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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론] 총기규제법안 이번에는 통과될까?

올해 들어서도 어김없이(?) 총기난사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최근에도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워싱턴주까지 하루가 멀다고 3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다중공격참사가 발생했다.  백악관과 연방정부는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치 조처를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국 ‘용두사미’이다.  그럼에도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을 고쳤으면 하는 것이 민초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총기 문제가 사회적 고질병이 된 지 오래나, 최근 유례없이 빈발하고 있어 더욱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아마도 미증유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반인의 총기 소유가 급격하게 늘어난 탓으로 보인다.   총격사건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인 ‘총기폭력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지난해만도 피해자가 4명 이상인 총기난사 사건이 약 640건 일어났고, 전체 총기사건 사망자는 4만3500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 한국전쟁 당시 미군 사망자 3만7천명보다 많은 숫자다. 실로 엄청난 사람이 총기 사고로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미국인들의 삶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     총기 사건이 일어나면 총기 소지권리에 대한 논쟁은 다시 높아지나,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힌다. 게다가 총기 관련 제도를 고치려면 정치권의 이해관계, 사회 근저에 깊숙이 자리 잡은 총기 문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총기규제 강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D.C.를 비롯한 19개 주에서 위험인물에 대한 총기 구매, 소지 등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레드플래그(Red flag)법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연방이 아닌 주 단위 차원인 데다 법망도 많이 허술해 실효는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절반은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 사소한 다툼이나 불만 등이 범행 동기였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대책 마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지만 총기 규제 법안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과 행동은 항상 후순위이다. 총기 규제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열의의 차이이다. 반대는 거세지만, 전미총기협회(NRA)와 총기 옹호파 정치인들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이들은 상황이 불리할 때면 애써 변론하거나, 침묵하며 시간을 끈다. ‘시간이 지나면’이란 영화 카사블랑카의 노래 제목처럼 ‘늘 같은 핑계’일 뿐이다.   얼음장 밑으로 봄이 오듯이, 총기 문제에 대한 정치의식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는 조짐이 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총기 문제는 경제난, 낙태권과 함께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어쩌면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공화당이 하원에서 가까스로 이기고, 상원에서는 패배한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새해 벽두부터 잇단 총격 사건으로 인명피해가 커지면서 또다시 총기사건에 대한 해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공격용 무기와 대용량 탄창 사용을 금지하고 총기 구매 제한 연령을 21살로 높이는 법안의 통과를 연방의회에 촉구했다.     이번에는 워싱턴 정가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다. 민주, 공화 양당의 견해차는 아직도 크다. 민주당은 총기난사 사건 예방을 위해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반면, 공화당은 정신건강 문제나 보안 강화 등에 주력하는 입장이다.     분명한 것은 일부 대량 살상용 무기의 제한은 결코 헌법상 보장된 무기 소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담배와 알코올 판매도 21세 이상의 성인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은가?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중앙시론 총기규제법안 통과 총기규제 강화 총기난사 사건 총기 소지권리

2023-01-31

[중앙시론] 사라져야 할 단어 ‘혼혈아’

