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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결혼을 꿈꾸는 이들에게

2012년 7월, 해남 땅끝 미황사에서 ‘청년출가학교’라고 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열었다. 그때 나는 법인 스님·금강 스님과 함께 8박 9일 동안 지도법사로 참여했다. 최종 41명만 선발됐지만, 당시 지원자가 무려 272명이나 있었을 정도로 꽤 인기가 많았다. 그해 여름은 청년들이 가졌던 고뇌의 열정 또한 뜨거웠던 모양이다.   10년이 지난 얼마 전, 청년출가학교 때 함께했던 한 청년이 자신의 배우자가 될 사람과 함께 청룡암에 찾아왔다. 이제는 ‘1+1’이 된 것이다. 그리고 청하기를, “어려운 부탁이 있는데요. 스님, 주례를 좀 서주세요” 했다. 허 참! 장례식장도 아니고 결혼식장에 와 달라고 하다니, 그것도 아직 젊은 독신 비구니에게, 뭐? 주례를?   순간 결혼식장의 아찔한 풍경이 뇌리를 스쳤다. 아, 이건 쫌! 당혹감을 농담으로 감추고는 다시 생각해 보라며 만류했다. 우리는 각자 한 달의 기한을 두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다만 양가 부모님과 친척들, 친구들이 다 좋다고 하면, 그땐 나도 거절하지 않고 주례를 봐 주겠다고 약속했다.   한 달 후, 설마 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주위에서 다 좋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마음을 달리 먹는 수밖에. “그래 뭐, 생각해보니 독신 비구니 스님이라고 장례식만 가라는 법은 없지, 결혼식에도 가서 행복한 가정의 탄생을 축복하고, 사랑하는 이들의 언약을 보증하는 증명법사가 되어주면 좋지. 아니, 이참에 그냥 주례 전문 스님으로 나서볼까? 하하하.”   드디어 지난 일요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신랑 신부 못지않게 긴장한 상태로 생애 첫 주례를 섰다. 가기 전 머릿속을 헤집던 아찔한 풍경도 지금은 행복한 여운으로 가득하다. 아마 남은 생 동안 나는 그들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때때로 기도할 것이다. 새 가정을 이룬 그들의 수호자가 되어 일생 내내 틈틈이 빌고 또 빌어 주리라.   그간 주례를 약속한 후, 누가 어떻게 결혼을 하는지, 주례는 누가 서는지, 무슨 말을 남겼는지 등등 관심이 커졌다. 일생 관심 밖이던 ‘결혼’에 대해 참 많이도 생각했다. 덕분에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았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이유로 헤어지는지, 왜 결혼은 어렵고 이혼은 쉽게 하는지, 독신이나 비혼을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문득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절에 들어올 당시만 해도 고향 마을에서는 비구니가 된다는 것에 정신병자 취급을 했다. 스무 살도 안 된 여학생이 머리 깎고 비구니가 되겠다 하니, 어머니는 가슴을 쳤고 아버지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무셨다. 주위 어른들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쑥덕거리며 비난을 쏟아냈다. 생각해보면 내가 인연을 끊어낸 것이 아니라, 매몰차게 끊어낸 쪽은 외려 가족들과 이웃들이었다.   출가하겠다는 여성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다. 1990년 당시를 떠올려 보면, 여자가 일생 독신으로 산다고 하면 뭐 크게 하자 있는 사람이겠거니 할 정도로 섬뜩한 선입견이 주변에 수시로 작동했다. 30년 전만 해도 독신 여성에게는 위협적인 비난과 편견이 늘 따라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에 비하면 지금이야 주변 반응이 그나마 괜찮다. 결혼적령기의 남녀는 서로 합의로 혼인을 하고 가정을 구성할 권리가 있지만, 그렇더라도 이젠 비혼이건 독신이건 상관없다는 생각, 결혼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 삶의 형태가 결혼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점차 확산된 듯하다.   사실 결혼적령기가 되면 이제 다 성인인데,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누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삶에 끼어들거나 간섭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서로에게 불편한 감정을 만들곤 한다. 더군다나 결혼연령이 점점 더 늦어지는 추세라서 이제는 ‘결혼적령기’라는 말도 사라지는 분위기다. 절에 오시는 보살님들도 자식들이 나이는 상관없으니 언제라도 가정을 꾸렸으면 하고 바라거나, 그도 아니라면 편하게라도 살면 좋겠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바람보다도 본인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첫 주례 기념으로 오늘은 결혼을 꿈꾸거나 결혼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덧붙일까 한다.   “세상 모든 이들에게는 충분히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고, 우리는 모두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숭고합니다. 이러한 우리가 아득히 먼 시간부터 서로를 그리며 찾아와 이 땅에서 누군가를 만나 인연을 맺었다면, 수천생의 인연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사랑을 담아 말 한마디, 손길 하나에도 정성으로 대하십시오. 서로를 존중하면서 일생 온화한 부부로 살기를 기원합니다.” 원영 스님 / 청룡암 주지마음 읽기 결혼 독신 생각 결혼 순간 결혼식장 사실 결혼적령기

