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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연쇄 아시안 증오범죄 여성 기소

뉴욕시 맨해튼서 연쇄적으로 아시안 여성을 대상으로 증오범죄를 저지른 20대 여성이 기소됐다.   맨해튼 검찰은 지난달 31일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 지역에서 지난 3월 16일부터 5월 11일까지 지속적으로 아시안을 대상으로 6건의 증오범죄를 저지른 여성을 체포해 기소했다”며 범인의 신원을 카밀라 로드리게스(29)라고 발표했다.   히스패닉으로 알려진 로드리게스는 지난 3월 22일 웨스트 108스트리트에서 한 아시안 여성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어 쓰러뜨린 뒤 얼굴과 신체 부위를 가격해 상처를 입혔다.   또 4월 8일에는 암스테르담애비뉴에서 아시안 여성을 공격해 상해를 입히고, 전기 스쿠터를 밀쳐 말리던 피해자의 친구까지 다치게 했다.     이어 4월 21일에는 웨스트 104스트리트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교차로 부근에서 아시안 여성을 공격해 머리카락을 잡아 흔들고 얼굴 부위를 가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로드리게스로부터 공격을 받은 피해자들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대부분 중국계지만 일부는 한인으로 알려졌다.   한편 맨해튼 검찰은 로드리게스의 기소를 발표하면서 “뉴욕시에서 증오범죄가 설 자리는 없다”며 “뉴욕시는 인종, 출신국가,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박종원 기자 park.jongwon@koreadailyny.com증오범죄 맨해튼 증오범죄 여성 아시안 여성 맨해튼 연쇄

2023-06-01

아태계 증오범죄 강력 대처하라

아시아·태평양계(AAPI) 커뮤니티에 대한 증오범죄를 규탄하고,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연방 상원과 하원에 상정됐다.   미셸 스틸(공화·캘리포니아), 케이티 포터(민주·캘리포니아), 니콜 말리오타키스(공화·뉴욕) 등 연방하원의원과 척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연방상원의원 등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상하원 초당적 공동 결의안을 25일 상정했다.     결의안은 “2020년 3월 19일부터 2022년 3월 31일 사이에 미국 내 아태계 주민들에 대한 증오 사건이 1만1467건 보고됐고, 피해자들의 인종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스틸 의원은 “아태 커뮤니티에 대한 폭력 증가 추세는 미국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힘을 모아 함께 대응해야 차별과 증오를 종식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결의안에는 2년 전 애틀랜타 무차별 총격 살해 사건의 피해자 이름과 지난해 라구나힐스 중국계 교회 총격사건 등도 일례로 제시됐다.   결의안은 각급 사법 기관에 증오범죄 신고가 철저히 이뤄지도록 돕고, 모든 범죄자가 관련 법의 심판을 받도록 주문하기도 했다. 포터 의원은 “5월 아태 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축하하고 있지만, 아직 증오범죄 공포에 사로잡힌 것이 현실”이라며 “인종에 대한 폭력 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방상하원의 증오범죄 규탄과 함께 이날 뉴욕주에서는 주 예산 중 3000만 달러가 아태 커뮤니티에 할당되는 것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칼 헤이스티 주하원의장은 “증오와 폭력에 직면한 아태계 뉴요커와 지역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예산은 정신건강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프로그램과 차별과 증오를 없애기 위해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조직에 투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리우 주상원의원은 “커뮤니티 기반 조직들은 아시안 증오범죄 문제를 용감하게 처리해왔지만, 지원이 부족해 빈약했다”며 앞으로도 커뮤니티에 대한 지속적 투자를 주문했다.   한편 올해 들어 뉴욕시의 아시안 증오범죄는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뉴욕시경(NYPD) 범죄통계에 따르면, 4월 아시안 증오범죄 건수는 5건으로, 지난해보다는 17%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증오범죄 아태계 아시안 증오범죄 증오범죄 규탄과 증오범죄 신고

2023-05-26

상·하원, 아태계 증오범죄 규탄 결의안…미셸 스틸 등 초당적 상정

아태계 커뮤니티에 대한 증오 범죄를 규탄하고 늘어나는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연방 상원과 하원에 상정됐다.     미셸 스틸(공화·가주)과 케이티 포터(민주·가주) 연방하원의원, 척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연방상원의원은 상하원 공동 초당적 결의안을 통해 2020년 3월 19일부터 2022년 3월 31일까지 미국 내 아태계 주민들에 대한 증오 사건이 1만1450건 이상 보고됐고 피해자들의 인종과 피부색이 피해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스틸 의원은 “아태 커뮤니티에 대한 폭력의 증가 추세는 미국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우리 모두 함께 악에 맞서 강력히 대응해야 차별과 증오를 종식할 수 있다”고 결의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발의안에는 2년 전 애틀랜타 무차별 총격 살해 사건의 피해자였던 박정현, 유영애, 김순자, 박순정씨 등의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다. 동시에 남가주를 큰 충격에 빠트렸던 지난해 라구나힐스의 중국계 교회 총격 사건도 증오범죄의 일례로 결의안 도출의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발의안은 동시에 각급 사법 기관에 증오 범죄 신고가 철저히 이뤄지고 돕고, 모든 범죄자가 관련 법의 심판을 받도록 주문하기도 했다.     포터 의원은 “5월 아태계 문화의 우수성을 축하하고 있지만, 아직 증오 범죄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 것이 현실”이라며 “인종에 대한 잔인한 폭력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증오범죄 아태계 하원 아태계 규탄 결의안 미셸 스틸

2023-05-25

아시안 표적 강·절도 '증오범죄' 기소

OC검찰이 아시아계 주택소유주를 노려 주거 침입 강·절도를 저지른 범인들에게 증오범죄 혐의를 적용, 기소했다.   토드 스피처 OC검사장의 17일 발표에 따르면 증오범죄 혐의가 추가된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 범인은 7명이다. 이들은 브레아, 어바인, 요바린다, 오렌지 시에서 13건의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최근 체포, 기소된 성인 12명 중 일부다.   검찰은 물질적 이익을 위해 특정 인종을 겨냥한 것에 주목, 증오범죄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년 동안 OC에서 강·절도 혐의로 기소된 이가 140여 명에 달하며, 이들 중 다수가 OC 외 지역 거주자로 남가주의 다른 카운티에서 발생한 범행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엔 칠레를 포함한 남미 국가에서 원정 범행을 저지른 이도 있다.   검찰은 갈수록 계획적, 폭력적 양상을 보이는 주택, 업소 대상 범죄 대응을 위해 4명의 베테런 검사를 투입, 주거 침입 방지·근절 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스피처 검사장은 지난해 발생한 범죄 중 상당수가 동일범의 소행이라며, 기소된 범죄자 가운데 5~9회에 걸쳐 유죄 평결을 받은 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중엔 주거 침입 절도, 살인 미수, 폭행 전과자도 포함돼 있다.   스피처 검사장은 특히 지난해 브레아의 한 주택에 침입한 절도단이 금고를 훔치려다 실패한 뒤 총으로 무장하고 다시 찾아가 2차 범행을 저지른 사례를 거론하며 “이들 범행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주의 깊게 계산되고 계획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법원과 주의회가 범죄자에게 관대한 것이 반복적인 범행과 치안 약화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임상환 기자증오범죄 아시안 절도 증오범죄 증오범죄 혐의 주목 증오범죄

