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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영혼의 호수에 돌을 던지면

영혼도 눈물 흘린다. 슬프면 혼자 운다. 밤새 어둠 속을 헤매다가 새벽이면 별빛 받아 반짝인다. 이슬은 영혼이 흘린 눈물이다. 영혼의 호수에 돌을 던지면 풍덩 소리 나지 않는다. 잔잔한 진동으로, 작은 파장으로 호수를 빙그르르 돌며 퍼져나간다. 사는 게 지치고 허기지면 영혼이 흐느낀다. 마음이 병들면 영혼을 갉아먹는다. 영혼은 정신과 구별되는 생명 원리다. 산 사람의 육신에 깃들어서 생명을 지탱해 주는 기(氣)로 인식된다. 육신의 죽음과 무관하게 그 자체의 실체를 존속시키는 능력이 있어 초월성을 지닌다고 믿는다. 사람의 몸 속에는 공기나 불 같은 것이 들어있어 그것이 신체를 지배하며, 잠들었을 때와 기절했을 때는 이것이 잠시 몸에서 떨어져 나가며 죽게 되면 몸에서 빠져 나와 그림자나 망령이 되어 허공에 떠돌아 다닌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생길의 한 중앙, 올바른 길을 잃고서 어두운 숲을 헤매이고 있었다.’ 신곡 (Devine Coedy) 지옥편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단테 알리기에리는 르네상스의 여명을 밝힌 선구자로 신곡은 중세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신곡은 단테가 1302년에 고향 피렌체에서 추방된 후 유랑 생활 중 1308년 시작해 죽기 1년 전인 1320년에 완성한 1만4233행으로 된 서사시다. 단테는 위대한 시인이고 스승인 베르길리우스와 영원한 사랑 베아트리체의 인도로 지옥 연옥 천국을 순례한다.   단테는 아홉 살 때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나 천사를 보는듯한 환상에 빠지는데 9년 뒤 베키오 다리 위에서 스치는 듯 다시 만나지만 베아트리체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단테의 나이 37세, 피렌체 최고의 권력자로 부상하지만 정치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려 빵을 얻어먹는 망명자로 전락한다. ‘천국’편에서 ‘남의 빵이란 얼마나 쓴 것인지, 또 남의 층층대를 오르고 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라고 단테는 인생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리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별을 찾아 불멸의 대작을 완성한다.   지옥편에서 단테는 ‘나 이전에 창조된 곳은 영원한 것뿐이니,/ 나도 영원히 남으리라./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고 적고 있다. 단테는 희망을 버리는 것이 지옥이라고 말한다. 희망의 징조는 어디든지 있다. 모진 지옥불 속에서도 영혼은 불타 오르고, 믿고 사랑하는 것들 속에 희망의 씨앗은 싹을 틔운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지옥과 천국을 오고 가는 순례자의 길인지 모른다. 그 길이 멀고 힘들고, 발길이 무거워도 되돌아 갈 수는 없다. 다만 믿고, 사랑하고, 감사하고, 허리 굽혀 땅에 입맞추며, 각자의 어깨에 지워진 고행의 길을 걸어갈 뿐이다.     영혼은 죽지 않는다. 고통 속에 꽃을 피운다. 육체가 망가지고 죽음이 어둔 그림자를 창문에 드리울 때 어쩌면 영혼은 하얀 날개를 펴고 하늘 높이 날아가지 않을까. 소멸은 잠시 형체만 바뀌는 것. 가지려 애썼던 모든 것들이 허공에 흩날리다 땅 속 깊이 묻힌다.     어릴 적 동무들과 물수제비 튕기는 내기를 했다. 동무들의 던진 조약돌은 반원을 그리며 물 위를 사뿐히 걸어갔다. 내가 던진 조약돌은 물에 빠져 작은 파장으로 번져나갔다. 조약돌이 물 위를 걷지 못해도 작은 원으로 번지는, 물이 그리는 그림은 아름다웠다.     ‘가을엔 곡식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에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줄게요’ -‘천개의 바람이 되어’중에서 영혼이 일탈을 꿈꾸는 아침, 가슴 밑바닥으로 찬바람이 분다.     청춘 시절에는 몰랐다. 바람이 비를 몰고 온다는 것을. 작은 슬픔이 큰 파도로 인(Q7 Editions 대표, 작가) 생길을 덮친다는 걸. 남은 시간이 살아온 날들 보다 적다는 것도 이제 깨닫는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영혼 호수 사랑 베아트리체 단테 알리기에리 editions 대표

