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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할머니의 마을 잔치

아직도 기억한다. 할머니가 복날 집에서 기르던 개를 잡아서 마을 할머니들을 모아 개고기 파티를 열던 모습을 말이다. 할머니들은 함지박 둘레에 앉아서 개고기를 소금에 찍어서 먹기 시작했다. 막걸리를 주고받으면서. 금세 개 한 마리를 다 먹어 치웠다. 얼굴이 불그스레 달아오른 할머니들은 “아이고 잘 먹었다, 소질 껐네”라고 말했다. 소질이란 황해도 사투리로 ‘무엇을 먹고 싶은 욕망’을 뜻한다. 당시 열다섯 살이던 나는 의아했다. 아니 엊그제까지도 예쁘다고 쓰다듬어 주던 개를 어떻게 잡아먹을까. 억센 할머니는 집에서 왕이었다. 할아버지는 물론 누구도 그의 주장을 거역할 수 없었다.     한국 국회에서 개 식용 금지를 왜 입법하지 못하는가 답답하다. 국민 대다수가 입법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개고기 식용은 개인의 자유라고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우리 할머니처럼 소, 돼지, 닭을 먹는데 개고기 먹은 것을 가지고 호들갑 떨지 말라고 반문하는 쪽도 있다고 한다. 국민의 의견 수렴이 되지 않으니 국회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한국 정부는 개 식용 금지법을 원치 않는 소수의 국민에 얽매이지 말고 하루속히 법을 만들기를 바란다.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은 이제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여전히 개고기를 먹는 국민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개는 소, 돼지, 닭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는 사람과 같이 살아온 반려동물이다.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개를 기르지 않는다. 개를 기르면 가족 한 명이 늘어나는 것처럼 손이 많이 가고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꺼리고 있다.   대신 우리 집에는 장난감 개가 있다. 손녀가 선물로 준 푸들이다. 말썽부리지 않고 항상 얌전하게 앉아있다. 장난감 제조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인지 진짜 개와 비슷하다. 눈망울도 똘똘하다. 귀가 볼그스레한 것이 손녀가 키우는 강아지 코코와 비슷하고 귀엽다.   이 장난감이 살아있는 개라면 먹이를 주어야 하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운동도 시켜줘야 하고, 또 배변도 치워야 한다. 온 방을 모두 헤매고 다니며 개털을 날리고, 예뻐해 달라고 달려 붙을 것이다. 여간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로봇 강아지는 입양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 지면에서 ‘한국의 개 식용 종식 1인치 남았다’는 시리즈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앞으로 한국도 몇 년 더 있으면 개고기를 먹는 인구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개고기를 먹지 않는 나라가 될 것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 광장 할머니 마을 마을 할머니들 사람우리 할머니 식용 금지법

2022-08-04

[수필] 49일간의 동거

“딸한테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치밀었지만   참는 게 후회 할 일이   안 생기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편해졌다.”     조용하던 집이 꽉 찼다. 결혼한 딸이 20년 만에 가족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서 한 달을 머물 예정으로 이사를 왔다. 집이 여기저기 물이 새고 부서져 수리를 한단다. 코로나로 집 고치는 사람이 부족한 이때 한 달 만에 고칠 수 있다는 말에 믿음이 안 갔다. 모처럼의 딸 식구랑 살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하고 한편 불안하기도 했다.     둘만 살다가 여섯 명이 되니 부엌에 수저통부터 바뀌었다. 열다섯과 열두 살의 손녀들은 젓가락보다는 포크가 편했다. 음식도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 오렌지주스나 향기 좋은 커피가 그들의 조식이었다. 식빵을 아침마다 여덟 쪽을 먹으니 식빵 한 봉지가 이틀이면 없어졌다. 식빵 값이 이렇게 비싼지 처음 알았다.       원래는 딸 식구가 다섯 명인데 큰 손자가 대학 기숙사에 있어서 그나마 네 명으로 줄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도 봄 방학이 되어서 늦게 합류하니 일곱 명의 식구가 한 집에서 1주일 복작대면서 살았다. 손자는 침대가 없어 소파에서 자야 했다. 1주일만 지내다 가서 “휴” 하고 한 숨 돌렸다. 화장실 청소는 하루에 한 번씩 꿇어 앉아서 손녀딸들의 머리카락을 줍는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윤기 나는 긴 머리카락은 주어도 주어도 끝나질 않는다. 예쁘고 반짝거리는 머리를 유지하려면 매일 샴푸하고 잘 빗어 내리고 이것저것 영양제를 뿌리고 해야 한다. 그들이 쓰는 화장실은 어느새 젊은이들의 소유물 장소로 바뀌었다. 샴푸와 린스만 있던 옛날의 내 화장실이 더 이상 아니었다.     빨래는 하루에 한 번씩 세탁기를 돌렸다. 커다란 목욕타월은 한 번 쓰고 나면 빨래 통으로 들어갔다. 마치 호텔에 와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요즘은 호텔도 코로나로 일주일 내내 타월을 바꾸어 주지 않던데. 지난번 호텔에 갔을 때 룸서비스가 없다고 프런트 데스크에 쓰여 있었다.     손녀들은 전기 불을 켜 놓고 이방 저방 다닌다. 일일이 지적도 못 하겠고 따라다니며 불 끄는 일도 지쳐서 포기했다. 어느 날은 새벽 한 시에 일어나보니 아이들 방과 복도가 대낮처럼 밝다. 딸한테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치밀었지만 참는 게 후회 할 일이 안 생길 거라 마음먹으니 편해졌다.     나도 어릴 적 엄마가 전기 불 끄라고 소리 지르던 생각이 나서 미소가 절로 나온다.  전기 사정이 나빴던 한국 60년대 나는 밤에 라디오를 틀어 놓고 자기 일쑤였다. 지금은 반세기가 지났고 여긴 미국 아닌가. 어릴 적 습관은 여든 살 간다던 말이 현실로 나타났다. 내일 모레면 여든이 가까운데 아직도 어제 일 같이 생생하게 불 아끼고 물 아끼던 추억이 떠오른다.     친구 모임에서 딸과 살면서 느낀 얘기를 하니 모두 이구동성이다. 딸과 세대차이도 많은데 손녀들까지 합치면 입 다물고 참는 게 제일 약이라고 한다. 같이 살기로 한 마당에 뒷소리하면 힘들게 참아온 보람이 다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어느 수필집에서 읽었던 말대로 가까이 살면서 상처의 골이 깊어 질까봐 제일 두려웠다.     그러다 사건이 터졌다. 모처럼 방학을 맞아 찾아온 손자가 아침 10시쯤 일어나서 식사를 챙겨주니 맛있게 먹고 앉아서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때는 지금이다 싶어 차고 문이 오래되어 삐거덕 하는 소리를 내니 차고문과 연결된 기계에 기름을 발라줄 수 있냐고 물었다. 손자는 고개만 끄덕거린다. 눈을 안 맞추고 대답하는 게 요즘 아이들의 특징이다. 1년 동안 남편한테 졸랐으나 기름만 사다 놓고 뿌릴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몇 분 후 아래층으로 내려와 보니 자리에 있어야 할 손자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불러도 대답이 없더니 아래층 화장실에서 나온다. “할머니 화장실 물 내리는 도구가 어디 있어요?” 한다. “그건 왜?” 물으니 자기가 변을 봤는데 변기가 넘쳐흘렀다고 했다. 지금 화장실 바닥이 물바다가 되었으니 오히려 자기를 도와 달라고 한다. 큰 타월로 바닥을 닦고 법석을 떠는 동안 할아버지는 사닥다리를 놓고 차고 문에 기름을 다 칠했다. 그날 있었던 사건을 딸한테 얘기했다. 딸은 화장실 가는 걸 어떻게 늦출 수 있었겠느냐 하며 싫은 소리를 한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일하는 나의 꿈은 예상치 못한 화장실 사건으로 허망하게 끝났다.     그때부터 딸과 나는 불협화음의 연속이었다. 법정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딸과 사위는 저녁밥을 해 놓으면 늦게 올 때가 많아 그 식은 밥은 다음날 남편과 내 차지였다. 몇 주 지나고 나서 애들과 먹는 저녁은 아예 포기했다. 여고생과 여중생인 두 손녀는 농구 선수로 주중이나 주말에 저녁 9시가 되어서 집에 들어오기 다반사였다.     손녀들이 오면 주말에 같이 아침 먹고 쇼핑하려고 했던 내 계획은 산산이 부서졌다. 저녁에 바다 걷고 옛날 얘기도 들려주고 사진 찍고 하려고 했던 일도 한낮 물거품이었다. 어찌나 바쁜지 그들한테 할머니를 위한 시간은 없었다. 저렇게 사는 게 그들의 살아가는 과정인 걸 어쩌겠나. 더 나은 내일과 밝은 세상을 만들려고 열심히 뛰는데 내가 할 일은 응원하는 것 뿐이지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딸은 그동안 한 죄수의 무죄를 증명하느냐고 바쁘게 지낸 것을 나중에 알았다. 21살에 살인자로 10년을 감옥에서 살다가 청년 어머니의 간곡한 요청으로 재심을 허락 받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느냐고 정신없이 바빴단다. 열심히 증명한 결과 살인자 누명을 썼던 죄수는 무죄로 풀려나서 모두가 행복한 재판으로 끝이 났다. 그까짓 머리카락 줍고 식빵 사는 일이 무슨 큰일이라고 난 불평을 했을까 갑자기 숙연해진다.   동거 49일 만에 네명의 딸 가족이 떠난 자리엔 주어 담을 윤기 나는 머리카락도, 쫓아 다니며 끌 불도 없는 방이 캄캄하다. 수북이 담은 토스트도 없다. 향기 좋은 이탈리아제 커피향이 새삼 그립다.     김규련 / 수필가수필 동거 할머니 화장실 아래층 화장실 화장실 바닥

