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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콘텐트로 인기 유튜버 됐다

뉴저지주에 살고있는 50대 한인남성 홍종길(53) 씨가 휴대폰 하나로 촬영을 시작한 유튜브 활동이 2년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해 나이 때문에 새로운 삶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뉴욕홍빠(Hong bar)’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홍 씨는 중년과 노년층이 관심을 갖고 있는 콘텐트를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고 있다. 특히 홍 씨 본인이 공부하고 경험한 내용을 사실적이고 솔직하게 방송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홍 씨는 “2년전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결심했지만 촬영이나 영상 편집을 전혀 할 줄 몰랐기에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편집 기술을 하나하나 배워가며 시작했다”며 “영상 하나를 제작해 업로드 하는 데 2주 이상 걸리기도 했지만 조회수가 100명도 나오지 않아 좌절하고 포기할까 고민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홍 씨는 “포기 유혹이 들 때마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 다양한 주제의 영상 제작을 했고, 특히 반응이 많은 주제에 집중했다”며 “그러던 중 팬데믹으로 직장을 잃거나 재택근무를 하게 된 사람들이 관심 있는 얼굴 가꾸기·건강관리·노후연금·취미활동 관련 콘텐트를 제작하자 조회수가 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됨으로써 홍 씨는 유튜브 수익창출 기준인 구독자 1000명에 누적 조회시간 4000시간을 넘어설 수 있었다.     이어 홍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부활동이 제한되며 골프인구가 급증하자, 나이 든 사람들도 쉽게 골프를 배우고, 건강하게 평생 골프를 칠 수 있는 방법을 촬영해 올리면서 조회수와 구독자가 폭증했다. 특히 78세의 고령임에도 젊은이처럼 블랙티(Black Tee)에서 골프를 치는 KPGA 초대 프로선수이자 한국프로대회 우승자 출신인 손흥수 프로에게 골프레슨을 받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자 ‘인기 폭발’, 단 8개월만에 3만이던 구독자가 10만이 됐다.   홍 씨는 “30년간 삼성그룹에서 이병철·이건희 회장에게 골프를 지도한 경험을 포함해 60년의 골프경력을 갖고 있는 손 프로는 현재 70대 후반임에도 20대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며 “100세 인생시대에서 나이가 들었다고 포기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도전한다면 누구나 ‘뉴욕홍빠’ 보다 더 성공한 유투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 씨는 미국 이민 전에는 한국에서 군 헬기조종사로 21년간 복무했고, 분쟁지역 파병과 뉴욕 UN본부에서 국제평화유지군 기획장교로 근무하는 등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다. 홍 씨는 자신의 유튜브 대박 소식을 전하면서 “10만 구독자 달성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중년과 노년의 나이에도 건강하고 즐겁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유익한 내용의 채널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종원 기자골프 콘텐트 유튜브 채널 인기 폭발 유튜브 수익창출

2022-04-20

폭력적인 콘텐트 노출 많아져…아동 공격성 증가 문제 대책 시급

 미디어 콘텐트의 폭력성과 아동의 공격성 간의 상관 연구는 심리학계에서 꽤 오래된 연구 주제다. 연구에 따르면, TV나 영화로 접하는 폭력물을 비롯해 과격한 콘텐트로 구성된 컴퓨터, 비디오 게임은 아이들의 공격성을 증가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치며 이를 반증하는 연구는 아직 없다.   미국의 경우, 총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개인의 총기 소지 권리 제한을 촉구하는 강한 사회적 여론이 형성된다. 그러나, 이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책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증가하는 총기 사고와 그 결과로서 다수의 무고한 생명의 희생은 이미 고질적인 사회 문제가 된 듯하다. 더 큰 우려는 폭력형 범죄의 증가와 맞물려 아이들의 공격적 성향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에 있으며, 이는 어느 특정 국가에 국한된다기보다 많은 나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최근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가 넷플릭스라는 대형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국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한다. 필자도 해당 드라마를 볼 기회가 있었다. 드라마의 타이틀이 주는 느낌과는 상반되게, 매우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소재의 드라마였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수준의 잔인한 장면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처음 한두 편을 볼 때 느꼈던 충격과 공포감이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는 게 아닌가. 드라마 초반부에 그토록 잔인하게 느꼈던 장면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덜 잔인하게 다가왔다. 내 감각(sensation)과 지각(perception)이 무뎌지는 경험이었다. 이를 적용하면, 대중매체의 폭력성이 아이들의 공격성을 어떻게 증가시키는지 이해하기 쉽다.   인간의 감각과 지각 능력은 장시간에 걸쳐 동일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습관화(habituation) 및 둔감화(desensitization)를 경험한다.   즉, 같은 내용과 강도의 폭력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덜 매력적이다. 따라서, 동일한 수준이거나 더 큰 재미와 흥분을 경험하려면, 폭력성과 자극성의 강도가 증가해야 하는데, 이는 더욱 폭력적인 콘텐트를 찾게 하는 이유다. 아직 인지적·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은 폭력물이 수반하는 유해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 인식한다 할지라도, 그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한다. 제작자들이 어른들의 재미와 볼거리, 그리고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아내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콘텐트가 아이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보았을까. 물론 ‘18세 미만 시청 불가’라는 연령 제한을 두었다 한다. 문제는 이것의 실효성이다. 아이들이 보기로 작정하면,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전자 기기를 통해 충분히 볼 수 있는 통로가 많은 곳에 뚫려 있지 않은가.   참 어려운 문제다. 대중성과 상업성을 추구하는 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에게 아이들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라고 하면,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하거나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폭력성이 농후한 대중문화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며 자라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더 큰 사회 문제를 야기하면, 그때 가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이 해당 드라마의 폭력성에 대해 경고하고, 아이들의 시청을 금지하는 장치를 마련 중이라 한다. 우리도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문의:Hannah.Kim@houghton.edu   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콘텐트 공격성 콘텐트 노출 폭력성과 자극성 아동 공격성