2022-06-26

[글마당] 안녕하십니까

더운 여름이 두 번 지나도록 반쯤 밖에   열리지 않은 문   슬프도록 아픈 기억을 지우려 화사한 봄을 풀고   어머니의 눈물샘 같은 유월의 응달을   꽃비가 대신 지워 갑니다       숨죽이고 뛰어보지만 징검다리는여적 멀어   진도 팽목항에서 울던 사월도   울음 따라나선 오월도 제자리 턱으로 물러서고   그때 떠밀려간 그대 생각에 마음만 급한   철이 바뀌고 있습니다       세월은 한창이라는데 무엇을 기리다가   호흡이 먼저와 숨 헉헉거리는지   아름다움을 녹이는 시간 안으로   묵직한 울음이 진하게 박힐지라도   뜨는 아침을 위해   유월의 시선으로 어깨를 뻗어 올리면   완전히 이해할 순 없어도 사랑할 수는 있는   하늘의 품이 빛으로 다가섭니다       가슴을 치며 우는 바람이 반쯤 열린   대지 위에 무성의 색깔을 입히듯   반쯤 열린 문이라도 길은 막히지 않아   인내할 수밖에 없는 슬픔의 잔등   차 한 잔이 시간의 그리움이 되고       한 번의 마주침이 즐거움이 되고   그런 기대의 현실을 그리 고백하며   그대 떠난 당신의 계절에   우린 살아있음으로 만날 수 있는   서로의 인사를 안녕으로 묻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손정아 / 시인·롱아일랜드글마당 안녕 오월도 제자리 꽃비가 대신 그대 생각

2022-06-24

[독자 마당] 꿈속의 고향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고향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 꿈속에서 고향길을 밟는다.   미국 생활 20년, 두고 온 산하가 그리워지는 나이다. 세월은 속절 없이 흘러 어느 새 80을 훌쩍 넘기고 있다. 생이 얼마나 남았을까? 타향살이 외로움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 내 하늘을 보고 싶다.   중국의 고승 조주선사는 수많은 기행과 훌륭한 가르침을 남기고 120세에 열반했다. 그는 일곱살 아이도 자신보다 나으면 즉시 물어 배우고, 백세 노인도 자신보다 못하면 즉시 가르칠 것이라고 했다.     한 불자가 “스님 같이 도통한 분도 외로움을 느끼십니까”라고 물었다. 조주선사가 대답했다. “밤새 내린 눈의 무게를 못 이겨 쓰러지는 나무 소리에 잠 못드는 밤이 많고 외로움이 사무쳐 온다네.”   창문 두드리는 밤비 소리를 듣고 있으면 외로움이 뼛속까지 전해져 온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정호승 시인의 시 ‘수선화에게’의 일부다.     허심탄회하게 떠들고 박장대소하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벗 하나쯤 있으면 좋으련만…. 이 넓은 나라에 동락할 심우(心友) 하나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고국엔 문 밖이 이웃이고 사람이 많아 말동무 찾기도 쉽다.     미국이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하지만 노인들이 마음 편히 다닐 때가 없는 곳이다. 노인들이 소일할 때가 마땅치 않다. 미국 노인들도 늙으면 외로움을  타서 약 등으로 치료를 한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 내 영혼을 잠들게 하고 싶다. 옛 글에 “인생은 천 년을 살아도 영원한 나그네 길, 꿈속에서라도 고향에 돌아가 뛰어놀고 싶어라”라는 문구가 나온다. 꿈속에서라도 그리운 고향으로 달려 가고 싶다. 이산하·노워크독자 마당 꿈속 고향 고향 생각 백세 노인 고승 조주선사

2022-06-09

[문장으로 읽는 책]

과거에는 ‘빈곤’과의 싸움이었다면 지금은 ‘인정’과의 싸움입니다.…더욱 청년들을 어렵게 하는 것은 이 모든 청년들의 심리적 고통이 사회적 구조와 산업구조의 영향이라는 사회적 이해보다 개인의 노력, 개별 가족의 능력 부족으로 간주되다 보니, 더 자신을 착취하고 자신에 대한 심리적 증오와 애증 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김현수 외『가장 외로운 선택』   “지금의 청년 세대. 어려선 마음고생, 커가면서는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고독사로 죽는 첫 세대.” “몸의 고생에서 마음의 고생으로 고생 방식이 바뀌어가고 있고, 경쟁은 훨씬 더 일찍 시작되었습니다.” 너무 암울한 진단인가. 책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2020년 20대 사망자의 절반(54.3%)가량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전년 대비 13%나 증가했다. 자살은 한국 10~30대 사망 원인 1위다.   한국·미국·일본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이 자살 생각이 가장 높았고, 빈곤을 개인 책임이라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살에 허용적 태도를 보였다. “청년들의 자살증가는 ‘문제의 개인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문제의 사회화’가 필요한 문제까지도…모두 자기 문제로 가져오고…그게 잘 되지 않으면 실패로 생각하고 실패를 운명화하면서 남은 것은 죽음밖에 없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자살 생각 고생 방식 심리적 증오