2023-09-19

4년 만의 연주회…“기대해도 좋아요”

올해로 창단 27년을 맞은 아리랑합창단(단장 김경자)이 오는 30일(토) 오후 5시30분 성공회 가든그로브 교회(13091 Galway St)에서 제10회 정기 연주회를 연다.   아리랑합창단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에 정기 연주회를 재개한다. 김경자 단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오랜만에 연주회를 열게 돼 단원들 모두 즐겁고 들뜬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기대해도 좋을 멋진 무대를 선사하겠다”라고 말했다.   단원들은 김정민 지휘자, 안은선 반주자와 함께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연습하며 화음을 가다듬고 있다. 김 지휘자는 “가곡, 성가곡, 동요, 민요에 가요까지 다양한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리랑합창단은 가곡 못잊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성가곡 사랑의 축복, 키리에(Kyrie), 가요 바람의 노래 외에 고향의 봄, 즐거운 나의 집 등 귀에 익은 노래들을 준비하고 있다. 김 지휘자는 “단원들이 좋아하고 부르면서 즐길 수 있는 노래 위주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특별 출연할 소프라노 최윤숙, 테너 오위영의 독창, 황여주씨의 바이올린, 김창달 김스피아노 대표의 피아노, 최예진씨의 타악기 연주 코너도 마련된다.   심라윤 부단장은 “55세에서 80대 중반 연령의 회원 30~32명이 무대에 선다. 오랜 공백이 있었지만, 열심히 연습해 나날이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합창단 측은 연주회 수익금으로 한인 비영리단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 단체는 추후 확정된다.   아리랑합창단은 매주 월요일 성공회 가든그로브 교회에 모여 정기 연습을 하며, 한인단체들의 각종 행사 출연, 양로원 위문 공연, 장학금 전달 등 다양한 봉사 활동을 펴고 있다. 김영순 부회장은 “함께할 단원의 가입을 언제나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연주회 티켓 가격은 10달러다. 티켓은 행사 당일 현장에서 살 수 있다.   연주회 또는 단원 가입 문의는 김경자 단장에게 전화(714-915-2399)로 하면 된다. 임상환 기자연주회 기대 정기 연주회 성공회 가든그로브 성가곡 사랑

2023-09-19

사랑의 마라톤 내년엔 더 힘차게 뜁니다

우승자들 본지 주최로 지난 16일 LA한인타운 윌셔길 선상에서 열린 ‘사랑나누기 5K/10K 마라톤’에는 1500여명의 한인 및 타인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처음 열린 이 날 대회에서 ‘증오는 멈추고 커뮤니티에 사랑을 나누자’를 주제를 가슴에 새기며 힘차게 달렸다. 사진은 왼쪽부터 10K 우승자 유성은씨, 5K 우승자 리처드 김씨, 휠체어 참가자 1등 에드가 모리요씨, 10K 여성 우승자 김원희씨, 5K 여성 우승자 파티마 대신 수상한 파티마씨의 남편.     김상진 기자   농심 누들샐러드 비빔면 홍보  후원 업체로 나선 농심은 부스에서 비빔면인 ‘누들 샐러드’ 1600개를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줘 큰 호응을 얻었다.         공기청정기, 정수기는 코웨이   코웨이는 대형 부스에 직원들을 배치하고 공기청정기 등 신제품을 선보였으며 다용도 비닐 가방을 선물했다.       애완견들도 윌셔길 질주   강아지와 함께 완주한 한 참가자가 레이스를 마치고 포즈를 취했다.     저도 완주했어요   레이스를 마친 소녀 마라토너가 메달을 목에 걸고 공식 기록지를 손에 쥔 채 활짝 웃고 있다.      마음씨가 더 고운 소녀들   미스틴 홍보대사들은 이날 완주자들에게 메달을 걸어주는 등 대회 시종 곳곳에서 운영을 도왔다.  관련기사 윌셔길에서 커뮤니티 화합 한마당 잔치 [화보] “증오는 그만, 사랑으로” 1500명 함께 뛰었다마라톤 사랑 마라톤 내년 여성 우승자 우승자들본지 주최