2023-05-18

'슬픔 딛고 아시안 연대로' 한인들이 주도

    영원히 흐르는 눈물은 없다. 앨런 아웃렛 총기 난사 사건이 빚어낸 슬픔은 지금 연대로 이어지고 있다. 결속이 눈물을 닦는다. 구심점에는 한인들이 있다.   지난 10일 오후 6시, 한인 일가족의 장례 예배가 진행 중인 캐롤튼 지역 뉴송 교회로 갔다. 캐롤튼 경찰국 소속 경관 10여 명이 나서 교회 인근 도로를 통제할 정도로 추모객이 몰리고 있다.     이 교회 본당은 예배가 시작된 오후 6시부터 만석이 됐다. 교회 측은 추가로 체육관까지 열어 추모객을 맞았다. 생존한 6살 장남 조군도 예배에 참석했다. 조부모 중 한명인 강창호씨가 조사를 맡았다.   장례예배에 온 한 교인은 “아이의 안정을 위해 유가족과 추모객 간의 인사 시간은 갖지 않았다”며 “조군은 다행히 건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댈러스아시아계미국인역사협회(DAAHS)와 연락이 닿았다.  DAAHS을 창립한 스테파니 드렌카(한국 이름·신경선) 대표는 한인 입양인이다.     DAAHS는 오는 15일 오후 7시 댈러스 지역 유니언 커피 앞 광장에서 이번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를 위한 촛불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댈러스 지역 한인 2세를 비롯한 아시아계 청년 수백 명이 모여 목소리를 높인다.   드렌카 대표는 “이번 사건은 텍사스 지역 아시안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며 “아시안 증오의 역사는 이곳에서도 뿌리가 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문 기사들을 근거 자료로 제시했다. 일례로 댈러스 해럴드(1870년 7월 30일자)는 아시안이 북텍사스의 백인 노동력을 대체한다는 이유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댈러스모닝뉴스(1889년 10월 31일자)는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국인 업주가 댈러스에서 질병을 퍼뜨린다는 사설까지 실었다.   드렌카 대표는 “역사에 비추어보면 이번 앨런 총기 난사 사건은 아무 원인 없이 발생한 게 아니다”라며 “특히 앨런은 주민 5명 중 1명이 아시아계로 최근 들어 아시안 인구가 급증하던 도시”라고 지적했다.   글쓰기는 그에게 또 하나의 목소리다. 워싱턴포스트, 텍사스 트리뷴, 허핑턴포스트 등 주류 언론에 아시아계 민권을 위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소수계 등을 위한 온라인 잡지(Visible Magazine)도 창간했다.     분향소가 마련된 댈러스한인회에는 추모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방명록을 보니 지금까지 100여 명이 분향소를 찾아 조화를 놓고 갔다. 인근 한인 다수 거주 지역인 캐롤튼시의 스티브 바빅 시장도 이곳을 찾았다.   댈러스한인회 유성주 회장은 “이곳을 찾아 조화를 놓는 것부터가 회복의 시작 아니겠는가”라며 “생존한 아이가 슬픔을 극복하고 나중에 성장했을 때 ‘한인들 모두가 내 가족이었구나’라는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인회 박신민 이사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여러 한인 단체들과 함께 생존자를 돕기 위해 한인회가 준비하는 부분이 있다”며 “주류 사회단체들도 동참해서 함께 힘을 모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댈러스 한인상공회의소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상공회의소 이상윤 회장은 “현재 텍사스주의회, 댈러스시, 경찰국 등과 면담을 하며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젊은 한인 2세들이 정치권에 진출해야 우리의 목소리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판단에 정치 지망생을 발굴해 주류 사회와 연결하는 작업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오의 피해가 자아낸 눈물은 그렇게 말라가고 있다. 관련기사 [아시안증오범죄 예방프로젝트] "CCTV보면 한인향해 조준사격 한 것" “누가 죽였는지가 아니라 시대적 맥락서 이유 찾아” 묵살된 정의에 투쟁, 외침 더 커졌다 90년 전 벽화도 예견…미국차 동력은 아시안 41년 전 모터시티에도 정의는 없었다 [중앙칼럼] 증오범죄 대응은 연대와 행동으로 [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침묵하면 악화…아시안 목소리 당당히 내야 [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정치인들 반아시안 발언이 가장 큰 문제” [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한인여고생도 한인 CNN앵커도 "차별 스톱" 110년 전 한인 가족이 증언한 ‘차별의 씨앗’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괴롭힘 당할까 태권도 수강 청소년 ‘2배’ 댈러스=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2023-05-12

[아시안증오범죄 예방프로젝트] "CCTV보면 한인향해 조준사격 한 것"

아시안과 혐오의 교점에는 총기가 있다. 명제는 되레 역설을 낳는다. 지난 6일 발생한 앨런 아웃렛 총기 난사 사건이 그렇다.   10일 유명 총포사 ‘웩스 건스(Weg’s Guns)'를 찾아갔다. 댈러스 한인타운에서 북동쪽으로 불과 5마일가량 떨어진 곳이다.   매장 내에는 10여명이 총을 살피고 있었다. 한인도 눈에 띈다. 전성우(46·루이빌)씨는 “앨런 아웃렛 사건의 한인 피해자들과 아는 사이”라고 했다.   전씨는 “지인이 안타까운 일을 당하니까 이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동안 취미 생활을 위해 총을 샀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나를 지키기 위한 총을 구비해 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영리재단 총기폭력아카이브(GVA)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정식 등록된 총기는 3억 정 이상이다. 반면, 불법 총기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4억 정으로 추산한다. 현실적으로 전면 규제는 쉽지 않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총기 규제와 자기방어의 논리가 그 지점에서 상충한다.   텍사스한인사격협회(TKSA) 앤드루 오(53·코펠) 회장과 김상훈(48·캐롤튼) 전 회장은 총기 전문가다. 그들을 만나러 파머스브랜치 지역으로 향했다.   TKSA 오 회장은 “팬데믹 당시 아시안 증오범죄가 급증할 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총을 갖고 다녔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번 앨런 아웃렛 총기 난사 사건을 두고 '인종 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CCTV를 보면 총격범은 차를 멈춰 세우고 한인 피해자들이 걸어가던 화단 쪽을 향해 조준 사격을 했고 문신 등을 보면 나치 사상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며 “언론과 당국이 인종적인 부분을 왜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는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실제 텍사스공공안전국은 지난 9일 “총격범인 마우리시오 가르시아가 신나치 사상을 갖고 있으며 이는 그의 서명으로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당국은 증오 범죄로 규정하는 데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총기 난사 사건 현장인 앨런 아웃렛으로 차를 몰았다. 아웃렛 입구에는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건 발생 닷새째인데도 이곳엔 아직도 눈물과 슬픔이 가득하다.   100여 명의 추모객이 침묵 속에서 십자가마다 새겨진 희생자의 이름을 일일이 바라보고 있다. 퇴근 시간과 맞물리는 오후 5시가 넘어서자 추모객의 발걸음이 줄을 잇는다.   아시안을 향한 '모범적 소수계(model minority)'의 폐해는 아이러니하게 총기 사건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추모 현장을 찾은 박충근(43·프리스코)씨는 현재 댈러스 지역 한 미국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근무 중이다.   박씨는 “텍사스는 타주와 달리 총기 소유가 보편적이라서 미국인 동료들도 총을 한두 정씩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대화를 나눠보면 아시안은 성실히 일만 하고 대체로 총기를 소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 그러한 인식이 때로는 아시아계를 약한 존재로 보며 보이지 않는 무시로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잇따르는 총기 사건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혐오의 과녁이 되면 두려움이 엄습한다. 총기 소유 근저에는 '강 대 강'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현실이 존재하는 셈이다.   사건 현장에서 남쪽으로 2마일 남짓한 곳에는 세인트주드 가톨릭 성당이 있다. 오후 7시, 앨런 아웃렛 사건 희생자를 위한 특별 미사가 진행되는 그곳으로 갔다. 성당 안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빼곡하다.   성당 한 관계자는 “800여 명 정도 모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인 일가족 등 희생자의 이름이 한 명씩 불릴 때마다 사제들이 초에 불을 켰다. 8개의 촛불은 그렇게 타들어 갔다.   주보 앞면에 적힌 추모 미사 주제 글귀가 선명하다. '평화와 치유(Peace and Healing)'.   증오가 남긴 상처는 그만큼 깊다. 관련기사 [아시안증오범죄 예방프로젝트] "CCTV보면 한인향해 조준사격 한 것" 총기난사 1주기…또 장례 치르는 한인들 “누가 죽였는지가 아니라 시대적 맥락서 이유 찾아” 묵살된 정의에 투쟁, 외침 더 커졌다 90년 전 벽화도 예견…미국차 동력은 아시안 41년 전 모터시티에도 정의는 없었다 [중앙칼럼] 증오범죄 대응은 연대와 행동으로 [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침묵하면 악화…아시안 목소리 당당히 내야 [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정치인들 반아시안 발언이 가장 큰 문제” [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한인여고생도 한인 CNN앵커도 "차별 스톱" 110년 전 한인 가족이 증언한 ‘차별의 씨앗’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괴롭힘 당할까 태권도 수강 청소년 ‘2배’ 댈러스=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2023-05-11