2022-06-23

[삶의 뜨락에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1925~1979)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었다. 소설의 원제목은‘Education of Little Tree’이고 저자 포리스트 카터의 자전적 소설이다. 배경은 1930년대 대공황 무렵. 주인공 ‘작은 나무’는 다섯살 때 부모를 잃고 체로키족 혈통을 이어받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산속에서 살게 된다. ‘작은 나무’는 사냥과 농사일, 위스키 제조 등 할아버지의 일을 도우면서 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을 자연에서 얻는 인디언식 생활방식을 점차 터득해 나간다.   주인공인 저자, 그의 인디언 이름은 ‘작은 나무’다. 그는 이른 새벽 할아버지와 함께 산꼭대기를 오른다. …산꼭대기에는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반짝이는 빛들이 하늘 위로 솟구쳤고, 얼음에 덮인 나뭇가지들은 물결처럼 내려가면서 밤의 그림자들을 천천히 벗겨가고 있었다…. “산이 깨어나고 있어.” 할아버지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이렇게 시작하는 소설은 읽는 내내 울창한 숲과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산 한가운데 서 있는 착각이 들게 했다.   할아버지는 산에 가서 매가 메추라기를 사냥하는 것을 보고 자연의 이치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똑같아.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 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자연의 이치란 누구나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이 봄을 낳을 때는 마치 산모가 이불을 쥐어뜯듯 온 산을 발기발기 찢어놓곤 한다. 어린이답지 않게 당차고 성숙한 모습에 웃음이 나면서도 무한한 감동을 안겨준다. ‘작은 나무’는 개울가에 앉아서 거미가 거미줄을 한 가닥씩 쳐 나가는 광경을 관찰하기도 하고 봄철이 되면 민들레꽃들을 따서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대 자연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작은 나무’ 의 모습은  라디오와 텔레비전 없이 자랐던 나의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결과적으로 밖에서 자랐다. 사계절 내내 집 주변 마당과 들판에서 시간을 보냈었고 친구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새빨갛게 매달린 옆집 석류나무에서 몰래 석류를 훔치기도 하고, 한여름 포도나무에 기어올라 입술이 시퍼렇도록 포도를 따 먹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야생나무처럼 들판을 뛰어다니던 나의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영혼이 가장 따뜻했던 날들이었다. 유년기, 그것은 누구에게나 낙원이다. “더는 어린이가 아니라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다”라고 한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할아버지는 과거를 모르면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며 체로키족의 지난 일들을 알려준다.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고, 육신보다는 영혼의 마음을 키워야 하며 서로의 영혼을 이해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가르치는 인디언의 삶을 통해 환경, 인종, 교육문제 등을 생각해본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작은 나무’의 순수한 모습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행간 들어 있는 인디언의 시각에서 바라본 문명인에 대한 해학, 할아버지와 작은 나무의 만담 그리고 만남과 이별이 들어있는 이책은 풍부한 감성으로 우리의 메마른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자연을 거스르며 자연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떠한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자라나는 손자 손녀들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이춘희 / 시인삶의 뜨락에서 영혼 한여름 포도나무 옆집 석류나무 할아버지 할머니

2022-06-15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랑은 늙지도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 맛난 김치 담가주시던 할머니가 잔디밭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남편은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노인 거주 마을에 혼자 산다. 피붙이가 없어 강아지가 자식이다. 이래저래 연락 받고 수술환자 대기실에 모인 사람들은 쓰러진 할머니를 발견한 옆집 할아버지와 할머니 친구, 모두 한국사람들이다.   수술은 두 시간쯤 걸린다고 했는데 감감 무소식이라고 난리들이다. 영어를 못 알아들어 갈팡질팡, 일단 정학한 정보로 환자를 찿는 게 급선무다.     할머니는 도망 잘 가는 강아지 잡으러 나갔다가 강아지 줄에 감겨 옆으로 엎어졌다. 꼼짝도 못했는데 다행히 핸드폰이 있어 뒷집에 사는 할아버지께 도움을 청했다. 할아버지 증언에 의하면 온몸이 마비상태였고 부축도 불가능해 들것에 실어 할머니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12시간이 지난 후에 앰블런스를 불러 급히 수술을 하기에 이르렀다.   엎어지거나 낙상을 당하면 환자에게 절대로 손대지 않고 응급차를 불러야 한다. 낙상은 넘어져서 몸을 다치는 것을 말한다. 노인에서 주로 일어나지만 모든 나이에서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서 다리 근육이 약해지고 균형감각이 저하되면서 낙상의 위험이 증가된다. 특히 노인 낙상의 발생은 크게 늘어나 뼈를 다치거나 골절을 당해 심각한 손상을 당하거나 합병증으로 사망에까지 이른다.   미국의 65세 이상 노인 중 3분의 1 이상에서 연간 한 번 이상 낙상을 경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의 신체 손상 중 반 이상의 원인이 낙상이다.   노인 낙상은 사망뿐만 아니라 중증의 손상으로 삶의 질이 현저하게 감소되는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 지난 20년간 엉덩이 골절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데 활동수준의 저하에서 비롯된다. 나이가 들면 뼈의 골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추락과 낙상 예방에 큰 효과를 얻는다. 연구에 의하면, 운동수준을 늘림으로써 골반 골절위험이 40~60% 감소한다고 설명한다.   할머니는 엉덩이뼈 골절 봉합수술을 받았다. 수술실에서 금방 나온 얼굴은 석고로 빚은 미이라처럼 백지장보다 더 창백하다. 겨우 얼굴은 알아보고 “혼자 있기 너무 무서워요. 가지 마요.”라며 내 손을 잡는다. 남편도 피붙이도 가족 한 사람도 없이 홀로 수술실에 들어가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다행히 수술 결과는 양호하고 재활 센터에 입원해 몇 주간 전문치료를 받는 걸로 문제는 해결됐다.   할머니는 혼자 살아도 인심이 후하고 음식 솜씨가 좋아 친구가 많다. 여러 사람이 할머니를 방문하고 돕는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강아지도 돌봐주고 집안 챙겨주고 한국말 동무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쓰러진 할머니를 구해준(?) 뒷집 할어버지가 자원봉사자로 발탁됐다. 얼마나 정성스럽게 돌보는지 보기에도 훈훈하다. 친절한 봉사라도 좋고 사랑이면 더욱 좋겠다.   사랑은 늙지 않는다. 깊어질 뿐이다. 불꽃 같이 타오르는 성애(性愛)의 신 큐피드나 에로스의 사랑이 아니라도, 가슴 저민 플라토닉 한 영혼의 결합이 아니라도, 밥 먹고 숭늉 마시듯, 매일 살아남기 위해 담장이 넝쿨처럼 엉켜 사는 그런 사랑이여도 좋겠다. 세월이 가도 봄이 다시 오듯, 살아있는 것들 중에 작은 목숨으로 남아 사랑은 향기로 꽃을 피운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랑 할머니 친구 노인 낙상 남아 사랑

