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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Review - 워터 포 엘리펀트 (Water For Elephant)] 30년대 유랑 서커스 단원들의 사랑과 배신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있던 1930년대 기차를 타고 북미 대륙 전체를 떠돌며 발길 닿는 곳에 텐트를 치고 묘기를 펼치던 유랑 서커스단의 사연이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펼쳐진다. 감독: 프랜시스 로렌스 출연: 로버트 패틴슨, 리즈 위더스푼, 크리스토프 왈츠 장르: 로맨스, 드라마 등급: PG-13 그 안에는 사랑과 우정이 있고 폭력과 배신도 있다. 그리고 동물과 사람의 아름다운 교감도 있다. 영화 '워터 포 엘리펀트(Water For Elephant)'가 담고 있는 이야기다. 영화는 노년의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며 시작된다. 코넬대 수의학과 학생이던 제이콥(로버트 패틴슨)은 졸업 직전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으며 졸지에 거리에 나앉는 신세가 된다. 정처없이 걷다 무작정 올라탄 기차가 유명 서커스단의 보금자리란 사실을 알게 된 제이콥은 이들과 합류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전공을 살려 동물들을 보살피고 트레이닝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 거기서 제이콥은 서커스의 히로인이자 단장 오거스트(크리스토프 왈츠)의 부인인 말레나(리즈 위더스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변덕스럽고 폭력적인 남편 오거스트에 지쳐 있던 말레나 역시 함께 코끼리를 돌보며 특별한 우정을 나누던 제이콥의 젊고 순수한 매력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새라 그루먼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워터 포 엘리펀트'는 배우들의 매력에 기대는 바가 큰 영화다.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10대들의 절대적 우상으로 떠오른 로버트 패틴슨은 창백한 피부에 차가운 눈빛을 지녔던 뱀파이어에서 따뜻한 마음씨와 순수한 열정을 지닌 청년으로 무난히 연기 변신을 이뤄냈다. 거기에 두 아카데미 수상 배우 리즈 위더스푼과 크리스토프 왈츠가 만났다. 세 사람이 빚어내는 연기 앙상블은 환상적이다. 서로 팽팽한 긴장을 이뤘다가는 어느 순간 부드럽게 상대방에게 스며든다. 삼각 관계의 세 꼭지점을 이루는 이들은 멋진 서커스를 만들기 위한 동료로 둥근 원을 이루었다가는 한 여자를 사이에 둔 연적관계가 되어 끊어질 듯 팽팽한 일직선을 이루기도 한다. 다소 어린 로버트 패틴슨과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리즈 위더스푼은 연인이 되기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스토리에 몰입해 갈수록 그럴듯한 화학작용을 이룬다. 제이콥과 말레나 사이에 사랑의 다리 역할을 하는 서커스단 코끼리 로지를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자그마한 태국 코끼리가 연기를 제법 한다. 그 재롱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4-21

[Cinema Review -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 한국 '20대 된장녀' 의 인생

된장녀와 백수. 허영과 가난. 사랑과 조건. 타고난 미모와 끝없는 노력. 양립될 수 없어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 모든 것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감독: 허인무 출연: 윤은혜, 박한별, 차예련, 유인나 장르: 드라마 등급: 없음(한국은 15세 이상 관람가) 한국의 젊은 여성들 말이다. 이들은 친구 사이라 해도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지 않는다. 만나러 나갈 때 버스를 탈지언정 함께 명품을 쇼핑하고 클럽에 가 VIP 룸을 잡는다. 학력을 속이고 삼수생 과외를 하는 신세라도 어디 번듯한 데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허풍을 친다. 그게 그녀들의 삶의 방식이다. 대학 연극영화과를 막 졸업한 네 명의 주인공. 누구 하나 번듯한 직업이 없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 화려하다. 피부 관리를 위해 마사지를 받고 놀러 나가기 위해 뷰티샵을 방문해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을 받는다. 민희(유인나)는 부모를 잘 만나 손 하나 까딱 안 하면서도 포르셰를 몰 수 있고 혜지(박한별)는 타고난 얼굴과 몸매 덕에 팽팽 놀다가 졸지에 톱스타가 된다. 수진(차예련)은 차압 딱지가 붙은 구두를 몰래 신고 나가 친구들을 만나고 유민(윤은혜)은 비전 없는 첫사랑 선배를 버리고 조건 좋은 남자와 소개팅을 하기 위해 93만원짜리 원피스를 산다. 영화 전반에 그려지는 이들의 호화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유쾌한 기분으로만 감상하긴 쉽지 않다. 오히려 어딘가 불편하고 한심하다. 하지만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는 이들 또한 현실을 갑갑해하고 미래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20대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가 관객의 공감을 사는 것은 그 지점이다. 나름의 고민들로 아파하고 싸우고 또 그 안에서 성장하는 20대 청춘의 자화상을 그림으로써 영화는 단순한 트렌디물을 넘어 더 많은 관객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4-21