세상이 좋은 쪽으로 바뀌는지 그 반대인지 알 길은 없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면에서만은 좋은 쪽으로 바뀐다고 본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굉장히 둔감하던 시절, 우린 가사도우미를 식모·가정부라고, 공장노동자를 공돌이·공순이라고 불렀다. 이들 단어 속엔 멸시와 냉대의 의미가 담겨 있다. 다행히 세상은 이에 대해 자정 작업을 해왔고 이제 그 단어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몇몇 단어들은 아직도 생각 없이 사용되고 있고 놀랍게도 일부 언론조차 버젓이 쓰고 있다. 얼마 전 미주지역의 한 유명 인사를 소개하는 한국 언론의 기사를 읽던 중 혼혈아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혼혈아?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피와 피가 섞여서 태어나는 게 아니던가?  ‘배달의 겨레’ 한민족의 피는 빨간색이고 타인종, 타민족의 피는 다른 색이라서 나온 말인가?     혼혈아라는 표현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에 온 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늘면서 많이 쓰이게 된 말이 아닌가 추측된다. 글쎄 몽골의 침입이나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수 많은 국난 때마다 거쳐 간 외국 군인들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당시 혼혈아라고 불렀는지는 모르겠다.  혼혈아라는 단어의 의미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우리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굳이 이런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듣기 거북한 혼혈아라는 말 대신 그냥 한인 또는 한국계라고 불러도 될 일이다.       혼혈아와 함께 우리가 귀가 따갑게 듣고 자라난 단어가 양공주, 국제결혼이다. 이것도 멸시와 냉대가 가득한 단어들이다. 다행히 요즘 양공주라는 말은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한인들 가운데서도 한인이 타인종과 결혼하면 이를 국제결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어 안타깝다.   필자는 나름 민족주의 역사우파라고 생각하지만 배달겨레 한민족은 결코 하나의 민족 집단이 아니라는 역사적 현실을 받아들인다. 우리 한민족은 시작부터 동북아, 만주, 시베리아, 몽골지역의 여러 유목민족과 대만, 동남아쪽에서 한반도로 온 민족들이 뒤섞이면서 출발했다. 청동기 고대국가시대를 거쳐 중세, 근세, 현대로 이어져 오면서 수많은 전쟁이 있었고 외국과의 교류도 있었다.  고려시대 후기 고려왕실은 사실상 ‘몽골반, 고려반’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지금으로치면 미주 한인동포 6세쯤 되는데 고려말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고 심지어 이성계가 고려인이 아니고 여진인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성계가 지휘하던 가별초엔 고려인 외에도 몽골, 여진인들이 많았고 이들은 이성계를 따라 조선건국에 참여했고 조선에 정착했다. 임진왜란 때 조선 땅에 들어왔던 일본, 명나라 군인이 족히 30만명은 되고, 한국전쟁 이후에도 미군을 비롯한 많은 외국군이 들어왔다. 체모가 많고 콧대가 높은 필자는 고려에 들어왔던 몽골군 소속 터키계 병사의 후손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듣는다.       한인 이민역사가 깊어지면서 가족 중 타인종이나 외모가 다른 구성원이 있는 한인 가족이 흔해지고 있다. 그들의 자녀는  혼혈아가 아니고 그냥 한인, 한국계다. 새해부터는 혼혈아란 말이 사라지길 바란다. 김윤상 / 변호사중앙시론 혼혈아 단어 배달겨레 한민족 이들 단어 미주 한인동포

2023-01-25

[중앙시론] '트롤리 딜레마'의 함정

우리는 사는 동안 끊임없이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물론 그 선택의 결정 과정은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결정 과정의 어려움을 이론으로 정리한 것 가운데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가 있다. 실례로 제동장치가 망가진 전차가 달리고 있다. 선로 위에는 5명의 사람이 있어, 운전자가 선로를 바꾸지 않으면 모두 죽게 된다. 그런데 선로를 바꾸려고 하니 그 선로 위에는 다른 1명이 서 있다.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이 문제는 윤리학에서 가정하는 사고실험의 하나다. 많은 사람은 다수를 살리기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쪽에 손을 들지만, 과연 그럴까?  희생되어야 할 사람이 자신의 자식이거나 부모라면 과연 쉽게 동의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유명한 장기이식 사례가 등장한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한 사람이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그 병원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같은 위대한 정치가, 슈바이처 같은 의사,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 인류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공학자가 각각 시한부 질병으로 입원해 있다. 이들 4명의 위인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의 장기를 떼어 이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를 떼어 내면 건강한 사람은 죽는다. 당신은 이들 환자를 담당하는 의사다. 병원의 보안시설은 완벽해서 건강한 환자의 장기를 모두 떼어낸다고 해도, 이는 외부에 절대 알려지지 않고, 사회의 불안도 초래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과연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트롤리 딜레마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으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하버드대 교수가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언급하면서 더욱 인구에 회자되었다. 이런 딜레마 상황은 현실에서 많이 부딪친다. 이민문제, 백신의무화, 총기 자유화 등 초미의 사회 관심사들도 이에 속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피할 수 있으면 멈추거나 돌아갈 수 있으면 최선이다.     문제는 민주주의는 항상 선택을 요구하고, 그 선택은 반드시 어떤 희생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휴스턴 클리어 레이크 대학(university of Huston Clear Lake)의 이세형 정치학 교수는 이와 관련, “민주주의는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며, 어떤 정책을 선택함으로써 다른 것의 희생을 감수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에 따라 “민주주의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며 “상대방을 배려하고 조금씩 양보하면 의견차를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떻게(How)’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원론에는 공감하지만 각론에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다. 정의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강조한 샌델 교수도 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중용(中庸)에 따르면 군자는 한쪽에 치우치거나 기대지 않고 시중(時中)을 두고 행동한다. 시중은 상황에 맞게 대처하여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것을 말한다. 반면, 소인은 변화와 융통이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며 욕망이 지나치다. 얼핏 보면 시중인 것 같지만 사실 중용에 역행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이나 한국이나 상황을 보면 너무나 소인배 정치가 판치는 것 같다. 한화큐셀의 조지아 투자 성과를 둘러싸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공치사는 그래도 애교다. 워싱턴 정가와 한국의 여의도 정치판은 ‘웃픈(웃기고도 슬픈)’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어디 정치판뿐이랴. 우리의 주변을 둘러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대부분은 확증편향적 소인배 사고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번 결정을 내렸더라도, 그것이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재고할 수 있는 유연성도 부족하다.     유명 TV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하는 말이 떠오른다. “이게 최선입니까?”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중앙시론 트롤리 딜레마 트롤리 딜레마 딜레마 상황 여의도 정치판