2022-05-25

[오늘의 생활영어] that brings back memories; 옛날 생각이 나게 하네요

(Matt is talking to his friend Dave … )   (맷이 친구 데이브와 얘기한다 …)   Matt: Hey Dave come take a look at my new car.   맷: 데이브 와서 내 새 차좀 봐.   Dave: (looking at Matt's car) New car? You mean old car. That's a 1957 isn't it?   데이브: (맷의 차를 보며) 새 차라니? 오래된 차겠지. 그거 1957년생이지 안그래?   Matt: Yes it is. And it's in cherry condition.   맷: 그래. 게다가 상태도 아주 깨끗하잖아.   Dave: You must have paid a mint for it.   데이브: 돈 아주 많이 줬겠네.   Matt: Not really. I bought if off a man who is retired and he didn't want it anymore.   맷: 그렇지도 않아. 은퇴한 사람한테 샀는데 더이상 갖고 싶지 않았대.   Dave: 1957! That brings back memories.   데이브: 1957년이라니! 옛날 생각 나는군.   Matt: It does doesn't it? The early years of rock and roll.   맷: 정말 그렇지? 로큰롤 전성시대의 초기.   Dave: And life was a simpler time.   데이브: 삶이 훨씬 더 간단했지.   Matt: The world has changed since then hasn't it?   맷: 세상이 많이 변하긴 했어 그렇지?   Dave: It sure has.   데이브: 정말.   ━       기억할만한 표현   * it's (or something) is in cherry condition: (구어체) 아주 좋은 상태 깨끗한 상태    "Wow look at that old bicycle. It's in cherry condition."   (와 저 오래된 자전거 좀 보세요. 상태가 아주 좋은데요.)   * to pay a mint for it (or something): 돈을 많이 주고 사다     "He paid a mint for his wife's ring for her birthday." (그는 아내 생일 선물로 반지를 비싸게 주고 샀습니다.)   * a simpler time: (삶이 덜 복잡했던) 간결했던 (단순 순수) 시대     "Life is so complicated these days. I remember a simpler time when I was a kid." (요즘은 삶이 아주 혼잡합니다. 제가 어릴적에는 훨씬 단순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오늘의 생활영어 memories 옛날 옛날 생각 back memories 친구 데이브