2022-05-17

[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 어머니 날(Mother’s Day)

5월 8일은 어머니 날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어머니 날이 있으며, 미국은 5월 둘째 일요일로 정하였다. 그 유래를 찾아보니 1908년 필라델피아에 사는 어느 효녀가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는 마음으로 감리교회에서 흰 카네이션을 돌리면서 시작 되었는데, 국경일로 정해진 후 너무 상업적으로 번지자 오히려 이 효녀는 어머니 날을 취소하라고 소송을 걸기도 했다. 원래 그녀는 어머니 날을 어머니와 가족 간의 개인적인 축하의 날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꽃집, 카드 가게 등이 이를 가만히 놔둘 리 없고 본질을 흐리게 하자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여간 그것은 백여 년 전 이야기이고 요즘 어머니 날에 아들 딸들이 꽃이나 선물을 안 하였다가는 그 해는 안면후치로 거시기 해질 것이다. 어머니의 은공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는 것 자체가 무식한 후레자식으로 어머니의 힘과 존재는 현대 사회에서 막강하다. 심지어 아버지도 그날은 같이 가세하여 꽃이라도 바쳐야지 구경만 하고 있다가는 무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날은 어머니가 신이다.     그러나 요즘 이상하게 그 문전 성시였던 카드 가게는 줄줄이 문을 닫고 꽃 가게도 그리 신통치가 않다. 효심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극성인데, 인터넷 시대로 선물은 아마존 택배로, 카드는 이메일로 뒤바뀌어 그전에 우편으로라도 손에 카드를 쥐어본 어머니로서는 뭔가 서운하고, 선물은 택배 차가 문 앞에 던지듯 놓고 가 만족도가 많이 떨어졌다. 그리고 멀리서 자식들이 화상 통화랍시고 전화를 걸어오니 점점 뭔가 우주에서 유영을 하는 기분이다.   어머니는 남성 사회에서 그리 오래 대접을 못 받아 왔는데 여성이라기보다 생명을 직접 창조하고 남성으로부터 구박을 받아 가면서도 자식을 어렵게 키워오신 분으로 어머니라는 존재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담겨 있다. 아기들이 태어나서  “엄마” “맘마”로 부르는 이 단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어머니라는 단어다. 어머니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아기가 자기 스스로 만든 첫 언어다.     이 달에 어머니의 생일까지 겹친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주 바쁜 달이다. 게다가 6월 셋째 주 아버지의 날이 또 있어 봄맞이 할 정신은 그리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다. 아버지 날이라고 어머니 날과 똑같이 안 하면 그건 인종 차별을 넘어선 성적 부모 차별이다. 손자가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있는 딸년 집은 친정, 시댁까지 합쳐 그날은 아수라장이다.     그런데 그날 사회에서 부모를 위해 소비된 비용을 보니 어머니 날은 240억 달러, 아버지 날은 170억 달러로 편차가 심하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좀 더 분발하여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금년은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많이 올랐으나 상관없는 일이다. 나도 이날은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나 시를 하나 지어 봤다.     高松里 :     먼 산 하나 / 산 상투리 잡고 / 좌우로 늘어진 능선 마루 / 비단 물결이 아래로 내려 쏟는 / 그 소나무 떼 흐드러진 끝자락 / 하나의 종소리 있어라 / 할아버지 예배당 세우고 / 아버지 매단 종 / 덩그렁 소리 있어라 / 쭉 뻗은 뙤약볕이 / 고요한 벼 벌판을 흔들고 / 사잇길 아래 / 아해들 맑음 소리가 / 논두렁이 흐흐 / 냇버들 하하하 끝이 끝이 없어라 / 아버지 냇물 바위 딛고 / 학교 가고 오고 / 할아버지 그 바위 너설 추스르며 / 아해들 그냥 하하 웃어라 / 아해들 망태 그물 그득그득 하여라 / 할아버지 아버지 허허 탈탈 / 이제는 큰 소나무 속 누워 사시고 / 아랫고술 뾰족 지붕 / 아직도 세월에 / 아직도 햇살에 / 그냥 반짝이기만 하여라 / 그냥 허허 / 눈허리가 저 밀기가 하여라 (hanhongki45@gmail.com)     한홍기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 어머니 mother 요즘 어머니 할아버지 예배당 할머니 할아버지