2023-01-23

[하루를 열며] 중앙시론 한인사회의 회계 투명성 높이자

올해도 국제정세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다. 반상의 기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과연 곧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시각차는 팽팽하다. 그럼에도 중국은 절대로 미국을 추월할 수 없다고 단언하는 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 있다. 사회 전반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서 최고의 선진국이 된 사례가 없고, 중국의 사회·경제 구조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국에서도 ‘투명성’은 정치를 넘어 경제·기업·사회 전반에서 요구되는 필요충분조건이 된 지 오래다. 이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근본적인 힘이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초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다. 모처럼 친지들을 만나 얘기하다 보니 자연히 정치로 화제가 옮겨갔다. 어떻게 법조인 윤석열은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내우외환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대한민국호의 항로를 잡아야 할까?  이구동성으로 부정부패 고리를 끊고, 투명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윤 대통령은 재임 동안 ‘법치주의’의 뿌리만 내려놓아도 성공한 정권이라는 것이 주류였다. 또한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특히 기업과 정부, 사회단체 등 각 조직에서 회계 투명성 확보를 들었다. 선진국의 길목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주 한인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미주 한인사회는 올해로 이민 120주년을 맞는다. 한인 1세대들은 1903년 하와이에 도착한 이래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개척정신 하나만으로 당당히 주류사회에 도전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이제는 주류정치권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한인사회는 급성장했다. 그럼에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많은 한인 단체들은 아직도 구멍가게 운영과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의 단체에서 회계 불투명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속 노출되고 있다.   실례로 애틀랜타의 경우 지난 34대 한인회는 회계 불투명으로 임기 내내 지탄을 받았으며, 급기야 당시 회장은 전직한인회장모임에서 퇴출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를 시정하고자 나선 35대 한인회도 어설프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연말 총회에서의 회계 감사 발표의 내용과 절차는 합리적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정상 회계감사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비단 여기뿐이랴. 상당수의 한인조직도 도진개진이다. 지난해 지역 한인사회를 경악하게 했던 비영리단체 팬아시안커뮤니티센터(CPACS)의 분규사건도 주원인은 회계 불투명에서 초래됐다.  이름을 대면 알 수 있는 봉사단체들도 아직 회계상황을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다고 한다. 지역 한인들이 이웃을 섬기라고 쌈짓돈을 내어 지원한 대가이다.   한인 사회의 중심축인 종교단체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각종 분규사태는 알고 보면 대부분 회계의 불투명에서 시작됐다. 물론 일부에서는 회계감사를 강화하는 등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또 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인 사회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회계 투명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다소의 비용과 노력이 든다고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계묘년 검은 토끼해를 맞아 큰 단체이든 작은 모임이든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 관심을 기울여보자.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하루를 열며 중앙시론 한인사회 미주 한인사회 회계 투명성 정상 회계감사

