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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길에서 커뮤니티 화합 한마당 잔치 [화보]

▶ 사랑 나누기 마라톤 전체 사진 보기 LA한인타운 중심부인 윌셔 불러바드를 흰 물결로 가득 채운 중앙일보 주최 ‘2023년 제10회 사랑 나누기 5K/10K 마라톤’ 행사는 참가자 모두에게 함박웃음을 선사했다.     봉사하는 단체의 기금 마련을 위해 달리는 이들도, 행사 진행을 돕기 위해 새벽부터 행사장에 모인 봉사자들 모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함께 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사랑나누기 축제에 온기를 더했다.   ○…올해 사랑 나누기 마라톤은 10살 이하 어린이들이 마스코트로 등극했다. 마라톤에 참가한 이들은 곳곳에서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은 ‘꼬맹이들의 움직임’에 연신 웃음을 띠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2살 어린이부터 초등학교에 들어간 1학년까지 다리까지 늘어진 마라톤 티셔츠를 입고 윌셔 대로를 걷고 뛰었다. 레인보우 프리스쿨 졸업생 제이든 안(8)군은 “3~4살 때 이곳에서 달렸던 기억이 난다. 내년에도 또 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의 참가자들도 다수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대회의 최고령 참가자인 방진기(88) 씨는 노익장을 과시하며 결승점을 향해 힘차게 뛰었다. 또 올해 85세인 김정태 씨는 10K 마라톤에 참가했다. 김씨는 “건강을 찾기 위해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운동한다는 대회의 취지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사우스LA에서 온 전예인(83)·서니 전(75) 부부는 사랑 나누기 마라톤이 ‘부부의 사랑과 추억’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전씨 부부는 1회 행사 때부터 참가해 10여 년 세월 동안 손을 맞잡고 달렸지만, 올해 남편 전씨는 휠체어에 의지해 행사장을 찾았다. 부인 전씨는 “코로나 때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며 “올해는 우리가 달릴 수는 없지만, 추억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올 때마다 뿌듯하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남편 전씨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도 보였다.   ○…LA한인타운 윌셔 대로가 웨스턴 애비뉴부터 맥아더파크 파크뷰 스트리트까지 ‘차 없는 거리’로 통제되자 타주와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특별한 추억을 남기려 행사장을 찾았다. 미주리주 클리블랜드에서 독일 친구 자니나 스미츠와 LA에 놀러 온 소피아 두마즈는 “4일 여행으로 라인 호텔에서 머무는데 아침에 도로에 사람들로 가득 차서 구경 나왔다”며 “친구와 LA에서 와서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가게 됐다”며 웃었다.     ○…몸은 불편해도 열정만큼은 이를 넘어선 참가자들도 보였다. 방주교회의 이젠호(82)씨와 조순선(67)씨는 서로 부축하며 끝까지 달렸다. 이씨는 3년 전 교통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졌지만, 보행기를 끌고 참여했다. 조씨는 이씨를 부축해 함께 걸어 결승선에 함께 골인했다. 이 씨는 “핸디캡이 있는 이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평지라서 좋았다”며 “불편함에도 끝까지 마칠 수 있어서 후련하다”고 말했다.     ○…LA총영사관 직원 11명도 사랑나누기에 동참했다. 이들은 마라톤 5K 구간을 완주하며 한인사회와 함께하는 총영사관을 약속했다. 지난 8월 부임한 한은실 영사는 “LA에서 한인사회가 안정적으로 안착된 모습이 느꼈고, 여러 인종과 장애인도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표정철 부총영사는 “이렇게 좋은 자리가 마련돼 한인과 주민들이 같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공유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다이아몬드바 보이스카우트 278/1278(대장 한학수) 소속 맥스 변(13)군은 “랜초쿠카몽가에서 오전 5시에 출발했다. 마당몰 입구에서 친구들과 주차 안내를 맡았는데 모처럼 LA한인타운에 와서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정말 좋다”고 웃었다. 윌셔라이언스클럽 산하 레오 학생 클럽은 7~12학년의 학생들과 부모들이 이른 시간부터 500인분 이상의 수박 화채를 준비했다. 케네스 최(49) 어드바이저는 “행사의 주제가 사랑이다. 봉사하는 것도 사랑을 나누는 방법이기 때문에 지원하러 나왔다”고 전했다.       ○…후원사들도 각각 부스를 운영하며 마라톤 응원에 나섰다. 코웨이 측은 “이 행사는 한인타운에서 타인종과 한인이 함께하며 운동할 수 있는 유일한 이벤트”라며 “여러 커뮤니티가 모여 화목한 모습을 응원하기 위해 새벽부터 응원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농심은 모든 참가자가 대회 후 상품을 챙겨갈 수 있도록 1600명분의 라면 팩을 준비했다. 농심의 장우진 이사는 “팬데믹 이후 많은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가 흔치 않았는데 이번 기회는 건강을 위해 모두가 모일 수 있는 것 같아 바람직한 행사라고 생각한다”며 “농심이 좋은 취지의 이벤트를 지원하고 한인사회 단합에 일조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올해 최대 경품이었던 아시아나 왕복 항공권은 이날 의료봉사에 참여한 힐스한의원(원장 류후기) 황상원 한의사에게 돌아갔다. 황 한의사는 “봉사자로 참여했는데 큰 경품을 받게 돼 너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황 한의원과 함께 의료부스를 지킨 류 원장도 함께 기뻐했다. 류 원장은 과거 마라톤에서 러너로 참가했으나 2018년부터 의료 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10K 남자 부문 우승을 차지한 유성은(38)씨는 결승선을 39분 만에 밟았다. 지난 2016년에도 1등했던 그는 한인 마라톤 동호회 해피러너스 수석코치이기도 하다. 그는 “나보다 잘 뛰는 분들이 많았는데 운이 좋았다. 선선한 날씨 덕분에 달리기에 무리가 없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장애인 휠체어 부문 우승자인 에드가 모리요(35)씨는 “올해만 5번째 사랑나누기 마라톤에 참가했다. LA라틴장애인연합(UDLA)을 위한 기금을 모으기 위해 친구 5명과 나왔는데 힘들지 않았다. LA 한복판에서 많은 이들과 달릴 수 있어 기분이 참 좋다”고 기뻐했다.   5K 남자 우승자인 리처드 김(21)씨도 2017년에 이어 다시 한번 재능을 뽐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김씨는 자전거를 탄 그의 아버지 황연상씨의 가이드에 맞춰 선두로 들어왔다.     ○…5K 여성 부문 1등은 파티마 나바로(22)가 차지했다. LA한인타운에 거주한다는 그는 “2017년부터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많은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행사다. 가주가 ‘멜팅팟’이라고 불리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뛸 수 있어서 더 좋다”고 전했다.   여자 10K에서 결승점을 가장 먼저 통과한 그레이스 김(58) 씨는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아서 러닝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번 대회는 처음 참여하는 데 우승까지 하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또 “이런 취지를 가진 행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문화가 어울리는 행사는 통해 커뮤니티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사랑의 마라톤 내년엔 더 힘차게 뜁니다 “증오는 그만, 사랑으로” 1500명 함께 뛰었다 현장 취재=김형재·우훈식 기자마라톤 취재 대회 참가자들 마라톤 응원 마라톤 의료봉사

2023-09-17

[취재 수첩] 단소 운영에 한인들은 '들러리' 인가

지난 16일 LA라인호텔, 흥사단 옛 본부 건물(단소) 활용에 관한 설명회가 열렸다. 〈본지 8월 17일자 A-3면〉   단소를 매입한 한국 국가보훈부가 주최한 행사다.   국가보훈부 황의균 보상정책국 국장의 단소 활용 방안을 듣던 중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공개 석상에서 분명하게 선을 긋는 듯한 발언 때문이다.   황 국장은 “리모델링이 완공될 때까지 단소 유지, 관리는 한미유산재단에서 도움을 줄 예정”이라며 “리모델링 완공 후 개관이 되면 대한민국 정부에서 직접 프로그램 운영과 시설물 관리를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미유산재단은 차만재 교수(캘스테이트 프레즈노)가 설립했다. 단소 관리를 위해 미주 한인을 중심으로 급히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단소의 보수 공사 및 복원 작업 완료 목표 시한은 오는 2025년 8월이다.   황 국장의 발언대로라면 한미유산재단의 역할은 일단 공사가 끝날 때까지다. 이후부터는 한국 정부가 직접 관리를 맡겠다는 것이다. 개관 이후 단소 운영에 있어 한인사회의 역할이 불분명한 셈이다.   공사는 이미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어쨌든 한미유산재단이 공사 완료 때까지 관리를 맡겠다니 차만재 교수에게 운영 계획 등을 물었다.     차 교수는 “시공 업체나 복원 비용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겠다”며 “국가보훈부에서 연락이 와서 최근 비영리 단체를 설립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 정부와 한미유산재단 간 관리 방안 등을 두고 구체적인 논의가 오갔던 것인지 의문이다.   사라질뻔한 단소를 매입한 건 한국 정부지만, 철거 위기에서 몸으로 막아선 건 미주 한인들이다.     이날 축사를 한 김영완 LA총영사도 풀뿌리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단소 보존에는 한인들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단소 보존은 한국 정부와 미주 한인들이 함께 이뤄낸 쾌거다. 그래서 더 뜻깊다. 향후 단소 관리 및 운영 역시 함께해야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다. 한인들은 ‘들러리’가 아니다. 장열 기자취재 수첩 들러리 단소 단소 활용 미주 한인 단소 유지