총기난사 1주기…또 장례 치르는 한인들

총성은 악몽을 다시 끄집어낸다. 1년 전 오늘(5월 11일)이었다.   당시 댈러스 한인타운 로열레인 선상 ‘헤어월드’ 살롱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 직원 두 명과 손님 등 3명이 총에 맞았다. 〈2022년 5월 13일 A-1·3면〉   사건이 발생한 미용실을 1년만에 찾았다. 2015년부터 헤어월드를 운영해온 장수정씨는 그날의 기억을 묻자 괴로운 듯 입을 쉽게 떼지 못했다.   장씨는 “1년 전 그날을 떠올리면 말을 꺼내기 힘들 정도”라며 “총상을 입었던 직원 두 명은 정신적 충격으로 미용 일을 그만두고 타주로 떠났고 그중 한 명은 지금도 총상 후유증으로 한쪽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당시 범인 제레미 스미스(37)는 무작정 미용실에 쳐들어와 13차례 총격을 가했다. 대낮에 한인 업소 밀집 지역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이었다. 기소장에 따르면 아시안에 대한 증오가 범행 동기였다.     그날 이후 장씨는 업소 입구에 붙여뒀던 ‘총기 휴대 금지’ 사인을 곧바로 떼버렸다.   장씨는 “오히려 그걸 붙여놔서 ‘저 업소에는 총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에 총든 괴한이 안심하고 들어온 게 아닌가 싶었다”며 “그날 이후부터는 방어용으로 총을 갖고 들어오는 손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악몽은 총성으로 되살아났다. 지난 6일 댈러스 인근 앨런 아웃렛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침전돼있던 그날의 기억을 다시 한번 휘저었다. 쓰라린 아픔은 장씨의 가슴 속에 깊이 각인돼 있었다.   장씨는 “총기 사건 소식을 듣고 남의 일 같지 않아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제는 그만 말하고 싶다”고 했다.   미용실 카운터에는 댈러스 경찰국이 제작한 범죄 발생 시 안전 지침이 담긴 팸플릿 10여 장이 놓여있었다. ‘늘 주의하고, 위급 상황 시 911에 신고하라’는 형식적인 내용뿐이다.   장씨는 “읽어봐도 당국이 이 지역의 치안을 어떻게 신경을 쓰고 관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경관들이 놓고 간 팸플릿이니까 그냥 놔둔 것”이라고 말했다.   헤어월드가 있는 로열 레인 길은 한인 은행, 식당, 마켓 등이 즐비한 한인타운의 중심가다. 이곳에는 댈러스 한인사회의 역사가 스며있다.   댈러스 한인상공회의소 이상윤 회장은 “1980년대만 해도 로열 레인 길은 댈러스에서도 성매매 등 각종 범죄가 횡행했던 곳”이라며 “이곳에 한인들이 터전을 마련하면서 범죄율이 급감했고 오늘날 한인타운을 형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근의 로열 레인과 해리하인즈 불러바드 교차로로 향했다. 한국어로 쓰인 ‘로열 레인’ ‘해리하인즈 대로’ 표지판이 내걸린 곳이다. 한인들의 공로를 인정한 댈러스시가 지난 1월 미주한인의 날을 기념해 이곳에 단 이중언어 표지판이다. 이를 계기로 텍사스 주의회는 로열레인 길 지역을 한인타운으로 공식 지정하기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켜 이제 주지사의 서명만 남겨놨다.   한인사회의 높아진 위상과 달리 한인들의 심리는 최근 잇따른 총성으로 위축되고 있다. 댈러스한인회 이경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한인 미용실 총격 사건 이후 총기 사건의 위험성을 피부로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이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한인타운 주점에서 총격 사건으로 한인이 사망했을 때 당국은 댈러스에서 하루에 1건꼴로 총기 사건이 일어난다고 했다”며 “우리에겐 큰일인데 별것 아닌 일처럼 말하더라. 한인타운도 더는 안전지대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총성은 여전히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지난 8일 발생한 앨런 아웃렛 총기 난사 사건을 포함, 한인 피해자들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적극 발벗고 나서야 할 정치인들은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본지는 앨런 프리미엄 아웃렛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 댈러스 인근 한인 정치인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댈러스 인근 코펠시의 전영주 시의원 사무실 한 관계자는 “인터뷰가 어려울 것 같다”며 “(앨런 몰 사건 피해자들에 대해) 삼가 조의를 표한다”는 내용의 답변만 보내왔다. 한인 다수 거주 지역인 캐롤튼시의 성영준 시의원은 인터뷰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주의회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텍사스주 하원 지역사회 안전위원회는 앨런 아웃렛 사건 발생 직후 반자동 소총 구매 가능 연령을 21세(기존 18세)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벌써 겉치레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댈러스 지역 언론들은 주지사 거부 가능성 등 법안이 최종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앨런 아웃렛 추모 현장에서 만난 조영준(41·앨런) 씨는 “주지사는 총격범이 정신 이상자라고만 하고, 경찰은 증오범죄 여부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억울한 죽음만 매번 발생하고 있다”며 “한인 정치인들조차 뚜렷한 대안 하나 내놓지 못하는데 한인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부분이 바로 소수계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앨런 아웃렛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진 한인 일가족이 출석했던 캐롤튼 지역 뉴송교회에서는 지난 9일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기도회가 진행됐다. 피해자 조모(37)·강모(35)씨 부부와 3세 막내아들의 천국환송예배는 11일(오늘) 뉴송교회에서 진행된다. 공교롭게도 헤어월드 살롱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한인들은 또 한번 눈물을 닦아야 한다. 관련기사 [아시안증오범죄 예방프로젝트] "CCTV보면 한인향해 조준사격 한 것" [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정치인들 반아시안 발언이 가장 큰 문제” [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한인여고생도 한인 CNN앵커도 "차별 스톱" 110년 전 한인 가족이 증언한 ‘차별의 씨앗’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괴롭힘 당할까 태권도 수강 청소년 ‘2배’ 댈러스=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2023-05-10