2022-05-05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김건흡 MDC시니어센터 회원​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아이를 바르게 성장하도록 이끄는 힘은 바로 부모의 말과 행동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괴  행동을  그대로 배운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다.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은 그 제목만으로도 마음에 따뜻함을 느껴 선택했던 책이다. 원제목(The Education of Little Tree)이 말해주듯 주이 책은 주인공 작은나무가 세상을 배워가는 성장소설이다.  자연이 들려주는 영혼의 지혜가 담겨있다. 한 마디 한 마디의 대사가 모두 가르침이 된다.     소설의 배경은 1930년대 대공황 무렵. 인디언 소년 작은나무는 다섯 살 때 부모를 잃고 체로키족 혈통을 이어받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산속에서 살게 된다. 작은나무는 사냥과 농사일, 위스키 제조 등 할아버지의 일을 도우면서 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을 자연에서 얻는 인디언식 생활방식을 터득해 나간다.. 그들은 가장 작고 약한 동물만을 죽인다. 그래야 크고 강한 동물들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꿀벌들은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하기 때문에 곰한테 너구리한테 체로키한테 뺏기는 거라며, 사람들도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고 죽어가는 것이라고 일러준다. 그래서 체로키들은 영혼이 빠져나간 통나무만을 땔감으로 쓰고, 절대 취미 삼아 낚시를 하거나 짐승을 사냥하지 않는다.     작은나무는 할머니한테서 읽기와 쓰기, 산수 등을 배우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셰익스피어나 워싱턴 전기 등의 책을 할머니가 낭독해 주는 것을 들으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운다.. 할머니는 영혼에 관해 들려준다. 사람은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있는데 하나의 마음은 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 다른 하나는 영혼의 마음이다. 만약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을 부리고 남을 해칠 일만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을 이용해 이익 볼 생각만 하고 있으면 영혼의 마음은 점점 졸아들어서 밤톨보다 더 작아지게 된다. 영혼의 마음을 크고 튼튼하게 가꾸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이해는 사랑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사랑하는 체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할머니, 할아버지의 가르침은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심오한 삶의 철학이다. 현대인들이 인디언의 생활방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체로키족의 모습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다. 체로키족은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비해 놓고 조용히 맞이한다. 할아버지의 친구 윌로 존은 살았을 적 소나무가 많은 씨앗을 퍼뜨려 따뜻하게 해주고 감싸주었으니 이젠 소나무 옆에 묻혀 소나무의 거름이 되겠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날마다 산을 오를 때마다 생전 처음으로 그 모습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산이 깨어나고 있어!”라고 말하던 그곳, 자신만의 비밀장소에 묻힌다.   작은나무가 겪은 일 중에 가장 슬픈 일은 억지로 고아원에 보내진 것이다. 작은나무의 조부모가 교육받지 못했고 인디언인데다 외할아버지가 밀주 제조 혐의로 감옥살이를 한 적이 있는 전과자여서 아이를 기를 자격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고아원은 작은나무에게 고통스러운 곳이었다. 부모가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작은 나무’는 고아원을 운영하는 목사한테서 사생아라 불리며 멸시받고 가혹하게 매를 맞는다. 다행히 할아버지 친구인 윌로 존의 도움으로 작은 나무는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평온한 시간도 잠시 윌로 존의 죽음에 이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차례로 세상을 떠나고 작은나무는 홀로 세상에 남겨진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가르침의 핵심은 인간다운 삶의 지속은 자연과의 올바른 관계 속에서 나온다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꾸어야 하며, 그 비결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물질주의의 거대한 급류에 휘말려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런 '설교'는 한 가닥 지푸라기만도 못한 주제일 수 있다. 하찮은 들꽃 하나, 작은 나무 한 그루에 스며들어 있는 '영혼'을 그들은 믿지 않으려고 하니까.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멸망사를 다룬 디 브라운의 〈나를 운디드 니에 묻어 주오〉를 오래 전에 읽은 이라면, 그 후 20세기 초 인디언들이 미국에서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문명의 주변부로 밀려나거나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들이 새와 나무와 풀들과 나누었던 영혼의 대화는 오늘날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현대문명이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을 때 또 다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일한 출구가 될 터이다. 아메리칸 인디언의 문명은 거의 스러졌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지혜는 꺼지지 않는 등불로 남아 빛난다. 그들의 삶의 태도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들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인간이 알아야 할 세상의 근본과 삶의 교훈을 일깨워준다.“당신이 태어났을 때 그대는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그대가 죽을 때는 세상은 울고 그대는 기뻐할 수 있는 삶을 살라.” 체로키족의 잠언이다.     손녀에게도 이 책을 읽히고 싶어졌다.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책을 추천하고 사서 읽혀보라고 일러주었다. 얼마 후  아들 집에 들렀을 때 손녀의 서가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발견했다. 물론 영어로 된 원서였다. 10년 전 우리 부부가 중국애서 돌아왔을 때 그 애는 네 살의 꼬마였다. 엄마 아빠가 모두 일하기 때문에  그 애와 함께 지내는 것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몫이었다. 우리 부부는 손녀와 함께 놀아주면서 할아버지는 한글을 가르치고  할머니는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그 애는 성경의 에스더 이야기를  특히 좋아했다. 그래서였을까. 그 애는 책읽기를 좋아했다.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 손녀가 판타지 소설을  출간했다. 14살 짜리 중학생이 쓴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400쪽이 넘는 꽤 두께가 있는 공상소설이다. 전화를 걸어  격려해주고 언제 이걸 썼느냐고 물었더니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 갇혀 지내는 동안 틈틈이 썼다고 한다. 아이들은 쓰면서 자란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글로 쓰면서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거듭하고 더 나은 무언가를 궁리하면서 자란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글을 써본 사람은 안다. 문장 하나 쓰는 게  얼마나 고독한 작업인가를. 글이 잘 써지지 않거나 미래가 불안할 때마다 헤밍웨이는 옥탑방 창가에 서서 파리의 지붕들을 내려다보며 자신에게 말하곤 했다. "걱정하지 마. 넌 지금까지도 늘 글을 써 왔고 앞으로도 쓸 거야. 네가 할 일은 오직 진실한 한 문장을 딱 한 줄만 쓰는 거야. 네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한 문장을 써 봐.." 바로 내가 손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김지민 기자영혼 할아버지 할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인디언식 생활방식

2022-04-20

[독자 마당] 파피꽃은 다시 피고

 아름다운 계절 4월이 다시 찾아왔다. 5년 전 4월 파피꽃 단지가 장관을 이뤘다는 신문기사에 마침 방학으로 쉬고 있던 3명의 손주를 데리고 구경에 나섰다.     집에 있는 것보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게 하고 싶었고, 어디론가 차를 타고 떠나는 기분도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아침 일찍부터 며느리는 김밥을 싸고 과일과 음료수를 준비해 시끌벅적하게 떠났다. 그날 파피꽃 동산을 뛰어다니는 손주들을 보며 우리의 마음도 덩달아 뛰어다니며 즐거웠다.     그 이듬해에는 노인 친구들 몇이서 떠났다. 멋 부리며 쓰고 간 안경과 모자에 한껏 자세를 취해 찍은 사진을 다시 보니 마스크 쓰지 않은 옛날 모습이 신기해 보이기도 한다.     그 이후 코로나가 우리의 발목을 잡아 놓아 노인들은 마치 금족령이 내려진 것처럼 꼼짝 못하고 있다.     그때 뛰놀던  손주들은 이제 13살, 16살, 18살이 되었고 큰 손녀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자고 해도 따라가기 않을 나이가 된 것 같다.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뛰어 놀던 꼬마들이 이젠 키도 우리를 훌쩍 넘어버린 청소년이 되었다.     씽씽 운전하고 다녀왔던 76세 할아버지가 81세가 됐고 집에 먼지 쓰며 세워뒀던 차는 언제 운전할 지 모른다는 아들 며느리의 말에 두말 없이 처분했다. 필요할 땐 며느리 차를 빌려 병원에 다녀오지만 이젠 장거리 운전은 자녀들이 못하게 막는다.     세월만 흘러간 것이 아니라 정상적이던 모든 생활도 많이 변해 갔다. 그래도 올 봄 다시 아름다운 4월의 경치가 신문에 실리고 TV뉴스에 화려하게 나오면 마스크라도 쓰고 바람이라도 쐬러 가고 싶다. 파피꽃은 올봄에도 활짝 피어 우리를 부르겠지만 5년 전과 같은 기분이 나려나 모르겠다. 예쁜 색 새 모자나 준비해 두어야겠다.  정현숙 / LA독자 마당 할머니 할아버지 아들 며느리 장거리 운전

2022-04-18

할머니의 한국전쟁 기억 음악으로

 실험적 음악으로 유명한 한인 뮤지션 루시 리유(Lucy Liyou.사진)가 한국 전쟁 당시 할머니의 기억을 토대로 앨범을 발매한다.   음악 전문 잡지 페이더(FADER)는 29일 리유가 오는 5월 발매할 앨범에 수록된 ‘Unnie(언니)’라는 곡을 소개했다.   필라델피아 출신의 루시 리유(23)는 특정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내면의 이야기를 독특한 음악으로 표현해 음악계로부터 각광받는 사운드 아티스트다.   특히 이번 앨범은 할머니의 한국전 당시 기억을 음악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음악 ‘언니’의 영상은 흑백 화면을 통해 한국 전쟁 당시의 상황이 피아노 소리와 함께 전해진다. 널브러진 시체, 그 앞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 버려진 소녀 등의 모습이 음악과 함께 화면을 지나간다.   피아노 소리와 함께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언니’라는 나지막한 목소리와 ‘난 널 믿어’라는 자막으로 할머니의 기억을 함축해 표현했다.   루시 리우는 페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현재의 모든 것을 분석하고 이해하며 구체화하기 위한 시도”라며 “내 음악을 듣는 이들은 그들의 삶에서 무엇인가를 필사적으로 찾으려 한다. 내 음악에는 줄거리도 어떤 오페라적 요소도 없다”고 말했다.   루시 리우는 왜 한국전쟁에서의 할머니의 기억을 음악으로 표현했을까.     루시 리우는 “육체적 트라우마는 세대를 거쳐 유전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전 직후 할머니는 영양실조에 시달렸다”며 “이러한 세대간 신체적, 정서적 트라우마에 대한 유전성은 현재 내 몸의 교훈으로 내재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루시 리우는 평소 음악에 한국의 민속 음악, 판소리, 드라마 등을 혼합해 새로운 형태의 사운드를 실험적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다. 장열 기자한국전쟁 할머니 한국전쟁 기억 실험적 음악 음악 전문