[New Movie - 디 아더 우먼 (The Other Woman)] '나탈리 포트만' 이번엔 따뜻한 모성 연기로 변신

2011년 가장 '핫' 한 배우인 나탈리 포트만. 감독: 단 루스 출연: 나탈리 포트만, 스캇 코헨, 리사 커드로우 장르: 드라마 등급: R 다양한 배역 소화의 폭을 자랑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오던 그녀는 이제 자신이 제작에 주연까지 맡은 소자본 가족 드라마 '디 아더 우먼'(The Other Woman)에서 '모성'까지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그것도 단순하고 전형적인 모성이 아니다. 내 배 아파 낳은 딸은 생후 사흘만에 하늘나라로 보내고 남편이 전처와 낳은 아들과 매일 데면데면한 사이를 극복해 나가야 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다. 하버드 법대를 졸업하고 대형 로펌에 입사한 에밀리아(나탈리 포트만)는 유부남인 직속상사 잭(스캇 코헨)과 사랑에 빠져 결혼에까지 골인한다. 하지만 행복한 결혼생활도 잠시. 갓 낳은 아기가 자신의 품 안에서 잠이 들었다 갑작스레 죽어버리는 충격을 겪은 후 둘의 삶은 그리 평탄치 않다. 게다가 남편의 전처 캐롤린(리사 커드로우)은 여전히 사사건건 신경을 건드리고 그 아들 윌리엄과도 가까워지기 위해 애를 쓰지만 쉽지만은 않다. 영화는 에밀리아를 '남의 남편을 빼앗은 여우같은 여자'가 아닌 '고통과 혼란 속에 신음하는 엄마'로 그려냈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에 딸을 잃은 자책감까지 겹쳐 제대로 형성되지도 발휘되지도 못한 에밀리아의 모성을 영화는 담담히 조명한다. 의붓 아들 윌리엄과 어떻게든 잘 지내려 노력하다가도 순간 제 풀에 지쳐 유치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드러내고야 마는 초라한 모성 역시 영화는 묵묵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전통적 가족의 틀이 파괴되고 가족 구성원간 주고 받은 상처가 개인의 행복을 결정짓는 주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현대사회의 관객들에게 에밀리아는 공감하고 연민할 수 밖에 없는 존재로 다가온다. '디 아더 우먼'은 드라마틱한 갈등의 해결이나 관계의 전환을 제시하지 않는다. 한 뼘 성장했지만 또 다시 성숙하지 못한 태도로 서로에게 상처를 줄 지 모르는 가족의 모습을 담으며 마무리를 짓는다. 하지만 찝찝함은 없다. 그것이 이 시대 많은 이들의 모습이며 가족상이기 때문이다. 이경민 기자

2011-02-03

[영화 리뷰 - 더 라이트(The Rite)] 객석 파고드는 공포…말초적 충격 줄인 '엑·소·시·즘'

악령을 쫓는 엑소시즘에 관한 영화들은 흔히 자극적 영상체험을 주는 데 급급해 밀도있는 스토리나 효과적 캐릭터 구축에 실패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감독: 미카엘 하프스트롬 출연: 앤소니 홉킨스, 콜린 오도뉴 장르: 공포 등급: PG-13 물론 보는 이를 극도로 긴장시키는 시청각적 충격과 잔혹한 묘사야말로 엑소시즘 영화를 보는 '맛'이라며 즐기는 관객들도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많은 공포 영화가 일부 매니아층 관객들에게만 어필하게 된 측면도 없지 않다. '더 라이트'(The Rite)는 엑소시즘에 관한 영화다. 하지만 여타 공포 영화들보다 스토리와 캐릭터에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말초적 충격의 강도는 상대적으로 낮췄다. 그래서 등급도 PG-13 이다. 하지만 수위가 낮다고 공포감이 적은 것은 절대 아니다. 인간의 유약함과 흔들리는 믿음을 교묘히 파집고 들어오는 악령의 존재와 활동에 대한 공포는 서늘하게 객석을 파고든다. 가톨릭 신학생 마이클(콜린 오도뉴)은 장의사인 아버지 덕에 어려서부터 죽음을 가까이 체험해왔다. 사제서품을 앞두고 다시 한번 진로를 고민하게 된 그는 학교측의 권유로 바티칸으로 유학 엑소시즘에 대해 공부하게 되지만 악령의 존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엑소시즘으로 수많은 이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괴짜 사제 루카스(앤소니 홉킨스)를 만나서도 마찬가지. 결국 마이클의 의심은 악령에게 빈틈을 보이는 계기가 되고 루카스 신부마저 악령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이들의 진정한 엑소시즘 전투가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밝힌다. 말미에도 실제 주인공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밝히며 스토리의 현실성을 강조한다. 초현실적이기만 한 악령의 존재와 자칫 허무맹랑한 상상으로 치부돼 그칠 수 있는 스토리에 무게를 주기 위해서다. 덕분에 영화는 시종 적당한 무게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하지만 엑소시즘을 이야기하기 위해 신앙과 믿음에 관한 이슈를 너무 깊숙이 개입시켰다. 그저 즐기기 위해 공포영화를 보려는 사람들에겐 거부 반응을 불러일으킬수도 있을 부분이다. 앤소니 홉킨스의 광기어린 연기는 여전히 돋보이지만 일부 장면에선 '양들의 침묵'과 오버랩돼 실소를 터뜨리게도 만든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1-27