2022-01-23

[트렌드터치] 웰컴 투 더 헬

‘오징어 게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등장한 또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K콘텐트 ‘지옥’은 대중에 공개되기 전부터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실제로 영상이 공개된 후 사람들은 지옥의 콘텐트에 강한 호불호를 나타냈고, 결과적으로 이슈몰이에 성공했다. 미지의 영(靈)으로부터 불쑥 고지받은 날짜와 시간에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설명 불가한 상황,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 앞에 혼란이 몰고온 광기로 미쳐가는 세상을 지옥에 빗댄 이 드라마의 성공요인은 초자연적인 소재와 범죄 장르의 성공적인 조합, 그리고 그에 걸맞은 강렬한 제목이다.   이와 함께 요즘 MZ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콘텐트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솔로지옥’이다. 커플이 되어야만 나갈 수 있는 외딴 섬 ‘지옥도’에 쭉쭉빵빵 건강한 솔로들을 모아 놓고 감정선의 변화를 그려내는 리얼리티 데이트쇼 ‘솔로지옥’은 예능 중에서는 처음으로 넷플릭스 전세계 순위 10위권에 등극했을 만큼 그야말로 화끈하다. 한번 보면 헤어나올 수 없어 마치 ‘개미지옥’에 갇힌 것 같다. 맞다. 여기에서도 지옥이라는 단어가 두번이나 등장한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지옥은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의 문’이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부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지옥의 문’은 초기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지베르니의 ‘천국의 문’에 대응하는 작품으로, 대형 조각의 면면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원죄에 대해 깊게 고찰하는 작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핫한 콘텐트마다 등장하는 지옥들은 원래 가지고 있던 무게감과 두려운 어감에 더해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로 승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살기 어려운 한국사회를 부정적으로 이르는 말인 ‘헬조선’부터 시작된 지옥이라는 워딩은 염세주의적 성향 자체를 오묘하게 즐기는 젊은이들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것이 미덕이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즐길 수 없는 것은 피하는 이들은 현실은 지옥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이 기정사실이라면 즐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희화화한다. 경험을 중시하며 늘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 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더 나아가 새로운 입맛을 만들기 위해 기획자들은 분주하다. 직접 경험해볼 수 없으면 간접적으로라도 대리경험을 하게 해준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나 나올법한 추억의 아이템들을 사 모으는 콜렉터들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4050이 아니라 의아하게도 10대 20대들이다. 필자는 2017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두고 과거를 돌아보는 노스텔지어에 기인한 레트로(Retro)가 아니라 살아보지 못한 과거를 새롭게 여기는 뉴트로(Newtro)라고 명명한 바 있다. 뉴트로는 디지털원주민이자 경험세대인 10대, 20대들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아날로그 시절 한국의 콘텐트를 새롭고 신비하게 여기는 콘텐트로, 여전히 진행중인 트렌드다.   콘텐트 산업은 늘 새로운 걸 찾아 기획하며 높아진 연출력과 탄탄한 시나리오로 강한 유행을 만든다. 한 때 현대판 사극이 인기가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며, 시간이동에 대한 소재도 그렇고 셰프 및 최근의 골프 콘텐트가 그렇다. 그런데 이 지옥 아이템은 소재와 형태의 새로움을 넘어 염세적 성향을 전제로 세계관을 건든다. 종교관 및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세계관 중심의 콘텐트 전략을 섬뜩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Z세대 사이에서 말버릇처럼 쓰고 있는 ‘이생망’은 ‘이번 생은 망했어’의 약자다. 리셋증후군이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회자될 때도 우리는 이 부분을 염려했다.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멀티 페르소나를 만들어 놓고 각기 다른 나로 살아가는 MZ들은 망해버린 걸로 간주한 이번 생은 뒤로하고 가상에서의 나, 또다른 공간에서의 자아를 개발하는 데 바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메타버스, NFT, 블록체인 모두 같은 맥락상에 존재한다. 기성세대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가상공간에서의 정체성은 무한대로 확장할 힘을 갖고 있다. 하루하루 벅차게 변해가는 사회환경 속에서 지옥이라는 컨셉이 콘텐트를 증폭시키는 시대, 우리는 지금 지옥이라는 단어가 트렌디한 세상에 살고있다. 이향은 / LG전자 고객경험혁신담당 상무트렌드터치 웰컴 염세주의 지옥 아이템 오리지널 k콘텐트 콘텐트 전략

2022-01-16

스트리밍 업계, 새해 1150억불 투자

미국 8대 미디어 그룹이 내년에 스트리밍 사업을 위해 새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115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이는 기업들이 공개한 사업보고서와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토대로 한 추산으로, 스포츠 중계권을 포함하면 총지출은 1400억 달러로 늘어난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계기로 스트리밍 시장이 급속히 성장했지만, 내년에는 새 고객을 끌어들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 미디어 그룹들이 콘텐트 발굴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리서치업체 모펫네이선슨의 마이클 네이선슨은 “돌아갈 길은 없다”면서 “경쟁의 유일한 길은 프리미엄 콘텐트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디즈니의 스트리밍 콘텐트 투자가 내년에 35∼40%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디즈니의 전체 영화, TV 드라마 투자액은 2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스포츠 중계권을 포함하면 이 수치는 330억 달러로 늘어나는데, 이는 올해보다 32%, 지난해보다는 65% 각각 증가한 액수다.   내년에 공개될 디즈니 프로그램으로 톰 행크스가 출연하는 실사영화 ‘피노키오’, 애니메이션 ‘카’의 속편,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오비완 케노비’ 등이 있다.   스트리밍 1위 업체인 넷플릭스는 내년에 콘텐트에 170억 달러 이상을 쓸 계획이다. 올해보다 25%, 작년보다는 57% 각각 늘어난 금액이다.   넷플릭스는 내년에 잉여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아콤CBS, 폭스, 애플 역시 콘텐트에 수십 억 달러를 쓸 태세다. 한 연예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의 지출에 대해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의 이용자 증가세가 최근 몇 분기 동안 둔화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팬데믹으로 콘텐트 제작이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리더조차 콘텐트를 계속 생산하고 경쟁사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일부 투자자들은 스트리밍이 좋은 사업인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월트디즈니, 컴캐스트, 워너미디어, 아마존 등 기업 대부분은 스트리밍 부문에서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틴 매카시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재와 제작과 관련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콘텐트 비용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스트리밍 업계 스트리밍 콘텐트 스트리밍 업계 스트리밍 사업