"특정 집단 대상 아닌 무작위 난사"…텍사스 경찰 증오범죄 선긋기

텍사스 앨런 아웃렛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가 숨진 가운데 텍사스 공공안전부가 인종에 편향된 증오 범죄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의 행크 시블리 국장은 9일 브리핑에서 범인은 대상을 특정하기보다는 무작위로 총기를 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집단이라기보다는 그 장소를 표적으로 삼은 것 같다”며 “그가 죽인 사람들은 무작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망자 8명 중 한인 3명과 인도계 1명 등 4명이 아시아계인 점을 놓고 보면 당국의 ‘무작위’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특히 이 지역이 아시안과 인도계 인구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해도 장소만 부각해서 인종범죄 가능성을 묵살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것이다.   실제 시블리 국장은 용의자인 마우리시오 가르시아(33)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아직 모른다”며 “수사를 통해 알아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르시아가 신나치즘을 신념으로 드러냈으나, 이전까지 범죄 전력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보안 경비원으로 여러 곳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가르시아가 이 쇼핑몰에서도 일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시블리 국장은 자신이 아는 한 아니라면서도 아주 확신하지는 못한다고 답했다.     그는 가르시아가 한동안 보안업계에서 일하지 않았으며 텍사스에서 보안 면허가 만료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용의자는 현장에 총기 8정을 가져온 것으로 발표됐다. 총기는 모두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들로 당시 가르시아는 이 가운데 3정을 몸에 소지하고 있었고, 5정은 차 안에 뒀다. 그는 현장에 있던 경찰관의 총에 맞아 사망하기 전까지 3∼4분간 총을 난사했다.   시블리 국장은 가르시아를 사살해 제압한 지역 경찰관이 영웅적으로 행동했다면서 그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셀 수 없는 목숨”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가 거기에 없었다면 우리는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을 겪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증오범죄 무작위 무작위 난사 텍사스 경찰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2023-05-09

[취재 수첩] '아시안' 이라는 이유만으로…

디트로이트를 떠나기 전날(21일)이다. 디에고 리베라가 그린 벽화 속 마사오 히라타의 모습이 계속 아른거렸다. 디트로이트 미술관을 다시 찾아갔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포드 공장에서는 폭격기가 생산됐다. 그곳에서 자동차를 만들던 히라타는 평범한 노동자였다. 그의 손에는 또 다른 기름때가 묻었다. 노동의 본질은 변한 게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의 처지다.   일본계미국인시민연맹(JACL)의 기록을 보면 “당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매일 히라타의 출퇴근을 감시했다”는 내용이 있다. 그때의 시대상은 그렇게 히라타를 달리 보게 했다.   1982년 우드워드 애비뉴에서 쓰러진 중국계 빈센트 친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제도사로 일하던 평범한 청년이었을 뿐이다. 피사체는 그대로였다. 단, 디트로이트의 분노가 그를 다르게 보도록 몰아갔다.   에밀 길레르모는 하버드대 졸업 후 NBC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아시아계 최초로 NPR에서 뉴스 쇼를 진행한 인물이다. 그는 친을 살해했던 로널드 에벤스를 11년 전에 인터뷰했다. 출장 전 길레르모 기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에게 에벤스를 만났던 이야기를 들었다.   에벤스 역시 평범한 백인이었다. 법원에 출두하던 그의 사진을 보면 단정하게 양복을 입은 멀끔한 중년 남성이었다. 당시 시대적 렌즈는 에벤스를 통해 악의 평범성을 보게 했다.   길레르모 기자는 “에벤스는 친을 죽인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유일한 잘못’이라고 인정했다”며 “그러나 그 사건은 인종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했다.   에벤스는 연방 민권법으로 기소됐다. 책임을 회피하려면 인종적 요소가 작용했다는 점을 끝까지 부정할 수밖에 없었을 터다.   그렇기 때문에 40여 년이 지나도 외침은 잦아들 수 없었다. 오늘날 아시안-아메리칸이 누리는 유산은 외침의 메아리다.   친 사건을 계기로 미국정의시민협회(ACJ)를 조직했던 로랜드 황 교수, 헬렌 지아 기자 등은 그때 모두 30대였다. 그들의 머리는 어느새 희끗희끗하다. 증오의 렌즈를 깨려는 아시안 민권 운동은 그렇게 견고해졌다.        인간사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건이 일어난다. 원인은 다양하다. 피해자가 단순히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모든 걸 증오의 범주에서 다룰 순 없다.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악용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자취를 쫓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시대적 맥락은 때론 증오를 방증한다. 적어도 디트로이트의 상흔은 그 사실을 지금도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관련기사 “누가 죽였는지가 아니라 시대적 맥락서 이유 찾아” 묵살된 정의에 투쟁, 외침 더 커졌다 90년 전 벽화도 예견…미국차 동력은 아시안 41년 전 모터시티에도 정의는 없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2023-04-27

“누가 죽였는지가 아니라 시대적 맥락서 이유 찾아”