2022-05-12

막연히 ‘잘 팔리겠지…’ 생각하면 후회한다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동네 평범한 집이 리스팅 가격보다 10만 달러 높게 팔렸다거나, 주택을 팔려고 내놓자마자 오퍼들이 쏟아졌다는 이야기 말이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바이어 사이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는 건 더는 비밀도 아니다. 셀러 입장에서는 비싸게 팔아 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인 셈이다.   그러나 최고가에 집을 판다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시장을 정교하게 점검하고 매각 과정을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사우스 플로리다 ‘컴퍼스 부동산’의 리즈 호건 부사장은 “요즘 셀러들과 이야기할 때 최대 문제는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요구하는 점”이라며 “기대심리와 함께 이런 루머들이 떠돌고 셀러는 자신의 집이 그저 그런데도 최고의 가격을 받을 것이라고 들뜬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선 초강력 수준이었던 셀러 위주의 주택시장이 최근 들어서 줄어든 바이어와 낮아진 가격 등으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셀러에게 필요한 건 기대 수준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주택시장에 널리 퍼진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고 최대한 원하는 가격에, 가장 원하는 타이밍에 집을 파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셀러가 빠지기 쉬운 4가지 잘못된 루머와 해결책을 소개한다.   최대한 청소하고 고쳐놔야 제값 받아 리스팅 가격 너무 높으면 결국엔 손해 사진·비디오·3D 투어 등 다양해야 관심 '최고가' 대신 '최적 조건' 찾기가 중요   ▶“고칠 필요 없어. 바이어가 알아서 할 거야”   주택 매물이 사상 최소인 가운데 셀러는 집을 고치거나 업그레이드하지 않고도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커뮤니티 초이스 리얼티’의 제이슨 젤리오스 에이전트는 이런 자만심이 일을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무리 주택시장이 셀러 위주로 돌아간다고 해도 비싸게 집을 팔고 싶다면 살던 그대로인 집을 리스팅 매물로 내놔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택 매물이 아무리 부족한 지금 상황이라도 구매한 다음에 고칠 부분이 많은 집이라면 바이어의 관심을 끌기 힘들다. 요즘 대부분의 바이어는 당장 이사해서 살 수 있는 집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호건 부사장은 “최근 바이어들은 계약한 뒤 바로 들어가서 살 수 있는 깨끗한 집을 원한다"며 “금이 간 카운터 톱이나 소음이 심한 냉장고, 작동하지 않는 화장실을 원하는 바이어는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속설만 믿지 말고 새롭게 페인트칠하고, 잔디도 잘 깎고, 실내도 비싸지 않더라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전구나 문의 손잡이 등 소소한 부분도 잊지 않고 교체해야 한다.   ▶“받고 싶은 가격만큼 높게 요구해도 돼”   물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건 사실이다. 가주 부동산협회(CAR)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존 단독주택 기준 중간 집값은 전월 대비 10.1%, 전년 대비 11.9% 각각 올라 84만9080달러를 기록했다. 크게 오른 것인데 그렇다고 본인의 집이 무조건 비싸게 팔릴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컴퍼스 부동산’의 루디 아슐린 브로커는 “주택시장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셀러는 어떤 가격이든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며 “그러나 그보다 먼저 따질 것은 수요와 공급 관점에서 냉정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시장 전체가 아무리 뜨거워도 실질적으로 집을 팔 때는 현실적인 시세와 해당 주택의 형태 그리고 현재 상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아슐린 브로커는 “부동산 웹사이트에 매물을 내놓고 마음껏 가격을 요구하려면 아마 그 주택은 최고 중의 최고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하게 비싼 가격표를 붙이면 해당 주택은 매물로서 지나치게 오래 등록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호건 부사장은 “바이어들이 흥미를 잃고 접근하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레 오퍼도 사라지고 셀러는 알아서 가격을 내리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셀러가 애쓰지 않아도 집은 잘 팔릴 거야”   호건 부사장은 최근 고가 저택 구매에 관심이 있는 한 바이어를 고객으로 만났다며 그러나 고객이 원한 매물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외관 사진 1장밖에 없었다고 어이없어했다. 셀러 측에 연락을 취해 추가 사진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리스팅 에이전트는 “셀러가 집이 빨리 나갈 것이라고 하며 사진이 뭐가 더 필요하냐”고 전했다.   호건 부사장은 “1000만 달러짜리 집을 팔면서 전문 사진가에게 맡겨도 500달러면 충분할 매물 사진 찍기를 거부하는 것은 해도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셀러들의 이런 과도한 자신감은 요즘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셀러들은 온라인 마케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여긴다. 집이 빨리 잘 팔린다는 통념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볼 부분은 최근 대부분의 바이어가 내 집 찾기의 시작을 인터넷에서 한다는 점이다. 즉, 인터넷에서 시선을 끌지 못하면 아무리 매물이 부족해도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호건 부사장은 집을 사는 바이어가 반드시 차를 타고 원할 때마다 편하게 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젤리오스 에이전트도 “전문적인 사진이나 상세한 추가 설명 그리고 다른 눈에 띄는 편의시설 등의 매력을 설명해줄 만한 내용도 없이 집을 내놓는 것은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진은 물론, 동영상과 플로어 플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준비할 수 있는 3D 투어 등 집의 디테일을 가능한 한 많이 보여줘야 보다 많은 바이어를 유인할 수 있다.   ▶“오퍼들 가운데 고민할 필요 없이 최고가를 고르면 돼”   오퍼 전쟁이 일상화되면서 셀러가 복수의 오퍼를 받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일부 오퍼는 리스팅 가격보다 높게 적어낸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양도차익 극대화를 생각하면 최고가 오퍼를 수락하는 것이 매력적이지만 그렇다고 항상 최선의 선택인 것은 아니다.   호건 부사장은 “결국 결정할 것은 가격이냐, 조건이냐는 것”이라며 “영리한 셀러는 다소 가격이 낮아도 훨씬 나은 조건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제시하는 가격이 낮아도 현금 구매를 내건다면 셀러 입장에서 더 나은 조건일 수 있다. 이유는 바이어의 재정적인 불확실성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고 그만큼 클로징을 일찌감치 확실하게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최고가를 선택했지만, 바이어가 모기지 대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셀러는 다른 바이어를 새로 찾을 때까지 원치 않지만,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젤리오스 에이전트는 단순히 오퍼에 나온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바이어의 재정상태까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보다 확실한 계약 완료를 위해 셀러는 이 밖에도 바이어들의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추가로 더 집에 머물 수 있는지, 보다 유연한 클로징 조건들 그리고 실제 오퍼에 기재된 내용 이외의 조건들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생각 후회 최근 주택시장 최근 바이어들 바이어 사이