2023-01-22

[중앙시론] 한인사회의 회계 투명성 높이자

올해도 국제정세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다. 반상의 기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과연 곧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시각차는 팽팽하다. 그럼에도 중국은 절대로 미국을 추월할 수 없다고 단언하는 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 있다. 사회 전반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서 최고의 선진국이 된 사례가 없고, 중국의 사회·경제 구조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국에서도 ‘투명성’은 정치를 넘어 경제·기업·사회 전반에서 요구되는 필요충분조건이 된 지 오래다. 이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근본적인 힘이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초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다. 모처럼 친지들을 만나 얘기하다 보니 자연히 정치로 화제가 옮겨갔다. 어떻게 법조인 윤석열은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내우외환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대한민국호의 항로를 잡아야 할까?  이구동성으로 부정부패 고리를 끊고, 투명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윤 대통령은 재임 동안 ‘법치주의’의 뿌리만 내려놓아도 성공한 정권이라는 것이 주류였다. 또한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특히 기업과 정부, 사회단체 등 각 조직에서 회계 투명성 확보를 들었다. 선진국의 길목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주 한인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미주 한인사회는 올해로 이민 120주년을 맞는다. 한인 1세대들은 1903년 하와이에 도착한 이래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개척정신 하나만으로 당당히 주류사회에 도전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이제는 주류정치권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한인사회는 급성장했다. 그럼에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많은 한인 단체들은 아직도 구멍가게 운영과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의 단체에서 회계 불투명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속 노출되고 있다.   실례로 애틀랜타의 경우 지난 34대 한인회는 회계 불투명으로 임기 내내 지탄을 받았으며, 급기야 당시 회장은 전직한인회장모임에서 퇴출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를 시정하고자 나선 35대 한인회도 어설프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연말 총회에서의 회계 감사 발표의 내용과 절차는 합리적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정상 회계감사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비단 여기뿐이랴. 상당수의 한인조직도 도진개진이다. 지난해 지역 한인사회를 경악하게 했던 비영리단체 팬아시안커뮤니티센터(CPACS)의 분규사건도 주원인은 회계 불투명에서 초래됐다.  이름을 대면 알 수 있는 봉사단체들도 아직 회계상황을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다고 한다. 지역 한인들이 이웃을 섬기라고 쌈짓돈을 내어 지원한 대가이다.   한인 사회의 중심축인 종교단체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각종 분규사태는 알고 보면 대부분 회계의 불투명에서 시작됐다. 물론 일부에서는 회계감사를 강화하는 등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또 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인 사회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회계 투명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다소의 비용과 노력이 든다고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계묘년 검은 토끼해를 맞아 큰 단체이든 작은 모임이든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 관심을 기울여보자.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중앙시론 한인사회 투명성 미주 한인사회 회계 투명성 정상 회계감사