[새 영화 - 매캐닉(The Mechanic)] '액션·스릴러·드라마' 세마리 토끼 잡았다

1972년 찰스 브론슨 주연으로 개봉됐던 동명의 영화가 40여년만에 리메이크돼 나왔다. 감독: 사이먼 웨스트 출연: 제이슨 스태덤, 벤 포스터 장르: 액션, 스릴러 등급: R 정부의 의뢰를 받아 지목된 목표물을 완벽히 제거하는 최고의 킬러 아서(제이슨 스태덤)는 자신의 친구이자 멘토였던 해리가 살해되자 그의 아들 스티븐(벤 포스터)과 한 팀을 이뤄 해리의 복수를 위해 분투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두 사람의 우정이 깊어질수록 이들 사이에 감춰진 무서운 비밀은 둘을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밀어넣는다는 내용. 제목인 '매캐닉'(The Mechanic)은 범죄조직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진 암살자를 칭하는 은어다. '매캐닉'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게 되는 이야기의 탄탄함과 원작이 갖고 있던 어둡고도 묘한 여운이 그대로 이어져 영화 전반을 지배하며 액션과 스릴러 드라마라는 세마리 토끼를 훌륭히 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따스한 사랑과 인간관계에 굶주려 있는 두 주인공 아서와 스티븐이 보여주는 애증의 관계가 잘 그려져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해준다는 평가다. '트랜스포머'시리즈와 '뱅크잡' 등을 통해 할리우드의 차세대 액션스타 자리를 꿰 찬 제이슨 스태덤의 열연도 볼만하지만 뛰어난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장악하는 신예 벤 포스터의 활약도 영화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요소다. 이경민 기자

2011-01-27

[Movie Review - 노 스트링스 어태치드(No Strings Attached)] 사랑에 빠진 '차도녀' 여의사 나탈리 포트만 매력 물씬

제 68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나탈리 포트만이 나오는 영화다. 게다가 그녀의 첫 로맨틱 코미디 주연작이다. 감독: 이반 라이트먼 출연: 나탈리 포트만 애쉬튼 커처 장르: 로맨틱 코미디 등급: R 94년 '레옹'의 마틸다로 강렬한 인상을 주며 데뷔했던 그녀가 17년이란 오랜 기다림 끝에 선택한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 '노 스트링스 어태치드'(No Strings Attached)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녀 나탈리 포트만이다. 나탈리 포트만은 영화에서 똑똑하고도 매력적인 종합병원 전문의 엠마를 연기한다. 모든 것을 혼자 알아서 척척 해결하며 뛰어난 두뇌와 아름다운 외모로 빈틈없이 살아 온 그녀에게 한 남자와의 사랑은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받아 들일 수 없는 일이다. 그녀에겐 어릴적 캠핑에서 만나 15년의 세월을 띄엄띄엄 마주치며 신기한 인연을 이어 온 친구 애덤(애쉬튼 커처)이 있다. 두 사람은 얼떨결에 섹스 파트너가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두 사람이 지켜야 할 선은 '오직 잠자리만 함께 할 뿐'이란 것이다. 질투도 집착도 안된다. 잠자리 후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것도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서로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선물을 하거나 이쁜 짓을 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오래 유지될 리가 없다. 두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실 엠마는 사랑을 믿지 않았다. 아니 두려워했다. 그래서 흔들리는 자신의 감정이 따뜻해지고 노곤해지는 자신의 마음이 낯설고 겁이 난다. 그래서 또 한번 도망친다. 하지만 이번엔 도망치기조차 그리 쉽지 않다. 결국 그녀도 사랑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제 이미지와도 잘 맞아 떨어지는 역을 선택한 나탈리 포트만은 영화 '노 스트링스 어태치드'를 마구 휘젓고 다니며 맘껏 매력을 뽐낸다. 사랑의 감정까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흠잡을 데 없이 살아왔지만 결국엔 자기가 친 덫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혼란스러워하는 엠마의 모습은 많은 '헛 똑똑 골드 미스'들에게 공감을 살 만 하다. 애쉬튼 커처는 과하지 않을만큼만 적당히 훈훈한 매력으로 나탈리 포트만을 뒷받침 한다. 서로 노골적 대사들이 퍼붓는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이 객석을 종종 폭소로 몰아넣는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1-20

[Movie Review - 그린 호넷 (Green Hornet)] 현실감 없지만 눈·귀 '짜릿' 하고 속 '후련'

영화 '그린 호넷'(Green Hornet)을 즐기기 위해서는 딱 한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잠시 정신줄을 놓아 버리는 것 그것이면 된다. 감독: 미셸 골드 리 출연: 세스 로건, 주걸륜 장르: 액션, 코미디 등급: PG-13 영화의 내용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 인과관계나 실현가능성 여부 같은 것은 생각지도 말고 그냥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적당히 우스꽝스러운 것 만큼만 긴장을 풀고 소란한 액션을 대면한 준비만 하면 된다. 영화는 3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라디오 연속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언론재벌 2세 브릿(세스 로건)은 술먹고 흥청대는 것이 전부인 망나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패닉에 빠졌던 브릿은 아버지의 개인적 업무를 돕던 일꾼 중 한 명인 케이토(주걸륜)에게 무술과 차 개조 무기 조작 등의 비상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와 의기투합해 '그린 호넷'이란 이름으로 도시의 갱 단원들을 무찌르는 일을 해보겠다 결심한다. 하지만 너무 착하기만 한 수퍼히어로에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신문사를 이용 '그린 호넷'이란 존재를 문제적 범죄자로 포장하고 이를 통해 더 짜릿한 쾌감을 느껴보겠다는 무리수를 둔다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수퍼히어로가 되기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인물들이다. 덕분에 모든 게 허술하고 빈틈도 수두룩하다. 브릿은 생각과 태도 싸우는 방식이 딱 유치원 아동 수준이다. 케이토는 기술에 있어서는 천재지만 걸핏하면 브릿한테 휘둘리고 당하는 허당일 뿐이다. 이런 두 사람이 뭉쳤으니 장비와 무기는 더할나위없이 훌륭하다 해도 움직이는 족족 수습못할 사고가 터질 수 밖에. '그린 호넷'의 우스꽝스러움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여기에 밑천 생각 안 하고 시원하게 쏟아 부은 액션신의 물량공세가 더해졌다. 걸핏하면 차는 폭발하고 온갖 집기는 박살이 난다. 모든 사람의 손에 들린 총에서 끝도 없이 총알이 발사된다. 현실감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아 볼 수 없지만 눈과 귀는 어쩐지 짜릿하고 후련해진다. 관객들은 어느 순간부터 뇌의 사고활동을 잠시 멈추고 그저 말초적 수준에서 영화에 자신을 내맡기고 만다. 이 바보스러운 영화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에 정식으로 데뷔한 주걸륜은 대만출신의 중화권 수퍼스타다. 연기는 물론 영화 제작과 연출 음악에서도 천재적 재능을 발휘해 온 아티스트다. 그가 아시아권에서 보여줬던 활약과 연기의 폭에 비해 다소 경박한 역할로 미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또 한 명의 아시안 스타가 할리우드 영화 시장에 연착륙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이자 뿌듯함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1-13