2021-12-30

[영화몽상] 넷플릭스 1위와 개인의 취향

 또 한 번 놀랐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열기에 이어 이번에는 ‘지옥’이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시리즈 전 세계 인기 1위에 올랐다. 원작 웹툰부터 강렬한 상상력과 전개가 놀라웠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닌 한국산 콘텐트가 세계 각지에서 동시에 큰 반향을 얻는 일은 역시나 놀랍다.   이 순위는 넷플릭스의 공식 발표는 아니다. 넷플릭스는 데이터 공개에 인색하다. 나라별 가입자 수는 물론 개별 콘텐트를 본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인기라는데 얼마나 인기인지 잘 안 밝힌다. TV로 치면 시청률, 극장으로 치면 관객 수를 알 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좀 달라졌다. 각 나라에서 많이 본 작품 10편을 일일 순위와 함께 해당 국가 이용자에게 보여준다. 넷플릭스 첫 화면에 뜨는 ‘오늘 한국의 톱10 콘텐츠’다. 이런 국가별 자료를 매일 그러모아 일정 기준으로 전 세계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 같은 외부 사이트도 생겨났다. 지난주부터는 넷플릭스가 ‘주간 넷플릭스 톱10’을 신설해 직접 전 세계 인기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영화/TV시리즈, 영어/비영어로 나눠 시청시간에 따라 매긴 순위다. 관객 수만큼 속 시원한 수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인기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한데 순위 공개는 다른 효과도 있다. 음원 서비스나 과거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서 체험했듯, 높은 순위는 주목도를 높이고 이용을 늘린다. 1위에 올랐다니 그 음악을 들어보고, 그 검색어를 찾아본다. 넷플릭스 콘텐트도 순위 공개로 화제와 인기를 더하고, 히트작이 메가 히트작이 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넷플릭스가 자랑해온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의 지향과 상충하는 듯 보인다. 넷플릭스는 이용자 평점이나 시청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자 취향에 맞는 작품을 추천한다. 인기 작품에만 쏠리는 대신 한층 다종다양한 작품이 이용자에게 노출된다. 이런 틈새 콘텐트 전체가 거둔 성과는 소수의 인기 콘텐트를 능가할 수 있다. 디지털 경제의 특징, 이른바 롱테일 법칙이 넷플릭스를 그 사례로 자주 언급한 이유다. 미국 지상파TV에 드문 아시아 드라마, 극장가에서 홀대받는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에선 효자가 될 수 있다.   순위 발표가 콘텐트 다양성을 위축시킬지 모른다는 생각은 아직 기우일 뿐이다. 반대로 그동안 자기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거둔 성과를 정확히 몰랐던 창작자나 제작사에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이례적으로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최고경영진이 공개 초반부터 나서 그 성과를 언급했다. 이 작품의 성공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방증이다. 이 정도면 제작비 외에 넷플릭스가 거둔 과실 일부가 창작자·제작사에 돌아가는 것도 타당하지 않을까. 이후남 / 한국 문화디렉터영화몽상 개인 취향 세계 인기 세계 순위 한국산 콘텐트

2021-11-29

[교육칼럼] 미디어 콘텐트 폭력성과 아동의 공격성

미디어 콘텐트의 폭력성과 아동의 공격성 간의 상관 연구는 심리학계에 꽤 오래된 연구 주제다. 연구에 따르면, TV나 영화로 접하는 폭력물을 비롯해 과격한 콘텐트로 구성된 컴퓨터, 비디오 게임은 아이들의 공격성을 증가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치며, 이를 반증하는 연구는 아직 없다.   미국의 경우, 총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개인의 총기 소지 권리 제한을 촉구하는 강한 사회적 여론이 형성된다. 그러나, 이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책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더 큰 우려는 폭력형 범죄의 증가와 맞물려 아이들의 공격적 성향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에 있으며, 이는 어느 특정 국가에 국한된다기보다 많은 나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최근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가 넷플릭스라는 대형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국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한다. 드라마의 타이틀이 주는 느낌과는 상반되게, 매우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소재의 드라마였다.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수준의 잔인한 장면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처음 한두 편을 볼 때 느꼈던 충격과 공포감이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는 게 아닌가. 드라마 초반부에 그토록 잔인하게 느꼈던 장면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덜 잔인하게 다가왔다. 내 감각(sensation)과 지각(perception)이 무뎌지는 경험이었다. 이를 적용하면, 대중매체의 폭력성이 아이들의 공격성을 어떻게 증가시키는지 이해하기 쉽다.   인간의 감각과 지각 능력은 장시간에 걸쳐 동일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습관화(habituation) 및 둔감화(desensitization)를 경험한다. 즉, 같은 내용과 강도의 폭력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덜 매력적이다. 따라서, 동일한 수준이거나 더 큰 재미와 흥분을 경험하려면, 폭력성과 자극성의 강도가 증가해야 하는데, 이는 더욱 폭력적인 콘텐트를 찾게 하는 이유다. 아직 인지적·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은 폭력물이 수반하는 유해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 인식한다 할지라도, 그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한다. 제작자들이 어른들의 재미와 볼거리, 그리고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아내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콘텐트가 아이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보았을까. 물론 ‘18세 미만 시청 불가’라는 연령 제한을 두었다 한다. 문제는 이것의 실효성이다. 아이들이 보기로 작정하면,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전자 기기를 통해 충분히 볼 수 있는 통로가 많은 곳에 뚫려 있지 않은가.   참 어려운 문제다. 대중성과 상업성을 추구하는 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에게 아이들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라고 하면,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하거나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폭력성이 농후한 대중문화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며 자라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더 큰 사회 문제를 야기하면, 그때 가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이 해당 드라마의 폭력성에 대해 경고하고, 아이들의 시청을 금지하는 장치를 마련 중이라 한다. 우리도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Hannah.Kim@houghton.edu 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교육칼럼 미디어 콘텐트 미디어 콘텐트 폭력성과 자극성 미디어 산업

2021-11-11

“증오가 페이스북 키웠다, 그들도 알았다”