2023-01-11

[중앙시론] 팬데믹 이후 달아진 노동법 소송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그동안 세상엔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 후세들은 코로나19이 바꿔놓은 세상을 소재로 다양한 예기들을 내놓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도 궁금하다. 아직 코로나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고 다시 마스크 의무화 얘기까지 나온다.  상가 등에 가 보면 아직 마스크를 쓰는 사람도 많다. 코로나 이전엔 건강한 사람이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요즘은 줌으로 하는 미팅이 일상화 됐다. 법조계도 사실상 재판을 빼고 분쟁중재 등은 아직 버추얼 미팅으로 진행된다. 법원이나 노동청 등 정부기관과의 분쟁조정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시간 맞춰 전철을 타거나 차를 몰고 다닌 기억이 가물거린다.     판사들도 노동청 직원들도 중재자들도 대면 미팅을 꺼린다. 분쟁조정을 위한 중재를 대면이 아닌 버추얼 미팅으로 할 때 대면 미팅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답은 없다. 지난 2년간 버추얼 중재를 해본 결과 결과적으론 합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선 효과가 같다고 보지만 그 합의를 하기 위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역동성은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이민자가 대부분인 의뢰인들이 비록 서툰 영어로라도 자신의 억울한 점을 중재자에게 대면으로 전달할 기회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노동청 콘퍼런스의 경우는 재판이 아니면 주로 전화로 이루어지는데 특히 관련 당사자가 여러 사업체나 개인이면 정말 불편하다. 대면 미팅을 할 땐 바로 현장에서 관련자끼리 합의 도출이 가능한데 이런 대면 미팅의 장점이 전화 콘퍼런스에선 사라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직원 구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이것 또한 이론이 분분한데 중요한 건 이유가 어떻든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거다. 경기침체를 예기하면서도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팬데믹을 통해 많은 직장인이 재택근무의 매력을 체험하게 됐다. 이로 인해 코로나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는 큰집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다. 마당에서 숨도 쉬고 집안에 사무실을 차리고 싶어하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정부지원금을 통해 누가 ‘눈먼 돈’을 얼마 받았느니 하는 각종 소문도 난무했다.  코로나 정부지원 정책 중 현금지원은 불가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디테일에서 엉망이 되는 바람에 불공평하게 엉뚱한 사람의 배만 불려줬다는 비판도 많다. 목사란 직업을 가진 사람까지 사기로 정부지원금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심지어는 교도소 내에서도 사기를 칠 정도로 정부는 허술했다. 사기대열엔 한인 변호사까지 가세했고, 코로나 지원금을 받아 주식 투자와 집 리모델링을 했다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코로나는 참 많은 걸 바꿔놓았고 인간군상들의 정신세계와 생활에 큰 영향을 가져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바로 종업원에 의한 고용주 소송과 클레임이다. 팬데믹 직후 주로 종업원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들이 잠시 우왕좌왕했던 시기를 제외하고 소송과 클레임은 계속되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 그나마 위로가 됐던 점은 종웝원을 대변하는 변호사들이 낮은 액수로도 합의를 해주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 그런 시기는 지나갔고 다시 10만 달러 이상을 주는 합의들이 수두룩하다.     여기에다 팬데믹 이후 새로운 형태의 소송과 클레임이 쏟아지고 있다. 직원의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결근과 그에 따른 임금지불 문제, 재택근무시 경비 처리 문제, 백신 접종이나 코로나 테스트 거부 직원 처리 문제를 둘러싼 분쟁 등이다.     그래도 새해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뛰는 것만이 스몰비즈니스 업주들의 유일한 선택이다.     김윤상 / 변호사중앙시론 노동법 소송 코로나 정부지원금 노동법 소송 코로나 테스트

2022-12-21

[중앙시론] ‘40대 기수론’과 장강의 물결

 ‘장강의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낸다’는 속담이 있다.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대표적 글귀다. 무협소설에서는 흔히 클리세(clishe: 상투적 줄거리)로 사용된다. 강호의 무림고수들이 빼어난 실력을 갖춘 기린아를 만났을 때, 그의 무위에 감탄하고 세월 무상을 탄식한다.   워싱턴 정가에도 이 속담이 유행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해 중간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스타들이 속속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도 미국 정계의 이목은 역시 차기 대통령 후보들에 쏠리고 있다.   아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공식’ 출마 선언을 한 정치인은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확답을 내년 초로 미룬 상태다. 통상 일정을 고려하면 잠룡들이 내년 초 잇달아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선 정국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까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최근 이 시나리오를 수정해야 하는 강력한 변수가 생겼다. 바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등장이다. 아닌 게 아니라 공화당 대선 후보 가상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크게 밀린다는 여론 조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최근 USA투데이지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지지자의 56%가 대선 후보로 디샌티스 주지사를 선호한 반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44세의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미 트럼프의 대항마로서 보수진영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확고한 보수주의자를 자임하며 한때 ‘리틀 트럼프’라 불렸던 인물이다.     민주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면, 여당은 그를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것이 관례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면서, 바이든의 마음도 재선 도전에 기울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나이가 큰 걸림돌이다. 백악관에서 80세를 맞은 대통령은 그가 처음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건강 이상설로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당내에서 일고 있는 세대교체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 권력 3위’이자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82)이 물러나고, 50대 흑인 하킴 제프리스 의원(52)이 만장일치로 신임 하원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30년이라는 한 세대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교체다.   이런 가운데 중간선거를 뜨겁게 달궜던 인물이 있다. 바로 피트 부티지지 연방 교통부 장관이다. 부티지지는 선거 기간 동안 민주당 후보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으며 누구보다 바쁘게 유세 현장을 누볐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과 후보 경쟁을 한 바 있다. 올해 40살의 젊은 정치인으로, 미국 역사상 커밍아웃을 한 첫 내각 구성원이기도 하다. 디샌티스와 함께 ‘40대 기수론’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워싱턴 정가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론’과 더없이 꼭 맞는 인물들이다. 시어도르 루즈벨트,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42대), 버락 오바마 또 올리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렇다고 무협소설이나 현실에서나 기성 세대가 후배들에게 흔쾌히 자리를 물려주지는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열을 가리고 자신의 시대를 지키려는 혼신의 노력을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차기 대선이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매치가 될지, 아니면 뉴페이스 간의 대결이 될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신·구 대결이 될 경우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내는 것은 자연의 순리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중앙시론 기수론 장강 대통령 후보들 도널드 트럼프 현직 대통령