2022-03-30

[살며 생각하며] 불멍과 등산화

 늦가을, 산 정상에서 바비큐를 했다. 등산로에서 좀 떨어진 아늑한 넓적바위 위 둥그런 돌 화덕에, 나뭇가지를 주워다 불을 피웠다. 거기다 통 오징어와 직접 기른 더덕을 구워 라면하고 산에서 먹는 맛이란! 마무리로 믹스커피 한 잔에 두 발을 불가에 올려놓고, 세상 우아한 자세로 불멍을 즐기니,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었다. 한참 후 내려오려는데, 앗, 왼쪽 신발이 이상하다. 거죽이 흐물흐물하다. 불멍에 정신이 나가 신발 녹는 줄도 모른 이 미련 곰탱이! 가볍고 편해 큰맘 먹고 장만한 169불짜리 등산화의 슬픈 전설이여!   캠프파이어에서 한 걸음 멀어져라, Step away from your campfire, (그래야 등산화가 타지 않는다!),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Shifting Sands)에 나오는 다섯째 방법이다. 저자 도나휴와 친구 탤리스는 돈을 아끼려 오아시스 밖에서 캠핑한다. 그때, 전에 소금을 달라며 찾아왔던 투아렉 유목민이 다시 나타나 함께 가자고 한다. 불안감이 엄습하지만 할 수 없이 따라간다. 안락한 캠프파이어를 떠나 칠흑 같은 사막을 별빛에 의지해 도착해 보니, 사슴 고기 바비큐가 한창이다. 잔치에 초대받은 것이다. 맛있는 고기에 차까지 마시고, 불어 하는 사람 통역으로 눈물이 나도록 웃고 놀면서, 경계 대상이었던 그들과 가까워지는 새로운 체험을 한다.     불멍이 대세다. 누구도 따뜻한 캠프파이어를 떠나기 싫다. 지금껏 살아오며 통했던 세계관, 가치관과 습관들, 든든한 가족과 친구들, 익숙한 직장과 집, 평온한 일상 등이 떠나기 싫은 우리 캠프파이어들이다. 그 곁에 안주하는 것은 편안하고 친숙하다. 그래서 변화나 위기를 만날 때, 우리는 이 불을 더 크게 만들려고 나뭇가지를 주우러 다닌다고 저자는 말한다. 문제는, 그러다 보면 캠프파이어가 비춰주는 곳이 어두운 밤의 극히 일부분일 뿐임을 잊게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다른 세상도 있다. 한 걸음 멀어져 보면 보인다.     인간의 가장 큰 두려움은 아마 모르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Fear of the Unknown)일 것이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적응 장애(adjustment disorder)는, 그래서 정신 건강에서 가장 흔한 진단명 중 하나다. 그런데 가족을 잃거나 이혼, 실직, 질병, 요즘의 팬데믹 같은 힘든 상황에 적응하는 것뿐 아니라, 결혼, 취업, 임신, 은퇴, 이사 같이 설레는 상황조차도 왠지 우리를 두렵게 한다. 본성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할 새로운 상황은 무엇이든지 두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감하게 캠프파이어를 떠났을 때 만나게 된 사막 유목민들과의 축제는, 저자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밤으로 기억되었다.     넷플릭스의 Midnight Asia 1화에 나오는, 도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수미코이와무로씨, 8년 전부터는 밤에 디제이로도 일한다. 86세 그녀는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고령 프로 클럽 디제이다. 반짝이 재킷과선글라스, 모자를 쓰고 테크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시는 이 할머니, 캠프파이어에서 걸어 나올 수 있으셨던 분!   검은 호랑이해가 밝았다. 올해는 호기 있게, 우리를 안주케 하는 캠프파이어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 새로운 곳, 새로운 인간관계를 경험해 보자. 불 옆에서는 잘 안 보이던 그 찬란한 별빛이, 우리 가슴으로 마구마구  쏟아져 들어오지 누가 알겠는가. 캠프파이어에 오래 붙어있으면 등산화만 태울 뿐이다. 김선주 / NJ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등산화 할머니 캠프파이어 사막 유목민들 세계관 가치관

2022-02-02

[J 네트워크] 국민 할머니 ‘베티 화이트’

“왜들 그렇게 열심히 누군가를 미워하는 거죠? 자기 일에만 신경 써도 모자라는 게 시간 아닌가?” 지난해 마지막 날 급서한 베티 화이트가 미국 잡지 ‘퍼레이드’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100세를 단 18일 남기고 세상을 떠난 화이트는 코미디 전문 배우다. 미국판 ‘국민 할머니’이자 ‘방송계 퍼스트레이디’로 통했다. 별세 소식에 미국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이 “화이트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애도했을 정도다.     그런 그가 진정한 어른으로 통했던 이유는 나이 그 이상이다. 가르치려 하기보다 배우는 자세를 취했고, 여성과 흑인, 성소수자 등 각 시대의 마이너리티를 옹호하는 최전선에 섰기 때문이다. 위의 인터뷰 역시 그런 맥락이었다.   한국은 어떤가. 새해가 됐어도 바뀐 건 달력뿐이다. 춘삼월 대선을 앞두고 해묵은 증오가 더해만 간다. 뉴욕타임스(NYT)의 올해 첫 한국 기사로 안티 페미니즘을 부르짖는 남성의 정치 세력화를 다뤘다. ‘여성의 권리 신장이 더뎠던 이 나라의 젊은 남성들, 페미니스트들이 기회를 박탈한다며 화가 나 있다’는 요지의 부제가 달렸다. 페미니즘과 안티 페미니즘 양측 시각을 균형 있게 다룬 이 기사를 읽었다면 베티 화이트는 깊은 한숨을 쉬지 않았을까.   방탄소년단(BTS)도 추천한 책 중에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가 있다. 저자 레오 버스칼리아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이란 마음속 쓰레기를 끌어안고 놓지 못하는 상태 같다고 표현했다. 갖다 버릴 생각은 안 또는 못하고, 심해지는 악취에 불평만 늘어놓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2022년 벽두에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쓰레기는 어떻게 버려야 할까. 분리수거가 되기는 할까.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데도 인생은 짧다. 누군가는 자기 인생에 다신 안 올 소중한 시간을 들여 “이런 글은 일기장에나 써라”는 악플을 달고, “너 같은 기레기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e메일을 보낼지 모른다. 미움을 미움으로 갚을 시간에 이탈리아어 동사변화를 암기하고, 그랑주떼 발레 점프를 실수투성이라도 계속 뛰며 2022년을 보내고 싶다. 미워하는 일은 쉽지만, 동시에 괴로운 일이라는 걸 깨달을 때도 됐으니.   화이트나 버스칼리아가 멀게 느껴진다면, 서울 목동의 한 병원에서 응급실 청소를 27년 이상 해온 이순덕씨의 말을 음미해보자. “사는 게 너무 고달팠어요. 그래서 더 힘든 사람을 생각했어요.” 이슬아 작가의 신간  ‘새 마음으로’ 인터뷰집에 나오는 글이다. 같은 책에 있는 이영애 수선집 사장님의 말도 울림이 크다. “이제는 아무도 밉지가 않아. (…) 어느새 이해가 돼. 안 미워. (…) 그들도 그렇게 살고 싶었던 게 아닐 거야.” 2022년이 미움 아닌 사랑으로 가득 차기를. 전수진 / 한국 투데이·피플뉴스 팀장할머니 화이트 베티 화이트 국민 할머니 안티 페미니즘