2023-08-17

[취재 수첩] 한국말 '실종된' 광복절 행사

지난 8월 11일 오전 LA시의회에서는 금요일을 맞아 다민족 축하 자리가 펼쳐졌다.   시의회 방문객들의 박수가 넘치고 그들이 가진 고유의 예술과 역사를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날은 존 이 시의원이 한인들을 초대해 광복절을 축하받는 순서도 있었다.     회기 첫 순서로 밥 블루맨필드 시의원이 리틀도쿄의 니세이 축제를 찾은 자매도시 나고야 시장 일행을 소개했다. 카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영어로 자신을 소개하고, 탐 라본지 시의원과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어서 소개받은 다카유키 나리타 나고야 시의장은 자신을 영어로 소개하고는 이후 일본어로 소감을 밝혔다. 통역이 있긴 했지만, 그가 모국어로 말하며 LA 시의원들과 눈 맞춤을 이어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로 시의회를 채운 축하는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전 LA다저스 투수가 차지했다. 그를 소개하던 유니세스 헤르난데스 시의원은 중간중간 지명과 정보를 스패니시로 묘사했다. 발렌수엘라도 초입에 영어로 소감을 밝혔지만, 후반에는 스패니스로 더 깊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반면 한인사회의 광복절 소감은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존 이 시의원, 제임스 안 한인회장, 김영완 총영사까지 모두 영어로만 진행됐다. 물론 역사적인 사실들에 감동까지 발표문에 넣어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은 의미 있다.   하지만 3명의 한인 대표가 연설했다면 이 중 한 명 정도는 한국어로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민족 커뮤니티의 축하 자리에 어떤 전략이나 과도한 계산이 들어간다면 불편해질 수 있지만, 김치, 태권도, 한식의 날이 자리 잡은 캘리포니아 LA인데 이날 이 자리를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자리로 활용할 수는 없었을까.     이날 일본인들과 라티노들이 사용한 모국어에서 기자가 그들만의 자부심이 느껴졌다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한글 일간 신문이 50년째 인쇄되고, 수백여 명의 한국어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가주에서 한인사회를 대표해 연설하는 기회가 생긴다면 한글을 좀 더 알리고 자랑하는 방식으로 해보자.   이런 조그만 노력이 커뮤니티 안으로는 2~3세들에게 자긍심을 선사하고, 밖으로는 한인 사회 홍보에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취재 수첩 한국말 광복절 광복절 행사 광복절 소감 블루맨필드 시의원

2023-08-16

[취재 수첩] 리들리-토머스의 '꼼수'

가톨릭 학교 ‘이마큘릿 하트 칼리지’는 설립 이념이 ‘믿음, 희망, 행동’이었다. 1970~80년대 학교를 이끈 수녀들은 사회 이슈에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설 정도로 ‘행동하는 양심’이었다.  마크 리들리-토머스(이하 MRT) 시의원이 사회학과 종교학을 공부하며 ‘사회 변화’를 꿈꾸던 곳이다.     2002년 가주 하원을 시작으로 20년 동안 사우스LA의 주요 선출직을 거친 MRT가 정치역정 최대의 기로에 섰다. 바로 ‘사심’ 때문이다.     그것도 카운티 주민들이 낸 세금을 거래했고, 아들이 USC 교수가 되도록 작업했고, 아들이 운영하는 단체에 보내는 기부금을 대학을 통해 세탁하려 했다.     이 정도 되면 정객들은 자숙하며 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해야 맞다.     하지만 MRT는 ‘역습’을 택했다. 친구들을 동원해 변호비용 150만 달러를 모았다. 선출직 공무원인 자신의 사적인 욕심이 연루된 재판의 변호 비용을 공개적으로 정치인과 기업에서 거두는 것도 놀랍다. 더 나아가 사우스LA의 대표적인 교회에서 집회를 통해 사실상 무죄 투쟁을 시작했다. 친한 목사는 ‘이 정도는 봐줘야 한다’는 뉘앙스로 기도를 올린다.     미국의 형법재판은 검찰이 실질적인 증거를 제시해 용의자의 죄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것이 안 되면 판사나 배심원들은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남가주 주민들은 OJ 심슨의 ‘맞지 않던’ 장갑을 기억한다. 무리한 수사와 부실한 증거는 무죄 방면을 뜻할 수도 있다. MRT가 노리는 수는 바로 이것이다. 유죄 인정을 통해 의원직, 명예, 인맥을 모두 잃기보다는 배심원의 의견 불일치를 통해 검찰의 증거 입증을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흑인 커뮤니티의 민권 운동은 모든 소수계가 기억하고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MRT가 남긴 여러 업적에도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그의 이번 법정 전략이 후세들에게 부끄러운 ‘꼼수’ 전략으로 기억되지 않길 바란다. 그 옛날 그를 가르친 수녀 선생님들에게도 부끄러운 일이 될 터이니 말이다. 최인성 사회부 기자취재 수첩 리들리 토머스 마크 리들리 사회학과 종교학 증거 입증

2023-03-09

[J네트워크] 중국 당 대회 취재기? 달리기!

중국공산당(중공)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폐막한 지난달 22일 오전. 취재 신청과 허가, 나흘간 격리를 거친 외신 기자를 태운 버스가 천안문 광장 정양문(正陽門) 앞에 섰다. 문이 열리자 뜻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외국 통신사 소속 현지 여직원이 뛰쳐나갔다. 홍콩의 신문은 ‘광분의 질주’라고 썼다. 운동선수 복장에 가방도 장비도 없었다. 광장 남쪽부터 행사장 인민대회당 동문까지 800m 육상 경주를 방불케 달렸다. 다른 촬영 기자들도 가만있지 못했다. 집단 달리기가 시작됐다. 육중한 삼각대와 대포 같은 망원렌즈를 어깨에 메고 그녀를 쫓았다. 광장을 지키던 무장경찰까지 놀랐다. “몇몇 외국 기자들이 광장 서쪽을 질주하고 있다”고 타전했다. 대회당 동문 검문소에서 잠시 멈춘 뒤 다시 계단을 뛰어올랐다. X레이 검색대를 통과하고서 2층 대기실로 다시 달렸다. 단거리와 장애물 경주를 넘나들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공 전 총서기의 퇴장을 14억 중국인을 제외한 수십억 외국 독자가 생생하게 볼 수 있었던 건 오롯이 이들의 달리기 덕이다. 돌아가는 버스에서 홍콩 기자들은 외신에 지지 않도록 평소 운동을 다짐했다는 후문이다.   제로 코로나와 시진핑(習近平) 일존(一尊) 시대는 당 대회를 방역 루프에 가뒀다. 루프에 갇힌 20차 당 대회는 5년 전과 달랐다. 마르크스·레닌주의 정당의 특징이자 철의 규율인 단결이 깨졌다. 미스터리 속 전직 일인자의 비정상적 퇴장 때문이다. 분열된 수뇌부를 만천하에 보여줬다. 폐문 회의와 달리 공개회의에서 단결만 과시하던 불문율을 깼다.   앞서 16일 개막 정치보고에서 시진핑은 고전 ‘시경(詩經)’ 속 ‘우심충충(憂心??)’을 인용했다. 근심과 초조함을 말한다. 당의 장기 집정(執政) 위기를 언급하면서다. 10년 전 후진타오가 말한 ‘망당망국(亡黨亡國)’과 같은 취지다.   해법도 내놨다. ‘경제 건설 중심’에서 안보를 발전에 앞세운 기울어진 병진노선으로 대전환이다. 전환의 뿌리는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였다. 마오 시대 국가 소유제가 지배하던 계획경제는 실패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시장을 도입해 경제를 발전시켰다. 경제 건설 중심의 시대가 시작됐다. 대신 시장이 중공의 권력 독점을 위협하지 못하게 울타리에 가둬야 했다. 시장과 권력의 불편한 동침, 중국식 패러독스다. 시장이 굴기했다. 이른바 영수(領袖)가 ‘망당망국’을 ‘우심충충’한다고 했다. 병진노선을 중국식 현대화로 포장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어디로 향할까. 베이징 외신 기자의 준비가 달리기에 그칠 수 없게 됐다. 신경진 / 베이징총국장J네트워크 중국 대회 행사장 인민대회당 대회당 동문 취재 신청