2023-09-18

“증오는 그만, 사랑으로” 1500명 함께 뛰었다

인종과 장애를 넘어선 한마음 축제였다.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해피빌리지가 주관한 제10회 사랑나누기 5K/10K 마라톤이 지난 16일 성황리에 진행됐다.   행사 사진 전체보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4년 만에 개최된 이 날 대회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부터 2~3세 아동과 80대 시니어들까지 남녀노소 1500여명이 ‘나눔과 사랑’을 위해 달렸다. 특히 한인을 비롯해 백인, 흑인, 라티노 등 남가주 전역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이날 ‘증오범죄를 멈추고 커뮤니티에 사랑을 나누자(Stop the Hate, Sharing & Love Community)’라는 글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걷고 뛰면서 커뮤니티가 어우러진 잔치 한마당을 즐겼다.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헤더 허트 10지구 시의원, 애런 폰세 올림픽 경찰서장 등도 자리해 대회 개최를 축하했다. 남가주사진작가협회, 파바월드, LA윌셔라이온스클럽과 유니파이드 라이온스 클럽, 보이스카우트 278대대 등 10여개 자원봉사 단체들이 주차 안내부터 행사 후 거리 청소까지 도맡아 봉사하며 진행을 돕고 참가자들을 지원했다. 힐스한의원에서는 의료부스에서 대기하고 통증을 호소하는 참가자들을 치료했다.   중앙일보 남윤호 대표는 출발 전 인사말을 통해 “팬데믹 이후 다시 열린 사랑나누기 마라톤에 오신 여러분들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며 참가자들을 환영했다.   허트 시의원은 “중앙일보의 뜻깊은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축하 인사를 전하며 “사랑나누기 마라톤을 통해 참가자들과 커뮤니티가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가까워지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이 행사가 LA에 증오범죄가 더는 생겨나지 못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인사했다.   폰세 서장은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고 4년 만에 한인타운에서 뛰는 러너들을 보니 반갑다”며 “오늘 참가자들의 안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LA한인타운의 치안을 잘 지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과테말라 출신 누네즈 마르티네즈씨는 “한인들과 이웃 타인종 주민들과 함께 윌셔가를 뛰니 기분이 새롭다.  이런 행사가 앞으로 더 많이 열려 서로 간에 끈끈한 정을 쌓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살 딸과 참가한 에릭 피게로아씨는 “오늘 이곳의 모습처럼 우리 모두 인종, 종교, 피부색에 상관없이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 좋겠다. 우리는 꼭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 남녀 우승자는 5K 코스 경우 리처드 김, 파티마 나바로씨가, 10K 코스는 유성은, 김원희씨가 각각 차지했다. 휠체어 참가자 중에서는 에드가 모리요씨가 1등 했다.     시상식 후에는 참가자 전원을 대상으로 추첨 행사를 진행해 아시아나 왕복 항공권, 리조트 골프 숙박권 등 다양한 경품을 증정했다. 또 농심은 4개들이 라면 한 팩, 코웨이에서는 휴대용 물티슈와 비닐가방, 라이즈고향 차터스쿨은 미니 백팩 등을 참가자들에게 선물로 나눠줬다. 관련기사 사랑의 마라톤 내년엔 더 힘차게 뜁니다 윌셔길에서 커뮤니티 화합 한마당 잔치 [화보]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사랑나누기 마라톤 나눔위 사랑 휠체어 참가자 행사 진행