2022-05-11

[이 아침에] 은퇴를 생각할 나이

‘엄마가 심심하다며 또 미국을 다녀와야겠다고 하셔. 심지어 뉴욕이랑 볼티모어 비행기 표만 끊어주면 혼자서 손녀들을 만나고 LA 언니 집으로 가겠다고. 엄마 연세에 비행기 자주 타는 것도 나쁘니 조금이라도 더 붙들고 있어 볼게.’ 서울 여동생이 카톡을 보냈다. 올해 87세인 엄마는 치매 아버지를 돌보며 2년여를 집에 갇혀 지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간의 감옥살이를 보상 받기라도 하듯 8개월 동안 미국에 두 차례 오셨다. 한 번은 내 이사를 도우러 LA에, 또 한 번은 연구원으로 볼티모어에 살게 된 딸의 정착을 돕기 위해 여동생을 따라 워싱턴DC에 오셨다.     연로한 엄마와 언제 또 장거리 여행을 하겠나 싶어 나도 합류했다. 뉴욕 사는 내 딸도 휴가를 얻으니 엄마, 두 딸, 손녀 3대의 여행이 됐다. 볼티모어, 워싱턴DC, 필라델피아, 뉴욕을 방문했다. “나는 차에서 기다릴 테니 너희들끼리 보고 와라. 오래 못 걸어.” 엄마는 항상 건강하고 안 늙을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다.   바쁜 이민 생활을 꾸리느라 변변한 여가활동이나 제대로 된 장거리 여행은 생략하고 살았다. 남편은 이민 가장의 책임감으로 자기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 ‘세계 테마기행’ 등의 여행 관련 영상을 보면 충분하다며 아이들과 나만 외국 여행을 가게 했다. 이제 이민생활도 안정되어 가족여행을 하고 싶지만 성인이 된 아이들은 부모와의 여행은 원하지 않는다. 인생은 이렇듯 엇박자이다.   코로나로 가게의 몇몇 손님이 사망하고 친정아버지를 포함 가까운 집안 어른 몇 분이 근래 돌아가셨다. 인생 한 번 즐겨보지도 못하고 세월 다 가는 건 아닌가, 겁이 덜컥 났다. ‘다리 떨리기 전, 가슴 떨릴 때 여행을 떠나라’라는 여행사 광고문구가 가슴에 와 닿는다.   갱년기를 맞아 말이 많아지는 남편과 가능한 말을 안 섞으려 하지만 여행 계획을 짤 때는 소풍 전날 어린애들처럼 의기투합하니 우습다. 은퇴하고 부부만 홀가분하게 세계 방방곡곡을 여행하자며 유튜브와 블로그를 찾아본다. 여러 나라를 짧고 분주하게 관광하기보다는 한 곳에 한 달간 머물면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꿈도 꾼다.   가게를 닫는 일요일이면 은퇴를 미리 연습하는 기분으로 산으로 들로 나갈 계획을 짠다. ‘오늘은 문화지수를 높여볼까’하며 게티센터를 찾았다. 다양한 미술 작품 외에도 탁 트인 전망과 아름다운 정원은 하루 나들이 코스로 부족함이 없다. 코로나로 예약된 손님만 받아 붐비지 않는 미술관에서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싱그러운 나무 그늘 밑에 자리한 가든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곁들여 커피를 마시니 누구도 부럽지 않은 순간이다.   정원을 산책하다가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마주쳤다. 소그룹이라 옆에 가서 설명을 들었다. 마침 도슨트가 한국분이라 반가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증명하듯 그녀의 설명을 들으니 게티에 여러 번 왔지만 건물과 정원이 새롭다. 투어가 끝나고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20여년을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고 게티에서 도슨트로 일한 지 30년이 됐다 한다. 인생 2모작을 멋지게 사는 ‘지혜롭게 나이 드는 여성’ ‘닮고 싶은 여성’이다. 내가 속한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흥미 있는 분야를 공부해 뜻깊은 봉사활동을 하는 분을 만나니, 은퇴해서 여행 다닐 생각만 했던 내가 부끄럽다. 내가 흥미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은 무엇이 있을까.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최숙희 / 수필가이 아침에 은퇴 생각 여행사 광고문구가 장거리 여행 여행 계획

2022-05-10

[프리즘] LA폭동 30주년을 생각한다

1965년 8월 11~16일 사우스LA의 남쪽 끝자락 와츠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경찰이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흑인 운전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촉발된 시위로 34명이 사망하고 건물 600여 채가 약탈과 방화로 파괴됐다. 당시 피해자는 상당수 유대계였고 재산 피해가 현재 가치로 3억22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그 원인으로 흑인과 유대계의 인종갈등이 지목되지 않았다.     약 30년 뒤인 1992년 4월 29일~5월 4일 LA폭동이 발생했다. 경찰은 추격전 끝에 흑인 운전자 로드니 킹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60회 이상 구타했지만 4명 모두 무죄 평결을 받았다. 무죄 소식과 함께 사우스센트럴에서 시작된 폭동은 한인타운까지 확산하며 한인 업소만 2300여 곳이 불타거나 약탈을 당했고 초기부터 원인으로 한흑 인종갈등이 규정됐다.     두 폭동 모두 근본적인 원인은 흑인을 향한 경제·사회·사법의 구조적 소외나 차별의 누적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와츠폭동의 근본 원인으로 수십년간 누적된 차별을 지목한다. 1940~1965년 주로 남부 출신이 이주해 오면서 LA카운티 흑인 인구는 7만5000명에서 65만 명으로 급증했지만 이중 60%가 정부 보조를 받을 정도로 소외됐다. 당시 LA경찰국(LAPD) 윌리엄 파커 국장은 시위대를 “동물원의 원숭이”라고 불러 폭동에 기름을 부었다.   LA폭동의 근본 원인도 흑인(혹은 라티노를 포함한)의 경제적, 사회적 소외다. 여기에 LAPD의 ‘망치작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LAPD는 1984년 LA올림픽을 앞두고 갱단을 소탕하는 망치작전을 펼쳤는데 지역적으로는 사우스센트럴과 이스트LA에 집중됐다. 망치작전은 사실상 1990년까지 계속돼 5만 명 이상이 체포됐지만 대부분 기소도 되지 않았다. 이 기간 젊은 흑인 남녀의 체포 건수는 와츠폭동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드니 킹 과잉진압 경찰 무죄 평결은 오랜 기간 누적된 경찰에 대한 불신을 폭발시켰다.   폭발은 작은 불꽃이 퉁겨질 때 일어난다. 하지만 오랜 기간 누출돼 방을 가득 채운 가스를 탓하지 않고 작은 불꽃 하나를 탓한 것, 그것이 LA폭동 당시의 시각이었다.   1990년대. 인구가 급증한 한인은 다른 소수계와 접촉면이 늘어났다. 갈등 가능성도 당연히 높아졌을 것이다. 급증한 한인 업소 중에 흑인 고객과 갈등이나 충돌을 빚은 곳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폭동이 발생하자 흑인 고객이 자발적으로 지켜준 한인 업소도 적지 않다. 한인이라서 갈등이 생긴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폭동의 휘발성이 높은 상황에 한인이 있었다.   지난달 29일은 LA폭동 30돌이다. 30돌 행사가 한인 커뮤니티의 역량과 소망을 모두 담은 입체적인 모양새를 갖추지 못하고 산발적이라는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그럴만하다는 수긍도 간다. 그동안 쌓아온 정치력과 경제적 성장, 네트워크가 작동한다는 자신감의 발로일 수도 있다. 한인타운은 이미 경제적으로 여러 인종이 이익을 공유하고 있어 폭동을 방치해도 되는 수준을 넘어섰다. 문화적으로는 독특한 색깔을 가진 매력적인 지역으로 변모했다.     폭동의 역사를 기록한 박물관이 세워지지 않은 점은 더 아쉽지만 박물관 추진의 모멘텀이 약해진 것 또한 현실이다. 어쩌면 소프트파워로도 충분히 참극을 막을 역량이 된다고 안도했을까. 폭동을 기억하는 2세 위주의 할리우드 한인들이 30돌 행사를 여는 것을 보며 우리의 기억이 결국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 때 폭동을 봤던 한인 배우 존 조가 폭동을 소재로 출간한 소설 ‘트러블메이커’도 개인이 세우는 저마다의 박물관일 것이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아서, 비난을 받더라도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한인회가 나섰더라면 박물관이 지어졌을까 딴생각을 한다.   그래도 두 가지는 성난 얼굴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나는 LAPD가 마치 흑인의 분노가 소진될 때를 기다리듯 폭동을 방치하다 끝내 관할지역을 포기하고 경계선 끝에 가 베벌리힐스를 지킨 것. 또 하나는 주류 언론이 폭동 초기부터 로드니 킹이 구타당하는 장면과 거의 폭동 1년 전에 일어난, 한인 업주가 흑인 10대에 총격을 가한 사건을 계속 언급해 피해자 흑인-가해자 한인 이미지를 연결했다는 점이다. 안유회 / 사회부장·국장프리즘 la폭동 생각 la폭동 당시 한인 업소 폭동 모두

