스 비어드 상에 한인 후보가 많은 것은 고급화된 한식이 국내 외식업계에 성공적으로 침투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한식의 매력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특히나 한식의 고급화라는 ‘숙원사업’이 성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더 고무적이다. 물론 한식이 더 발전해 나가려면 한식의 ‘근본’을 알고 있는 한인들의 지원과 비판도 필요하다. 아무리 고급스러운 음식이라도 ‘한식’이라는 범주를 벗어나는 순간 매력 없는 무국적 음식이 돼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인들도 고급화된 한식을 먹어보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LA지역에도 한식을 기반으로 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들이 많다. 흑백요리사를 보면서 ‘미식’이라는 취미를 즐겨보고 싶어졌다면 고급화된 한식당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한식을 먹지 않고 ‘경험’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조원희 /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고급화 한식 한식 세계화 다이닝 레스토랑들 한인 셰프

2025-02-03

정통 한식 기준 잡아야 고급화 전략 먹힌다

올해 5월 기준 전 세계에 미슐랭 스타 한식당은 25곳(2스타 5곳, 1스타 20곳)이다. 한국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100개까지 늘리겠다고 지난 2월 2일 발표했다. 그런데 모던 한식 다이닝 바루(Baroo)의 어광 셰프가 한국인 스스로 한식을 얼마나 잘 아는지 물었다. 한식 고급화도 한식 세계화의 일부지만 업스케일링 이전에 우리부터 한식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미국에서 10년째 모던 한식당을 운영 중인 그가 한식 고급화의 현주소를 전한다.   - 한식 파인 다이닝이 대세다.     “한식 파인다이닝은 이전에 없던 종류의 한식이다. 한국인으로서 해야 할 일은 우리에게 맞는 파인다이닝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또, 우리한테 맞는 서양의 파인다이닝이 무엇이고 어떻게 평행해서 갈 수 있는지도 생각해보고 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 한식 파인다이닝 대부분 퓨전이다.     “당연히 정통으로 밀고 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정통이 과연 얼마나 정통한지 의문이다. 정통이 하나의 마케팅 수단일 수도 있다. 만약에 정통 한식이 그간 변화 없이 옛 맛을 유지해왔다면 굉장히 평양냉면 같은 맛이지 않을까 싶다. 아직 미국에는 평양냉면 같은 맛이 없다. 그리고 미국 사회에서도 많이 알아주지 않을 것 같다.”   - 퓨전도 한식인가.   “우리가 여기는 퓨전 한식이 정통 한식으로 인식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지금 젊은 셰프들은 활발한 인터넷 소비로 외국 문화나 여러 분야를 접하고 있다. 말도 안 되게 빠르게 받아들이고 이를 흡수한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 방식으로 풀어간다. 게다가 젊은 셰프들을 보면 표현하는 방식도 굉장히 빠르게 변하는 것 같다. 가까운 미래에 지금의 퓨전 한식이 정통 한식으로 인식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 퓨전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감은.   “퓨전도 한식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의견이 존재한다. 모든 사람의 의견이나 선호도를 맞출 수는 없는 법이다. 나 역시 항상 한식을 한다고 말하지 않고 퓨전을 한다고 말해왔다. ”   - LA엔 한식 파인다이닝이 유독 없다.     “수요 차이가 가장 크지 않나 싶다. 뉴욕은 코스로 구성된 정찬 메뉴의 니즈가 높다. 또 뉴욕은 관광객이 식당에서 소비하는 수요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LA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파인다이닝보다 캐주얼 다이닝의 수요가 더 많은 것 같다. 나 역시 LA에서 파인다이닝은 위험 부담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뉴욕과 다르게 LA는 관광객이 와서 식당에 소비하는 수요가 덜한 것 같다. 또한, 한인 분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보면 한식 파인다이닝 수요를 알 수 있다. LA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파인다이닝 소비에 보수적인 것 같다.”   - 한국인만 가는 한식당, 타인종 섭렵 어떻게 하나.     “부모님 세대의 업주분들은 요즘 시대의 마케팅에 익숙지 않다. 그래도 조금만 눈을 돌려 마케팅적 요소를 강화한다면 매우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배달 플랫폼이 한식과 식당을 알리기 좋은 매체다. 배달 플랫폼은 다양한 사람들이 사용한다. 그만큼 배달 플랫폼이나 다양한 방법을 접목할수록 훨씬 더 다양한 소비층을 유치할 수 있다. 이제는 한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객 유치해 수요를 넓혀 식당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 한식이 극복해야 할 한계는.   “지피지기다.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한식의 정통성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한식을 업스케일링 하고 우리만의 한식 파인다이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경준 기자한식 세계화 대중 한식당 한식당 타인종 한식 고급화