2023-09-16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사랑의 기술

“사랑처럼 엄청난 희망과 기대 속에 시작되었다가 반드시 실패로 끝나는 사업은 없을 것이다.”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이지만, 히틀러의 광기를 피해 1934년에 미국으로 온 에리히 프롬이라는 정신분석학자가 쓴 “The Art of Loving”에 나오는 문구다. 이 책의 제목은 우리 말로 “사랑의 기술”로 번역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책의 제목이 “사랑하는 방법” 또는 “사랑하는 능력” 정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작가는 “사랑”이 인간실존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한다. 고독한 현대인이 겪는 실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는 그동안 자연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 속에서 살다가 계속된 좌절 속에서 고독과 단절을 느낀다. 어떤 사람들은 고독감의 해결을 위해, 무엇인가 몰입할 것을 찾는다. 도박이나 술, 게임이나 심지어 마약을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일시적이며 궁극적이지 않다.   작가는 사랑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그 이유를 아직 좋은 “대상”을 만나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작가는 사랑이 “대상”을 밖에서 찾는 행위가 아니라 사랑하는 “능력”을 자신 안에서 키우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본다.     사랑하는 능력은 훈련과 집중, 인내와 관심으로 키울 수 있단다. 자아도취를 극복하고, 상대방의 상황과 상대방의 조건을 이해하고 상대방을 무한히 믿는 훈련을 해야 한다. 동시에 상대방에게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정신을 집중한다. 이런 훈련과 집중이 더디고 시간이 걸릴지라도 참는 것이 인내이다. 또한, 자신의 사랑이 성장하고 상대방도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단다.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과정을 통해 사랑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그에게 사랑이란 “한 순간에 피었다가 지고 마는 격정적인 감정 따위가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훈련이 필요한 기술이자 결단이다.”   그는 또 인간이 실존적인 문제, 즉 고독을 이기기 위해서는 “성숙한 사랑”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한다. 성숙한 사랑은 자신을 상실한 채 상대방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성숙한 사랑은 자기다움을 간직하고 상대의 자기다움을 지켜주는 사랑이다. 성숙한 사랑은 수동적으로 경험되는 감정이나 격정적인 설레임이 아니라, 구체적이며 능동적인 활동이란다. 또한 성숙한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란다. 자신의 기쁨, 진심, 관심, 이해, 지식, 경험, 유머, 슬픔을 주는 것이다. 프롬은 성숙한 사랑을 위한 사랑의 네가지 요소로 보호, 책임, 존경, 그리고 지식을 이야기 한다. 상대방의 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 상대방의 문제를 내 문제로 받아들이는 책임,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존경, 상대방의 핵심으로 다가서는 데 필요한 것이 지식이다.   에리히 프롬의 주장에 따르면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 나의 사랑이 위기인 것은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훈련과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과연 그럴까? 격정적인 설레임과 끌림이 없이 과연 어떻게 사랑이 시작될 수 있을까? 내가 사랑하는 능력만 키운다면 세상의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인가? 프롬은 56세에 “사랑의 기술”을 출판하였다. 그가 중년의 위기를 다잡기 위해, 스스로를 다지기 위해 이 책을 쓰면서 자기 훈련을 한 것은 아닐까?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사랑 기술 관심 상대방 존경 상대방 실존적인 문제