  1980년대 주류 사회에 던져진 질문이다.  ‘누가 빈센트 친을 죽였나?(Who Killed Vincent Chin?)’  르네 타지마 페나 UCLA 교수와 크리스틴 초이 뉴욕대학 교수는 이 물음을 다큐멘터리 필름 속에 담았다. 이 작품은 지난 198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록 영화 부문 최종 후보작까지 올랐다. 공동 제작자 중 한 명인 페나 교수(사진)를 인터뷰했다. 그는 현재 UCLA에서 아시안-아메리칸학 교수로 활동 중이다.   -다큐 제목에 담긴 의미는. “빈센트 친을 누가 죽였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왜(why)’가 중요했다. 법적 쟁점은 살해 여부가 아니라, 살해 동기였다. 술집에서 단순히 말다툼을 벌이다 발생한 사건이 아니었다. 인종과 증오가 빚어낸 사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시대적 맥락을 살펴보는 게 중요했다. 거기엔 미국 자동차 업계의 불황, 쇠퇴, 일본 차에 대한 적대적 여론 등의 요소가 있다. 혐오의 환경은 그렇게 조성되고 있었다. 한 집단이 악마화되면 그 안의 사람들 역시 비인간화된다. 이중적인 의미를 담았다.”   -분노는 왜 절제되지 못했나. “에벤스 부자에게 전과는 없었다. 번듯한 직장도 있었다. 그런 이들이 왜 방망이를 들고 친을 찾아다녔을까. 술집 댄서 증언에 따르면 다툼이 불거졌을 때 친은 덩치가 컸던 에벤스 부자에게 몸싸움에서 이겼다. 백인들에게 당시 아시안 남성은 작고, 위축돼있고, 복종적인 존재로 인식됐다. 그러한 고정관념, 시대적 반감, 패배감 등이 맞물리며 분노가 증폭됐을 것이다. 폭력은 다양한 요소로 유발된다. 인종 역시 폭력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어떤가. “아시아계는 1800년대부터 이곳에 왔다. 당시 아시안은 ‘동료’ ‘시민’이 아닌 값싼 노동력의 공급원 정도로 취급됐다. 이러한 인식이 영원한 이방인, 타자, 급기야 인간 이하의 존재, 폭력의 대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일례로 1871년 LA에서 발생한 학살로 중국인의 10%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1900년대 초에는 인도, 필리핀 이민자들이 도시 외곽으로 쫓겨났다. 인종 폭력은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다. 역사를 보면 친의 사건부터 오늘날 인종 관련 범죄들은 사실 전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아시안은 집단으로 묶인다. “나의 할아버지는 1906년에 샌프란시스코로 왔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백인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들은 일본계인 할아버지에게 ‘칭크’로 지칭하며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다. 그때나 지금이나 백인들은 우리를 구분하지 못한다. 이는 지속적인 차별을 낳고, 불평등을 고착시킨다.”   -어떤 식으로 고착시키나. “아시아는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등 수십 개 민족, 지역 등으로 나뉜다. 매우 이질적이고, 다양성을 가진 인종이다. 게다가 아시안을 ‘모범적 소수계’라는 범주에 묶어두려 하지만, 실제 아시아계 미국인 내에서는 사회, 경제, 교육 등에서 큰 격차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아시안 하면 하버드 같은 명문대 입학 경쟁을 떠올리지만, 대다수는 일반 칼리지에 다니고 있다. 다수의 아시안 학생을 볼 때 아이비리그의 몇 안 되는 비전형 입학 정원을 얻겠다는 건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 장벽을 없애려는 인식이 필요하다.”   -모범적 소수계의 위험성은. “그 용어가 처음 등장한 건 1950년대였다. 흑인 민권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즈음인데 아시아계에 대한 일종의 가스라이팅이었다. 흑인처럼 행진하거나, 요구하지 않고 열심히 일만 하는 이미지로 각인시켰다. 이는 당시 아시아계가 직면했던 높은 빈곤율, 차별 문제를 외면하게 했다. 노동 및 민권 운동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의 활동을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아시아계의 투쟁은. “중요한 건 우리는 매번 ‘피해자’로만 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맞서 싸웠다. 1902년 캘리포니아로 왔던 한국의 도산 안창호 선생만 봐도 알 수 있다. 커뮤니티에서 한인 단체를 설립해서 많은 활동을 하지 않았나. 아시안-아메리칸이 인종차별 등에 맞서 싸우고 다른 소수계와 연대하는 건 오랜 전통이다. 친의 사건 때도 흑인 민권운동가였던 제시 잭슨 목사가 아시안과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가 중요한데. “빈센트 친의 사건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아시안으로서 불만 표출이 아닌, 정의를 위한 투쟁을 벌였다는 점이다. 백인 우월주의가 폭력, 반감 등만 조장하는 것처럼 불만은 우리에게 공포, 피해의식만 조장한다. 사회를 ‘우리’와 ‘그들’로만 나누는 폐해를 낳는다. 반면, 정의는 포용성과 평등을 담고 있다. 불만이 아닌 정의를 위해 싸우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이러한 정신이 다음 세대인 아시아계 젊은이들에게 강화되고 있다. 이를 위해 영화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쓴다. 어떤 이는 선거에 출마하고, 음악으로 정의를 말한다. 아시아계 민권의 미래를 밝게 본다.” 관련기사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묵살된 정의에 투쟁, 외침 더 커졌다 90년 전 벽화도 예견…미국차 동력은 아시안 41년 전 모터시티에도 정의는 없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2023-04-26

묵살된 정의에 투쟁, 외침 더 커졌다

꽃은 시간을 안고 핀다. 1982년 빈센트 친의 억울했던 죽음이 그랬다. 오늘날 꽃핀 유산은 디트로이트 재건의 근간이다.   20일 오후 1시, 펀데일 지역 9가와 우드워드 애비뉴에 있는 빈센트 친의 추모 동판 앞이다.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에서 북쪽으로 10여 마일 떨어진 이곳은 아시안 민권 운동의 씨앗이 심긴 곳이다.   펀데일시 레일리 콜먼 언론 담당은 “지난 2010년 펀데일 시의회와 미시간주 변호사협회가 함께 세운 동판”이라며 “친 사건으로 인해 이곳에서 아시안-아메리칸의 민권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사법 개혁의 발단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의 죽음은 시발점이 됐다. 미국정의시민협회(ACJ)가 태동한 곳이 바로 펀데일이다.     미시간대학 로랜드 황 교수는 “법원이 가해자들에게 벌금형을 내리자 우리(아시안)는 격분했다”며 “판결 직후 너나 할 것 없이 펀데일로 모였다”고 말했다.   그때 아시안들은 추모 동판 인근 골든스타 레스토랑에 집결했다. 친이 주말에 웨이터로 일했던 식당이었다. 당시 변호사였던 황 교수를 비롯한 제임스 시모우라(변호사), 헬렌 지아(기자)가 앞장서서 ACJ를 조직했다.   헬렌 지아는 현재 사회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그때만 해도 아시안은 주류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뉴스에서도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다”며 “당시 전미변호사협회,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들조차 미온적으로 일관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럴수록 결집했다. 결속이 연대로 이어지며 확산 조짐을 보이자 주류 언론도 달리 보기 시작했다. 황 교수는 “그때 미시간주의 여러 한인 교회들도 친 시위에 동참했었다”고 회상했다.     친이 쓰러진 우드워드 애비뉴로 향했다. 펀데일에서 남쪽으로 약 5마일 떨어진 곳이다. 친은 당시 맥도널드 앞에서 머리를 가격당해 쓰러졌다. 빈 건물로 방치된 그곳은 황폐함만 남아있다.   황 교수는 “사건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지만, 그의 죽음은 많은 것을 남겼다”며 “그중 하나가 미국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계 미국인 피해 사건을 연방 민권법을 통해 기소한 것이 바로 친의 연방 재판이었다”고 말했다.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고, 가해자인 로널드 에벤스는 민권법에 의해 결국 연방 법원에서 25년형을 선고받았다.   환호는 잠시였다. 에벤스의 변호인은 “인종은 살인의 동기가 아니었다”며 즉시 항소했다. 재판은 신시내티 법원으로 이관됐고 결국 가해자는 무죄로 풀려났다.   법은 정의를 묵살했지만, 투쟁까지 멈추게 할 순 없었다.   헬렌 지아는 “정의가 실현될 수 없다면 우리는 최소한 친의 유산이 사라지지 않도록 행동해야 했다”고 말했다.   중국인커뮤니티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디트로이트에서 북쪽으로 15마일 떨어진 매디슨 하이츠 지역은 신흥 차이나타운이다.   그곳엔 빈센트 친의 그림이 있다. 중국계 2세 화가인 앤서니 리가 지난해 추모 40주년을 맞아 그린 작품이다.   중국인커뮤니티센터 엠마 인 코디네이터는 “지난해 한인 배우 대니얼 대 김도 이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며 “친의 죽음이 남긴 의미는 이곳 아시안 2~3세에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친의 죽음은 사법 개혁으로도 이어졌다. 그때는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 가족은 법정에서 증언할 수가 없었다. 법원은 친의 어머니 릴리에게 에벤스의 선고일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황 교수는 “친의 재판을 계기로 공판 중 피해자 가족이 범죄 피해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진술하는 것이 허용됐다”며 “얼마 전 미국 체조 대표팀이 주치의에게 당한 성폭행을 진술했을 때 그들이 행사했던 법적 권리가 바로 친의 사건으로 제정됐던 피해자 진술권이었다”고 말했다.     ACJ는 지난해 ‘빈센트 친의 유산 가이드’도 제작했다. 총 65페이지다. 의미를 나누고 토론까지 할 수 있도록 섹션마다 교육용 질문도 담겨있다. 이 책자는 현재 디트로이트 지역 공립학교 교사들도 사용 중이다.   증오의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기억하고 외칠 때 무너진다. 관련기사 90년 전 벽화도 예견…미국차 동력은 아시안 41년 전 모터시티에도 정의는 없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2023-04-25