[Movie Review - 딜레마 (The Dilemma)] '갈팡질팡' 두 친구 심리, 유쾌하고 진지한 코미디로

론 하워드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가 얼마나 스케일 크고 사뭇 진지한 영화들을 즐겨 연출해왔는지 알 수 있다. '분노의 역류' '아폴로 13' '뷰티풀 마인드' '신데렐라맨' '다빈치 코드' 등 그의 영화에는 한 개인이 감당해 내기 힘든 무자비한 상황과 환경을 헤쳐나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녹아 있었다. 감독: 론 하워드 출연: 빈스 본 케빈 제임스 위노나 라이더 장르: 코미디 등급: PG-13 그렇다면 론 하워드가 연출한 코미디 영화는 어떨까?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맞서 싸우는 한 인간의 투쟁이 그려져 있을까? 그렇다면 그 영화가 정말 제대로 웃긴 코미디 영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는 있는 것일까? 정답은 '예스'다. 그의 신작 '딜레마'(The Dilemma)를 보노라면 론 하워드식 코미디가 얼마나 유쾌하고도 한편 진지하게 사람을 웃길 수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로니(빈스 본)와 닉(케빈 제임스)은 절친한 친구사이이자 자동차 엔진 기술을 연구하는 사업 파트너이기도 하다. 대기업과의 일생일대 중요한 계약을 앞 둔 어느 시점에서 로니는 닉의 부인 제네바(위노나 라이더)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친구를 아끼는 마음과 계약을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 어떻게든 무난히 이 난국을 해결하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로니는 백방으로 상황타파에 나서지만 갈수록 일은 꼬이기만 한다. '딜레마'의 재미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조차 주인공과 함께 '과연 무엇이 옳은 일일까' 갈팡질팡하게 되는 데서 온다. 생사가 달린 극단적 처지까지는 아니지만 로니가 처한 딜레마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모두가 쉽게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을만한 상황이라 훨씬 쉽게 공감을 산다.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대사가 쫄깃하기 그지없다. 영화 속에는 두 인물이 마주 서서 치고 받는 대화 장면이 유독 많다. 게다가 이 장면들이 모두 꽤나 길다. 상황을 설명하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데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심리적 상태와 나름의 입장을 집요하게 드러내주는 장치들이다. 대화가 빠르게 이어지고 그 내용 속에서 드러나는 각자의 고민들이 명확하고 디테일해질수록 웃음은 커지고 인물들에 대한 이해의 폭은 넓어진다. 깔끔하고 수준있게 웃기는 영화다. 특히 욕설이나 폭력 장면 하나 없는데도 남성 관객들이 썩 좋아할만하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1-13

[Movie Review - 쩨쩨한 로맨스] 성인만화가·섹스칼럼니스트의 '티격태격' 사랑 이야기

실력은 뛰어나지만 이야기가 약한 탓에 등단조차 못하고 빌빌대는 성인만화가 정배(이선균)와 제대로 된 연애 경험 한 번 없이 섹스칼럼니스트 일을 하고 있는 다림(최강희)이 만났다. 스토리작가를 고용해 근사한 성인만화 한 편을 완성 공모전에서 대상을 타보겠다는 정배의 야심찬 계획 덕이다. 상금으로 반드시 찾아야 할 소중한 물건이 있는 정배에겐 이번 공모전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티격태격을 계속하지만 어느덧 서로에 대한 정과 사랑이 싹트고 두 사람의 합작인 만화도 점차 그럴듯하게 완성돼 간다. 감독: 김정훈 출연: 이선균 최강희 장르: 로맨틱 코미디 등급: 없음(한국은 청소년 관람불가) '쩨쩨한 로맨스'는 두 상큼한 배우의 매력에 사활을 건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는 다림의 엉뚱함도 정배의 근거없는 자신감도 어떤 맥락에서 형성된 것인지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때문에 눈치도 예의도 능력도 없는 주인공들을 이해하기가 쉽진 않다. 하지만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4차원적 매력을 뿜어내는 최강희와 무심한듯 부드러운 매력을 뽐내는 이선균의 매력 덕에 큰 기대도 실망도 없이 스토리를 따라가게 된다. 대놓고 성인만화라는 소재를 선택했지만 두 주인공이 사용하는 어휘를 제외하곤 그다지 자극적 장면을 찾아보긴 힘들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만화의 캐릭터들이 애니메이션의 형태로 유혈낭자한 액션신과 하드코어한 애정신을 대신하는 정도다. 이경민 기자