2023-09-14

[아트&디자인] 달을 사랑한 화가 김환기, 그를 다시 알게 된 100일

“여전히 항아리를 그리고 있는데 이러다간 종생 항아리 귀신만 될 것 같소.”   전시장에서 이 문장을 보고 슬며시 웃음이 났습니다. 이 작가가 누구인지 짐작되시는지요. 네, 맞습니다. 김환기(1913~1974)입니다. 1956년 파리로 간 그가 이듬해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 “여전히 항아리를 그리고 있다”며 쓴 것입니다.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5월 18일 개막한 ‘한 점 하늘 김환기’ 전시가 100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10일 막 내렸습니다. 회화와 드로잉, 신문지 작업과 스케치북 등 약 120여 점을 망라한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아십니까. 미술관에서 이런 규모로 열린 김환기 전시가 거의 40년 만이었습니다. 1975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주기 전시, 1985년 10주기 전시가 열린 적 있는데요, 이번이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전시의 감동은 규모 그 자체보다 내용의 깊이에서 왔습니다. 정제된 구성으로 배치된 그림과 글은 그의 화폭에서 달과 달항아리가 점으로 변화해가는 여정을 선명하게 보여줬습니다. 다시 ‘항아리 귀신’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김환기가 왜 그토록 집요하게 달과 항아리를 그렸는지 궁금하시죠. 그는 달항아리의 빛과 형태에서 한국적 추상화의 가능성을 보았고, 자신의 화폭에 이를 실현하는 데 평생을 바쳤습니다.   “형과 늘 얘기했지만 코르뷔제(르코르뷔지에,1887~1965) 건축이나 정원에다 우리 이조자기를 놓고 보면 얼마나 어울리겠소.” 1953년 김중업(1922~1988) 건축가에게 보낸 편지에서 ‘현대 건축의 선구자’ 르코르뷔지에의 건축과 백자를 함께 언급한 대목도 눈에 띕니다. 시대를 초월해 아름다움의 본질을 꿰뚫어 본 예술가의 안목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참 신기하죠. 전시를 보면 볼수록, 그리고 작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될수록 사실은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는 게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좋은 미술관 전시일수록 작가를 새로 발견하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김환기의 그림 한 점 가격이 2019년 132억원을 기록했다는 것은 너무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오십 넘은 나이에 낯선 땅 뉴욕에서 하루는 절망하고, 또 하루는 자신감 얻기를 반복하며 작업을 지속해 온 그의 삶을 차분히 조명했습니다. 전시를 위해 작품을 대여해준 개인 소장가가 40명에 달하니 아무 때나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모로 한국 미술사에 기록될 의미 있는 전시입니다.   삼성문화재단에 따르면 이번 전시를 본 관람객은 15만 명에 이릅니다. 2021년 ‘야금(冶金): 위대한 지혜’ 전을 본 관람객 수의 3배입니다. 이 전시를 놓쳐 너무 아쉽다면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에서 열리는 ‘환기, 점점화(點點畵) 1970-74’(12월 3일까지) 나들이는 어떨까요. 우리는 지금도 김환기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이은주 / 한국 문화선임기자아트&디자인 김환기 사랑 김환기 전시 하늘 김환기 항아리 귀신

2023-09-13

[시조가 있는 아침] 사랑이 어떻더니 -이명한(1595∼1645)

사랑이 어떻더니 둥글더냐 모나더냐   길더냐 짜르더냐 발이더냐 자이더냐   하 그리 긴 줄은 모르되 끝 간 데를 몰라라   - 병와가곡집   변하지 않는 가치   조선의 사대부 백주(白洲) 이명한(李明漢)이 사랑의 모양에 대해 묻고 있다. 둥글더냐? 모가 나더냐? 길더냐? 짧더냐? 몇 발이더냐? 몇 자더냐? 그에 대한 대답. 그렇게 긴 줄은 모르겠는데 끝 간 데를 모르겠다고 한다.   이토록 재치 있는 사랑의 시를 남긴 이명한의 벼슬길은 화려했다. 그러나 광해군 때 서모 인목대비를 폐하는데 불참해 파직되었고, 병자호란 때는 항전을 주장해 청나라 심양까지 끌려가 사경을 헤매기도 한 강골이었다.   경기도 가평군 상면 태봉리에 ‘연안 이씨 삼세비’가 있다. 아버지 이정구, 아들 이명한, 손자 이일상은 모두 대제학을 지낸 인물들이다. 연안 이씨 가문의 대단한 명예가 아닐 수 없다.   백주의 사람됨을 말해주는 일화 하나. 난리에 적의 추격이 다급해지자 어머니를 업고 강화도로 가는 나루로 갔다. 잘 알고 지내던 선비가 자신의 식솔들을 데리고 강어귀에서 막 배를 타고 떠나려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은 죽어도 좋으니 노모를 모시고 가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그는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훗날 친척들이 그가 누구냐고 물었으나 그 사람 이름을 잊어버렸다고 했다. 시대는 변해도 사람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사랑 이명 사대부 백주 아버지 이정구 경기도 가평군