2024-06-03

"고급화·현지화로 베트남 시장 공략"

베트남 100대 브랜드에 5년 연속 선정되며 현지에서 한국 농식품 및 공산품 유통의 새역사를 쓰고 있는 K마켓의 수장은 K&K 글로벌 트레이딩의 고상구 회장이다.   고 회장은 2000년대 초 베트남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봤다. 2002년 베트남으로 들어가 백화점 사업 실패를 거쳐 인삼왕으로 주목받고 K마켓 성공신화를 쓴 주역이다.   K마켓은 무차입 경영을 원칙으로 연평균 30% 이상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고 회장은 “베트남 현지에 롯데마켓, 이마트가 있지만, 경쟁업체가 아니다”며 “K마켓 만의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등 기업이 아닌 일류기업을 강조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일등이 아닌 일류기업”, “리테일은 디테일이다”, “마켓 쉐어가 아닌 라이프 쉐어” 등 실패를 자산 삼아 무에서 유를 만든 고 회장이 강조하는 운영 철학은 글로벌 시장에 뛰어드는 수많은 회사의 경영 교과서가 되고 있다.     고상구 회장이 지난달 29일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한상대회 운영위원회 참석차 미주지역을 방문했다. 그에게 베트남시장에 대한 비전과 K마켓의 성공 이야기를 들었다.    ▶실패도 자산, 복기하며 배워   고 회장은 한국에서 액세서리 제조업을 했다. 중국으로 제조공장을 이전하려는 중 베트남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 이후부터 2000년 초사이 중국은 대변화 시기였고 기회의 땅이었다. 그는 천안문 광장에서 신호에 자전거 인파가 썰물처럼 움직이는 것을 봤다. 2002년 방문한 베트남 하노이 신호등 앞에서 고 회장은 천안문 광장의 자전거와 같은 오토바이 물결을 봤다.     향후 10~20년 사이 중국의 빠른 성장이 베트남에서 재현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2002년 베트남 하노이 코리아타운에 23억 원을 투자해서 백화점을 운영했다. 6개월 만에 20억 원을 손해보고 스스로 폐업했다. 마지막 건진 돈은 3억 원, 한국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그는 실패도 자산으로 생각해 왜 망했는지 실패 과정을 복기했다. 현지 문화와 사정을 파악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리고 베트남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인삼에 남은 돈을 투자했다. 베트남 경제가 꿈틀거리고 시장이 개방되고 외국 투자는 활발한 때였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공장과 아파트 건축 붐도 일었다. 인허가를 받기 위한 선물로 인삼이 들어간 인삼주가 불티나게 팔렸다. 원가는 낮고 판매가가 높은 판매 전략으로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백화점으로 잃은 자금을 2년 만에 회복했다.     ▶현지화 전략     인삼 비즈니스를 하면서 한국 식품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시장 개척 계획을 세웠다.     관건은 한국 식품의 베트남 현지화였다. K마트로 시작해 10개까지 매장이 늘었지만, 미국 K마트와 상호가 같아 K마켓으로 변경했다.   고생스럽지만 한인 교민이 아닌 현지화로 시작한 그의 성공 전략은 적중했다. 고 회장은 “현지화하니까 시장은 무한이었다”고 설명했다.     고 회장은 “남의 나라 입맛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입맛을 변화시켜야 미래 고객이 된다”며 “10년 공들여 100년 먹고 산다”고 덧붙였다.     입맛 변화는 젊은 층부터 공략했다. 대학교의 한국어과 학생들을 타깃으로 무료 시식회를 하면 온라인과 SNS로 자연스럽게 홍보됐다.     ▶신개념 매장 K마켓   K마켓 주요 전략 포인트는 프리미엄, 차별화, 현지화다. 대형마켓보다 가깝고 편의점보다 신선 제품이 많다.     K마켓은 신개념 매장이다. 업체들의 광고 냉장고, 전용 홍보 섹션 등이 전혀 없다.     고 회장은 “매장은 고객의 공간, 고객이 주인”이라며 “코카콜라, 펩시, 말보로 등 특정 기업 홍보처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K마켓은 미국 큰 마켓의 3분의 1 정도 크기지만 편의점보다는 3배 정도 큰 규모다. 