2022-01-16

[이 아침에] 이 시대를 사는 지혜

 2022년 흑 호랑이가 대문을 열고 나왔다.    정초에 먼 곳으로부터 뜻밖의 카드를 받아 너무나 기뻤다. 정성스럽게 쓴 손편지가 꽃송이 한 다발로 다가와 아름다운 선물이 되어 가슴 가득 행복을 주었다.    나도 작년까지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많은 분에게 보냈다. 300명 정도의 주소록을 만들고, 카드와 우표를 샀다. 30년을 변함없이 해온 일이었다. 그동안 카드 한 장, 한 장을 쓰느라 며칠에 걸쳐 편지 쓰고, 우표 붙이고, 주소 붙이고, 봉투 봉하는 일을 해왔다.    근데 2021년 크리스마스부터 나도 변화를 시도했다. 내가 찍은 우리 집 대문 사진에 인사말을 적어 크리스마스 카드를 대신하여 카톡으로 보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은, 딴은 어색한 일이었다.    정보 통신기술을 사용하기로 결심하게 한 동기가 있기는 하다. 작년 1월부터 배송하기 시작한 나의 수필집을, 미처 보내지 못한 지인들에게 보내려고 12월에 우체국에 갔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느라 문밖까지 줄이 긴 데도 모두가 떠나지 않고 순서를 기다렸다.    어디로 누구에게 무엇을 보내는지 알 수 없지만, 사람을 만날 수가 없으니 선물이라도 보내 소식과 사랑을 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느 할머니가 한 손엔 큰 백을 들고 보기에도 무거운 워커를 끌고 힘겹게 들어왔다. 몸이 불편한 손님에게는 순서를 배려하는 줄이 한쪽에 따로 있어 다행이었다. 카운터 앞에서 쇼핑백에 든 소포와 많은 카드를 꺼내 직원 앞에 올려 놓으려는데 할머니는 벌써 힘에 부친 표정이었다. 쩔쩔매는 모습이 미래의 나의 모습으로 오버랩됐다. 다가가 짐을 우체국 직원 앞에 대신 올려 주었다. 할머니는 미안해하며 고맙다고 했다.    소포를 부친 할머니는 뒤돌아보더니 고개를 끄떡이며 다시 한번 손을 흔들고 우체국을 떠났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모두가 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차이는 있겠지만, 그 길을 가야 한다. 나이 드는 일을 누가 피할 수 있겠는가.    카톡으로 카드를 보내면서 마음속으로 존경하는 분들께 보내는 카드를 감히 이렇게 해도 되는가 하는 생각에 머뭇거리기도 했으나 이제는 나이도 있고 정신력과 에너지도 고갈되어 작은 일에도 점점 더 많은 시간이 드니 이런 선택을 한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 이 시대를 사는 지혜라고 자부한다.    오늘까지 동행해주신 선배, 후배, 사역자, 동역자, 친구들, 사돈님께 그들에게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감사를 각각 다른 표현으로 전해야 도리이겠지만 은퇴한 지 5년이 지났으니 이쯤에서 서서히 느려져도 큰 실례가 되지 않으리라 여기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내년에도 이렇게라도 카드를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    이제는 귀밑머리에 서리가 내렸다. 주름도 깊어간다. 육체의 변화가 밤이 되어 까만 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빛나지는 못해도 살아온 삶을 아름다웠다고 말해 주는 이가 있다면 참 좋겠다. 엄영아 / 수필가이 아침에 지혜 크리스마스 카드 부친 할머니 그동안 카드

2022-01-16

[J네트워크] 국민 할머니 ‘베티 화이트’

“왜들 그렇게 열심히 누군가를 미워하는 거죠? 자기 일에만 신경 써도 모자라는 게 시간 아닌가?” 지난해 마지막 날 급서한 베티 화이트가 미국 잡지 ‘퍼레이드’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100세를 단 18일 남기고 세상을 떠난 화이트는 코미디 전문 배우다. 미국판 ‘국민 할머니’이자 ‘방송계 퍼스트레이디’로 통했다. 별세 소식에 미국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이 “화이트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애도했을 정도다.     그런 그가 진정한 어른으로 통했던 이유는 나이 그 이상이다. 가르치려 하기보다 배우는 자세를 취했고, 여성과 흑인, 성소수자 등 각 시대의 마이너리티를 옹호하는 최전선에 섰기 때문이다. 위의 인터뷰 역시 그런 맥락이었다.   한국은 어떤가. 새해가 됐어도 바뀐 건 달력뿐이다. 춘삼월 대선을 앞두고 해묵은 증오가 더해만 간다. 뉴욕타임스(NYT)의 올해 첫 한국 기사로 안티 페미니즘을 부르짖는 남성의 정치 세력화를 다뤘다. ‘여성의 권리 신장이 더뎠던 이 나라의 젊은 남성들, 페미니스트들이 기회를 박탈한다며 화가 나 있다’는 요지의 부제가 달렸다. 페미니즘과 안티 페미니즘 양측 시각을 균형 있게 다룬 이 기사를 읽었다면 베티 화이트는 깊은 한숨을 쉬지 않았을까.   방탄소년단(BTS)도 추천한 책 중에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가 있다. 저자 레오 버스칼리아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이란 마음속 쓰레기를 끌어안고 놓지 못하는 상태 같다고 표현했다. 갖다 버릴 생각은 안 또는 못하고, 심해지는 악취에 불평만 늘어놓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2022년 벽두에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쓰레기는 어떻게 버려야 할까. 분리수거가 되기는 할까.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데도 인생은 짧다. 누군가는 자기 인생에 다신 안 올 소중한 시간을 들여 “이런 글은 일기장에나 써라”는 악플을 달고, “너 같은 기레기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e메일을 보낼지 모른다. 미움을 미움으로 갚을 시간에 이탈리아어 동사변화를 암기하고, 그랑주떼 발레 점프를 실수투성이라도 계속 뛰며 2022년을 보내고 싶다. 미워하는 일은 쉽지만, 동시에 괴로운 일이라는 걸 깨달을 때도 됐으니.   화이트나 버스칼리아가 멀게 느껴진다면, 서울 목동의 한 병원에서 응급실 청소를 27년 이상 해온 이순덕씨의 말을 음미해보자. “사는 게 너무 고달팠어요. 그래서 더 힘든 사람을 생각했어요.” 이슬아 작가의 신간  '새 마음으로' 인터뷰집에 나오는 글이다. 같은 책에 있는 이영애 수선집 사장님의 말도 울림이 크다. “이제는 아무도 밉지가 않아. (…) 어느새 이해가 돼. 안 미워. (…) 그들도 그렇게 살고 싶었던 게 아닐 거야.” 2022년이 미움 아닌 사랑으로 가득 차기를. 전수진 / 한국 중앙일보 투데이·피플뉴스 팀장J네트워크 할머니 화이트 베티 화이트 국민 할머니 안티 페미니즘