  ‘마약 콘텐트’로 사용자를 갈라치기 하는 빅테크의 상술인가, 전 지구적 소셜미디어 시대의 기술적 난제인가.    내부고발로 촉발된 ‘페이스북 페이퍼 사태’가 페이스북의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하고 광범위한 위기를 부르고 있다고 25일 CNN 등이 전했다. 페이스북 페이퍼란 내부고발자인 프랜시스 호건 전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하원에 제공한 수백건의 내부 문건으로, 호건은 이 문건들이 페이스북의 ‘악덕 면모’를 드러낸다고 주장해왔다.   페이스북은 이날 3분기에 매출액 290억1000만 달러, 주당 순이익 3.22달러의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작년 동기와 견주면 매출액은 35%, 순이익은 17% 성장한 것이지만, 35%의 매출 증가율은 작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주춤한 매출 증가세만큼이나 이날 페이스북을 아프게 한 것은 호건의 영국 청문회 발언이다. 그는 이날 온라인 콘텐트 단속 법안을 검토하는 영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분노와 증오는 페이스북이 존재감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며 “이 상습범들은 알고리즘을 갖고 노는 법과 그것을 이익으로 최적화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호건은 “회사 내부에 안전이 비용(cost centre)이라는 견해가 있었다. (앞으로도) 알고리즘은 중도 좌파는 극좌파로, 중도 우파는 극우파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5일 미국 상원 상무위원회 산하 소비자보호소위원회 청문회에서 했던 발언과 비슷하다. 당시에도 호건은 이 같은 주장과 함께 페이스북에 대한 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AP통신과 CNN 등 17개 언론사들은 호건 측이 제공한 ‘페이스북 페이퍼’를 토대로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의 어두운 이면을 잇따라 폭로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언어 중요도에 차등을 두고 알고리즘을 맹신하면서 문제를 키웠다. FT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잘못된 정보를 탐지하기 위한 예산의 대부분인 87%를 미국 내로 할당했다.    페이스북의 자체 조사에서도 취약한 정치 지형과 잦은 혐오 발언으로 ‘위험이 높다’는 평가가 나왔음에도 나머지 국가에는 13%의 예산만 책정됐다. 이는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페이스북 플랫폼을 사용하는 인도(인구 약 14억 명)에서 무슬림을 겨냥한 가짜뉴스들이 나오는 계기가 됐고, 사용자 수가 500만 명이 넘는 아프가니스탄에선 혐오 표현 신고 페이지가 잘못 번역되어 있기도 했다.   또 페이스북은 자사의 알고리즘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며 인종‧성 차별적인 콘텐트를 제공해왔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인간의 개입은 점차 줄여나갔다. 이에 FT는 “특히 혐오 발언을 따로 신고하거나, 신고된 내용에 대해 해명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며 “페이스북은 현재 혐오 발언의 3~5%, 폭력적인 콘텐트의 0.6%에만 개입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지난 1월 6일 미국의 의사당 점령 사태 당시 혐오 발언 등에 대한 대처가 지연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워싱턴포스트(WP)는 “대외적으론 언론 자유를 옹호했던 페이스북이 베트남 당 대회를 앞두고 페이스북은 반국가 게시물에 대한 검열을 크게 강화했고, 정부가 플랫폼에 대한 거의 완전한 통제권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페이스북이 ‘좋아요’(Like) 버튼의 부작용에 대해 2019년에 자체 연구를 통해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를 삭제하진 않았다”고 보도했다. ‘좋아요’ 버튼을 숨길 경우 게시물과 광고를 덜 보고, 사진 공유도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CNN은 중동지역에서 인신매매 활동에 페이스북이 사용됐다는 것을 2018년부터 사측이 알았다고 폭로했다. “페이스북 페이퍼는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이 이용자들에게 마약 같은 콘텐트를 제공하며 이익을 얻어왔다는 ‘휘슬블로어’의 주장을 뒷받침한다”(CNN)는 비판이 따랐다.   이에 대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에 앞서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페이스북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모두가 비난만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선의의 비판은 우리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현재 보도들은 유출된 문건을 선별적으로 사용해 페이스북에 거짓 이미지를 씌우려는 언론사들의 공동 노력”이라며 “(유출된 문건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소셜미디어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페이스북이 무엇을 하든 우리 힘만으로는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페이스북 월간 사용자는 전 세계적으로 27억 명, 왓츠앱은 20억 명, 인스타그램 10억 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57억 명에 이르는 사용자의 모든 콘텐트를 페이스북이 추적할 수 없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영국 페이스북 마약 콘텐트 하원 청문회 지구적 소셜미디어

2021-10-26

'출구'는 어디 있을까, 북미협상과 조국사태

2019.10.11 4호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프리미엄 콘텐트 Exclusive by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10월 현재 대한민국 안팎에서 일고 있는 두 개의 큰 흐름이 모두 답답할 것 같습니다. 대외적으로는 7개월 만에 무릎을 맞댄 북ㆍ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서로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났습니다. 문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순방에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북ㆍ미 협상 성공을 위한 ‘촉진자’로서 정성을 쏟은겁니다. 그런데도 ‘하노이 노딜(No Deal)’에 이어 ‘스톡홀름 노딜’입니다. 이 문제에 관한 청와대의 침묵이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침묵만 지키고 있을 순 없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시간은 ‘연말’까지 입니다. 이제 두 달 반 정도 남았습니다. 북미협상을 앞두고 전략적으로 ‘나이브’한 측면은 없었는지, 한반도 운명의 시간 속에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될지…. Exclusive가 이번 주 첫 번째로 짚어보려는 주제입니다. 또 하나의 답답한 흐름은 조국 사태입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명한 이후 두 달 동안 세상이 다 시끄럽습니다. 한번은 광화문에서, 또 한 번은 서초동에서…. 보수건 진보건 할 것 없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는 중입니다. 조국 사태만큼은 문 대통령도 이제 ‘출구전략’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대외문제와 달리 국내 문제는 문 대통령의 결단으로 풀 수도 있습니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 7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메시지입니다. 