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자의 눈] 인터뷰에서 경험한 칭찬의 힘

 칭찬하고 싶지 않았다. 훌륭한 아티스트라 소개 받았지만, 인터뷰에 아무런 준비 없이 찾아온 그가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날이 선 질문을 쏟아내자 아티스트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인터뷰하던 방안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한인 신문사 뭐… 미국인들이 볼 거도 아닌데 굳이 인터뷰해야 하나 싶네요.”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었던 그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순간 기분이 상했다. ‘이럴 거면 애초에 인터뷰에 응하지 말던가.’ 나는 마음속으로 소심하게 분노했다.     그러다 문득 오늘 처음 보는 사람과의 이 갈등이 과연 합리적인 감정소비인가라는 물음표가 달렸다. 민감한 이슈도 아니고 단지 홍보성 기사에 결코 불필요한 갈등이라는 답이 섰다.     심호흡 한 번 하고 태세를 바꿨다. 그가 가져온 브로셔를 넘기며 은근슬쩍 툭 말을 던졌다.     “근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디자인이네요.”     예상 반응은 적중했다.     “뭐… 그래요? 남들이 그렇다고 말하긴 하더라고요.”     성의 없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지면서 머쓱한지 괜히 눈을 아래로 떨궜다.     “다들 작가님 찾는 이유가 있네요. 예술을 잘 모르는 제가 봐도 대단해 보여요.” 나를 낮추고 들어가 상대를 인정하며 쐐기를 박았다.   그제야 마음이 풀린 듯, 그는 수줍은 미소를 띠고 “에이 뭐 별거 아녜요. 그나저나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인터뷰가 잘 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라며 마음을 열었다.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는 “논쟁은 사람을 설득하는 가장 불리한 방법이다. 사람들의 의견은 못과 같아서 때릴수록 깊이 들어가 버린다”고 말했다. 지적하고 헐뜯을수록 감추고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 본능이다.     반대로, 상대의 방어 태세를 푸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칭찬’이다. 칭찬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좋은 칭찬 한마디면 두 달을 견뎌 낼 수 있다’는 말을 남겼고, 일본에는 ‘칭찬 한마디는 3개월간의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는 속담이 있다.     칭찬의 효과를 실험적으로 입증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로젠탈 효과’다. 1968년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 로버트 로젠탈 교수가 발표한 이론이다.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특정 아이들의 명단을 주며 지능이 좋아 공부를 잘하는 아이라 믿게 했는데, 실제론 무작위로 선정된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공부를 잘할 것이라 인정한 아이들의 성적이 다른 아이들보다 상위권이었다. 교사들의 칭찬과 기대, 격려가 아이들에게 작용한 힘이었다.     한국인들은 특히 칭찬에 인색한 경향이 있다. 예로부터 문벌끼리 경쟁, 당쟁 등 저변에 깔린 경쟁의식과 흑백논리의 전통 탓인지는 몰라도 남을 깎아내리고 그 위에 올라서야 만족하는 심리 같다. 오죽하면 “남 못 되는 것이 나 잘되는 것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을까. 그러다 보니 대선에서도 자신의 장점 내세우기보단 상대 결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더 흔히 사용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칭찬의 원리를 모른다. 칭찬하면 상대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칭찬하는 사람도 결국 높아진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먼저 칭찬하라’라는 말까지 있다. 누구나 사랑받고, 관심받으면 좋아하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의 내면의 가치를 상대방이 알아주길 원하는 본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가장 좋은 마스터키는 ‘칭찬’이다. 누군가를 내 편으로 만들고 싶은가. 행복하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원하는가. 먼저 칭찬하자. 장수아 / 사회부기자의 눈 인터뷰 경험 칭찬 한마디 상대 결점 초등학교 교사들

2022-02-28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