2022-01-07

[열린 광장] 되돌아온 23장의 5달러 지폐

 수년간 환자로 오던 할머니가 간밤에 구급차에 실려 근처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고 그의 간병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격리병동 독방의 외부인 면회는 금지됐다고 한다. 할머니는 낯선 하얀 벽으로 둘러 싸인 독방에서 불안을 넘어 공포에 잠도 안 온다며 당장 퇴원해 집에 가게 해 달라고, 애원을 넘어 울부짖는 통화를 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아들이 있지만 멀리 살고 있어 많은 것을 간병인에게 의존하며 살아오셨다. 거의 독거노인처럼. 한인 환자 중에는 입원했을 때 언어 소통 장애, 낯선 환경, 한인이 없는 고독감, 질병의 고통 등으로 일시적인 정신착란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나도 낯선 그 병원을 다음날 방문했다.   하얀 벽으로 막힌 어둠의 적막 속에서 할머니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벌떡 침상에서 일어나 한마디 하신다.   “선생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에게 돈 좀 주세요. 여기서 나를 간호해 주는 여러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싶어요.”   40년 동안 많은 환자를 보았지만 돈을 달라는 부탁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더구나 점잖은 할머니 환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니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할머니의 마음을 바로 헤아릴 수 있었다. 간호사들과 보조원들 그외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존재를, 아니 인간 실존을 돈을 통해 확인 받고 그들과 친해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문호 서머셋 모옴은 “돈이란 인간의 여섯 번째 감각이 돼 주어서 이것이 없을 때 인간의 기본 다섯 개 감각이 잘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외로움이란 혼자 있을 때 생길 수 있으나 다시 군중 속으로 들어갈 때 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군중들이 나와 아무 관계가 없거나 무관심을 보일 때 더 처절한 고독이 찾아 오기도 한다. 친숙한 관계를 맺지 못하게 하는 여러 장애 요소와 소외감 속에서 돈으로 존재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키고 친숙한 관계를 생기게 해 고독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할머니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되기를 빌며 내 지갑 속엔 있던 유일한 현금이었던 5달러짜리 지폐 석 장을 드린 후 병실을 나왔다. 다음날 다시 방문해 5달러짜리 20장을 건네며 잘 간직했다가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시라고 했다.   돈을 주는 행동이 옳은 것인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먼저다. 좌절감이 극복될 수 있다면 상관없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간병인이 내 오피스로 와서 5달러 지폐 23장이 담긴 하얀 봉투를 건넸다. 병원 의료진 모두가 돈은 받지 않겠다고 완강히 거부해 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자 할머니가 간병인에게 나에게 돌려주라고 부탁한 것이다.   할머니는 그 돈을 의도한 대로 쓰지는 못했다. 하지만 돈을 지니고 있던 그 며칠간은 ‘돈은 휴대용 행복’이라는 말이 있듯이 마음의 평안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건강을 기원하며 5달러 지폐 23장을 다시 지갑 속에 넣었다. 최청원 / 내과 의사열린 광장 지폐 할머니 환자 할머니 마음 5달러짜리 지폐

2021-12-15

"BTS 팬, LA에서 최소 1억불 썼을 것"

LA가 ‘방탄소년단(BTS)’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년 만의 대면 콘서트를 개최한 BTS가 지난 2일 공연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팬들이 LA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 역시 화제다.   USC 진 델 베키오 교수(엔터테인먼트마케팅)는 2일 LAIST와의 인터뷰에서 “BTS 콘서트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최소 1억 달러 이상일 것”이라며 “그들은 비틀즈의 인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전세계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이번 콘서트는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린 BTS 콘서트로 팬들은 이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고 말했다.   네 차례에 걸쳐 열린 이번 콘서트는 20만 명의 BTS 팬이 몰렸다. 콘서트 티켓을 제외하고 식비, 숙박비, 굿즈 구입, 항공비 등으로 1인당 2000달러씩만 썼다 해도 무려 4억 달러 이상이다.   실제 콘서트 기간 중 LA한인타운 내 ‘아가씨 곱창’ 앞에 긴 대기줄과 함께 BTS 팬들이 ‘떼창’을 하는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가씨곱창 마이클 전 대표는 “몰려드는 BTS 팬들로 인해 평소보다 더 많은 고기, 술 등을 준비해야 했다”며 “팬들은 춤 추고, 노래하고, 음식을 즐겼다. 그 모든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젊은층만 BTS에 열광하는 게 게 아니다. 아주머니, 할머니 등도 ‘ARMY(아미ㆍBTS 팬클럽)’가 되서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그들도 BTS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올해 74세인 케티 김(라크라센타)씨는 딸, 동생, 뉴욕에서 온 친구, 딸 친구의 엄마와 함께 이번 콘서트를 즐겼다.   김씨는 “딸 친구의 엄마는 이번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에서 왔고, 내 친구는 뉴욕에서 왔다”며 “이번 콘서트에 두 번이나 갔다. 콘서트뿐 아니라 모든 팬들이 나서 뒷정리까지 하는 걸 보며 감동을 받았다. 왜 BTS가 대단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LA콘서트에는 70개국 이상 각국의 팬들이 몰렸다. 콘서트는 LA 관광으로도 자연스레 이어졌다.   김서연(29ㆍLA)씨는 “현재 런던에 사는 대학 시절 친구가 BTS 콘서트 때문에 LA로 와서 우리집에 있었다”며 “한인타운 맛집도 가고 영화 ‘라라랜드’의 배경으로 나온 촬영 장소들도 구경했다”고 말했다.   LA관광컨벤션협회 로렌 솔즈베리 매니저는 “지난주 한 볼티모어발 LA행 항공기에서 30% 이상의 승객이 BTS 콘서트를 보러 가는 팬이었다”며 “심지어 기장이 기내방송에서 팬들에게 ‘BTS 공연을 속히 즐길 수 있도록 안전하게 LA로 모시겠다’는 코멘트도 했었다”고 전했다.   LA한인타운 케이팝 상품 판매점 앤디 임 매니저는 “BTS 포스터, 피규어, 관련 상품 등을 구입하기 위한 BTS 팬들로 엄청나게 긴줄이 생길 정도였다”며 “콘서트 이후 매출이 200%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7일부터 네 차례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3일 발표된 2021년 빌보드 차트 결산에서 BTS는 최고 그룹, 최고의 글로벌 송 등 9개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장열 기자할머니 교수 이번 la콘서트 콘서트 티켓 콘서트 기간

2021-12-03

영국 방송, 위안부피해자 다큐 방영

 영국 방송사 채널4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생애와 증언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했다.   그러자 일본 극우 세력이 다큐멘터리 감독을 인신공격하고 협박하는 온라인 테러를 가했고 감독은 트위터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에서 이용수 할머니 활동을 돕는 캘리포니아주 위안부 단체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 행동’(CARE·이하 위안부 행동)은 28일 채널4 방송이 최근 이 할머니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위안부행동에 따르면 채널4는 시사 프로그램 ‘언리포티드 월드’(Unreported World)의 ‘일본군 전시 성노예’ 편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지난 26일 방영했다.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낸시 로버츠 감독은 일본에서 9년 동안 체류하면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채널4는 로버츠 감독 제안을 수용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채널4는 이용수 할머니를 마지막 위안부 생존자 중 한 명으로 소개하면서 “92세의 운동가는 너무 늦기 전에 정의를 원한다. 이 할머니는 침묵을 깨고 정의를 위해 끈질기게 싸우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채널4는 이 할머니를 지원하는 대구시민모임의 도움을 받아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이 할머니를 밀착취재했다.   다큐멘터리에는 이 할머니의 위안부 피해 증언, 위안부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를 촉구하는 이 할머니의 최근 활동, 위안부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자 일본 극우 세력 댓글 부대 ‘넷우익’은 로버츠 감독 트위터 계정에 온라인 테러를 가했고 로버츠 감독은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위안부 행동의 김현정 대표는 전했다.   김 대표는 “넷우익은 서구 사회에서 위안부의 진실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극성스럽게 당사자를 괴롭히는 네티즌들로 악명이 높다”며 “인신공격과 협박 등 온라인 테러를 서슴지 않는 극우 세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널4와 영국 옥스퍼드대 디지털고고학연구소(DIA)는 일본 극우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위안부 행동과 함께 다음 달 6일 옥스퍼드대에서 이용수 할머니 다큐멘터리 특별상영회와 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회에는 한일관계를 전공한 역사학자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와 다큐멘터리 진행자인 채널4 뉴스 앵커 크리슈난 구루-머시 등이 참여한다.일본 영국 할머니 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 감독 방송사 채널4