90년 전 벽화도 예견…미국차 동력은 아시안

  디트로이트와 아시안은 불가분의 관계다. 자동차 산업이 매개체다. 벽화도 역사를 증언한다.   18일 오전 11시, 디트로이트 미술관(DIA)으로 향했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모터 시티가 그림으로 담겨있는 곳이다.   미술관 2층 한가운데인 ‘리베라 코트’에 들어섰다. 한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벽화가 모습을 드러낸다. 1932년 디에고 리베라(1886-1957)가 그린 ‘디트로이트 산업 벽화(Detroit Industry Murals)’다.   1930년대 포드 자동차 공장의 모습이 선연하게 담겨있다. 세로 22피트, 가로 73피트의 대작이다. 당시 노동자들의 역동성을 세밀하게 담으려면 작은 캔버스로는 부족했을 터다.   안내를 맡은 큐레이터가 벽화 하단의 한 인물을 가리켰다.   DIA 플로레스 케어스 큐레이터는 “아시아계인 ‘마사오 히라타’라는 인물이다. 포드 공장의 금형 제작자였다”고 소개했다.   케어스 큐레이터는 “당시 디에고는 공장의 곳곳을 둘러보며 약 8개월에 걸쳐 노동자들의 삶을 그렸는데 모두 실존 인물들”이며 “히라타를 비롯한 벽화 속 흑인, 히스패닉 등은 당시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제조 업계가 인종적으로 이미 다양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벽화 앞에 한참 서 있었다. 마사오 히라타의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숙연해진다. 오늘날과 달리 아시안이 흔치 않았던 시대다. 그의 손에는 기름때가 묻어 있었다. 디트로이트는 그렇게 세워진 도시다.   부침의 역사는 현재로 이어진다.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의 컨벤션 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계적 규모의 국제 자동차부품 전시회(WCX)가 열리는 중이다.   컨벤션 부스 제작사 비버(Beaver)의 앨런 천 대표는 “디트로이트의 부스 제작 프로젝트는 대부분 한인 자동차 업체의 전시 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특히 수년 사이 한인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전시 수요 역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부품 수는 대략 3만여 개다. 그중 상당수 부품을 한인 등 아시아계 업체가 생산 중이다. 이번 WCX에서만 무려 30여 개의 한인 부품 제조사들이 나섰다.   대영전기 정인규 부사장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터용 코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며 “한국 업체들의 모터 코어 생산 기술은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실제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미시간주에는 상당수의 한인 자동차 업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디트로이트 무역관에 따르면 현재 미시간주에는 LG, 포스코, SK이노베이션 등 64개의 한인 및 한국 회사가 진출했다.   재미한인자동차산업인협회(KPAI)도 있다. 44년째(1979년 설립)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산업과 궤를 같이 해왔다. GM, 포드, 도요타 등 유수의 자동차 기업에서 일하는 한인 150여 명이 활동 중이다.   KPAI의 서병옥 회장은 “이제 미국 자동차 업계는 아시아계 회사 없이는 차를 만들기 어려울 정도”라며 “포드나 GM에서 임원급으로 있는 한인도 많기 때문에 아시안을 제외하고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산업을 논할 수 없는 시대”라고 말했다.   다운타운에는 마천루가 있다. GM 본사인 르네상스 센터로 갔다. 우뚝 솟은 빌딩은 모터 시티의 상징이다. 가장 높은 곳에 박아둔 파란색 ‘GM’ 표시가 자부심을 뽐내고 있다. 빌딩명처럼 GM은 다시 르네상스를 꿈꾼다.    GM 아리아나 페레이라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현재 GM 내 아시아계 직원은 7510명으로 전체 인력 중 8.5%에 이른다”고 말했다.   GM에 따르면 아시안 직원 비율은 2019년(6.8%), 2020년(7.3%) 등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계 직원 5명 중 4명(81%)꼴로 엔지니어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근무 중이다. GM 내 아시아계 임원 역시 현재 75명으로 전년(55명)보다 늘었다. 아시아계가 GM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디트로이트는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변화의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일본계 회사 ‘히노 트럭’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강도윤(53)씨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던 2008년에 이곳으로 왔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의 위기와 파산을 지켜봤다.   강씨는 “출석 중인 한인 교회만 봐도 한동안 교인 수가 줄다가 30~40대 젊은 엔지니어들이 유입되면서 다시 늘고 있다”며 “특히 배터리 분야에서는 한인과 인도계 등 아시안이 핵심 인력으로서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안에 대한 분노가 가득했던 모터 시티는 지금 재건 중이다. 역설적이게도 동력은 아시안이다. 디트로이트의 심장은 다시 고동치고 있다. 관련기사 41년 전 모터시티에도 정의는 없었다 디트로이트=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2023-04-24