어수선한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표현이라 야당에게서 ‘유체이탈 화법’이란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메시지가 가리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바로 이 대목입니다. “많은 국민께서 의견을 표현하셨고 온 사회가 경청하는 시간도 가진 만큼, 이제 문제를 ‘절차’에 따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절차’에 따른 해결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결국 조 장관 가족 수사의 마무리와 검찰개혁의 제도화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엄정한 수사를 보장하는 한편 법 개정안 없이 할 수 있는 개혁에 대해서는 ‘속도’를 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검찰 수사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 소환으로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법무부와 검찰은 서로 경쟁적으로 개혁안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궁금한 것은 그 이후입니다. 조 장관 관련 수사를 마치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서초동 시위대뿐만이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해임’이란 단어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Exclusive가 탐사한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로는 ‘조국 vs 윤석열’의 게임처럼 흘러가는 검찰개혁안의 내용을 짚어봤습니다. 개혁을 제도화하는 일이 게임처럼 되어선 안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택한 주제입니다.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중앙일보 Exclusive 국제외교 첫째 이야기 강경화의 산책과 북미협상 4대 시나리오 프롤로그  6일 낮 서울 이태원길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일행.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강 장관이다. [Exclusive 촬영] 일요일인 지난 6일 낮 12시. 서울 이태원길. 세 명의 여성이 서로 팔짱을 낀 채 웃음꽃을 피우며 걸어갔다. 가운데 인물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양옆에 있는 여성들은 가족인 듯 보였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맛집으로 소문난 베트남 분짜 L 음식점. 1시간가량의 식사를 마치고 나선 강 장관 일행은 다시 반대 방향으로 걸으며 이동했다. 일행도 한 명 더 늘어났다. 여유로운 휴일을 즐기러 나온 여느 가족과 다름없었다. 그 시간. 외교부는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불과 몇 시간 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대표회담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6시간의 마라톤협상이 결렬된 직후 북한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미국 측이 빈손으로 나왔다. 앞으로 ICBM (발사) 여부는 미국에 달렸다"는 협박성 성명까지 내놓았다. 외교부는 허를 찔렸다. 결과를 낙관했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스톡홀름 북미협상 전 유엔총회 참석 때 방송 인터뷰에서 이런 발언까지 했다.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회담에서 도달한 합의의 3~4개 트랙 관련해 빠른 진전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의 기본 입장은 북한이 얘기하고 있는 안전보장문제나 제재해제 문제 등 모든 것에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는 것이다."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수석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5일 오후(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북한대사관 앞에서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일요일인 지난 6일 낮 12시. 서울 이태결과적으로 강 장관이 말한 '빠른 진전', '미국은 모든 것에 열린 자세' 모두 헛다리를 짚은 셈이 됐다. 회담 결렬 다음 날 언론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미는 직접 대화를 원했다. (중략)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서울의 외교·안보라인은 주말에도 비상 대기모드였다. ‘스웨덴-워싱턴-서울’의 연락망을 가동하고 미국 측으로부터 상황을 공유 받았다고 한다." 일요일 낮 강 장관의 이태원 산책은 이런 기사와는 거리가 있었다. '자유인'이라 불리는 강 장관의 개인적 스타일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어느새 북핵 문제에 둔감해진 한국 정부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었일까, 그렇지도 않다면 아무리 전화통 옆에서 기다려봐야 동맹국 미국으로부터도 별다른 정보를 공유 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 외교력의한계를 보여준 것이었을까. 6일 낮 서울 이태원길에서 산책을 즐기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일행 [Exclusive 촬영] 이어지는 스토리는... #① 앤드루 김이 털어놓은 "속았다" #② 북미협상 4대 시나리오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나머지 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개의 이야기 더... 정치 둘째 이야기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밀월관계 끝날까 # 지난 8월 8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나경원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윤 총장과 나 원내대표는 서울대 법대 선후배(윤 총장이 선배) 사이. 나경원= “재밌는 일화 하나 소개할게요. 저희가 장외투쟁하러 대구에 갔는데, 어떤 촌로가 황교안 대표한테 오시더니 ‘대통령, 대통령’하고 연호를 해.” 윤 총장은 흥미로운 듯 나 원내대표의 얼굴을 쳐다봤다. 나경원= “근데 딱 저를 보시곤 약간 고민을 하시더니… ‘검찰총장, 검찰총장’을 연호하시더라고. 저한테도좋은 거 하나 붙여주시려고 생각하다가 검찰총장이 (대통령 다음) 좋은 거라고 생각한 거지요.”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나머지 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법 셋째 이야기 조국 VS 윤석열,  '게임의 법칙' 은 있나 프롤로그-관용차 이용 금지가 개혁 첫 단추 Q. 요새 관용 차량 이용 못 해 불편하겠네요? 출퇴근 어떻게 하세요? "(웃음) 걸어서 합니다. 저는 집이 서초동이라 가까워요. 오히려 잘 됐죠. 운동도 되고…. 대검에서 조치를 발표한 날 저녁부터 안 쓰고 있어요."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S 검사장은 1주일 전부터 집에서 직장까지 걸어서 출퇴근한다. 이른바 '뚜벅이'다. 그는 지난 7월 26일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신임 검사장급 간부로 승진했다. 검사장급은 '검사의 별'로 꼽힌다. 검사장급이 됐다는 건 고검장, 검찰총장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에 발을 얹었다는 의미다. 전체 검사 2300명 중 40여명 정도가 검사장급이다. 차관급 대우를 하는 관례에 따라 관용 차량과 운전기사를 받았다. 하지만 호사를 누린 건 불과 두 달 남짓. 지난 1일 검사장의 전용 차량 사용이 전면 중단되면서 일반 검사들과 상황이 같아졌다. 이 조치는 당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국 검찰청의 특수부를 3곳으로 축소하고, 외부 기관 파견 검사를 복귀시키는 한편 이들을 형사·공판부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자체 개혁중 하나였다.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나머지 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신청 안내문 ▶알림: Exclusive 3가지 이야기의 전편 기사 구독을 원하시는 독자는 전략-디지털부(봉화식 부장) 직통 (213)368-2657 또는 exclusivela@koreadaily.com을 통해 성함과 e메일 주소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2019-10-11