2022-05-01

[기고] 탐욕·분노·우둔이 일으키는 전쟁

신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기사를 읽다가 어머니 생각에 잠시 멍해 있었다. 왜 그러는지 묻는 도반 스님에게 “엄마 생각나서”라고 한마디 꺼냈다가 모친의 비극적 생애 한 조각까지 주절주절 읊고 말았다.   모친에겐 일찍이 전쟁 나간 남편이 있었다. 청상과부로 세월 가는 며느리가 안타까워 시어른이 나서서 내 부친에게 시집 보냈다고 한다. 어머니의 가련한 미소는 슬픔과 그리움에서 비롯되었다. 훗날 전쟁 나간 남편이 북쪽에 살아있다는 소문을 듣고부터는 침묵도 길어졌다.     지나고 보면 대개가 기억에도 남지 않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전쟁이 낳은 수많은 비극의 주인공들은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생생하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의 전쟁터만 해도 그렇다. 죽은 아이를 안고 우는 어머니, 임산부와 태아의 죽음,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피란 행렬.   죽음의 공포가 따르는 그 피란 행로가 얼마나 기막히고 고단할지 나는 짐작도 안 된다. 물론 세상에는 그들을 바라보는 연민의 눈길도 많고, 전쟁을 그만두라는 외침도 많이 들린다. 그런데도 사람을 해치고 도시를 파괴하는 전쟁은 잔인하게 계속되고 있다.   돌아보면 고작 한 달 사이인데, 세상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우크라이나에는 전쟁이 났고, 우리나라는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때, 나 같은 보통의 종교인은 그저 두 손 모아 ‘세계평화, 국태민안’을 기도하며, 코로나에 지쳐 절에 찾아오는 이들을 토닥이는 게 최선이다.   단언컨대, 전쟁은 악업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어떤 전쟁도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겨우 살아낸 자에게는 고통만이 남았다. 침략국 군주들은 한결같이 도덕이 없어야 군사전략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어떤 이에게는 부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전쟁과 같은 크고 작은 중생계의 다툼과 갈등의 원인을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에서 찾는다. 즉 ‘탐진치(貪瞋癡)’로 인해 생긴 갈등이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표출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도 탐진치 세 가지 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이야 다르겠지만, 탐욕 하나만 하더라도 각자 내 나라를 이롭게 하려던 것이, 다른 한편에서는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인류가 행해온 수많은 전쟁과 다툼, 살육은 벗어나기 힘든 인간의 업보인지도 모르겠다.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인간은 언어소통을 하고 상상력으로 문명을 개척하며 사회협동을 하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극복하며 지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를 증명하듯 우리는 지금 네트워크에 의한 정보량도 충분하고, 서로 소통하며 협력하기도, 멀리서 응원하며 난민지원을 함께하기도 한다. 협력하는 것만이 생존의 길이 된다.   다만 불행하게도 전쟁을 막고 인류공영을 이루기 위해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유엔)까지 만들어 협력해도 여전히 전쟁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어디 그뿐인가. 지역별로 경제블록도 만들고, 방위체제를 만드는 것도 또 다른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언론인 크리스 헤지스에 의하면 “각 나라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면 할수록 실제로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한다. 즉 전쟁에 대비하고자 더 좋은 무기를 만들수록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더 높아진다는 말이다. 뭔가 깊이 생각해볼 말이다.   아무튼 불교는 “중생의 번뇌가 끝이 없어도 그를 해결하려는 노력 또한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화를 위한 우공이산(愚公移山) 말고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듯 보이더라도 한 삼태기씩 꾸준히 흙을 옮겨야 마침내 태산을 옮기듯, 평화를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한다. 개인과 집단 모두 꾸준히 참고 노력해야만 약소한 나라의 생존을 약탈하면서 욕망을 채우는 일을 막아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원영 스님 / 청룡암 주지기고 탐욕 분노 우크라이나 전쟁 훗날 전쟁 어머니 생각