그는 “큰 매장은 부지도 비싸고 확보도 어렵고 안되면 접기도 힘들지만 규모가 작으면 사업 판단을 빨리 내릴 수 있고 변화도 적용하기 수월하다”고 말했다. 마켓 위치 선정 전략도 그의 성공 포인트 중 하나다. K마켓은 주로 아파트 단지 내 입구에 들어가며 이제는 유명세를 타서 아파트 분양 광고 때 K마켓 입점 문구가 들어갈 정도다.    K마켓은 현지화되다보니 한국식품은 30% 정도고 나머지는 현지 식품이다. 최근에는 K마켓 인근 푸드스토리, 브레드스토리 매장을 전략적으로 열고 있다.     K마켓은 유통판매처가 아닌 문화와 쇼핑이 공존하는 프리미엄 복합문화공간이다. 고회장의 '마켓 쉐어가 아닌 라이프쉐어' 개념이 적용됐다.제품 판매 뿐만 아니라 앱, 배달, 세탁 서비스도 제공한다.     인삼 수익을 한국 식품 유통에 재투자했듯 K마켓 수익을 온라인 마케팅에 쏟아붓고 있다.     매장은 12시까지 운영하고 온라인 서비스는 24시간 가동된다. 고객들은 배송 제품을 집이 아닌 K마켓에서 픽업한다. 맞벌이로 집에 사람이 없어 물건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K마켓에서 물건 픽업을 선호한다.    고 회장은 “베트남 소비자들의 특징은 아날로그를 거치지 않고 바로 디지털, 모바일 쇼핑으로 넘어갔다”며 “모바일 앱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변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기다리지 말고 선제적으로 또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며 “K마켓 몰 모바일 앱에는 한국제품뿐만 아니라 동남아 제품이 다 들어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은 무한 시장     베트남 경제는 초고속 성장 중이다. 미국 대규모 투자단이 들어오는 등 세계가 베트남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고 회장은 “노동임금은 아직 낮지만, 생산성은 높아 기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며 “무엇보다 베트남 도시화가 이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하노이, 호찌민에 고층빌딩이 즐비하지만, 그 뒤 골목길에는 개발을 기다리는 재래시장 상권이다. 위생 관리가 뛰어나고 품질 좋은 한국 식품 시장이면 성공이 가능한 미래의 무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그는 하노이에 이어 호찌민에 1억 달러를 투자해 미래를 위해 최첨단 대형 복합물류센터를 건축 중으로 내년 초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   고 회장은 “물류센터는 유통의 핵심이며 심장으로 콜드체인 시스템 구축의 완성”이라며 “제철 식품 매입, 클린룸 내 가공 및 상품화를 거쳐 지역별 K마켓에 배송하며 식품 신선도와 품질을 최고로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B2B가 매출의 60% 차지    K마켓 매장이 140개에 이르지만, 매출의 60%는 B2B(기업간 거래)다. 주요 거래처는 고급호텔, 식당, 급식업체, 현지 마트, 대리점 등으로 협력 업체는 600여개다.     또 유통업체가 유통업체에 제품을 넣지 못하지만 K마켓은 베트남의 월마트인 빅시에 한국식품을 납품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에 한국제품 유통 및 숍인숍으로 입점도 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에서 애완동물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K마켓 인근 애완동물 매장도 준비 중이다.     ━   K마켓은…       베트남에서 한국 농식품, 공산품 등 약 1만개 상품을 유통하는 베트남 최대 규모의 한국 식품 유통 회사다.   고상구 회장이 2002년에 설립해 현재 베트남에 140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130여개 K마켓 매장 외 푸드 스토리, 브레드 스토리 매장이 있다.   직원 수는 2000여명으로 한국 직원 60여명을 제외한 모든 직원을 베트남 현지에서 채용했다.   이은영 기자고급화 현지화 베트남 시장 베트남 하노이 베트남 현지

