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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계엄에 묻힌 밤

몇해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지낼 때 일이다. 때는 음산했던 코로나 시절. 민주당 소속 로이 쿠퍼 주지사는 12월이 되자 새벽 외출을 전면 금지하는 조처를 내렸다.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을 아는 어른들은 군말 없이 따랐지만, 놀란 건 순진한 아이들이었다. “통행금지가 되면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는 어떡하나요?” 쿠퍼 주지사는 며칠 뒤 활짝 웃으며 공식 브리핑을 했다. “어린이 여러분, 걱정하지 마세요. 산타클로스는 통행금지 예외입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어수선한 한국의 정치 풍경을 바라보면서 노스캐롤라이나에서의 추억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이들의 순수한 염려마저 세심히 돌아봤던 주지사. 정치에도 마음이 있다면 바로 상대를 향한 배려와 공감이 그 근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정치의 마음을 상대를 겨냥한 증오와 환멸 정도로 여긴 어떤 통치자는 폭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계엄으로 직행하는 무모함을 자행했다.   멀리 워싱턴에서 계엄 사태를 지켜보면서 윤 대통령의 마음 한구석에 트럼프가 ‘롤 모델’마냥 자리 잡은 건 아닌지 의심해보기도 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 의사당 폭동을 부추긴 4년 전의 그 트럼프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몇몇 대목에서 두 사람은 겹쳐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계엄군 투입을 ‘경고용’이라며 감싼 것처럼 트럼프도 의사당 폭동을 ‘사랑의 날’이라며 두둔했다. 끝내 좌절되긴 했지만 트럼프 역시 재임 중 시위대를 향해 군을 동원하려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으니 바로 음주 문제다. 윤 대통령이 오랜 폭음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것 아니냔 우려는 취임 이후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술을 일절 입에 대지 않는 트럼프는 적어도 알코올이 문제가 돼 국정을 그르치는 일은 없었다. 때때로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지만, 계엄을 선포하는 무모함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도 금주와 같은 최소한의 절제를 아는 삶의 태도 때문인지도 모른다.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대한민국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계엄에 묻힌 밤’으로 뒤엎어버린 애주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 한 토막이 있다. ‘…/코가 석 자나 빠진 루돌프들이 이끌고 가는/세상 참, 떼꾼한 크리스마스 또 돌아왔네(정끝별, ‘크리스마스 또 돌아왔네‘ 중에서)’ ‘코가 석 자나 빠진’ 최고 권력자가 끝내 탄핵 심판대에 오르게 된 2024년의 12월. ‘세상 참, 떼꾼한 크리스마스’가 가엾게도 다가오고 있다. 정강현 / 워싱턴 특파원글로벌 아이 계엄 계엄군 투입 계엄 사태 크리스마스 이브

2024-12-23

윤 대통령, 6시간만에 계엄 해제 선언…"계엄군 철수"

윤석열 대통령은 4일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 4시 27분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 담화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날 오후 10시 25분께 같은 방식으로 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만이다.   윤 대통령은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 선포했다"며 "그러나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표 이후 정부는 오전 4시30분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즉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서 오는 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설명했다.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국무위원들이 성원이 될 때까지 대기하느라 실제 의결까지는 시차가 생긴 것이다.   앞서 국회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자 새벽 1시 본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해제하면서도 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와 탄핵은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담화에서 야당의 잇따른 국무위원·검사 탄핵과 내년도 예산안 강행 처리 등을 계엄 근거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없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 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며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대통령 계엄군 계엄 해제안 비상계엄 선포 용산 대통령실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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