2011-01-13

[New Movie - 시즌 오브 더 워치] 십자군 전쟁 영웅, 억울한 누명 쓰는데…

액션 판타지에선 언제나 그 막강한 흥행 파워를 발휘해 온 니콜라스 케이지가 이번엔 중세의 영웅이 돼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감독은 '스워드 피시' '식스티 세컨즈' 등으로 과감한 액션을 선보였던 도미닉 세나가 맡았다. 스타 프로듀서 찰스 로벤과 유명 촬영감독 아미르 모코리 편집감독 마크 헬프릭 등도 합류했다. 감독: 도미닉 세나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론 펄먼 등 장르: 액션, 판타지 등급: PG-13 14세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두고 펼쳐지는 모험과 대규모 액션신 비밀스러운 캐릭터의 정체까지 합쳐져 만들어진 매력적 이야기 '시즌 오브 더 위치'(Season of the Witch)를 위해서다. 전쟁의 후유증과 흑사병으로 생지옥이 돼 버린 고향에 돌아온 십자군 전쟁의 영웅 베멘(니콜라스 케이지). 하지만 그는 추기경으로부터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행을 선고 받고 만다. 이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흑사병의 원흉인 마녀로 추정되는 소녀를 다른 지역까지 무사히 옮기는 것 뿐. 베멘은 어쩔수 없이 각자의 사연을 지닌 6명의 다른 기사들과 함께 소녀를 후송하는 임무에 뛰어들지만 그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적의 습격을 받는 등 쉴새 없이 위험에 시달리게 된다. 오래전부터 중세를 배경으로 한 액션 작품에 뜻이 있었다는 니콜라스 케이지는 사실감 넘치는 검술신 대규모 군중 속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는 전투 신 등에서 열연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단 평가를 받고 있다. 그를 둘러싼 다른 기사들 역시 나름의 성격이 확실한 캐릭터들로 균형을 이루며 니콜라스 케이지를 떠받치고 있다는 평이다.

2011-01-06

[Movie Review - 썸웨어(Somewhere)] '고독·단절' 관한 아름답고 찡한 관찰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도로. 날씬하게 빠진 검은 페라리가 화면 속으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한참을 뱅뱅 원만 그리던 한 남자가 후즐근한 차림으로 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먼 곳을 바라본다. 목적 없이 공허하게 외롭고 무의미하게. 감독: 소피아 코폴라 출연: 스티븐 도프, 엘르 패닝 장르: 드라마 등급: R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썸웨어'(Somewhere)의 오프닝 장면이다. 지극히 단조롭지만 한편 강렬하다. 그리고 이 간결한 장면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주제를 관통한다. 감독은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던 자신의 작품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에서 세심하게 관찰해 그려냈던 고립과 단절을 '썸웨어'에서 다시 한번 풀어냈다. 꽤나 성공한 할리우드의 배우지만 너무도 무의미한 일상에 지쳐있는 자니 마르코(스티븐 도프)와 예고없이 그를 찾아와 짧은 일상을 함께 하게 된 딸 클로이(엘르 패닝)의 이야기를 그린 '썸웨어'에는 그럴듯한 사건 하나 흥미로운 에피소드 하나도 없다. 대사는 절제돼 있고 영화의 호흡은 늘어진다. 하지만 툭툭 잘라 던져 놓듯 늘어놓은 장면 장면들의 울림은 크고 강하다. 때론 쓰리고 때론 곱게 여울진다. 파티를 하고 스트립 댄서들을 불러 세우고 술과 담배와 갖은 약에 의존해 봐도 채워지지 않는 자니의 공허함은 지겹도록 이어진다. 조용하지만 외면하고 싶을 만큼 아프다. 할리우드 고급 호텔에서 장기투숙하고 있는 자니의 일상에선 그 어떤 것에도 마음 붙이지 못하고 대충 살아가는 한 사람의 고독이 저릿하게 느껴진다. 반면 자니와 그의 딸 클로이가 함께 하는 장면들은 중요한 대화 한 마디 없이도 보는 이에게 큰 위로를 준다. 둘이 함께 한 시간들이 지극히 편안하고 아름답게 그려졌기에 사실 영화 속 인물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정붙이고 살 '사람'이었다는 결론이 자연스레 도출된다. 그리고 그 사람이 떠난 후 심지어 자신이 외로운 줄도 몰랐던 주인공 자니가 비로소 뼈저린 고독을 느끼며 눈물짓는 모습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감독은 주인공의 고독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소리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영화 내내 계속되는 페라리의 신경질적 굉음은 외로움을 감추려는 자니의 자기 포장처럼 들린다. 자막도 없이 이탈리아어가 계속되는 장면은 이해할 수 없는 언어권에 놓여 더욱 고립되어 버린 주인공의 심경을 표현해 내는 동시에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딸과의 교감을 한층 빛낸다. 영화적 여백이 많아 관객이 느끼고 곱씹을 수 있는 여지도 넓다. 조용하지만 남겨지는 감정의 여운은 세차다. 지난 9월 열렸던 제6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12-30