2023-09-07

['사랑나누기 마라톤' 참가팀<5>] 해피러너스 "공식행사로 꼼꼼히 준비"

“해피빌리지 사랑나누기 마라톤은 저희 공식 행사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모두가 사랑하는 행사입니다.”     오는 16일(토) 오전 8시 LA한인타운 중심가인 윌셔 불러바드와 웨스턴 애비뉴에서 출발하는 중앙일보 해피빌리지 ‘사랑나누기 5K/10K 마라톤’에 최다 규모가 참가하는 해피러너스(회장 송두석)는 그동안 회원들이 준비하고 연습한 달리기 실력을 점검하는 시간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1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참가신청자가 늘어나면서 120여 명으로 최대 규모가 나올 것이라고 알린 유성은 수석코치는 “가족과 응원팀까지 150여 명이 한마음으로 즐기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알렸다.     유 수석코치는 사랑나누기 5k/10k 코스에 대해서도 “거리가 짧아서 달리는 게 쉽다고 생각하지만 짧은 만큼 빠르게 뛰기 때문에 호흡과 심폐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사랑나누기 마라톤은 장거리대회를 준비하는 마라토너들이 실력과 준비상태를 점검해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랑나누기 마라톤을 통해 실력이 뛰어난 많은 한인 마라토너들과도 겨뤄볼 수 있어 나를 포함해 남가주의 한인 마라토너들 모두 기대가 크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2018년 2월 출범한 세리토스 지역의 최대 마라톤 클럽인 해피러너스는 현재 230여 명이 등록해 있을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송 회장, 켄 김 부회장, 유 수석코치를 중심으로 ‘사랑나누기 마라톤’과 10월 롱비치 마라톤대회를 공식행사로 준비하고 있다.     모임은 매주 일요일 오전 6시 세리토스 리저널파크에서 모여 준비운동으로 시작한다. 해피러너스의 특징은 초보자를 위한 기초 레슨 제공이다. 이를 위해 그룹마다 여러 명의 코치가 함께 뛰며 지도한다.     유 수석코치는 “달리기도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근육에 무리가 가서 몸의 균형이 깨진다. 본격적으로 뛰기 전에 올바른 자세를 지도해 말 그대로 ‘행복한 러닝’을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특성과 특기를 살려 러닝팀 외에 골프, 등산, 사이클, 수영팀도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피클볼 팀도 생기는 등 회원들이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해피러너스 문의: (470)403-9674 유성은 수석코치   ▶마라톤 참가신청 및 문의: (213)368-2630, happyvillage@koreadaily.com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마라톤 사랑 사랑나누기 마라톤 롱비치 마라톤대회 최대 마라톤