2022-11-09

[취재 수첩] 매즈칼 한잔 합시다

과테말라 국경에 인접한 멕시코 남부 오하카는 증류주 매즈칼(Mezcal)로 유명하다. 특정 원료를 고집하는 데킬라(Tequila)와 달리 매즈칼은 30개의 다양한 용설란(Agave)에서 발효되며 광범위하게 소비된다. 증류도 한번으로 끝낸다. 데킬라가 특화된 고급주라면, 매즈칼은 민초들을 위한 ‘국민주’다. 그 값도 3~4배 차이가 난다.   최근 LA 시의원들의 녹취는 사적인 발언이지만 오하칸을 비하하는 정서를 명백하게 보여줬다. 한인타운 거리에 피부가 까맣고 키작은 ‘오하칸 코리안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매우 못 생겼다’는 부연까지 섞어서 말이다. 해서는 안될 말이 공개된 것이다.     라틴계 정객들은 선거마다 시민들에게 ‘화합’과 ‘자부심’을 강조했다. 서로를 이해하자며 피부색과 언어가 달라도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이들의 속내는 그렇지 않았다.     권력과 영향력으로 지역구 경계선을 좌지우지하고, 기업과 폭력조직으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았다. 산적한 문제들은 이들의 당선 후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런 ‘권력 카르텔’을 부수는 작업은 라틴계 커뮤니티에서 시작돼야 한다. 힘과 영향력이 모이면 부패가 시작되는 것처럼 잘 뽑기도 해야 하지만 뽑은 뒤에 감시 작업도 중요하다. 한인들도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뽑은 시의원들이 으쓱해진 어깨에 걸맞게 값비싼 데킬라에만 취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 옛날 복국집 누구처럼 “우리가 남이가”를 연발하며 ‘키작고 피부색 짙은 오하칸과 코리안’을 우습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시의원들은 물론 한인사회 안팎의 리더들이 모여 매즈칼을 한번 마셔보면 어떨까.     다양하면서도 숙성된 풍부한 문화를 어떻게 존중하고 기억해야 하는지, 그것이 우리 후손들에게 어떻게 남아야 하는지 절실히 고민하면서 말이다. 최인성 부국장취재 수첩 오하칸 코리안들 라틴계 커뮤니티 한인타운 거리

2022-10-20

한국학중앙연구원 다큐제작팀,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 방문

뉴욕한인회 내용이 담긴 동영상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진다.   한국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오태환 전문위원은 ‘세계한민족문화대전’ 동영상 다큐를 제작하기 위해 제작팀과 함께 14일 뉴욕한인회를 방문했다.     세계한민족문화대전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재외동포 백과사전 편찬 작업이다. 재외 한인의 역사와 문화자료를 조사하고 연구, 가공해 서비스하는 온라인 백과사전으로, 한민족의 세계사적 이해 기반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2011년 중국편을 시작해 2015년 편찬을 완료했고, 2016년 일본,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권 국가 모임), 북미 서부 권역 편찬을 시작해 2018년 완료했다.     북미 편에서는 1903년 미 하와이주로 이주한 한인들과 미 본토로 재이주 과정, 재미 한인들의 독립운동과 민족교육, 미 주류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겪은 여러 차별과 정체성 유지를 위한 노력이 소개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이번 뉴욕 방문은 북미 동부편 동영상을 제작하기 위한 것으로 총 10편이 제작된다. 특히 뉴욕한인회에서 진행된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 인터뷰는 2022 코리안페스티벌의 의미와 취지, 기대효과 등의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북미 동부편은 올 연말까지 구성을 마친 후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해당 내용은 웹사이트(www.okpedia.kr) 에서 살펴볼 수 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한국학중앙연구원 다큐제작팀 한국학중앙연구원 다큐제작팀 뉴욕한인회장 인터뷰 취재 뉴욕한인회

2022-10-16

[중앙 칼럼] 1000명을 만나고, 5600편을 쓰고

중앙일보 기자들이 매달 한 편의 칼럼을 쓰게 된 것은 20년도 넘은 일이다. 취재로 바쁜 기자들에게 월말 시험이나 과제물 내는 것 같이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 취재하는 사안을 파악하고 분석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훈련의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단순히 기자로서가 아닌 저널리스트로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특히 기자들에게 미국사회와 한인커뮤니티 전반에 걸친 의견과 주장을 발표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 모든 기자가 칼럼을 쓰기 시작할 때에 평기자는 ‘시티퍼트롤’을 칼럼명으로 펜을 들었다. 차장부터는 ‘마감24시’, 부장부터는 ‘중앙칼럼’, 또한 논설실 위원들은 특정 문패를 만들어 칼럼을 써왔다.     대략 20년간 취재기자를 해 온 경우, 약 240편이 넘는다.     물론 칼럼에 전념할 수 있는 칼럼리스트들과 달리 취재와 일반기사 작성을 해야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완성도가 항상 100%였던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한인사회가 나름의 고유한 주장이나 독립적인 목소리가 별로 없는 환경에서 한 명 한 명 기자의 칼럼은 언론인로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으로 기억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지난 1996년 입사한 기자는 칼럼 이외에 지금까지 쓴 기사가 짧은 단신부터 긴 인터뷰까지 5600건이 훨씬 넘는다. 어느 순간 웹사이트에 오른 기사조차 세어보기를 중단했다.     이중 인터뷰가 가장 많았다. 대략 헤아려도 1000명을 넘는다.     내성적인 성격의 기자에게 인터뷰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많으면 1주일에 10명도 더 만난 적이 있지만 성격 탓에 자신 있게 눈을 마주치며 인터뷰한 적이 거의 없다. 가족들에게도 밝힌 적이 없지만 처음에는 매우 어려웠고 괴롭기까지 했다.     편집 기자는 완성된 기사에서 제목과 레이아웃을 정하게 되지만 취재기자의 입장에서는 그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서 기사로 쓸만한 이야기를 끌어내야만 한다. 이런 과정이 쉽지 만은 않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 스스로가 기자로서가 아니고, 독자들의 대표라는 입장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괴로움이 사라졌다. 선배들이 지나치면서 해준 충고를 예전에 귀기울였으면 깨달았을 것을 늦게 알았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   익숙해지면서 취재 인터뷰를 즐겁게 생각하며 스토리텔링까지 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항상 즐겁지는 않았다. 겨우 1시간 동안 인터뷰하면서 상대방의 수십년 일생을 압축해 들어야 했고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1시간에 걸쳐 기사를 작성했다.     독자들은 몇 분이면 읽을 수 있는 인터뷰 기사를 사명감과 압박감 속에서 여러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인터뷰의 긴장감은 달랐지만 당시 현직이었던 고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대입을 앞두고 있는 고교생까지 다양하게 만났다.     90년대 말 열린 여자 월드컵에 출전한 북한 여자 축구팀 선수들에게 ‘해외에서 김치 같은 한식을 잘 공급받느냐’는 질문을 했다가 ‘너희 굶느냐’는 질문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광고 홍보차 미국에 온 영화배우 신은경, 박중훈, 박신양, 최불암 등 유명인, 고 이만섭 의장 등 정치인들, 한국의 대학 총장들을 한인 독자들을 대신해 많이 만났다. 중앙일보 기자였기 때문에 얻은 영광이다. 개인적으로 보람도 있었고 행복했다.   이제 좋은 인터뷰 기사를 쓸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기자는 인터뷰를 그만두게 됐다. 수많은 스토리들이 남아 있지만 이제 후배 기자들의 몫이 됐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예정된 것처럼, 현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한인사회 역동기, 이민의 현장을 기록해 왔던 모든 날들이 영원히 간직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장병희 / 사회부 부국장중앙 칼럼 인터뷰 기사 취재 인터뷰 일반기사 작성