윤석열은 조국 파고 넘어 살아남을까

2019.10.04 3호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프리미엄 콘텐트 Exclusive by 중앙일보 “끼니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 끼니 앞에서 무효였다. 먹은 끼니나 먹지못한 끼니나, 지나간 끼니는 닥쳐올 끼니를 해결할 수 없었다. 끼니는 시간과도 같았다. 무수한 끼니들이 대열을 지고 다가오고 있었지만 지나간 모든 끼니들은 단절되어 있었다. 굶더라도 다가오는 끼니를 피할 수는 없었다.… 끼니는 칼로 베어지지 않았고 총포로 조준되지 않았다.”(김훈 『칼의노래』중에서) 국어사전에선 끼니를 '아침,점심,저녁과 같이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먹는 밥'이라고 정의합니다. 칼로 베어지지 않고 총포로 조준되지 않는 끼니를, 대열을 지어 다가오고 있는 끼니를 절감한 세대들에선 아침에 만나면 하는 인사가 “아침 먹었니”였더랬습니다. “좋은 아침”이라는 영어 인사, “좋은 날”이라는 독일어 인사, “기분 좋니”라는 중국어 인사와 달랐던 슬픈 기억들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33년 만의 자백으로 장기미제사건 목록에서 빠지게 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에게 영화 ‘살인의 추억’ 속 송강호가 던진 애드립도 “밥은 먹고 다니냐”였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600달러. 세계은행 추계입니다. 3만달러를 넘은 건 지난해가 처음입니다. 192개국 중 30위. 원화로 환산하면 3600여만원입니다. ‘내’가 체감하지 못하는 통계상의 숫자에 불과하지만 이 정도라면 끼니를 걱정할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끼니의 역사적ㆍ사회적 적정 규모는 늘 같지 않습니다. 끼니의 단절이라는 공포를 겪은 세대들에겐 예비해야 하는끼니 개념이 추가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끼니 얘기로 Exclusive의 3호를 시작한 건 중의적입니다. 대통령도, 국회도, 그리고 보통 사람들의 밥상머리에서도 빠지지 않는 ‘조국’이라는 논란은 우리의 끼니와 어떤 관계일까요. 우리는 이제 끼니 문제에선 완전히 자유로운 사회일까요. 끼니의 단절을 두려워해본 세대만의 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Exclusive 3호에선 VIP독자분들의 요청으로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 스토리를 한번 더 들려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장관의 손을 쉽게 놓아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인연과 관계로 푼 이야기도 들려드립니다.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중앙일보 편집국장 박승희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지난달 27일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 첫째 이야기 윤석열은 조국 파고(波高 ) 넘어 살아남을까 프롤로그 - 청와대와 대검의 두차례 신경전 9월 2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 고민정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했다.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찰 개혁은 법, 제도적 개혁뿐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 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 전주 11시간에 걸쳐 진행된 자택 압수수색 등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검사들이 발끈했다. "대통령 말은 지금 검사한테 직무를 유기하라고 지시하는 것 아닌가."(대검 관계자) 이틀 뒤 윤석열 검찰총장 명의의 입장문이 나왔다. "검찰은 헌법정신에 입각하여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 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 이틀 전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답신이었다. '조국 수사=반 개혁' 프레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9월 30일 오후 1시 20분 청와대 다시 고민정 대변인. "오늘 오전 10시부터 35분간 조 장관이 대통령에 법무부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예정에 없던 법무부 업무 보고. 기자들이 깜짝 놀랐다. 보고 제목은 '인권을 존중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검찰권 행사 및 조직 운용 방안'. 3일 전 대통령 메시지와 거의 일치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당부한 뒤 "검찰총장에게도 지시한다. 검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하라"고 했다. 하루만인 10월 1일 검찰총장 입장문이 또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전국 특수부 폐지 등 즉각 시행할 수 있는 개혁 조치를 단행하겠다는 거였다. #프레임 전쟁으로 진화하는 조국 수사 닷새 사이, 대통령이 두 번 메시지를 내고, 검찰총장이 두 번 입장문을 내는 이례적 현상이 전개됐다. 청와대 권력과 검찰 권력간 살얼음판 같은 기싸움이다. "외통수야. 검찰의 비극이자 국정 운영의 비극이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에 대통령까지 한건의 수사에 빨려 들어간 건 유사 이래 처음이다. 이걸 어떻게 수습하나. 수사 결론을 내려도 각자 입장에서 믿고 싶은 것만 받아들일 테고. 보통 문제가 아니다."(전직 검찰총장 A) 검찰 수사를 놓고 진영과 진영이 충돌하고 있다. 그 사이 조 장관 관련 수사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대 무리한 검찰권 행사' 의 공방에서 여권이 짜고 있는 '검찰 개혁 대 반개혁'의 프레임으로 바뀌고 있다. '정권 대 검찰'이 충돌 양상을 보이면서다. 개인의 도덕성, 사회적 공정과 정의의 문제는 가려지고 있다. 원로 검사들에게 조국 수사의 향배와 윤석열의 운명에 관해 물었다. 일단 대통령이 검찰총장에게 검찰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할 수 있는지부터 짚었다. 헌법 권위자 C의 해석이다. "정부조직법상 대통령은 법령에 따라 행정부를 지휘·감독 할 수는 있다. 다만 검찰청법(8조)은 검찰사무에 관한 최고 감독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규정한다. 대통령이 인사권자라 하더라도 검찰총장에게 사건과 관련해 직접 이래라저래라 지시해선 안 된다.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둔 지시는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친다. 이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명분이자목적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최고 권력자도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행동은 삼가야 한다." 이어지는 스토리는... #솔직히 우리가 뭘 어디까지 수사했는지 청와대나 법무부가 알기나 합니까" # 임기제 총장, 또 중도 사퇴할까 에필로그-수사 마무리 후 윤석열의 길은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나머지 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개의 이야기 더... 정치 둘째 이야기 이 다섯 장면을 보면 문 대통령-조국의 관계가 보인다 ‘첫인상’이 인간관계에선 대개 절반 이상이다. 권력의 세계도 다르진 않은 것 같다. 복수의 여권 인사들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처음’은 지난 2011년.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교수 조국’에게 편지를 보냈다. 손으로 직접 쓴 편지였다. 두 사람, 동행의 시작이었다. 문 대통령에게 '조국'이란 어떤 존재일까. 어떤 존재이길래, 임명강행에 따른 정치적 위험과 국론분열까지 감수하는 걸까.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임명한 이유로 ‘권력기관 개혁의 완수’를 들었다.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없을까. 인연이나 관계 같은 요인 말이다. Exclusive가 동행의 출발인 편지를 포함해 문 대통령과 조 장관 사이 다섯 장면을 꼽아봤다.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나머지 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제외교 셋째 이야기 김현종의 사람들, 김현종의 용인술 김현종은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시절 자신이 아끼는 과장급 부하직원의 해외출장에 이코노미석을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주기 위해 자신의 항공 마일리지를 양도했던 인물이다. Exclusive가 확인한 내용이다. 자신에 충성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화끈한 배려를 한다. '김현종 용인술'이다. 하지만 호불호가 너무 엇갈린다. 처음만나 1시간 내에 '내 사람' '무능한 사람' 구분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조직관리에 적합한 리더는 아니라는 평가도 많다. 지난 회에 이어 현재 대한민국외교의 키맨(Key man)이 돼 있는 김현종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나머지 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신청 안내문 ▶알림: Exclusive 3호 3가지 이야기의 전편 기사 구독을 원하시는 독자는 전략-디지털부(봉화식 부장) 직통 (213)368-2657 또는 exclusivela@koreadaily.com 을 통해 성함과 e메일 주소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2019-10-04