2023-09-06

[사설] 단체·기업도 '사랑 마라톤' 참여해야

중앙일보 산하 비영리 단체인 해피빌리지가 주최하는 ‘사랑나누기 5K/10K마라톤’이 4년 만에 돌아온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간 열리지 못했던 대회가 다음 주 토요일(16일) 다시 성대하게 진행된다. 수천 명의 참가자가 LA 한인타운 중심인 윌셔 길을 달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일 것이다. 아울러 이런 큰 행사를 주최하는 것은 한인사회의 역량을 과시하는 기회도 된다.   ‘사랑나누기 마라톤’은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특별한 의미의 행사다. 행사 수익금이 한인 커뮤니티는 물론, 타 커뮤니티의 학교와 비영리 봉사 단체를 지원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건강하게 달리며 이웃도 돕는 보람을 느낄 것이다.     특히 올해 대회는 가주 정부의 후원으로 ‘증오범죄를 없애자’는 주제로 진행된다. ‘증오범죄’는 팬데믹 기간 가장 기승을 부린 범죄다. 한인 여성과 시니어 피해자도 많았다. 이에 주 정부는 범죄 예방의 중요성을 인식, ‘사랑나누기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함께 달리며 인종 간에 놓인 오해와 불신의 벽을 넘자는 의도다. 올해 행사에 정계 인사와 각 커뮤니티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인 것도 이런 이유다.       ‘사랑의 마라톤’은 2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기회도 될 것이다. 대회가 진행되는 코스가 LA한인타운 중심인 윌셔 길이기 때문이다. 윌셔 길은 한인 은행 본점 등 많은 한인 업체들이 밀집한 곳으로 LA한인사회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2세들은 이런 곳을 달리며 1세들과 한인사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것이다.     이런 의미 있는 행사에 한인 단체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말로만 “한인사회와 함께”를 외칠 것이 아니라 진짜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한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사설 마라톤 단체 사랑나누기 마라톤 사랑 마라톤 한인 단체

2023-09-06

"사랑한다는 건 고백 아닌 결심" 민광호 신부 취임미사

천주교 샌디에이고 한인(골롬바)성당에 민광호 요셉 신부가 새로 부임했다.   지난 3일 이 성당에서 취임미사를 집전한 민광호 신부는 "사랑합니다"는 첫 마디로 강론을 시작하며 "'사랑합니다'라는 것은 고백이 아니라 그렇게 살겠다는 결심이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샌디에이고로 보내졌으니 순례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 미사 후 진행된 환영식에서 이동희 유스티노 평협회장은 "샌디에이고 공동체 사목을 위해 오신 신부님의 영육간 건강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겠다. 새로운 만남을 기뻐하며  신부님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인사말을 했다. 이에 민 신부는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는 공동체, 젊고 활기찬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돈보스꼬 성인의 말씀대로 공동체를 위하여 일하고 봉사하겠다"고 화답했다.   민 신부는 2002년 1월 29일 사제서품을 받고 영운동, 사직동 등에서 보좌 신부를 역임한 후 미국 유학을 했고, 2012년 1월부터 청주교구 사직동 본당 주임신부를 역임했다. 그 후 청주교구 성소국장과 청소년 사목국장 겸 가톨릭청소년센터장으로 사목을 이어오다 이번에 샌디에이고 한인 성당으로 부임했다.취임미사 사랑 신부 취임미사 요셉 신부 보좌 신부

2023-09-05

놀라운 연기로 표현한 '사랑은 본질에 앞선다'