2022-02-22

한인 PD, 무리한 취재 지시 논란

주류 언론에서 종사하는 한인 여성 프로듀서가 카일 리튼하우스 공판 과정에서 무리한 취재를 요구하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 여성 프로듀서는 LA지역 한인 방송국에서도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17일 MSNBC 소속 제임스 모리슨 프로듀서가 카일 리튼하우스 공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을 태운 법원 버스를 뒤쫓던 중 경찰에 적발됐다.   법원은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 배심원의 신변 보호를 위해 버스 창문을 가리는 등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MSNBC측은 배심원을 태운 버스를 신호까지 무시해가며 무리하게 뒤쫓다가 교통법 위반으로 적발된 것이다.   문제는 적발된 모리슨 프로듀서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MSNBC의 아이린 변 부킹 프로듀서에게 취재 지시를 받은 사실을 말하면서 논란은 확대됐다.   이 사건으로 MSNBC측은 공판 기간 동안 법원 출입을 금지당하는가 하면 위스콘신주 케노샤카운티 브루스 슈뢰더 판사는 “이번 사건의 진상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변 프로듀서는 오렌지카운티 출신으로 USC 디지털저널리즘(2013년 졸업)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USC 언론대학원 웹사이트에 따르면 변씨는 ATVN, KNBC, KTLA 등에서 일했다. LA지역 한인 방송국인 MBC 아메리카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변씨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장열 기자취재 논란 la지역 한인 한인 여성 모리슨 프로듀서

2021-11-19

LA 웨스턴길 우회전 금지 주민의회서 시정 나선다

최근 웨스턴 에비뉴 우회전 금지 표지판 설치에 대한 본지의 심층 보도<본지 8월 19일자 A1면 등>로 많은 한인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가운데,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이하 주민의회)가 이를 시정하기 위해 본격 나선다. 본지는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웨스턴 길에 설치된 심야 우회전 금지 표지판에 대한 실효성 여부를 놓고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의 기사를 3회에 걸쳐 심층 보도했다.주민의회 산하 공공안전 및 환경미화 위원회(위원장 김영균)는 본지 보도 후 이에 대한 LA한인타운의 피해 및 불이익을 인지, 주민의회 차원에서 LA시에 웨스턴 길 우회전 금지 표지판의 실효성 재검토와 철거 혹은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환경미화위원회는 내달 주민의회 정례 미팅에서 이 사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키로 했다. 이후 내부 투표를 거쳐 관련 시 정부 부처 및 시의원 사무실에 시정을 강력 요구하는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주민의회측은 이에 대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주민들은 주민의회 정규 미팅에 참석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정례 미팅은 오는 9월 9일 오후 6시 30분 한인타운 피오피코 도서관(694 S Oxford Ave)에서 열린다. "주민 무시한 결정…LA시에 재검토 요구" 'LA 웨스턴길 우회전 금지, 왜' 보도 그 후… 한인타운 관할 주민의회 김영균 공공안전위원장 7년전 설치 때 공지 없어 "실효성 입증 못하면 철거" 웨스턴 길 심야 우회전 금지 표지판 정책 시정을 위해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이하 주민의회)가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주민의회 산하 공공안전 및 환경미화 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이를 내부 안건으로 채택,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27일 본지는 위원회 김영균(68) 위원장을 만났다. -안건을 채택한 이유는. "중앙일보의 보도로 주민들의 피해, LA시정부의 부실한 행정 처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전부터 웨스턴 길을 중심으로 교통 표지판에 대한 민원도 접수되고 있었다. 주민의회 차원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앞으로 절차는. "이번 달까지 위원회 내부 최종 논의를 거쳐 주민의회 본 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한다. 이후 대의원 26명이 투표를 통해 건의 수단을 채택하게 된다. 방식은 보통 서한을 보낸다. 이후 당시 우회전 금지 표지판을 추진한 4지구와 현재 타운 관할 10지구, LA시장실, 시 도로시설물 관리 부서 총 4곳에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하는 서면도 보낼 예정이다." -서한 내용은. "사실상 철거를 요구할 것이다. 해당 표지판에 대한 주민들의 피해 및 비효율성은 이미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상당 부분 입증됐다. 물론 그에 앞서 표지판 설치 후 현재까지 약 7년간 해당 표지판의 효과 등에 대해 시 차원에서의 재검토 역시 요청할 계획이다. 만약 실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표지판 철거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시정될 때까지 조치를 취하겠다." -주민의회는 몰랐나. "표지판 여부는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내막은 중앙일보 보도로 알게 됐다. 올해로 주민의회에 재임한 지 7년째다. 2012년 표지판이 설치될 때 임기 중이었으나 주민의회는 관련 공청회나 설치에 대한 아무런 공지도 받은바 없다. 주민의회 관할 지역이 웨스턴 길 기준으로 멜로즈 에비뉴 까지다. 특히 한인타운 구획인 3~5가 사이의 경우 성매매 적발 빈도가 미미하다는 것은 데이터로 입증된 사실이다. 한인타운만이라도 무의미하게 부착돼있는 표지판을 철거해 불편을 없애야 한다." -시 정부 정책이 주민의회에 통보가 되나. "통보를 의무화하는 법은 없다. 하지만, 시 어느 지역권이든 주민의회가 있으며, 반드시 주민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주민의회에 먼저 문의하는 것이 의무가 돼야한다고 본다." - 설치 과정에서 문제는. "표지판 부착에 따른 인근 주민의 피해 및 공공안전에 대한 폭넓은 분석을 생략한 채 설치를 강행했다. 시 정부의 독단적인 행정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방글라데시 지역구 변경 사안이 한인사회에 알려지기 전, 시 정부는 하버드 초등학교에서 첫 타운 홀 미팅이 열리는 사실도 주민의회 측에 하루 전날 통보했다. 당시 방글라데시 주민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인이라고는 나와 빌 로빈스 대의원 2명 뿐이었다. 시 정부의 일방적 행태에 주민의회도 피해자였다." -주민의회의 영향력은. "주민의회 차원에서 서한을 보낸다는 것은 그 구획 주민들을 모두 대변해 항의했다는 것이다. 시 정부 측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몇 년 전까지도 논란이었던 한인 마켓 앞 카지노 버스 주차 등도 모두 주민의회 차원에서 서한을 보내 해결한 것이다." -앞으로 한인들의 역할은. "한인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명이 필요하다. 한인타운은 한인들의 땀과 투지로 만들어 낸 삶의 터전이다.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한다. 이번 표지판 문제도 주민의회 미팅에 참석하거나 이메일 건의를 통해 의견을 전달해 달라. 시 정부에 전달시 적극 반영해 한인 목소리의 힘을 보여주겠다." -위원회의 주요 역할은. "주민들을 위해 발로 직접 뛰는 위원회다. LA한인타운을 포함한 주민의회 관할 구역 내 도로 등 시설물 관리, 환경미화, 거리 청소 등을 포괄적으로 전담한다. 현재 관할 구획을 위원회 5명이 나눠서 상시로 돌며 해당 지역의 문제점을 파악한다. 또 민원이 들어오면 그 구획 담당 위원이 직접 나가 사실을 확인한 후 본 회의에 전달한다."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 jang.suah@koreadaily.com