2022-12-19

[중앙시론] 워녹의 지성(至誠)이 가져온 나비효과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이 올해 중간선거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마지막 승부처였던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승리, 민주당이 연방상원을 확실하게 장악하는 데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워녹 의원은 이로써 조지아는 물론, 워싱턴 정가에서 탄탄한 정치기반을 다졌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조지아에서 6년의 상원의원 임기를 모두 확보한 첫 흑인 상원의원이 됐다. 연방상원에서도 현재 흑인의원은 3명에 불과하다.   이에 앞서 2020년 공화당 소속 조니 아이잭슨 의원이 건강 문제로 사임해 치른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결선투표 끝에 당선됐다. 조지아주 최초의 흑인 상원의원이 되는 순간이었다. 두 번의 선거를 모두 결선 투표 끝에 승리한 것도 진기록이다.   전문가들은 워녹의 승리를 지역 인구의 30%가 넘는 흑인 유권자를 포함한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 덕분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조지아에 민주당 성향이 강한 아시아계와 젊은 층이 대거 유입돼 인구지형이 달라진 영향도 컸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인구유입이 많은 애틀랜타, 사바나, 어거스타 등 대도시에선 민주당 후보가, 기타 농촌 지역에서는 공화당 후보가 선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렇지만 그것으로는 설명이 2% 부족하다. 선거 유세에서 워녹후보 진영은 아시아계와 젊은 층을 적극 공략하는선거 캠페인을 펼쳤다. 반면, 워커 측은 이들의 마음을 훔칠 이렇다 할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유권자세가 팽팽한 상황에서는 숫자가 적더라도 캐스팅 보트가 가지는 영향력이 있다. 공화당은 이를 간과했고, 민주당은 틈새를 잘 파고들었다.     또한 워녹은 11·8 중간선거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해 결선투표가 확정되자, 실망하지 않고 바로 1달간의 선거 연장전에 대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다시 애틀랜타를 방문, 워녹 후보를 위해 지지 유세를 펼쳤다. 이에 반해 워커는 기존 공화당 지지층에 의존하는 다소 안이한(?) 선거운동을 펼쳤다. 굳이 중용의 말을 인용한다면, 지극한 정성, 다시 말해 지성(至誠)이 워녹이 워커보다 앞섰다고 할 수 있다.   워녹의 당선으로 워싱턴 정가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민주당은 이번 조지아주 승리로 상원에서 51석을 확보, 확실한 과반을 굳혔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1월 출범하는 제118대 의회에서는 현재보다 더 안정적으로 상원의 지원을 받으며 집권 후반기 국정을 이끌 수 있게 됐다. 연방하원을 공화당에 내주었으나, 상원 주도권을 확고히 한 것은 집권 하반기 국정 운영에 무시 못 할 자산이 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도 남는 장사를 했다. 재선 도전에 탄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령으로 세대교체론의 대상으로 지목됐던 그가 다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이런 가운데 워커 후보의 패배는 공화당엔 뼈아프다. 대세론에 편승한 안이한 선거전략이 가져온 자업자득이다. 특히 2024년 대선 출마를공석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어쩌면 치명적일 수도 있다. 워커 후보를 발탁한 것은 바로 트럼프였기 때문이다. 실제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 등 주요 경합지에서 트럼프 키즈들이 잇달아 고배를 마셨고, 미시간 등지의 주요 주지사 후보들도 낙선했다. 선거에서 패배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미 공화당 내에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은 트럼프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를 심각히 고심할 시간이다. 진통의 시간은 일찍 끝내는 것이 좋다. 이번 선거를 반면교사로 삼아 세대교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민주당도 이번 승리에 안주하다가는 앞일을 낙관할 수 없다. 세상만사 새옹지마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중앙시론 지성 나비효과 상원의원 보궐선거 조지아주 결선투표 민주당 후보