2023-04-05

"비용 부담 줄이자" 타운 식당들 메뉴 줄인다

LA 한인타운에서 점심 약속을 한 이수아(38)씨. 팬데믹 이전 자주 가던 식당에서 10년 넘게 먹던 런치 스페셜 메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식당 측은 식자재 비용과 임금 인상에다 직원은 부족한데 투고 주문이 너무 많아 점심 메뉴를 모두 없애고 도시락 메뉴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타운에서 일하는 김하준(40)씨는 “회사 인근 단골식당이 김치찌개, 전골류 메뉴를 모두 없앴다”며 “점심에 문을 닫는 식당이 늘고 있고 그나마 연 식당에서도 런치스페셜 메뉴 찾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한 바비큐 식당은 바비큐 외 제공하던 점심 메뉴를 모두 없앴다. 역시 직원이 부족하고 식자재비용이 너무 올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식당 관계자는 “일반 식재료는 물론 고기 가격도 20~30% 상승하고 주방과 서빙 직원 구인이 힘든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이전 같은 점심 메뉴를 유지하면 음식이 나오기까지 1.5배 시간이 걸려 결국 고객에게도 피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과 구인난 탓에 메뉴 숫자를 줄이는 것은 한인타운 요식업계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추세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외식업계에 대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1년 동안 5.8% 상승해 1982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이 식자재 비용과 인건비에 민감한 요식업계 운영에 부담을 주면서 비싼 식재료와 조리시간이 긴 메뉴가 메뉴판에서 사라지고 있다.     4800개 이상 메뉴를 연구한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센셜에 따르면 올해 식당의 60%가 메뉴를 줄였다고 보고했다. 특히 참치, 스테이크, 연어 같은 비싼 식자재를 사용하는 고급 식당 경우 메뉴 숫자가 23%나 감소했다. 베버리힐스 인근 한 고급 레스토랑도 25개가 넘는 메뉴를 제공했지만 최근 절반으로 줄였다.     팬데믹 이후 식당 메뉴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점심 메뉴는 줄이고 애피타이저나 디저트 메뉴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 식당은 개수를 줄이고 고급 메뉴를 넣어 매출을 늘리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식당은 아예 70여종의 와인에 캐비아, 트러플, 굴 등 비싼 재료로 구성된 24가지 요리를 서비스하는 고급 음식점으로 전환했다. 훈제 쇠고기, 갈비찜, 쌀국수는 24달러에서 두 배 이상 가격을 인상했다.     식당 관계자는 “팬데믹동안 투고 중심으로 영업하면서도 향후 대면 식사를 위해 메뉴를 개발했다”며 “실내영업이 시작됐지만, 식자재 비용 증가와 직원 부족으로 결국 영업 중심의 실용적인 메뉴만 제공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당 메뉴는 경제 상황에 따라 확장 및 축소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센셜에 따르면 2009년 경기침체가 시작된 후 많은 식당 메뉴가 줄었지만, 비즈니스가 회복되면서 다시 늘어났다. 메뉴 수는 해마다 약 10%씩 증가 또는 감소할 수 있지만 대부분 식당은 메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은영 기자메뉴 비용 메뉴 고급화 런치스페셜 메뉴 점심 메뉴

202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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