2019-08-28

[취재수첩] "기자잖아, 한번 알아봐줘" 웨스턴길 한 달 쏘다녔다

심야 웨스턴 우회전 금지 표지판 취재는 뜻밖의 대화로 시작됐다. 친한 교회 동생과 밤 늦도록 수다를 떨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운전대를 잡은 동생이 갑자기 짜증 섞인 목소리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벌써 밤 12시가 넘었네? 또 돌아가야 해.” “왜?” “저 표지판 때문에…. 웨스턴 길은 11시만 넘으면 우회전 금지야. 저 앞에서 꺾으면 바로 집 앞인데 매번 귀찮아.” 기자가 LA에 온 지는 이제 1년 반. 웨스턴 길과 3가 인근에 살면서도 지금까지 그런 표지판이 붙어 있는지도 몰랐다. 갑자기 동생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언니 기자잖아. 저거 도대체 왜 달려 있는 거래? 한번 알아봐 주면 안 돼?” 이번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다. 주변 지인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런 표지판이 붙어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 표지판을 보긴 했는데 왜 붙어 있는지 이유를 모르는 사람, 성매매 때문에 붙어 있는 건 알지만 밤마다 불편을 겪는 사람 등 물을수록 황당한 표지판이었다. 옆구리 찔린 말 한마디에 한달간의 긴 취재가 시작됐다. 웨스턴 길을 주말 밤마다 배회하면서 현장 상황을 확인했다. LA시, 경찰, 시의회 등 각 부처에도 문의했다. 어떤 곳에서도 표지판 설치 후 실효성 여부 조사, 후속 조치, 단속 통계 등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표지판 설치 배경을 알아보니 졸속 행정에 의해 부랴부랴 결정된 조치였다. 그 결과 현재 한인타운에는 명분조차 희미해진 표지판만 붙어있다. 유명무실한 표지판에 대한 침묵은 한인들의 꿋꿋한 인내심일까, 완고한 무관심일까. 다만, 분명한 사실은 표지판 인식 여부를 떠나 설치된 지 7년이 지나도록 그 누구 하나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대가로 한인타운은 그간 불편함과 불명예를 지불해왔다. ‘한인타운 웨스턴 길=매춘의 거리’라는 오명을 벗는 건 이제 한인들의 손에 달렸다. 적극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장수아 사회부 기자 jang.suah@koreadaily.com

2019-08-21

'졸속결정' 표지판, 책임은 7년째 실종

웨스턴 길의 심야 시간 우회전 금지 지역 설정은 지난 2012년 4월30일 단행됐다. 본지는 당시 LA시가 우회전 금지 표지판 설치를 최종 승인(2012년 4월26일·당시 시장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했던 서류를 입수했다. 서류에는 당시 탐 라본지 4지구 시의원의 제안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표지판은 당시 LA시의 '도로시설물보수기금(street furniture revenue fund)'으로 설치됐다. 당시 라본지 시의원은 제안서에 표지판 설치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웨스턴 길의 계속되는 불법 행위는 교통 체증의 원인이며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웨스턴 길을 중심으로 6가와 멜로즈 애비뉴 사이 표지판 설치를 위해 보수 기금 사용을 요청했다. 설치 비용은 2013달러 29센트였다. 정책 제안부터 승인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친다. 주민 공청회, 검토 작업, 실태 조사, 승인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됐을까. 당시 라본지 시의원은 웨스턴 길 일부 주민들로부터 매춘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자 첫 주민 공청회를 열었다. 2012년 1월27일이다. 정확히 한 달 후 두 번째 공청회가 진행됐다. 지역 신문 라치몬트버즈의 메리 기자는 "40여 명의 주민이 참석했고 주민들 사이에서 (표지판 설치에 대한) 찬반 의견도 오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시간상으로 보면 첫 공청회부터 최종 승인까지 3개월 정도 소요된 셈이다. 100일 남짓한 시간 동안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 수렴, 표지판 설치의 타당성 조사, 설치에 따른 장단점 등이 충분히 반영된 결정이었는지 되짚어 봐야 할 대목이다. 본지는 우회전 금지 표지판의 실효성과 시정부의 입장을 알아보기 위해 LA시장실, 시의원 사무실, LA시검찰, LA시교통국(LADOT), LA경찰국(LAPD) 등에 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 내용은 ▶심야 시간 우회전 금지로 불편이 야기되는 점 ▶우회전 금지 표지판이 성매매 감소에 효과적인지에 대한 질문 ▶현재 한인타운내 표지판 설치 목적과 이유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업주와 주민이 있다는 점 등이다. 시 관계자들은 대부분 입장을 밝히길 꺼리거나 자세한 답변을 타기관에 미뤘다. 우선 LA시 성매매 범죄 담당 검사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LA시검찰에 질의서를 보냈다. LA시검찰 프랭크 마테얀 공보관은 "(표지판 설치는) 여러 이유가 있기 때문에 LADOT가 답변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아마 당시 시의회와 LAPD에서 설치를 요청했을 것"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에 대해 LADOT 노라 프로스트 공보관은 "우리는 당시 LA시의회 요청으로 설치만 했을 뿐"이라며 "범죄 행위와 관련된 답변은 LAPD가 담당한다"고 LAPD로 문의하라고 했다. 당시 표지판 설치를 추진했던 건 4지구 시의원이었다. 현재 4지구는 한인 데이비드 류 시의원의 지역구다. 하지만, 4지구 시의원 사무실 측은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마크 팸파닌 대변인은 "매춘은 남가주 전역에 걸쳐 여전히 심각한 범죄이며 세계적으로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며 "해당 표지판은 웨스턴 애비뉴의 안전을 지키고 매춘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만 설명했다. 우회전 금지판이 설치된 한인타운내 4~5가 등 웨스턴 애비뉴는 현재 10지구(시의원 허브 웨슨) 관할 지역에 속해있다. 10지구 시의원 사무실은 아예 공식 답변조차 없었다. 결국 우회전 금지 표지판에 대한 현황, 현재까지의 효과 등을 정확한 데이터나 근거를 통해 당위성 또는 타당성을 설명하는 기관은 없었다. 해당 지역 순찰, 매춘 단속, 교통 위반 등을 담당하는 LAPD도 마찬가지다. LAPD 공보실은 본지 질의 내용에 대해 "올림픽 경찰서에 질의 내용을 전달했다"라고만 할 뿐 관련 통계나 해당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않았다. 답변 회피 이면에는 표지판이 설치된 2012년 당시의 한인타운 구역과 현재 관할 지역구가 각각 변경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당시 한인타운은 표지판 설치를 주도했던 라본지 시의원의 구역인 4지구에 대부분 포함돼 있었다. 이후 공교롭게도 표지판이 설치된 그해 선거구 재조정이 진행되면서 한인타운은 갑자기 10지구와 13지구로 양분됐다. 당시 셔먼오크스 지역이 4지구에 새롭게 편입되면서 한인타운 6가 북쪽이 제외된 탓이다. 즉, 당시 한인타운내 우회전 금지 지역 설정은 4지구 주도하에 추진됐지만, 지금은 시의회 관할 지역구가 달라졌다. 그 사이 우회전 금지판 설치 효과에 대한 검증이나 후속 조치 등은 누구도 살펴보지 않았다. 한인타운의 우회전 금지 표지판은 그 사각지대에서 7년째 붙어있다. 장열·장수아 기자