2022-12-08

[중앙시론] ‘김치의 날’ 앞다퉈 지정한 이유는

김치가 갈수록 미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음식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각 주에서 앞다퉈 ‘김치의 날(kimchi Day)’을 공식 선포하고, 연방의회도 이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인다. 실제 조지아와 텍사스가 최근 11월 22일을 한국 김치의 날로 공식 지정, 미국에서 김치의 날을 선포한 주는 모두 7개에 이른다.   김치 열풍은 연방의회까지 확대됐다. 아닌 게 아니라 오는 12월 6일 워싱턴 DC 연방의회 도서관에서는 김치의 날 축하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는 뉴욕주가 지역구인 캐롤라인 멀로니 하원의원(민주당) 이 앞장섰다. 그녀는 한국의 법정 기념일인 김치의 날을 미국의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자는 결의안을 낸 장본인이다.   이 결의안은 지난 7월 제출됐지만, 하원에서 아직까지 처리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한미 문화교류의 긍정적 사례로 꼽히는 이 결의안은 당파적 색채가 없어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능하면 오는 12월 마지막 회기에 통과되기를 희망한다.     김치의 날은 매년 11월 22일로 김치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2020년 한국에서 처음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이 시기가 김장하기 좋은 날이라는 점과 김치의 여러 재료가 ‘하나하나’(11)가 모여 ‘스물두가지’(22) 이상의 건강 기능적 효능을 나타낸다는 상징적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미주에선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주가 처음으로 김치의 날을 제정했다. 이후 버지니아와 뉴욕주, 워싱턴DC, 미시간주가 뒤따랐다. 한국 요리의 주인공이었던 김치가 바야흐로 미국 음식 문화의 다양화에 역동적인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텍사스주 하원의 공식 결의안(resolution)에는 고대부터 채소 절임을 통한 보관법을 창안한 곳이 한반도라고 명시, 일부 중국인이 주장하는 ‘김치 중국 유래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또 김치가 한국인의 식탁 오르는 대표적인 반찬으로, 절인 배추로 만들며 재료와 만드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중국은 그동안 동북공정의 하나로 ‘김치 공정’을 주도면밀하게 추진해왔다. 이 문제가 급기야 한중 외교 문제로비화하자 중국 정부가 공식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치의 미국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 주된 이유로 현지인들은 김치 맛에 익숙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맵고 신 맛이 처음엔 적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시간이 갈수록 김치를 찾는 현지인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1년 약 280만 달러이던 대미 김치 수출액은 지난해 283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열 배 이상 증가했다.   이 배경에는 미주 한인들이 현지인과 직접 접촉하고 소통하며 호감을 사는, 이른바 ‘공공외교’ 노력이 한몫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무대 뒤에서 노력한 숨은 공로자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조지아의 경우 이번 김치의 날 제정은 박선근 한미우호협회 회장이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에게 건의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는 정명훈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의 발품 파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시간도 국제결혼 한인 여성단체인 한미여성회총연합회(총회장 실비아 패튼)가 앞장섰다. 워싱턴DC 의사당 김치축제 성사에는 한인이민사박물관(관장 김민선)이 수고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김치축제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워 미주 한인들의 얼굴을 먹칠한 사례도 있다. 이런저런 산고 끝에 김치축제는 미주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 많은 현지인들이 김치의 우수성을 알고 있다. 계속해서 김치의 날을 제정하는 주가 늘어나기를 희망한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중앙시론 김치 지정 한국 김치 김치 유래설 김치 열풍

