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 한인 2세들 정체성 교육은 가족사 부터
미주 한인사회에 2세와 3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이 늘어나면서 서서히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연방센서스국이 지난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인 2세들의 사회·경제적 수준은 같은 또래의 백인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한인 2세들의 가계소득은 총 143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들이 납부한 세금 규모만도 46억 달러에 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한인 2세 인구는 45만3989명이다. 인구 숫자로는 전체 아시안 2세 인구 670만 명의 6.8%에 그치지만 한인 2세의 가계소득 규모는 전체 아시안 가계소득액의 8.3%, 납세 규모도 전체 아시안 납세액의 8.6%를 차지했다. 한인 2세의 중간 연 소득은 8만8100달러로, 전체 아시안 인구의 중간 연 소득 8만5800달러보다 2300달러가 많았다. 한인 2세들의 구매력(Buying Power)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2세의 구매력은 총 96억 달러로, 304억 달러를 기록한 중국계, 179억 달러의 필리핀계, 그리고 일본계(161억 달러), 인도계(157억 달러)에 이어 아시아계 가운데 5번째를 기록했다. 이 같은 규모는 아시안 전체 구매력인 1178억 달러의 8.1%에 해당한다. 이처럼 한인 2세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것으로 나타나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 8일 퓨리서치가 ‘아태 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공개한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한인 성인 4명 중 1명(25%)은 ‘코리안’ 또는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한인’ 정체성을 숨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본인을 미국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을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한인은 10명 중 1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가 한인에게서만 나온 건 물론 아니다. 보고서는 전체 아시안 응답자의 20%가 본인의 인종적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정체성을 숨기는 이유로 비아시아계가 정체성을 질문할 경우 상대방이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차별적인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의 비 응답률이 25%로 다른 아시아계보다 높다는 건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드러난 건 또 있다. 바로 아시아계 2세들이 미국 내 아시안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인은 24%만이 미국 내 아시안 역사에 대해 잘 안다고 답했으며 49%는 ‘약간 안다’, 25%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LA시의회는 지난 12일 5월 아태 문화유산의 달을 알리는 선포식을 가졌다. 올해는 한인 존 이 시의원(12지구)과 인도계 니디아 라만 시의원(4지구)이 함께 선포식을 진행했다. 3층 홀에 마련된 리셉션장에는 다양한 아시안 음식들이 마련됐고 민속 공연도 진행됐다. ‘아태문화유산의 달’에 아시안 커뮤니티에서 진행될 각종 행사를 알리는 책자도 두툼하게 발간됐다. LA시 발전에 앞장선 공로자로 돈 유 LA시 관광국장과 카니 정 조 남가주아태정의진흥협회 회장이 수상자로 선정돼 상을 받기도 했다. 매년 5월은 ‘아태문화유산의 달’이기에 특별할 것이 없을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곳곳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아시안 문화 행사는 멀리 느껴지던 문화와 커뮤니티를 가깝게 만든다. 한인 후손들의 정체성이 단단해야 한인 커뮤니티도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다. 내 가족의 이민사가 바로 자녀의 정체성을 단단히 세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아태문화유산의 달’을 가족 문화와 유산을 후손과 나누는 기회로 활용한다면 자녀의 정체성도 좀 더 단단해질 것 같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정체성 가족사 미주 한인사회 인종적 정체성 한인 성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