2019-08-20

성매매 단속 효과, 경찰도 모른다

웨스턴 애비뉴와 메이플우드 애비뉴에 있는 LA고려사 앞은 심야 우회전 금지 지역이다. 금지 표지판은 성매수 운전자가 길가에 서 있는 성매매 여성을 태우기 위해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표지판 아래서 고려사의 묘경 스님께 물었다. "스님, 요즘 한인타운 모습이 어떻습니까?" 묘경 스님은 10년째 고려사 주지를 맡고 있다. "예전엔 길바닥에 콘돔이나 주삿바늘 같은 게 많이 떨어져 있긴 했지. 그런데 다 옛날 이야기야. 이제는 그런 거 안 보여." 한인타운 성매매 현장을 확인하고 싶었다. 밤거리의 실상을 확인하려고 취재팀은 금요일마다 4차례 자정쯤 웨스턴 길에 가봤다. 성매매 여성들이 자주 목격된다면 우회전 금지 표지판은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표지판은 실효성 없이 불편만 가중시키는 행정이다. 한인 업소가 즐비한 4가, 5가는 자정이 넘은 시간임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웨스턴 길을 따라 우회전 금지 표지판이 설치된 골목 골목을 살폈다. 표지판이 설치된 5가부터 북으로 로메인 스트리트까지 차를 몰았다. 수십 차례 웨스턴 길을 오간지 2시간째. "어? 저기! 저기!" 야한 옷차림의 라틴계 여성이 표지판이 붙어있는 마라톤 스트리트 대로변에 서있었다. 단순히 옷만 야한 것일 수 있다. 자칫 매춘 여성으로 단정하고 접근했다가는 면박을 당할지도 모른다. 취재기자가 여성과 눈빛 교환을 위해 휘파람을 불면서 수차례 차를 돌려가며 주변을 배회했다. "아무래도 (매춘 여성이) 맞는 것 같은데…." 해당 여성에게 성매매 여성 여부를 확인하려 취재팀의 여기자가 차에서 내렸다. 여성은 짙은 화장에 속옷이 다 비치는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기자임을 밝히고 표지판을 가리켰다. "혹시 이거 왜 설치됐는지 아세요?" 여성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잘 모르겠다"며 "(이유를 들은 뒤) 저 표지판이랑 그 짓이랑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되레 비웃는다. 이 여성을 포함해 약 한 달간 매주 금요일 자정에서 이튿날 새벽 3시까지 현장에서 만난 성매매 여성은 5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대부분 한인타운과 멀리 떨어진 지역이었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들은 하나같이 표지판의 의도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우회전 금지 단속효과는 사실상 의미가 없었고, 인근 업주들과 웨스턴길을 지나는 운전자들만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었다. 현재 웨스턴 길에는 수십여 개의 한인 업소가 영업중이다. 본지는 웨스턴 길에서 최소 5년 이상 된 주요 한인 업소와 기관 등 30곳을 선정해 우회전 금지 표지판 인식 여부, 설치 이유 등을 알고 있는지 물어봤다. <표 참조> 표지판의 실체와 목적 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업소는 단 8곳이다. 대부분 왜 금지판이 생겼는지 모르고 있었다. 시정부에서 세웠으니 필요해서 했겠지라는 '착한 믿음'들이다. 웨스턴 길의 유명 조개구이집 '제부도'는 영업 시간이 오전 2시까지다. 하지만 업소 앞 메이플우드 길은 밤 11시에 우회전이 금지된다. 몰 앞으로 작게 나있는 진입로를 통해서만 자동차가 오갈 수 있다. 제부도 직원 캐런 김씨는 "밤 늦게 오는 손님들은 여러모로 불편해 한다"며 "나 역시 집이 이 근처인데 표지판 설치 목적이 성매매 때문이라니 더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심야 우회전 금지 정책은 7년째 시행중이다. 웨스턴과 5가에서 15년째 애견숍 '코코그루밍'을 운영해온 존 최 사장은 "그동안 시정부나 경찰로부터 우회전 금지 조치와 관련한 공문을 단 한 장도 받아본 적이 없다"며 "매춘을 줄이려면 순찰 인력을 늘려야지 왜 황당하게 길마다 우회전을 금지하느냐"고 성토했다. 우회전 금지 위반에 따른 금전적 대가는 크다. 적발시 벌금은 최소 237달러다. 만약 표지판을 못보고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잘못 틀었다가는 벌금은 물론, 운전학교 수강료, 교육 시간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본지는 LA경찰국에 웨스턴 길 우회전 금지 위반건과 관련, 티켓 발부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한인타운 관할지서 올림픽경찰서의 패트리샤 산도발 서장은 "해당 표지판의 위반 건수는 따로 취합하지 않는다"고 알려왔다. 단속 효과를 검증할 데이터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경찰조차 단속 효과를 모르고 있으니 벌금을 걷기 위한 '티켓 트랩(ticket trap)'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우회전 금지판은 그 존재 자체가 한인타운에 부정적 이미지를 준다. 올해 초 한인 여성과 결혼한 로버트 히달고(25)씨는 웨스턴 길과 엠우드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다. 히달고 씨는 "한인타운은 결혼 전에도 자주 놀러왔던 곳인데 우회전 금지 표지판을 볼 때마다 의아했다"며 "한류의 영향과 여행객 등으로 한인타운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요즘 저런 표지판은 한인타운의 긍정적인 이미지 제고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LA시는 우회전 금지 표지판에 '성매매 근절'이라는 확고한 명분을 담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현실은 새빨간 금지 표시 대신 '물음표'가 더 어울리는 듯했다. 장열·장수아 기자

2019-08-19

웨스턴 길 심야 우회전 금지…왜?

LA한인타운과 맞물린 웨스턴 길엔 어둠이 드리울 틈이 없다. 해가 지면 한글로 쓰인 온갖 간판이 보란 듯 불빛을 뽐낸다. 네온사인은 대로변을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잡지만 정작 이곳에서는 밤 11시가 넘어서면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틀 수가 없다. 길마다 붙은 '심야 시간 우회전 금지 표지판(No Right Turn Sign Nightly)' 때문이다. 이 표지판은 현재 한인타운을 포함, 북쪽 웨스턴 애비뉴에만 무려 26개(양방향)가 설치돼있다. 이는 '웨스턴 애비뉴=매춘의 거리'라는 인식의 결과물이다. 부정적 이미지는 한인타운에 그대로 투영된다. LA시는 지난 2012년 길거리 매춘 단속을 구실로 웨스턴 길과 교차하는 길마다 우회전 금지 표지판을 박았다. 규제가 시행된 지 7년째. 현재 인근 업주와 주민들은 표지판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관계기사 3면> LA의 남과 북을 잇는 웨스턴 길은 밤만 되면 양방향 길의 우회전이 금지된다. LA시가 공식 지정한 LA한인타운 구역만 놓고 보면, 웨스턴 길 우회전 금지 지역에는 한인 업소가 밀집한 4가, 5가가 전부 포함된다. 윌셔센터코리아타운주민의회 관할 구역까지 넓혀 보면 우회전 금지 표지판은 1가, 2가 등을 지나 한인타운 너머 북쪽 로메인 스트리트(Romaine St)까지 붙어있다. 우회전 금지는 저마다 길에 따라 두 개 시간대(밤 11시~다음날 오전 6시·자정~오전 7시)로 적용된다. 만약 밤에 자동차를 타고 한인타운 웨스턴 길을 오간다면 윌셔 불러바드, 3가, 베벌리 불러바드, 멜로즈 애비뉴만 제외하고 모든 길에서 우회전이 금지되는 셈이다. 실례로 웨스턴 길과 5가 교차로에는 가주마켓이 있다. 5가는 오후 11시부터 우회전이 금지된다. 반면 가주마켓의 정식 영업 시간은 오후 11시45분까지다. 밤 11시 이후 북쪽 방향으로 웨스턴 길을 지나다가 가주마켓에 가려면 마켓 건물이 눈 앞에 빤히 보이는데도 바로 앞 5가에서 우회전을 할 수 없다. 표지판이 없는 두 블록 앞 3가길에서 P턴을 통해 우회해서 가야 한다. 동양선교교회의 새벽 예배 시간은 오전 5시30분이다. 교회 바로 앞 오크우드 길(Oakwood Ave)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우회전 금지다. 장은혜(LA)씨는 "새벽기도를 갈 때마다 매번 표지판이 없는 베벌리 길에서 우회전, 옥스포드에서 좌회전, 다시 오크우드에서 좌회전을 해서 교회로 들어가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며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회전 금지 표지판을 못 보거나 아예 그런 게 설치돼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심야 우회전 금지는 모순적이다. 표지판이 붙어있는 길에서는 우회전을 못한다. 반면 반대편 길에서는 좌회전으로 진입이 가능하다. 즉, 우회전 금지인 동시에 좌회전이 허용되는 아이러니한 길이다. 심야 우회전 금지 정책은 웨스턴 길에서만 시행중이다. 7년 전 당시 4지구 톰 라본지 시의원이 웨스턴 길의 매춘을 줄이고 성매매자의 골목 출입을 막겠다며 추진한 정책이었다. 본지는 LA시 공개 데이터 자료를 분석했다. 우선 웨스턴 길을 중심으로 한인타운을 포함, 올림픽 경찰서 관할 구역(Area ID 20) 내 매춘 적발 현황을 조사했다. 표지판 설치 이후부터 살펴 보면, 올림픽 경찰서 관할 구역 내에서는 2013년(220건), 2014년(272건), 2015년(270건), 2016년(233건), 2017년(195건), 2018년(407건), 2019년 1~7월(187건) 등 총 1784건의 매춘이 적발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지난해만 400건이 넘었을 뿐 적발 건에는 대체로 큰 변화가 없다. 그중 한인타운 핵심 지역은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 한인타운 중심부인 4가와 5가만 따로 추려봤다. 표지판 설치 전(2010~2012년 4월) 매춘 적발은 '0건'이었다. 반면, 표지판 설치 후 현재(7월15일)까지 4가(2012년 1건·2013년 1건·2014년 2건)와 5가(2015년 2건)에서는 총 6건의 매춘이 적발됐다. 한인타운만 놓고 보면 적발 건이 매해 1건도 안 된다. 심지어 표지판이 붙어 있지도 않은 웨스턴 길과 6가 역시 2016년(4건), 2018년(3건) 등 매춘 적발은 10건 미만이다. 이는 우회전 금지 표지판 설치 여부와 관계없이 한인타운은 길거리 매춘이 드문 지역임을 알 수 있다. 4가와 옥스포드 애비뉴 인근 아파트에서 4년째 거주중인 박윤섭(41)씨는 "밤 늦게 귀가할 때마다 매번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도대체 왜 붙어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특히 한인타운은 밤에도 오가는 사람이 많은데 지금까지 이 근처에서 성매매 여성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매춘 적발 건만 놓고 보면 올림픽 경찰서 관할 구역보다 타지역이 더 높다. LAPD 구역별 매춘 적발 건(2010~2019년 7월)을 조사해봤다. 한 예로 LA 남쪽의 사우스웨스트 경찰서 관할 구역(Area ID 3)의 경우 지난 9년간 총 2726건의 매춘이 적발됐다. 심야 우회전 금지 표지판이 좀 더 전략적으로 효율성을 고려해 설치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장열·장수아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19-08-18