[Movie Review - 김종욱 찾기] 대히트 쳤던 뮤지컬 원작…'달콤한 이야기' 전개 빛나

동명의 순수 창작 뮤지컬로 먼저 만들어져 대히트를 친 '김종욱 찾기'의 영화 버전. 실제 원작 뮤지컬의 극본과 가사 연출을 맡았던 장유정 감독이 영화도 직접 연출했다. 감독: 장유정 출연: 임수정, 공유 장르: 로맨틱 코미디 등급: 없음(한국은 12세 이상 관람가) 고지식한 성격 탓에 회사에서 잘린 기준(공유)이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창업하고 그 첫 고객으로 10여년전 인도에서 만났던 첫사랑 김종욱을 잊지 못해 여지껏 솔로인 털털한 여자 지우(임수정)가 찾아 오며 생기는 우여곡절 에피소드와 사랑을 그리고 있다. 뮤지컬 무대에서 빛나던 아름다운 멜로디의 음악과 맛깔나는 가사를 들을 수 없지만 그런만큼 영화는 원작 '김종욱 찾기'의 가장 큰 자랑인 달콤한 이야기 전개에 보다 많은 공을 들여 작품의 매력을 살렸다. 무대의 한계를 넘어 인도 블루시티 도심 한복판과 우거진 산 속 기차 안과 술집 내부 등 공간적 배경을 자유로이 넘나드는데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에 고르고 적절하게 시간이 분배돼 있어 뮤지컬에서보다 오히려 두 주인공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더 재미나게 관찰할 수 있다. 곳곳에 의외의 상쾌한 웃음을 주는 장치들도 배치돼 쉴새 없이 튀어나온다. 한국 로맨틱 코미디물만이 줄 수 있는 '깨알같은 재미'의 향연이라 할 만 하다. 모든 캐릭터가 연극적으로 개성있게 잘 구축돼 있는 데다가 임수정 공유 외에도 뮤지컬 배우 전수경 천호진 류승수 등 쟁쟁한 조연진들이 여럿 포진해 극에 잔재미를 한껏 더했다. 오만석 엄기준 김동욱 등 뮤지컬과 인연이 깊은 배우들이 카메오 출연하는 것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12-30

[Movie Review -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 "코믹 연기 진수' 잭 블랙이 떴다"

조나단 스위프트 원작의 '걸리버 여행기'. 원래는 신랄한 사회 비판이 가득한 풍자소설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우리들에겐 귀엽고 경쾌한 명작 동화로 더 친숙하다. 감독: 롭 레터맨 출연: 잭 블랙, 아만다 피트 장르: 코미디 등급: PG 잭 블랙이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들고 나온 영화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도 마찬가지다. 원작이 갖고 있는 진지하고 심각한 내용들은 모두 걷어 버린 채 그냥 별 생각 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어드벤처 코미디를 선보이는 것. 영화 역시 소인국으로 떨어진 주인공 걸리버의 모험기라는 원작 그대로의 설정은 유지하면서도 코믹한 여러 상황까지 곁들여 온 세대가 함께 볼만한 연말용 가족영화로 근사하게 포장됐다. 뉴욕의 신문사에서 10년째 우편 배달만 하는 걸리버(잭 블랙)는 소심한 성격상 좋아하는 직장 동료 달시(아만다 피트)를 곁에서 지켜볼 뿐 고백조차 하지 못하고 주위만 맴돈다. 어느날 걸리버는 그녀에게서 버뮤다 삼각지대를 취재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여행길에 나섰다가 난데없는 급류로 표류돼 소인국으로 떨어지고 만다. 평소 허풍 하나는 어디서도 빠지지 않았던 걸리버는 이곳에서 맘껏 너스레를 떨며 영웅으로 등극하게 된다는 스토리. 할리우드에서 찌질한 '루저'연기로는 당할 자가 없는 절대 지존 잭 블랙은 이번 영화에서도 제대로 원맨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뉴욕의 보잘 것 없는 노총각에서 졸지에 소인국의 스타가 돼 버린 걸리버가 자신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며 비틀즈의 노래도 모두 자신이 부른 것이라고 허풍을 떨어 대는 모습이 보는 이의 배꼽을 잡게 한다는 평가다. 영화 말미에 가서는 '허풍과 거짓보다는 진실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는 교훈적 메시지까지 설파해 종합선물세트 스타일의 영화로서 모든 요소를 살뜰히 챙겨냈다. '걸리버 여행기'는 3D로도 개봉돼 보는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12-23

[Movie Review - 리틀 파커스 (Little Fockers)] "신선함 아쉽지만 노장 배우 코믹연기 볼 만"