조국의 운명이 조국의 운명을 좌우하진 않는다

2019.09.20 2호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프리미엄 콘텐트 Exclusive by 중앙일보 국제외교 첫째 이야기 노무현과 문재인의 김현종 내리사랑 프롤로그 -김현종의 '꿈'은 외교부장관이 아닌 산업부장관이었다 때는 지난해 여름. 청와대에서 세 사람이 무릎을 맞댔다. 문재인 대통령, 임종석 비서실장(당시), 그리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당시)이었다. 임 실장이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대통령님, 이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도 성공적으로 타결됐고, 이번 개각에서 김 본부장을 산업자원부장관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여기서 시계추를 잠시 앞으로 돌려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미 FTA를 진두지휘했던 김현종을 다시 'FTA 구원등판 투수'로 기용했다. 결과는 대성공. 트럼프는 문 대통령에게 김현종을 가리키며 "이런 뚝심있는 협상가(tough negotiator)를 부하로 데리고 있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현종은 불만이었다. 무엇보다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출신인 백운규 산업부장관과 맞지 않았다. 물과 기름이었다. 주무장관인 백 장관은 사사건건 김현종을 견제했다. 그 뿐 아니었다. 통상교섭본부의 조직을 좀 키워보려 해도 이번에는 기재부가 "예산이 없다"며 제동을 걸었다. 말이 장관급 본부장이지, 인사권도 예산권도 없는 자신의 처지에 김현종은 화가 치밀었다. 결국 출구는 두 곳. 외교부장관 아니면 산업부장관이었다. 김현종은 산업부를 택했다. 물론 외교부장관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회의석상 등에서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편애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본 김현종으로선 현실적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당시 김현종은 신남방정책,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 AI(인공지능)에 꽂혀 있었다. "국부펀드를 활용해 삼성전자·현대차로 하여금 선진국 주요 기업을 인수합병(M&A)해야 한다"는 믿음도 있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리더가 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과의 3자회동은 김현종과 의기투합한 임종석이 총대를 메고 마련한 자리였다. 하지만 임종석의 이야기를 곰곰히 듣던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음. 근데 난 김현종 없는 통상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김현종의 꿈은 그렇게 사라졌다. 얼마 후 신임 산업부장관에는 성윤모 특허청장이 임명됐다. 김현종은 1959년생, 성윤모는 1963년생이다. ① 노무현과 문재인, '김현종 내리 사랑'의 이유는? “신기하네. 자네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산업부장관의 꿈을 이루지 못한 김현종에게 문 대통령은 올 2월 '국가안보실 2차장'이란 '선물'을 안겼다.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전이었다. 통상책임자를 국가안보실에 발령낸 건 파격이었다. 형식적으론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이 낮아졌다. 하지만 누구도 '격하'로 생각하지 않았다. '정권 핵심'으로의 진입이었다. 문 대통령 측근 A의 증언이다. "문 대통령은 김현종의 머리에서 나오는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디어'가 머리 속에 깊이 각인돼 있다. 그건 바로 '남북 FTA'다. 김현종을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발탁한 가장 큰 이유다." 12년 전인 2007년 5월. 한미FTA 협상이 타결된 직후였다. 노 대통령은 김현종을 불렀다. FTA를 타결한 김현종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그 자리에 배석했던 B씨의 증언. 김현종: "대통령님, 중요한 FTA를 하나 더 했으면 합니다." 노무현: "어디하고?" 김현종: "남북 FTA를 하시죠." 노무현: "뭐라고? 남북 FTA?" 김현종: "통일로 가는 길이 여러 가지 있는데, FTA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내 귀가 지금 솔깃한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세요. 아니 북한하고도 FTA가 가능합니까?" 김현종: "예, 북한과 FTA를 할 수 있습니다. 2003년에 중국과 홍콩, 중국과 마카오가 FTA를 했습니다." 노무현: "음…. 그렇긴 하네." 김현종은 노 대통령에게 남북FTA를 해야 하는 이유를 하나둘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첫째, 모든 무역상품을 숫자화한 코드, 즉 HS 코드를 북한에 매길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 경제가 국제화되는거죠, 둘째, 남북FTA를 하게 되면 원산지 규정 문제가 해결됩니다. 지금 북한에 원산지 규정이 없다보니 중국 상품이 북한을 통해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잖습니까. 그냥 중국이 날로 먹는 거죠. 근데 FTA를 하게 되면 원산지 특정을 하게 돼 북한에 공장을 제대로 지어야하고, 결국 북한으로선 해외 투자유치가 가능해지는거죠. 셋째, '왜 남한은 북한에만 무관세 혜택을 주느냐'며 문제삼는 외국, '북한에 퍼주기 하느냐'고 트집잡는 국내 보수세력의 반발이 한꺼번에 해결가능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통일'로 가는 첫 걸음이 된다는 겁니다." 실제 김현종의 회고록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언급이 나온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우리는 번트를 대고 열심히 뛰어 슬라이딩까지 해가며 1루에 진출했다. 그 것이 칠레·싱가포르와의 FTA였다. 1루에서 2루까지의 도루는 흔히 있는 법이다. 캐나다, EFTA, 그리고 아시안 10개국과의 FTA다. 2루에서 3루까지 도루하는 것은 흔치 않지만, 국부를 늘리고 경쟁력을 갖춰 통일을 준비해야 하기에 2루에서 머물 수 없었다. 그래서 일본·중국·아세안을 합친 시장보다 더 큰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EU와 협상을 시작했으며, 중국과 예비협상을 개시했다. 하지만 3루까지 도루해도 홈스틸을 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FTA의 홈스틸은 바로 남북 FTA다.” 김현종의 설명을 지그시 듣던 노 대통령은 무릎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신기하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배석자들에게 “이거 아주 흥미로운데. 다음 주 제대로 회의해 봅시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각료들이 반대하고, 김현종도 유엔주재 한국대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그로부터 12년의 세월. 문재인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다시 '남북 FTA'의 구상이 꿈틀거린다. 사실 문 대통령이 최근 야심차게 내놓았던 '남북평화경제' 'DMZ 국제평화지대' 아이디어의 뿌리도 따지고보면 김현종의 12년 전 남북 FTA 구상의 뉴 버전이다. 12년 전 노무현의 옆에 김현종이 있었다면 지금 문재인 옆에도 김현종이 있다. 게다가 양자를 잇는 코드도 '북한' '통일'로 일치한다. 이어지는 스토리는... ② "이게 내 스타일("It's my style)"이라는데, 어떤 스타일? ③ 약이 될까, 독이 될까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나머지 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개의 이야기 더... 정치 둘째 이야기 조국이 불러낸 이름 전해철, 원혜영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의원회관 930호에서 나오다 기자 세 명과 마주쳤다. 9월9일의 일이다. 930호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실. 이 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날이다. 강 수석은 공식 발표(오전 11시)보다 30분 먼저 국회에 왔다. 대통령의 메신저로, 이해찬 대표에게 결정사항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강 수석이 이 대표에게 ‘조국 임명’을 알린 뒤 국회 본관을 총총히 나서자 대부분의 기자는 그가 청와대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동선을 중앙일보, 연합뉴스, 조선비즈 기자 세 명이 끝까지 쫓았다. 대통령의 메신저는 청와대로 바로 복귀하지 않고, 의외의 장소인 전해철 의원실로 향했다. 전 의원은 지도부도 아니고, 당직도 맡지 않고 있다. ”전해철 의원실엔 왜…. “(기자 셋) “(멋쩍게 ‘하하’ 웃으며) 우연히, 차 한잔하러요. 그냥 시간이 좀 남길래. 하하. 별일 없이.” 시간이 남아 우연히 그냥 차 한잔하러 왔다? 그 긴박한 날에. Exclusive의 의문은 며칠 뒤 풀렸다.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나머지 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법 셋째 이야기 판도라의 상자 '경찰총장' 윤 총경 Q. 버닝썬 사건 수사 때 승리 단톡방에 '경찰총장'으로 등장했던 윤 총경(49·경찰대 9기)은 요새 어떻게 지내나요? 최근 '조국 사모펀드' 연루 의혹도 불거져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그 분요?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지도관으로 보직이 변경됐어요. 매일 오전 9시 서울청 사무실로 출근해 도장을 찍은뒤 서울시내 31개 일선 경찰서 교통과로 나가 현장을 점검하고 지도한답니다. 명목은 애로사항 청취하고 지도, 격려한다는 거지만 실상은 뺑뺑이 도는 겁니다. 징계위에 회부돼 사표를 내도 수리가 안되고, 검찰 수사 후 기소 및 재판 확정 전까진 이런 상황이 유지된답니다. 경찰 내 요직인 경찰청 인사담당관에서 낭떠러지로 떨어진 거죠." 지인과의 문답 다음날인 25일 오전 8시 50분. 서울경찰청으로 달려갔다. 지하주차장 빈 자리에 급히 차를 대고 출입문으로 다가갔으나 아뿔싸! 출입증이 없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 허겁지겁 1층으로 올라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통관리과 사무실이 있는 7층으로 향했다. 복도를 지나가는 여경을 붙잡고 "윤 총경 사무실이 어디죠?"라고 물었다. 다행히 그를 아는 듯했다.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나머지 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신청 안내문 ▶알림: Exclusive 3호 3가지 이야기의 전편 기사 구독을 원하시는 독자는 전략-디지털부(봉화식 부장) 직통 (213)368-2657 또는 exclusivela@koreadaily.com을 통해 성함과 e메일 주소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2019-09-28