41년 전 모터시티에도 정의는 없었다

자동차는 디트로이트의 심장이다. 도시의 정체성은 애칭에 녹아있다. ‘모터 시티(motor city)’의 1980년대는 현시대와 닮은 데가 많다. 경제 위기가 고조될수록 분노가 쌓이던 시기였다. 이른바 ‘빅3(GM·포드·크라이슬러)’와 함께 전성기를 구가하던 도시는 순식간에 위축됐다. 쇠락의 기미는 정체성을 흔들었다. 누적된 분노가 임계점에 이르자 표출 대상이 필요했다. 일본 자동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아시안은 곧 표적이 됐다. 팬데믹 사태로 아시안을 혐오의 과녁으로 삼은 현실과 흡사하다. 지난 17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찾아갔다. 격했던 증오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곳이다. 자취를 따라 옮겨간 발걸음을 시리즈로 게재한다.   4월임에도 디트로이트에는 진눈깨비가 흩날렸다.   17일 오후 2시, 다운타운에서 북쪽으로 7마일 떨어진 포레스트 론 공원묘지로 향하는 길이다.   차창 너머로 방치된 빈 건물과 주택이 종종 눈에 띈다. 2013년 디트로이트 파산의 상흔이다. 잿빛 하늘과 차디찬 바람이 휑한 골목마다 우울함을 덧칠하고 있다.   묘지에 도착했다. 살을 에는 바람이 우리를 맞는다. 동행한 미시간대학 로랜드 황(72) 교수는 중국계다. 미시간주 법무부 차관을 지냈다. 41년 전 중국계 청년 빈센트 친(당시 27세.사진)의 죽음을 두고 아시아계 민권을 위해 평생을 투쟁해온 인물이다. 그는 친이 묻힌 묫자리를 정확히 기억하고 그곳으로 안내했다.   1982년 6월 19일이었다. 친은 디트로이트 인근 우드워드 애비뉴에 있던 맥도널드 앞에서 자동차 업계의 백인들에게 야구방망이로 수차례 머리를 가격당해 쓰러졌다. 결혼을 불과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     그날 친은 술집에서 친구들과 총각파티를 벌이던 중 시비가 붙었다. 친과 일행은 술집 밖으로 피해 나왔다. 상황이 정리되는 듯했지만, 백인들은 사람까지 고용해 친을 뒤쫓았다. 그들은 야구방망이를 들고 친을 따라가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할 때까지도 멈추지 않았다. 당시 법정에 증인으로 나섰던 경관은 이들이 “마치 홈런을 치려는 듯” 있는 힘껏 휘둘렀다고 증언했다.   빈센트 친 사건은 증오가 증폭된 지점과 맞물려있다. 당시 디트로이트에서는 대량 해고 사태가 이어졌다. 실업률은 10%를 넘어섰다. 모든 원인을 일본 차의 약진 탓으로 돌렸다. 일본 차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며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던 시기다.   친을 방망이로 잔인하게 후려친 건 로널드 에벤스와 그의 의붓아들 마이클 니츠다. 에벤스는 당시 크라이슬러의 고위관리자였다. 니츠는 자동차 공장에서 해고당한 직후였다.   42구역, 67번 자리. 무덤 앞에 이른 황 교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입을 꾹 다문 채 한쪽 무릎을 꿇었다. 묘지의 적막을 가르는 건 바람 소리뿐이다.   황 교수는 “빈센트 친은 그 시대 속에서 증오의 희생양이 되어 억울하게 살해됐다”며 “그는 ‘이건 불공평하다(It’s not fair)'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나흘 뒤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불공평에 담긴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친은 단지 '아시안'이었을 뿐이다.   황 교수는 “결혼을 앞두고 있던 그는 죽어야 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다”며 “왜 자신이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됐는지 아마도 마지막까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센트 친 사건은 본격적으로 아시아계 민권 운동의 도화선이 된다. 피해자 가족의 법정 증언 허용 등 사법 개혁으로까지 이어졌다.           ━   정치권은 혐오 조장, 법정은 살인자 석방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에서 서쪽으로 10여 마일 떨어진 디어본 지역에는 포드 자동차 공장이 있다. 증오가 촉발됐던 상황이 기록으로 남아있는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포드 공장은 박물관과 함께 운영 중이다. 건물에 들어서니 곳곳에 박물관을 수식하는 글귀가 내걸려있다.   ’미국의 혁신(American Innovation)‘.   모터 시티의 척추로서 자부심이 응축된 문구다. 그런 포드 자동차도 허물의 역사를 자인하고 있다. 포드 박물관 자동차 변천사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1980년대 소비자들은 다양한 차종 선택이 가능했지만, 미국 자동차 업계는 수익성이 높은 트럭과 SUV 생산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시장의 대부분을 일본 자동차 기업에 내주게 됐다.‘   장충식 디트로이트 무역관 관장은 “미국에는 그야말로 피맺힌 이야기”라며 “일본 차에 대한 포드의 기록은 그 아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단순히 글로만 남은 기록이 아니다. 디트로이트 한인회 이상웅 이사는 1980년부터 이곳에 있었다. 이 이사는 “엄밀히 말하면 아시안에 대한 시기, 질투의 감정이 증오로 이어진 것”이라며 “그 당시 사회가 아시안들의 성공을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친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그때의 모터 시티는 살벌했다. 당시 새내기 변호사였던 황 교수는 포드 자동차 법률팀에서 근무 중이었다.   증오의 형성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반복된다. 일종의 패턴이다. 황 교수는 “지난 몇 년 사이 코로나 발발을 두고 책임 전가를 위해 극단적 혐오와 폭력 등이 아시안에게 향한 오늘날과 유사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그는 “위기가 고조되자 정치권 등 곳곳에서는 일본 차를 빌미 삼아 대놓고 혐오를 부추기고 있었다”며 “나 역시 ’아시안‘이란 이유로 포드 자동차 내에서 변호사 정기 모임에 제외되는 등 차별을 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언론들도 아시아계에 적대적인 여론을 보도한 흔적이 있다.   뉴욕타임스(1982년 3월 21일 자)는 ’디트로이트를 멈추게 한 회사‘라는 제목으로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미국 시장 점유를 우려하는 기사를 냈다.   월스트리트저널(1982년 5월 14일 자)은 ’일본의 경제 침략(Economic Invasion by Japan)‘이라는 자극적 용어를 서슴지 않고 사용했다.     기사에는 “미국이 일본의 경제적 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디트로이트 자동차 노조 건물 주차장에는 일본 차 주차 금지 표지판이 세워졌고, 일본 차를 야구 방망이로 부수며, 정치인들은 일본인을 ’노란색의 작은 사람들‘로 지칭한다”고 적었다.   빈센트 친 사건의 재판은 아시안에 대한 혐오가 팽배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목격자들은 사건 당시 에벤스 부자가 친에게 내뱉었던 욕설을 또렷하게 증언했다.   “너 같은 난쟁이 xx 때문에 우리는 일자리를 잃었어(It’s because of you little MxxxxFxxxx that we are out of work)”.   그럼에도, 법은 인종과 혐오에 기반을 둔 범죄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명백한 살인에도 가해자가 죗값으로 치른 건 보호관찰(3년)과 3780달러(법정 비용 포함)의 벌금이 전부였다.     찰스 카프맨 판사는 에벤스 부자에게 전과가 없고, 이 지역에서 오래 거주했다는 점을 들어 “죄에 따라 벌을 내릴 게 아니라, 범죄자에게 맞는 벌을 줘야 한다. (You don‘t make the punishment fit the crime, you make the punishment fit the criminal)”며 판결의 당위성을 내세웠다.     증오는 정의마저 짓누를 만큼 거셌다. 1980년대 디트로이트의 어두웠던 단면이다. 오늘날에도 그 증오는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2023-04-23