2022-11-08

[중앙시론] 합동군사훈련과 한일관계

개인적으로 미국에 와서 만나본 일본인들에겐 좋은 인상이 남아있다.  우린 어려서부터 일본과의 부정적인 역사, 특히 치욕과 수탈의 일제강점기를 잊을 수 없기 때문에 일본이란 국가에 대해선 왠지 부정적이다.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일본인들은 우리 주변의 보통 이웃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예의 바르고 선한 인상의 사람들이었다. 일제강점기 때도 조선인을 잘 대해주고 사이좋게 지낸 일본인들의 개별적 이야기는 종종 들어봤다.  그런 일본인들이 왠지 내가 만난 일본인들과 유사한 사람들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일본과의 문제는 북한 문제 만큼 아주 어려운 외교 난제다.  현실적으론 일본과는 가까이 지내야 하는 걸 머릿속으로 잘 아는데 감정적으로 일본과 가까이 지내기가 쉽지 않다.  지금도 교과서 문제와 독도 문제, 야스쿠니신사 참배, 욱일기 사용 문제 등은 한국의 국민 정서를 자극해 양국 관계를 얼어붙게 한다. 무엇보다 일본은 한국에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다. 30년 전쯤인가 한번 사과 비스름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이후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양국관계는 문재인 정부 때 악화 일로를 달렸다.       일본과 우리 역사는 고대사부터 얽혀있다.  우리는 고조선 때부터 일본에 문명을 전했고 특히 고대 가야와 백제인이 일본의 고대국가를 형성하는데 인적,물적 자원을 제공했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때문에 우리는 지나치게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만을 갖고 있다.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과 일본을 경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피해의식은 국가 정신에 도움이 안 된다. 역사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항상 피해자만은 아니었다.  삼국시대 신라 해적들 때문에 일본 역시 골치가 아팠고 고려시대엔 몽고를 따라 일본원정도 갔다.  조선시대 초기엔 대마도 정벌도 있었다.  일본 측 사서엔 한반도에서 쳐들어온 우리 조상들의 모습이 공포스럽게 묘사돼 있다.     양쪽이 항상 나쁜 관계만을 갖고 있진 않았다. 위에 언급했듯 고조선, 가야, 백제로부터 문물과 인재들이 일본으로 흘러들어갔고 임진왜란 뒤 일본의 에도막부와는 통신사를 교환하며 언제 그랬냐 싶게 전쟁의 구원은 잊고 잘 지냈다.  사이좋게 조용히 잘 지내던 한일관계가 금이 가기 시작한 건 19세기 일본이 근대화를 이루면서다.  조선의 왕이 묵는 궁전까지 일본 깡패들이 일본 도를 휘두르며 난입해 왕비까지 시해하고 살육을 벌일 정도로 당시 양국의 국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러일전쟁 때 신식무기로 무장한 일본군대가 행진하는 옆으로 흰옷 입은 우리 조상들이 일본군의 군수물자를 어깨와 등에 지고 나르는 사진 한장으로 모든 게 설명된다.     일본과 합동군사훈련하는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 설전이 한창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러일전쟁 당시의 조선이 아니다. 일본이 욱일기를 휘날리며 한국에 진주한다는 건 소가 웃을 일이다.  한국은 이제 경제력에서 일본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군사력도 일본과 대등할 정도의 세계 톱10에 들어간다. 안된 예기지만 한국과 일본 공동의 적은 북한이다.  우리 민족에겐 트라우마인 욱일기 없이 일본과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한반도의 효과적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  일본은 그래도 사람이 살 수 있는 국가다.  한일의 미래 관계는 영국과 프랑스 모델로 가면 이상적일 듯하다.  두 나라는 유럽의 중심국가로 아주 오랜 기간 치열한 싸움을 해왔지만 19세기 말 이후 공조 관계를 유지하면서 유럽과 세계 질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물론 우리 관계가 영국과 프랑스처럼 되려면 가해자였던 일본의 적극적인 자세전환 없인 쉽지 않을 것이다.       김윤상 / 변호사중앙시론 합동군사훈련 한일관계 사용 문제 독도 문제 고조선 가야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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