조국의 운명이 궁금합니다

2019.09.20 2호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프리미엄 콘텐트 Exclusive by 중앙일보 정치 첫째 이야기 조국 임명 하기 전 청와대의 48시간 프롤로그-조국 청문회 끝난 새벽, 2막이 오르다 지난 9월 7일 0시 1분.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이 "조국 인사청문회 산회(散會)"를 선포했다. 14시간의 청문회로 조 후보자도, 야당 의원들도, 기자들도 녹초가 되었을 때다. 바로 그 무렵, 조국 사태의 새로운 2막이 올랐다. # 새벽 0시4분-심야의 여의도 여상규 위원장의 산회 선포 이후 국회 법사위 회의실(인사청문회장)을 나온 조국 후보자는 인근 427-2호(국회 파견검사실)로 이동했다. 법무부 관계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조 후보자가 들어서자 박수 소리가 나왔다. ‘청문회를 선방(善防)했다’ 내지 '이제 큰 고비는 넘었다'는 뜻이었으리라. 그러나 박수 소리는 곧 허공에 흩어지고, 분위기가 싸해졌다. 서초동에서날아온 ‘비보(悲報)' 때문이었다. # 새벽 0시4분-심야의 서초동 조 후보자가 박수를 받고 있었을 때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배포했다. "금일 오후 10시 50분 동양대 A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인사청문회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A 교수는 조 후보자 부인이었다. 조 후보자의 거취와 관련해 예상됐던 대형 변수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1막이 ‘조국 대 야권’의 격렬한 공방이었다면, 2막은 선수가 달라졌다. 심판인 줄 알았던 ‘윤석열의 검찰’이 링 위에 올랐다. # 새벽 0시12분-다시 여의도 한고비 넘은 줄 알았는데, 새로운 고개를 만난 조 후보자가 밖으로 나왔다.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427-2호 앞 복도에서 입장을 발표했다. ”피의자 소환 없이 검찰의 기소가 이뤄져 아쉬운 마음이 있다. 지금부터 제 처는 형사 절차상 방어권을 갖게 될 것”이라는 요지였다. 그런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이때가 새벽 0시 18분이었다. # 심야 청와대 당시의 긴박했던 여의도와 서초동 상황을 동시에 주시하는 눈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수 시간 전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문 대통령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과 그 시각까지 비공개 참모회의 중이었다. 참모회의는 새벽 1시쯤에야 끝났다. 이때부터 문 대통령의 고민은 일요일 밤까지 48시간 내내 이어졌다. '조국을 살릴 거냐, 말거냐'를 놓고. 한밤중의 청와대 마라톤회의…노영민의 조국 임명반대설 문 대통령은 공교롭게 조국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날(6일, 금요일)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다. 귀국하자마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로 직행(오후 5시)해 태풍 ‘링링’의 진행경로와 대처 상황을 보고받은 뒤 오후 9시 다시 청와대 참모들을 소집했다. 그 회의가 무려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이어진 것이다. 참모회의에선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 ”대통령이 찬반 토론을 쭉 해보자고 해서, 순방 중 있었던 일에 대한 보고와 참모들의 찬반 토론이 있었다. 대통령은 말씀하시기보단, 주로 청취했다. “(청와대 관계자) ‘찬반 토론이 있었다’는 말, 4시간의 마라톤 회의. 청와대에도 조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의견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참모회의에서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clusive 취재결과 표면적으로는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는 것이 청와대 입장이었지만, 조 후보자와의 친소관계와는 별개로, 임명은 너무나 큰 부담이라는 기류가 이면엔 상당했다. ①어디로 튈지 모르는 검찰 수사 ②20대 청년층의 촛불 집회 ③임명 시 예상되는 사태의 장기화….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파장이 눈에 보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선 노영민 비서실장이 대표적인 조 후보자 임명반대론자(자진 사퇴론자)였다고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이 Exclusive에 증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당 핵심인사의 말이다. "나는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임명하실 것으로 보지만, 노영민 실장이 반대한다는 게 변수다. 대통령은 참모들 의견을 굉장히 새겨듣는다." 또 다른 인사도 ”청와대 일각에서 조 후보자의 ‘자진 사퇴론’을 얘기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청와대 일각’이 노영민 실장을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그만큼 노 실장의 반대론은 민주당에선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얘기’였다. 자진 사퇴론자들의 해법은 '인사청문회는 반드시 한다→청문회에서 조 후보자는 직접 해명 기회를 갖고 명예회복을 한다→자리를 던지는 결단을 하면서 지지층에 감동을 줘야한다'는 것이었다. 이어지는 스토리는... 문 대통령, 임종석까지 면담…그날 갓 길에 1시간 주차한 조국 에필로그-조국 임명 배경엔 '윤석열 메시지' 역효과도 있다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나머지 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개의 이야기 더... 사법 둘째 이야기 ‘조국의 운명은 세 개의 물음에 달렸다 윤석열 검찰의 최종 타깃은 조 장관이다. 그 끄트머리 징검다리가 아내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던 9월 6일 자정 무렵, 검찰은 딸 입시 비리와 관련해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로 정 교수를 전격 기소했다.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나머지 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제외교 셋째 이야기 문재인과 아베, 악연의 뿌리가 문제다. # 마지막 담판이 소득없이 끝나다 지난 7월 도쿄의 한 음식점. 일본의 외교 책사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앞자리에 앉아 있는 이는 유명환 전 외교부장관. 1946년생 동갑내기. 2006년 한·일 양국의 외교부 차관으로 일촉즉발의 '독도 수로탐사' 사태를 마무리했던,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전우(戰友)다. 야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징용공(강제징용자) 문제로 아베가 화가 날대로 나 있다. 그러니 일단 스가 관방장관을 만나보지 않겠느냐."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나머지 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신청 안내문 ▶알림: Exclusive 창간호 3가지 이야기의 전편 기사 구독을 원하시는 독자는 전략-디지털부(봉화식 부장) 직통 (213)368-2657 또는 exclusivela@koreadaily.com을 통해 성함과 e메일 주소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콘텐트 EXCLUSIVE

201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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