2022-04-04

[기고] 탐욕·분노·우둔이 일으키는 전쟁

신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기사를 읽다가 어머니 생각에 잠시 멍해 있었다. 왜 그러는지 묻는 도반 스님에게 “엄마 생각나서”라고 한마디 꺼냈다가 모친의 비극적 생애 한 조각까지 주절주절 읊고 말았다.   모친에겐 일찍이 전쟁 나간 남편이 있었다. 청상과부로 세월 가는 며느리가 안타까워 시어른이 나서서 내 부친에게 시집 보냈다고 한다. 어머니의 가련한 미소는 슬픔과 그리움에서 비롯되었다. 훗날 전쟁 나간 남편이 북쪽에 살아있다는 소문을 듣고부터는 침묵도 길어졌다.     지나고 보면 대개가 기억에도 남지 않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전쟁이 낳은 수많은 비극의 주인공들은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생생하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의 전쟁터만 해도 그렇다. 죽은 아이를 안고 우는 어머니, 임산부와 태아의 죽음,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피란 행렬.   죽음의 공포가 따르는 그 피란 행로가 얼마나 기막히고 고단할지 나는 짐작도 안 된다. 물론 세상에는 그들을 바라보는 연민의 눈길도 많고, 전쟁을 그만두라는 외침도 많이 들린다. 그런데도 사람을 해치고 도시를 파괴하는 전쟁은 잔인하게 계속되고 있다.   돌아보면 고작 한 달 사이인데, 세상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우크라이나에는 전쟁이 났고, 우리나라는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때, 나 같은 보통의 종교인은 그저 두 손 모아 ‘세계평화, 국태민안’을 기도하며, 코로나에 지쳐 절에 찾아오는 이들을 토닥이는 게 최선이다.   단언컨대, 전쟁은 악업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어떤 전쟁도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겨우 살아낸 자에게는 고통만이 남았다. 침략국 군주들은 한결같이 도덕이 없어야 군사전략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어떤 이에게는 부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전쟁과 같은 크고 작은 중생계의 다툼과 갈등의 원인을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에서 찾는다. 즉 ‘탐진치(貪瞋癡)’로 인해 생긴 갈등이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표출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도 탐진치 세 가지 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이야 다르겠지만, 탐욕 하나만 하더라도 각자 내 나라를 이롭게 하려던 것이, 다른 한편에서는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인류가 행해온 수많은 전쟁과 다툼, 살육은 벗어나기 힘든 인간의 업보인지도 모르겠다.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인간은 언어소통을 하고 상상력으로 문명을 개척하며 사회협동을 하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극복하며 지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를 증명하듯 우리는 지금 네트워크에 의한 정보량도 충분하고, 서로 소통하며 협력하기도, 멀리서 응원하며 난민지원을 함께하기도 한다. 협력하는 것만이 생존의 길이 된다.   다만 불행하게도 전쟁을 막고 인류공영을 이루기 위해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유엔)까지 만들어 협력해도 여전히 전쟁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어디 그뿐인가. 지역별로 경제블록도 만들고, 방위체제를 만드는 것도 또 다른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언론인 크리스 헤지스에 의하면 “각 나라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면 할수록 실제로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한다. 즉 전쟁에 대비하고자 더 좋은 무기를 만들수록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더 높아진다는 말이다. 뭔가 깊이 생각해볼 말이다.   아무튼 불교는 “중생의 번뇌가 끝이 없어도 그를 해결하려는 노력 또한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화를 위한 우공이산(愚公移山) 말고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듯 보이더라도 한 삼태기씩 꾸준히 흙을 옮겨야 마침내 태산을 옮기듯, 평화를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한다. 개인과 집단 모두 꾸준히 참고 노력해야만 약소한 나라의 생존을 약탈하면서 욕망을 채우는 일을 막아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원영스님 / 청룡암 주지기고 탐욕 분노 우크라이나 전쟁 훗날 전쟁 어머니 생각