웨스턴 길 심야 우회전 금지 효과 따져보니…실제 매춘 적발 건수 7년간 고작 6건 뿐

심야 우회전 금지는 일단 모순적이다. 표지판이 붙어있는 길에서는 우회전을 못한다. 반면 반대편 길에서는 좌회전으로 진입이 가능하다. 즉, 우회전 금지인 동시에 좌회전이 허용되는 아이러니한 길이다. 심야 우회전 금지 정책은 웨스턴 길에서만 시행중이다. 7년 전 당시 4지구 톰 라본지 시의원이 웨스턴 길의 매춘을 줄이고 성매매자의 골목 출입을 막겠다며 추진한 정책이었다. 본지는 LA시 공개 데이터 자료를 분석했다. 우선 웨스턴 길을 중심으로 한인타운을 포함, 올림픽 경찰서 관할 구역(Area ID 20) 내 매춘 적발 현황을 조사했다. 표지판 설치 이후부터 살펴 보면, 올림픽 경찰서 관할 구역 내에서는 2013년(220건), 2014년(272건), 2015년(270건), 2016년(233건), 2017년(195건), 2018년(407건), 2019년 1~7월(187건) 등 총 1784건의 매춘이 적발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지난해만 400건이 넘었을 뿐 적발 건에는 대체로 큰 변화가 없다. 그중 한인타운 핵심 지역은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 한인타운 중심부인 4가와 5가만 따로 추려봤다. 표지판 설치 전(2010~2012년 4월) 매춘 적발은 '0건'이었다. 반면, 표지판 설치 후 현재(7월15일)까지 4가(2012년 1건·2013년 1건·2014년 2건)와 5가(2015년 2건)에서는 총 6건의 매춘이 적발됐다. 한인타운만 놓고 보면 적발 건이 매해 1건도 안 된다. 심지어 표지판이 붙어 있지도 않은 웨스턴 길과 6가 역시 2016년(4건), 2018년(3건) 등 매춘 적발은 10건 미만이다. 이는 우회전 금지 표지판 설치 여부와 관계없이 한인타운은 길거리 매춘이 드문 지역임을 알 수 있다. 4가와 옥스포드 애비뉴 인근 아파트에서 4년째 거주중인 박윤섭(41)씨는 "밤 늦게 귀가할 때마다 매번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도대체 왜 붙어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특히 한인타운은 밤에도 오가는 사람이 많은데 지금까지 이 근처에서 성매매 여성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매춘 적발 건만 놓고 보면 올림픽 경찰서 관할 구역보다 타지역이 더 높다. LAPD 구역별 매춘 적발 건(2010~2019년 7월)을 조사해봤다. 한 예로 LA 남쪽의 사우스웨스트 경찰서 관할 구역(Area ID 3)의 경우 지난 9년간 총 2726건의 매춘이 적발됐다. 심야 우회전 금지 표지판이 좀 더 전략적으로 효율성을 고려해 설치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장열·장수아 기자

2019-08-18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기적은 있다

지난주 암과 사투중인 한인 일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했다. <본지 12월21일 A-1면> 인터넷 모금 사이트에 사연을 올린 딸(줄리)을 비롯한 부모님 등 가족 모두가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이야기였다. 줄리씨는 본인의 건강도 온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2살 된 쌍둥이까지 홀로 키우며 부모님을 간병하고 생계까지 책임지고 있었다. 결국, 버티다 못해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가족이 처한 상황을 외부에 알린 것이다. 처음 줄리씨 가족의 사연을 접했을 때 글을 써야 하는 기자의 본분을 차치하고, 인생에는 이성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요소가 너무나 많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침울한 마음이 앞섰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기사 작성 전 잠시 눈을 감고 이 질문을 자문해보는데 어떠한 답도 스스로에게 내릴 수가 없었다. 그만큼 난해하고 자신할 수 없는 게 '삶'이다. 기사를 접한 수많은 독자들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테다. 깊이 고민해 봐도 섣불리 답을 낼 수 없는 인생의 난해함 앞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최씨 가족의 상황을 모른 척 외면하지 않겠다는 작은 관심과 공감이었다. 기사가 보도된 후 편집국에는 각자 상황에 맞게 최씨 가족을 돕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졌다. 인터넷 모금 사이트에는 50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으다 보니 현재(24일) 5만2000달러 이상의 기부금이 모였다. 목표 금액보다 2000달러 이상 더 걷혔다. 24일 오후 4시 현재까지도 기부는 계속되고 있다. 꼭 '돈'이 아니라 해도 짧은 응원의 메시지부터 암치료에 필요한 식이요법을 알려주는 독자까지 하나둘씩 마음을 보탰다. 줄리씨는 기사 보도 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각박한 세상인 줄만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아직 이 사회가 따뜻하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녀에게 전달된 500명의 온정은 그녀 가족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을 터다. 우리네 인생에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많다. 이해하기 어렵고 내 마음대로 되지도 않는 그 길을 그럼에도 걸어갈 수 있는, 그리고 걸어가야 할 이유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삶은 나만 홀로 걷는 길이 아니라는 거다. 줄리씨 가족에게 보태진 마음들을 면면히 살펴보니 그건 분명한 사실이 맞다. 한인 기부자가 올린 글은 모두의 염원이다. "기적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줄리씨 가족을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힘내세요."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18-12-24

[취재 그 후] 세습, 왜 당당하지 못한가?

지난주 종교면에 한국의 초대형 교회인 명성교회의 '부자(父子) 세습' 논란을 보도했다. '하나님의 뜻'과 '인간의 욕망'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등록 교인수만 무려 10만 명, 연간 재정이 350억 원에 달하는 교회라 그런지 논란은 크다. 미주 한인 교계에서도 명성교회 세습은 논란이다. 김삼환 목사와 아들 김하나 목사가 여러모로 한인교계와 연이 깊어서다. 기사 작성을 위해 반대 입장뿐 아니라 세습을 지지하는 주장도 듣고자 했다. 현재 한인교계에서 활동 중인 명성교회 출신의 목회자들을 찾았다. 지난 5월 버지니아 페어팩스 지역 S교회로 부임한 J목사는 명성교회 부목사 출신이다. 그는 부임시 김삼환 목사로부터 창의적 목회를 배웠다고 공언했던 인물이다. 세습에 대한 견해를 조심스레 물었다. J목사는 대뜸 불쾌하다는 듯 "나눌 이야기가 없으니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올해 초 LA지역 대형교회인 Y교회로 부임한 P목사 역시 명성교회 부목사 출신이다. 심지어 그는 아들 김하나 목사와도 유학 생활을 같이했기 때문에 부자 목사와 모두 가깝다. 그러나 P목사는 "(답변을 하면) 목회적으로나 우리 교회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며 회피했다. 물론 민감한 이슈인 것은 안다. 그러나 그런 식의 답변은 상당히 비겁한 처신이다. 그 누구보다 명성교회와 부자 목사에 대한 상황을 이해하면서 측근으로서 소신있게 견해를 밝히지 못하는 것은 분명 둘 중 하나다. 세습에 대한 암묵적 지지 아니면 반대 여론이 두려운 나머지 세습 비호 발언이 본인 입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일 테다. 도대체 그들은 왜 당당하지 못할까. 그러한 반응은 오히려 이번 세습이 얼마나 떳떳한 결정이 아니었는가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종교는 신(神)으로부터 얻게 되는 강력한 신념이 바탕 된다. 그게 없으면 형이상학적인 종교를 현실에서 어떻게 지탱할 수 있겠는가. 만약 명성교회 세습이 그러한 소신에서 비롯된 결정이라면 아무것도 문제될 게 없으니 떳떳하고 자신있게 "옳은 일"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행여 외부의 눈총과 여론이 신경쓰였다면 애초에 세습 자체를 추진하면 안 됐다. 김 목사 부자의 측근들을 보니 세습은 잘못된 결정임이 분명해 보인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17-11-27