2021-11-29

[열린 광장] 되돌아온 23장의 5달러 지폐

수년간 환자로 오던 할머니가 간밤에 구급차에 실려 근처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고 그의 간병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격리병동 독방의 외부인 면회는 금지됐다고 한다. 할머니는 낯선 하얀 벽으로 둘러 싸인 독방에서 불안을 넘어 공포에 잠도 안 온다며 당장 퇴원해 집에 가게 해 달라고, 애원을 넘어 울부짖는 통화를 했다고 한다. 너무 애처롭다는 말도 전해주었다.     할머니는 아들이 있지만 멀리 살고 있어 많은 것을 간병인에게 의존하며 살아오셨다. 거의 독거노인처럼. 한인 환자 중에는 입원했을 때 언어 소통 장애, 낯선 환경, 한인이 없는 고독감, 질병의 고통 등으로 일시적인 정신착란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나도 낯선 그 병원을 다음날 방문했다. 청진기를 목에 둘렀더니 병원 의사로 생각했는지 아무런 제지 없이 병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얀 벽으로 막힌 어둠의 적막 속에서 할머니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벌떡 침상에서 일어나 한마디 하신다.   “선생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에게 돈 좀 주세요. 여기서 나를 간호해 주는 여러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싶어요.”     40년 동안 많은 환자를 보았지만 돈을 달라는 부탁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더구나 점잖은 할머니 환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니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할머니의 마음을 바로 헤아릴 수 있었다. 간호사들과 보조원들 그외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존재를, 아니 인간 실존을 돈을 통해 확인 받고 그들과 친해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문호 서머셋 모옴은 “돈이란 인간의 여섯 번째 감각이 돼 주어서 이것이 없을 때 인간의 기본 다섯 개 감각이 잘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외로움이란 혼자 있을 때 생길 수 있으나 다시 군중 속으로 들어갈 때 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군중들이 나와 아무 관계가 없거나 무관심을 보일 때 더 처절한 고독이 찾아 오기도 한다. 친숙한 관계를 맺지 못하게 하는 여러 장애 요소와 소외감 속에서 돈으로 존재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키고 친숙한 관계를 생기게 해 고독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할머니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되기를 빌며 내 지갑 속엔 있던 유일한 현금이었던 5달러짜리 지폐 석 장을 드린 후 병실을 나왔다. 다음날 다시 방문해 5달러짜리 20장을 건네며 잘 간직했다가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시라고 했다.     돈을 주는 행동이 옳은 것인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먼저다. 좌절감이 극복될 수 있다면 상관없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간병인이 내 오피스로 와서 5달러 지폐 23장이 담긴 하얀 봉투를 건넸다. 병원 의료진 모두가 돈은 받지 않겠다고 완강히 거부해 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자 할머니가 간병인에게 나에게 돌려주라고 부탁한 것이다.     할머니는 그 돈을 의도한 대로 쓰지는 못했다. 하지만 돈을 지니고 있던 그 며칠간은  ‘돈은 휴대용 행복’이라는 말이 있듯이 마음의 평안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건강을 기원하며 5달러 지폐 23장을 다시 지갑 속에 넣었다. 최청원 / 내과 의사열린 광장 지폐 할머니 환자 5달러짜리 지폐 할머니 마음

2021-11-28

“스타벅스 할머니는 바로 저예요” 연극배우 출신 손영혜씨

“어디서 많이 본 것같은 할머니인데….”   지난 11월 초부터 TV매체에 등장하는 스타벅스 커피 광고에 낯익은 아시안 시니어 여성이 보여 사람들이 궁금해 했다. 중국배우인가 아니면 혹시 한국인 광고모델? 이렇게 어디서 많이 본듯한데 했던 궁금증은 그가 한인 손영혜(72)씨로 확인되면서 풀렸다.     최근까지 복음방송 아나운서실장으로 활약했던 손영혜씨는 스타벅스 홀리데이 스페셜 광고에 시니어 아시안 여성으로는 처음 출연했다. 연말연시를 맞아 할머니와 손녀가 커피를 마시며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이다.   주인공 손영혜씨는 어린시절 이화여고에서부터 연극에 투신, 실험극장 무대에 섰으며 남가주에서도 연극배우로 활약했고, 한인극단 하늘을 창립했던 원로 배우다. 팬데믹을 맞아 극단 이름을 어울림으로 바꾸고 팬데믹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중에 에이전트(DEB엔터테인먼트)의 연락을 받고 출연하게 됐다고 전한다. OC지역 셰익스피어 전문 연극무대에 섰던 것이 이번에 큰 도움이 됐다고 손씨는 말했다.   그는 “오디션을 통해 광고에 출연했는데 내심 우리 한인 시니어들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씨가 출연한 광고는 오는 12월31일까지 방영된다. 장병희 기자스타벅스 연극배우 스타벅스 할머니 연극배우 출신 스타벅스 커피

2021-11-25

[독자 마당] 할머니의 손주 사랑

 할머니의 손주 사랑이 뇌 촬영을 통해 의학적으로 증명됐다고 한다. 때로는 직접 낳은 자식을 향한 사랑보다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연구 과정은 잘 모른다. 다만 젊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녀 돌보기가 24시간 일이고 여기에 경제적인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할머니에 비해 온전하고 순수한 사랑을 주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친구들끼리 모이면 종종 손주 돌보기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젊어서 아이 키울 때와 손주를 돌보는 것은 다르다. 전적인 양육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편한 시간에 손주를 예뻐하면 된다. 그러다가 힘을 들면 딸이나 며느리에게 돌려 보내면 된다.     그렇다고 할머니들이 자신들이 편한 시간에 아이를 예뻐하고 귀찮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를 돌보면서 밥도 먹이고 기저귀도 갈아준다. 문제는 그런 일들의 책임 주체가 예전 자식들을 기를 때와는 달리, 할머니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맞벌이 하는 자식들을 위해 아이들을 가끔씩 봐준다.     그런데 한 가지 모든 젊은 부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아이를 맡길 때 노인들의 신체적 조건을 고려해 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인들이 3~4살짜리 아이를 돌볼 때는 안전사고가 날 수 있다. 특히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할 경우에는 더욱 문제가 된다.     이 나이의 아이들은 집안 이곳저곳으로 뛰어 다닌다.  그러다 보면 넘어질 수도 있고 물건에 부딪혀 다칠 수도 있다. 하지만 할머니의 ‘기동력’으로는 이들을 따라 잡을 수 없다. 그렇다고 방치해 둘 수도 없다.     할머니의 손주 사랑은 끝이 없다. 돌보기에 힘은 들어도 손주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그 이상의 행복을 가져다 준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어제 다녀간 손주가 다시 보고 싶다.  정민숙 / LA독자 마당 할머니 손주 손주 사랑 할머니 할아버지 손주 돌보기

2021-11-22

'손주가 더 예뻐' 과학적 입증

할머니의 손주 사랑은 뇌에 새겨진 것이며, 때로는 직접 낳은 자식을 향한 사랑보다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에모리대 연구진은 최근 영국 왕립학회지에 실은 논문에서 어린 손주를 둔 할머니 50명의 뇌를 fMRI(기능적 자기공명 영상법)으로 촬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3∼12살 손주를 한 명 이상 둔 이들 실험대상 할머니는 손주 사진을 본 뒤 뇌의 감정이입 영역이 강력하게 활성화했다는 것이다.   손주가 우는 사진을 보자 할머니 뇌도 고통과 스트레스를 느꼈고 손주가 웃는 사진에는 기쁨을 느꼈다.   특히 일부 할머니는 직접 낳은 자식 사진을 봐도 손주 사진만큼 강력하게 뇌의 감정이입 영역이 활성화되지는 않았다고 연구팀은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제임스 릴링 박사는 “성인이 된 자식에게는 손주가 가진 만큼의 귀여움이 없다는 점에서 동일한 반응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엄마로서 자식을 키울 때 느꼈던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할머니로서 손주를 돌볼 때는 훨씬 적다는 게 많은 이가 꼽는 장점”이라며 “엄마보다 할머니인 걸 훨씬 즐기곤 한다”고 덧붙였다.   릴링 박사는 앞서 비슷한 연구에서 아빠의 뇌 사진도 촬영했다.   이 실험에서도 아빠 중 일부는 자식 사진을 볼 때 손주 사진을 보는 할머니만큼 강력한 뇌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많은 공동체에서 할머니는 중요한 양육자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할머니의 양육을 지원하는 게 아이의 복지를 개선하는 데 직접적 연결고리가 된다”고 말했다.손주가 과학 손주가 가지 과학적 입증 할머니 뇌도

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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