2022-04-01

보수 행사서 민주당원이 연설

민주당원인 털시 개버드(40.사진) 전 연방하원의원이 최근 올랜도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보수행사 CPAC(보수주의활동연합)의 주인공이 됐다.     2020년 민주당 대선후보로도 출마했던 개버드는 이번 CPAC 행사에서 ‘특별 게스트’로 레이건 디너에 초청 받았다. 보통 공화당 스타 정치인 정도 돼야 레이건 디너 연사로 나서는 게 관례다. 사실 CPAC이 이번에 민주당원을 메인 이벤트 연사로 초청해 말이 많았다. “CPAC이 제 정신이 아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 개버드를 초청한 이유가 있었다. 연방정부와 주류언론, 빅테크가 똘똘 뭉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위험한 세력으로 변모했다는 생각이 일치했다. 개버드는 “미국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문제”라고 경고했다.     그는 “소셜미디어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검열하고 삭제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는, 대단히 위험한 행위다. 견해가 아무리 다르더라도 검열하고 매장하는 행위는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정헌법 1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이는 미국의 근간이며, 이를 지키기 위해 내가 군인으로 나라를 지켰던 것”이라며 “다른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우리는 싸워야 한다. 불행히도 현재 우리의 리더 일부가 헌법의 뜻을 잊었다. 그들의 뜻에 동의하는 발언만 인정하고, 다른 견해는 용납하지 않는 사회로 전락했다. 우리의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할 사람들이 이를 되레 앗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옳은 정보와 잘못된 정보는 그들(주류언론과 빅테크 등 파워 엘리트)만 정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무조건 따르라고 한다”며 “그들의 프로퍼간다가 비판 앞에 버티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버드는 법령들이 무서운 속도로 바뀌고 있다면서 “국토안보부 홈페이지에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는 이들을 국내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국민들이 다 함께 그릇된 검열 및 취소 문화에 저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현의 자유, 생각의 자유 앞에는 민주당도, 공화당도 없다는 메시지였다.   원용석 기자민주당원 보수 보수 행사 자유 생각 주류언론 빅테크

2022-03-03

[문화 산책] 자유인 이어령의 창조적 생각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이어령 선생은 여러 면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지성인, 무엇보다도 창의력에 빛나는 지성인이었다.   요새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참 많고, 이들 ‘스타 지식인’의 영향력도 상당하지만 그중의 으뜸은 단연 이어령 교수였다. 말도 참 잘하고 글솜씨 빼어나고 생각도 깊고 근본적이다. 무엇보다도 새롭고 신선해서 매력적이다. 젊은이들보다 훨씬 젊은 청년이었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하거나 아무 말이나 마구 한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알아듣기 쉽고, 재미있어서 오래 기억에 남고, 본질의 핵심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하는 내용을 정확하고 깊게 이해해야 하고, 속에 든 것이 많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는 진심 어린 배려심이다.   그런 점에서 이어령 선생은 단연 탁월하다. 꼭 알맞은 비유와 예시를 활용하여 사물과 진리의 핵심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매우 어렵고 까다로운 논리도 아주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능력은 단연 뛰어나다. ‘언어의 마술사’라는 칭호가 잘 어울렸다.   더욱 소중한 것은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것들에서 사물의 본질을 짚어내 앞날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재능은 정말 탁월하고 소중하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가위바위보 미학, 보자기론, 생명경제론, 디지로그 등등… 참으로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이다.   세상을 떠나기 전, 죽음을 앞두고 절실하게 토해낸 말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모은 ‘이어령의 80년 생각’이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등의 책에 그런 창의적 생각이 가득하다. 특히 죽음에 대한 생각, 죽음을 기다리며 탄생의 신비를 이야기하는 통찰력은 인간 존재에 대해 깊게 생각하도록 이끌어준다.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가르침을 준다.   이어령 선생의 통찰력은 알아듣기 쉽다. 예를 들자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를 뱀과 도마뱀에 비유해서 설명하는 내용 같은 것은 절묘하다. 이 우주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즉 입자와 파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디지털은 셀 수 있게 분할이 되어 있어 계량화된 수치 즉 입자이고, 아날로그는 연속된 흐름 즉 파장이라는 설명이다.   “더 쉽게 얘기해볼까. 산동네 위의 집이라도 올라가는 방법이 다르지. 언덕으로 올라가면 동선이 죽 이어져서 흐르니 그건 아날로그야. 계단으로 올라가면 정확한 계단의 숫자가 나오니 그건 디지털이네. 만약 언덕과 계단이 동시에 있다면 그게 디지로그야.”(‘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이어령 선생의 평생 목마른 사람들을 위해 우물 파는 일에 외롭게 앞장서온 치열한 도전정신,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해서 병원 치료를 거부하는 고집 등은 우리 시대 참 스승의 모습을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줬다.   특히 서양문명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의 해답을 동양과 한국의 생각과 철학에서 찾는 지혜는 대단히 소중하다. 이런 지혜는 인문학의 기본자세인 것은 물론이고, 예술가들이 꼭 배워야 할 교훈으로 여겨진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지침으로 삼아야 할 가르침이다. 예를 들어 88서울올림픽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굴렁쇠 굴리는 소년이 보여준 침묵의 미학 같은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돌파구를 찾는 서양 문화가 동양 예술의 미학에 주목하는 추세가 강해지는 요즈음 이어령 선생이 남긴 창의적인 시각은 더욱 소중하게 빛을 발할 것이다.   고인의 뒤를 이어 지혜의 우물을 팔 사람은 누구일까?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 산책 이어령 자유 이어령 선생 창조적 생각 생각 죽음

20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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