'리틀 파커스'(Little Fockers)는 '밋 더 페어런츠'와 '밋 더 파커스' 시리즈의 3편으로 전편의 캐스팅에 제시카 알바까지 더한 초호화 출연진이 다시 한번 뭉친 할러데이 가족용 코미디다. 감독: 폴 웨이츠 출연: 로버트 드니로, 벤 스틸러, 제시카 알바 등 장르: 코미디 등급: PG-13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의례히 TV 브라운관을 장식하는 '나 홀로 집에'시리즈처럼 어느새부턴가 파커스 가족의 한심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소동은 이 무렵 우리가 자연스레 기다리게 되는 이벤트처럼 돼 버렸다. 하지만 영화는 작품수를 더해갈수록 어쩔 수 없이 안일해지고 평범해져간다. 맨 처음 주인공 그렉(벤 스틸러)과 장인 잭(로버트 트니로)이 만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 '밋 더 페어런츠'와 엉뚱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양가 부모의 상견례 상황을 다룬 '밋 더 파커스'까지는 그래도 매 상황이 신선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기발하고도 완전히 새로운 설정을 내기란 어려운 상황. 때문에 두 아이의 부모가 된 파커스 부부와 가문의 후계자를 찾는 장인 잭의 이야기를 그린 '리틀 파커스'에서는 아무리 숨겨도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우려먹기'의 느낌이 강하게 배어 나온다. 히든 카드로 제시카 알바를 내세워 새로운 캐릭터를 더해 봤지만 갈등의 구도는 여전히 그렉과 잭의 오해에 머물러 있어 큰 신선함을 느끼기 힘들다. 워낙 사소한 에피소드들로만 채워져 있어서인지 영화보다는 TV 시트콤의 30분짜리 에피소드를 보는 느낌이다. 이번 편은 영화 '아메리칸 파이'로 10대들의 섹스코미디를 유쾌하게 다뤘던 폴 웨이츠가 메가폰을 잡아서인지 전작들보다는 성적인 유머 코드가 많이 들어간 편이다. 그래도 로버트 드니로 더스틴 호프만 바바라 스트라이젠드 등 노장 배우들의 코믹 연기를 보는 것은 여전히 흥미롭다. 뭘 해도 과장돼 보이거나 어색해보이지 않는 힘이야말로 이 명배우들의 관록이다. 이경민 기자

2010-12-23

[Movie Review - 트루 그릿 (True Grit)] "범인 쫒는 세 주인공 끈끈한 관계 가슴에 남아"

'바톤 핑크'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으로 평단과 팬들의 찬사를 동시에 거머쥐어 온 코엔 형제의 신작으로 1969년 발표된 존 웨인의 동명 대표작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제프 브리지스, 헤일리 스타인필드, 맷 데이먼 장르: 서부 액션 등급: PG-13 악명높은 범죄자 채니에게 아버지를 잃은 당차고 똘똘한 14살 소녀 매티 로스(헤일리 스타인필드)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돈을 마련 도망간 범인을 잡아 줄 보안관을 고용한다. 술주정뱅이에 난폭한 보안관이지만 집요하게 범인 잡는 솜씨만은 일품인 코그번(제프 브리지스)은 매티의 집념과 확고함에 넘어가 그녀와 함께 범인을 잡기 위한 길을 떠나고 여기에 텍사스에서부터 같은 범인을 쫓아 먼 길을 달려 온 레인저 라뷔프(맷 데이먼)가 합류하면서 셋의 여정은 더욱 다이내믹해진다. 어두우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초현실적이지만 한편으론 리얼리티가 넘쳤던 코엔형제만의 영화세계가 워낙에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는 덕에 그들이 만들 서부극 그것도 리메이크작인 2010년판 '트루 그릿'(True Grit)이 어떻게 만들어질지에 대해 영화계의 관심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대했다. 그리고 22일 드디어 개봉된 '트루 그릿'은 코엔형제의 전작들에 비해 상당히 쉽고 단순하단 느낌이 들게 한다. 자잘한 사고나 덫을 배치하는 곁가지들은 배제한 채 범인을 잡겠다는 한가지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는 세 사람과 그들 사이의 미묘한 화학작용들이 명쾌하고도 흥미롭게 그려진다. 특히 전작과 달리 14살 소녀 매티에게 초점을 맞춘 전개는 두 남자 주인공들의 캐릭터에 묘한 유머를 부여한다. 매티의 당돌한 캐릭터에 힘이 실리면서 진정한 용기 배짱을 뜻하는 제목 역시 세 주인공 모두에게 통하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한다. 주인공 세 명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확실한 에피소드도 없고 가슴 찡한 의리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없다. 하지만 무뚝뚝한 신경전 사이에서 싹트는 미운 정과 일종의 연민이 서로를 의지하고 떠받치게 하는 설득력있는 힘이 돼 셋의 관계를 탄탄히 떠받친다. 특히 영화 후반 매티를 안고 뛰는 코그번의 모습 말 없는 뒷모습으로 총총히 걸어가는 매티의 모습 등은 별 꾸밈 없이도 이들의 관계를 너무도 잘 설명해주는 울림있는 장면들로 가슴에 남는다. 작년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제프 브리지스의 명연도 찬란히 빛나지만 이번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아역 헤일리 스타인필드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맷 데이먼이 작게 보일 정도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12-23