[중앙칼럼] 증오범죄 대응은 연대와 행동으로

샌프란스시코 베이 지에서 가장 큰 섬인 캘리포니아 주립공원 엔젤 아일랜드(Angel Island). 1910년부터 1940년까지 아시아·태평양계 출신 이민자 수십만 명이 이곳 이민국(현 이민국 박물관, Angel Island Immigration Museum)을 거쳐 미국에 뿌리내렸다. 역사는 지혜를 선물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구별 짓기가 아니다. 동부의 엘리스섬과 서부의 엔젤섬은 우리 모두 이민자이자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런 사실을 자랑스러워 한 샌프란시스코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코로나19 펜데믹 동안 ‘충격’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미국 내 아시아계의 본진이라 할 정도로 증오와 차별이 멀게 느껴졌던 동네였다. 하지만 팬데믹이 거세지자 아시아계 시니어 여성을 상대로 한 폭행과 귀중품 강탈 등 증오범죄가 이 지역 차이나타운 등에서 벌어졌다. 현지 한인과 중국 커뮤니티 등은 “아시아계 파워가 다른 지역보다 크다고 자부했다”며 증오범죄 발생 초반 당혹감을 나타냈다.     팬데믹 기간 샌프란시스코 도심 곳곳에서 반아시안 정서가 감지됐다. 당시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뭔가 잘못됐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현지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침묵’하지 않았다.   최근 취재 목적으로 방문했던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던 이들은 “할 말은 하고 ‘연대’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용하지만 똑 부러진 모습을 보였다. 한인과 중국계 커뮤니티는 문제의 원인부터 짚고 넘어갔다.     유력 정치인이 반아시아계 정서를 자극하는 수사(rhetoric)에 분노를 표했다. 일제강점기 간도 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로 소수계를 표적 삼았던 행태가 21세기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진 셈이다.   김한일 샌프란시스코 한인회 회장은 “팬데믹 때 트럼프 대통령이 ‘차이나 바이러스’라는 망언을 했다”며 “이후 백인, 흑인 등 타인종들은 우리에게 ‘고백 투 유어 컨트리’라고 말했다. 차이나타운에서는 힘없는 시니어들이 많은 피해를 당했다. 일본타운과 한인타운에서도 어르신을 상대로 한 주먹질과 강도 사건이 벌어졌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다”며 정치인의 낙인찍기 결과물을 전했다.   이스트베이 프리몬트에서 C&L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중국계 이민자 윤페이(46)는 “트럼프가 가장 큰 문제였다. 그가 잘못된 메시지를 던졌고 사람들 마음을 이상하게 만들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한인과 중국계 학부모는 자녀 걱정도 많이 한다. 변화가 필요하다”며 정치인과 미디어가 아시아계에 대한 선입견을 만드는 행태를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지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차별과 혐오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누구나 본인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인·중국·필리핀·베트남 계 등 아시아계 단체는 증오범죄에 맞서는 연대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다른 지역 아시아계 커뮤니티가 본받을 일이다. 한인 최초 CNN 방송 앵커를 지낸 메이 리는 “아시안은 체구가 작고 소극적이라는 선입견 탓에 차별과 증오 범죄의 대상이 되곤 한다”며 “한인 등 아시아계 이민자가 이 나라에 뿌리를 내리게 된 역사를 널리 알려야 한다. 한인사회도 개별적인 행동 대신 여러 커뮤니티와 함께 증오범죄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오범죄에 대한 아시아계의 ‘분노’를 변화의 원동력으로 활용하자는 정치인도 있다. 데이브 민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은 “4·29 폭동을 겪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기억하자”며 “정치인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러분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단순하지만 힘 있는 행동강령이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증오범죄 대응 샌프란시스코 아시아계 증오범죄 발생 반아시아계 정서

2023-04-17

[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침묵하면 악화…아시안 목소리 당당히 내야

가주 의회 유일한 한인 정치인인 데이브 민 상원의원(민주, 37지구)은 다양성·다문화가 꽃피운 가주에서 아시안 증오범죄가 빈발한 사실에 “가슴 아프고 슬프다. 그리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특히 민 의원은 정치인이 당선되기 위해 아시안 등 특정 인종을 희생양 삼으려는 행태에 분노했다. 그는 “정치인이라면 의도적 표현으로 커뮤니티가 피를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며 차별과 증오를 제도적으로 막는 법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15일 새크라멘토 의회 사무실에서 민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대중교통 내 증오범죄 실태조사 및 대응 법안(SB 434)을 발의한 배경은.   “아시안 증오범죄가 급증했다. 하지만 대중교통 시설에서 위협행위가 얼마나 자주 벌어지는지 파악이 안 된다. 아시안과 여성, 소수계, 장애인 모두가 대중교통을 안전하게 이용하길 바란다.  각종 증오범죄를 파악한 뒤 대책과 규정을 마련하도록 법안을 발의했다. 많은 아시아계가 ‘고립’됐다고 느낀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밖에서 공격당할까 걱정한다. 사람들이 대중교통에서 신변을 걱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료들의 반응과 통과 가능성은.   “대부분 법안에 찬성하고 있다. 다만 예산이 가장 큰 관건이다. 대중교통 이용자를 대상으로 욕설과 협박, 폭행을 당한 적 있는지 등 실태조사와 캠페인 광고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 않다.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아시안 증오범죄 원인과 해결 방안은.   “우선 상원의원으로서 화가 나고 동시에 책임을 느낀다. 아시아계 정치인이 여러분 뒤에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반아시안 분위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당황스럽고 수치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인식변화를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 한인사회도 4·29 폭동 후 단합하고 여러 커뮤니티와 연대해 목소리를 키웠다. 아시아·태평양계가 함께 논의하고 대응하는 ‘가교’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인이 반아시안 정서를 조장하는 이유는.   “그들은 당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인종차별 발언을 하면서 ‘희생양’을 찾는다. 커뮤니티가 피를 흘리게 하는 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은 형편없었다. 그래서 ‘차이나 바이러스’라는 말이 나왔다. 요즘 정치권에서도 똑같은 행태가 반복돼 유감이다.”   -증오범죄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입법자는 관련 법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증오범죄 유형을 보면 90%는 인종차별적 발언, 고함, 위협 등의 행태로 엄밀하게 범죄(Crime)로 처벌하기 어렵다. 그래서 커뮤니티가 이런 행태를 용인하면 안 된다. 보수적인 아시아계는 ‘조용해질 때까지 가만히 있자’고 하지만 좋은 자세가 아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일하고, 아이를 키우는 만큼 커뮤니티 연대를 강화하고, 다문화를 포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자.”   -증오범죄를 당하며 소수계라는 무기력함과 분노도 느낀다.     “유대인과 흑인 커뮤니티를 보자. 그들은 힘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력을 발휘할 줄 안다. 한인과 아시아계도 함께 하면 힘을 키울 수 있다. 커뮤니티 및 정치활동을 꺼리지 말아 달라. 머리를 숙이고 있으면 안 된다. 더 큰 안목으로 시, 주, 전국의 (투표 등) 정치에 참여하자.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해야 한다. 우리가 느끼는 분노를 생산적인 활동으로 활용할 때다.” 관련기사 [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정치인들 반아시안 발언이 가장 큰 문제” [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한인여고생도 한인 CNN앵커도 "차별 스톱" 110년 전 한인 가족이 증언한 ‘차별의 씨앗’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괴롭힘 당할까 태권도 수강 청소년 ‘2배’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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