[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2016년 마지막 주 종교면을 만들며…

종종 '취재 그 후' 칼럼을 써왔습니다. 취재 뒷이야기나 소회 등을 독자와 솔직히 나눠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독자들과 얼마나 친밀한 소통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기자는 때론 일방적인 전달자 입장이 되곤 합니다. 물론 독자로부터 피드백을 듣긴 하지만 기사와 관련된 사항만 논할 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소통은 생략되기 일쑤입니다. 2016년의 끝자락입니다. 올해 마지막 주 종교면은 어떻게 만들까 고민을 하다가 속마음을 격의없이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씁니다. 기사를 접한 독자들이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묻습니다. "종교가 무엇이냐"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 "욕을 많이 먹지 않느냐" "기자 생활은 재미있느냐" 등의 질문입니다. 그때마다 기사와 관련된 사항이 아니라면 개인 신상에 대한 답변은 피했는데, 그게 어떤 거리감을 느끼게 하진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와 관련,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서는 늘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기사를 작성할 때 그만큼 고민도 많고 안타까운 마음도 있습니다. 반면, 미담이나 좋은 소식을 보도할 때면 그 누구보다 뿌듯하고 보람도 느낍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냉정해지려고 합니다. 자칫하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기 때문이죠. 한 예로 크리스천 경찰이 있습니다. 그 경관이 음주운전자를 단속했는데 알고 보니 같은 교회 교인입니다. 그 이유 때문에 범법행위를 몰래 눈 감아준다면 그 경관은 신앙인으로서 올바른 양심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특정 위치에 있는 신앙인이 기독교에만 특혜를 준다면 그것 역시 정당한 일은 일은 아닐 겁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이 일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교계의 양지와 함께 음지도 조명하고 타종교 소식도 골고루 보도하는 겁니다. 그게 신앙적으로 합당한 직업 윤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욕설을 듣기도 하고 오해와 각종 구설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기자로서의 소신과 환경 사이에서 내면의 갈등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기자는 '하고 싶은 말'이 아닌, '해야 할 말'을 하는 역할이 주어진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기자 생활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펜을 들고 있는 동안은 부끄러운 글을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언론인으로서 독자에게 가장 신뢰를 얻는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저희 가정에 첫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참 특별했던 한 해였습니다. 퇴근 후 사랑스러운 아내와 귀엽게 웃는 아기를 볼 때면 하루 내내 힘들었던 일과 스트레스는 연기처럼 사라지곤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막중해졌지요. 책임이라는 것은 인생의 성숙 역시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그 성숙함이 앞으로 쓰게 될 수많은 글에도 녹아들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는 독자들과 여러 방면에서 좀 더 가까워지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페이스북(www.facebook.com/bruinsryan)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더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다면 즐거울 것 같습니다. 그 설레는 기대를 안고 저도 내년을 준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2016-12-26

[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잘 보이지 않는 교계의 애환

노숙인을 돌봐왔던 최명균 목사(베레카홈리스미니스트리)가 최근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본지 10월5일자 A-1면> 평소 심장에 문제가 있었던 최 목사는 경제적 형편상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노숙자 사역만큼은 계속 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게 먼저일까, 생계와 건강부터 챙겼어야 하는 게 먼저일까. 저마다 답은 달라도 분명한 건 소외된 이웃에 대한 최 목사의 헌신만큼은 분명 울림이 크다. 최 목사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 겨울이다. 그는 노숙자들의 생활상이 담긴 사진 몇 장을 들고 무작정 본지를 찾아왔다. 그는 "난 유명인도 아니고, 이름 있는 단체를 운영하지도 않는다. 교계에서 소위 '빽(배경)'있는 목사도 아니다. 노숙자를 도와야 하는데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찾아왔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침낭을 기부받아 노숙자에 전달하는 사역을 해왔다. 지난 연말에는 샌타애나 지역 다리 밑에 사는 노숙자들의 삶을 취재할 수 있도록 현장을 직접 안내해주기도 했다. 기자로 활동하다 보면 수많은 종교인을 접한다. 내로라하는 유명인도 만나지만 인지도 없는 '동네 목사'들을 만나 현실의 이야기도 듣는다. 물론 지면에 그들의 목소리를 모두 담는 건 한계가 있다. 대중은 유명세나 명성이 가져다주는 아우라에 더 쉽게 귀를 기울이고, 언론은 그것을 조명해야 시선을 끌 수 있다. 그럴수록 독자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실제 현장의 소리를 지면에 담고자 했다. 오해하면 안 된다. 교회 규모나 유명세가 양지와 음지를 가르는 기준은 아니다. 다만, 분명한 건 말끔한 양복 대신 허름한 옷, 정기적인 사례비 대신 불규칙한 수입, 교회 돈으로 선교나 해외 집회를 다니는 대신 휴가도 없이 가족 여행 한번 못 가는 목회자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 수백만 달러짜리 화려한 교회 건물은 멀리서도 눈에 띄지만, 생계형 목사 또는 길바닥 사역의 애환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오늘날 사회는 자본이 힘을 결정한다. 슬프지만 기독교 역시 그 원리가 어느 정도 작용한다.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힘 있는 교회 또는 목사가 가진 것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시대다. 적어도 종교계만큼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치가 실현되는 영역이 되길 바란다. 음지에서 남몰래 신음하는 목회자 또는 교회가 너무나 많다.

2016-10-10

[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동성애 반대, 차별과 혐오는 더 반대해야

올랜도 동성애 클럽 총기난사 사건으로 성 소수자 이슈가 다시 논란이다.특히, 동성애 문제에 민감한 기독교계는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 중 북가주 지역 한 침례교 목사의 설교가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본지 6월15일자 A-2면> 그는 "동성애자들이 죽은 것은 사회를 위해 잘된 일"이라며 "나였다면 동성애자들을 벽에 세워놓고 총을 난사했을 것"이라고 했다. 종교는 신념의 영역이다. 동성애 이슈 역시 종교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저마다 찬반 의견도 펼칠 수 있다. 그렇다고, 의견을 표출하는 태도나 행위에 반드시 종교성이 필요한 건 아니다. 상식과 예의 등을 지키는데 굳이 거창하게 종교심까지 필요한가. 매너는 고상한 게 아니다. 단지 성숙의 문제일 뿐이다.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소양이며, 상대를 향한 존중의 표현이다. 오늘날 도심에서 수십 명이 한꺼번에 몰살당하는 게 흔한 일인가. 이번 사건은 영화도, 소설도 아닌 실제다. 가까운 지인이나 내 가족이 피해자였어도 그런 식으로 발언할 수 있을까. 종교를 통해 동성애를 반대하려면 미움의 근원을 두고 '죄'와 '사람'을 분간하려는 자세와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기독교는 인간을 신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창조물로 여긴다. 창조물은 그 자체로 존귀한 가치다. 죄로 인한 인간의 타락을 강조하는 성경의 논리라면 인간 자체가 아닌, '죄'가 나쁜 거다. 기독교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애'를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성소수자를 차별, 멸시, 혐오, 무시하는 행위는 더욱 반대해야 한다. 동성애는 더 이상 비켜갈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 시대가 맞닥뜨린 현실적 사안이다. 단순히 기독교 테두리 안에서 반대만 외칠 시기는 한참 지났다. 좀 더 실제적인 방안, 대화 방법, 태도, 논리, 대안 등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기독교가 시대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더욱 제한될 수 있다. 동성애에 대한 인식은 급변하고 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종교적 신념과 인권의 괴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조류 속에서 사랑이 바탕 된 기독교 정신마저 사라지는가. 동성애를 두고 성경이 말하는 의미를 배척의 잣대로만 이용하지 말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헤아리겠다는 동기로도 사용해야 한다. 사회 일각에서도 동성애를 반대한다. 그러나 같은 입장이라도 종교인의 반대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201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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