[Movie Review - 트론: 새로운 시작(Tron:Legacy)] '트론' 후 28년을 기다려왔다

오랜 기다림이었다. 1982년도에 개봉 돼 이후 수많은 SF 영화들의 영감이 되었던 전편 '트론'(Tron)이후 28년의 시간이 흘렀다.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제프 브리지스, 개럿 헤들런드 등 장르: SF, 액션 등급: PG 이미 수년전부터 2010년 최고의 화제작이 되리라는 확신에 찬 소문들이 영화계를 흥분시켰다. 그리고 그 길었던 기대와 공백을 깨고 '트론: 새로운 시작'(Tron:Legacy)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컴퓨터 공학의 천재이자 전편의 주인공이었던 케빈 플린(제프 브리지스)이 어느날 어린 아들만 남겨 둔 채 실종된다. 아버지의 천재적 두뇌를 물려받았지만 그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상실감에 괴로워하며 자란 아들 샘(개럿 헤들런드)은 어느덧 성인이 되고 우연한 기회에 아버지의 행방을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게 된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이어주는 게임기를 통해 사이버 공간으로 들어가게 된 샘은 아버지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만든 가상세계에 갇혀 버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케빈 플린은 세상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가상 현실을 창조하지만 그 창조물들이 반란을 일으켜 사이버 세계의 지배권을 잡으려 하는 것. 모든 일을 알게 된 샘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직접 가상의 신천지로 뛰어 들어 감히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대결에 몸을 던지게 된다. '트론:새로운 시작'은 개봉 전부터 전작이 창조했던 세계관에 최첨단의 영상기술을 접목시킨 위대한 작품이 되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1세기형 SF의 원형을 만들어줄 혁명적 시각 효과가 가득한 작품이란 기대감도 높다. 감독인 조셉 코신스키는 광고연출을 통해 쌓아 온 실력을 맘껏 발휘해 건축 의상 교통 수단 등 가상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에서 빼어난 디자인 감각을 선보였다. 원작의 감독이었던 스티븐 리스버거는 이번 '트론:새로운 시작'에서는 제작과 각본을 맡아 두 작품이 28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했다. 전편의 주인공이었던 제프 브리지스도 마찬가지. 노년의 케빈 플린 역할 뿐 아니라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을 따 만든 가상 현실 프로그램 '클루'로 1인 2역을 소화하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경력에 걸맞는 연기를 선보인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12-16

[Movie Review - 두 여자] 남편 불륜녀에게 느끼는 연민 등 섬세한 심리 묘사 돋보여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자부하던 산부인과 의사 소영(신은경)은 건축가이자 교수인 남편 지석(정준호)이 제자 수지(심이영)와 불륜관계란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수지에게 접근한 소영은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남편의 불륜녀에게 연민과 친근함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감독: 정윤수 출연: 신은경, 정준호, 심이영 장르: 멜로 등급: 없음(한국은 청소년 관람불가) '두 여자'는 '아내가 결혼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등 연애와 결혼에 대한 독특한 시각의 영화들을 주로 만들어 온 정윤수 감독의 최신작이다. 이번 작품에서 역시 감독은 사랑의 본질과 일처일부제란 전통적 부부관계에 대해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낯설고 불편하지만 관객들은 어느덧 두 여자 모두를 사랑하는 지석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소영과 수지에게 묘한 공감을 하게 된다. 여러차례 이어지는 배우들의 파격적 베드신으로 먼저 화제가 됐지만 '야한 영화'로만 치부되기엔 섬세한 심리묘사 돋보이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에 가서 길을 잃는다. 갑자기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로 변질돼 버리는 엉뚱한 스토리 전개에 중반까지 캐릭터에 잘 몰입했던 관객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 이경민 기자

2010-12-16

[Movie Review - 요기 베어 (Yogi Bear)] '자연보호'메시지 아동용 영화…3D 효과는 볼 만

초록색 모자에 짤막한 넥타이. 사고뭉치이지만 귀여운 악동곰 요기와 부부의 모험이 스크린으로 옮겨 왔다. 감독: 에릭 브레빅 목소리출연: 댄 에이크로이드, 저스틴 팀버레이크 장르: 코미디 등급: PG 2D 애니메이션으로만 익숙했던 캐릭터와 이야기가 3D 애니메이션에 실사가 결합된 영화 '요기 베어'(Yogi Bear)로 탄생한 것. 말하는 곰 요기와 부부의 삶은 여전하다. 피크닉 온 사람들의 먹거리를 훔치거나 공원 레인저들과 투탁거리는 것이 일상이다. 그런데 도시의 예산 삭감을 이유로 시장이 이들의 보금자리 젤리스톤 국립공원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며 요기와 부부의 평화로운 삶에도 위기가 닥친다. 국립공원의 폐쇄를 막으려는 사람들의 노력도 요기와 부부의 섣부른 끼어들기로 엉망이 되어버리자 둘은 크게 상심하지만 다시 한번 힘을 합쳐 젤리스톤의 평화와 보존을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다는 내용이다. 실제 배우들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결합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함께 살아 움직이는 '요기 베어'는 딱 할러데이 시즌을 겨냥한 아동용 영화다. 스토리와 그래픽 양면에서 날로 수준이 높아져 성인 관객층까지 사로잡고 있는 3D 애니메이션들과 달리 '요기 베어'는 모든 면에서 미취학아동 수준의 영화로 만족했다. 권선징악과 자연보호라는 확실한 메시지에 쉴새 없이 넘어지고 구르고 날고 달리는 곰들의 재롱이 까르르하는 아이들의 웃음을 자아내지만 우스꽝스럽고 단선적이기만 조연 캐릭터들과 만화적이고 과장된 연기들은 토요일 아침 서너살 아이들이 모여 앉아 보는 TV 프로그램에서 익숙히 만나왔던 장면들이다. 어린 아들딸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면 성인 관객에게는 어필할 수 있는 점을 찾기 힘든 영화다. 할리우드에서도 손꼽히는 특수효과 권위자인 에릭 브레빅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3D효과만은 그래도 볼 만 하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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