BBC가 선정한 21세기 위대한 영화 45위에 랭크된 튀니지계 프랑스 감독 압델라티프케시(Abdellatif Kechiche)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공개되자마자 파격적인 성 묘사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마주친 여자와 주고받은 눈길, 그 우연이 인연이 되어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성 정체성의 혼돈기를 겪으면서 그 사랑을 잃어버려야 했던,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도 그녀를 잊지 못하는 한 소녀의 성장기 영화.     현실을 넘어 환상을 직조해내는 사랑 이야기, 그 사랑의 처음과 끝을 고스란히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의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Blue is the Warmest Color)는 개봉 해인 2013년 칸영화제에서 이례적인 기록을 세운다.     감독에게만 수여되는 황금종려상의 전례를 깨고 2명의 여자 배우를 공동 수상자로 선정한다. 두 배우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영화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영화 한 편으로 세계적 스타 반열에 오른 레아 세두(Lea Seydoux, 007 노 타임 투 다이)와 아델 엑사르코풀로스(AdeleExarchopoulos, 패시지스)가 그들이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에로틱 레즈비언 퀴어무비로 구분되는 영화, 그러나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동성애의 미화가 결코 아니다.     영화는 동성애 그 자체보다 3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 내내 아델의 내면을 따라가는 형식 안에서, 청소년기로 접어드는 감수성 예민한 17세 소녀의 사랑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사건들에 더욱 집중한다.     순진한 소녀의 청순미에 소피 마르소의 관능미를 입힌 것 같은 느낌의 연기 초년생 엑사르코풀로스(당시 19세)는 사랑이 초래하는 그 모든 고통을 아프게 연기해 낸다.     사랑에 눈을 뜨면서 성을 체험하고 동성애의 본능을 느끼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 혼란스러운 감정들. 관객들은 그녀의 클로즈업된 얼굴과 생생한 표정 연기에 감탄을 보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던 아델은 우연히 파란 머리의 엠마를 만나면서 이전에 몰랐던 강렬한 감정을 느낀다.     미성숙한 아델을 어린아이처럼 대하는 엠마, 그러나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는 둘은 결국 연인이 된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말하는 엠마, 오르가즘은 본질에 앞선다고 응수하는 아델. 둘은 바로 섹스를 나눈다.     아델은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숨기지 않는, 침착하고 냉정하며 총명한 엠마를 공부를 도와주는 선배로 소개할 뿐, 연인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엠마와 함께 살면서 아델은 엠마의 파란 색에 거침없이 물들어 버린다. 사랑에 파랗게 물든 소녀, 그러나 생리를 이유로 잠자리를 거부하는 엠마에게서 아델은 불안을 느낀다. 아델은 유치원 동료 교사(남자)와 데이트를 한다. 집 앞에서 아델을 기다리던 엠마는 남자와 키스를 나누는 아델을 본 후, 배신감을 느끼고 변명의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아델을 내쫓아버린다.   시간을 뛰어넘어 수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델은 외로움과 고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엠마와 헤어진 후 슬픔을 삭이며 살아야 했다. 엠마의 대한 그리움으로 그녀의 삶은 여전히 슬프고 우울하다. 그녀는 외롭게 홀로 남아 있다.     어떤 이유이건 사랑은 끌림에서 시작된다. 아델에게 엠마는 첫사랑이다. 그녀는 엠마를 알기 전, 남자들과 캐주얼한 관계를 나눈다. 아직 이성관이 들어서기도 전에 엠마에게 빠져들고 그래서 모든 걸 잃어버리고 마는 불행을 초래했다.     아델과 엠마는 몇 년 후 카페에서 다시 만난다. 둘은 이별을 한 사이임에도 상대방을 향한 열정이나 성적 욕구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확인한다. 엠마는 아델에게 말한다.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지만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엠마의 그림 전시회 장면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아델은 엠마의 그림 속 모델이 자신이라는 사실, 엠마가 자신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성숙의 창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무너져버린 아델의 첫사랑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     아델이 엠마의 파란 머리칼을 처음 봤을 때부터 아델에게 블루는 엠마 그 자체가 되어 버린다.     사랑하는 사람의 색이 차가움을 상징하는 색 블루라 할지라도 그녀는 본질과 다른 따뜻함을 느낀다.     사르트르의 “실존이 본질을 앞선다”는 말, 엠마의 대사이기도 했던, 이 말에 영화의 역설이 담겨 있다. 엠마와 함께 하는 동안 아델은 행복했다. 사랑이 고독을 잠시 가리고 있었을 뿐. 그래서 사랑의 속성은 원래 푸르다. 고독은 어쩌다 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늘 그 자리에 있었다.   김정 영화평론가연기 표현 이유이건 사랑 사랑 이야기 엠마 오르가즘

2023-08-18

클래식 진수 보여줄 자선 연주회…바이올린 최희선·피아노 장성

바이올리니스트 최희선과 피아니스트 장성이 클래식 음악의 진수를 보여줄 자선 연주회가 내일(19일) 오후 2시 성공회 가든그로브 교회(담임 토머스 이 신부, 13091 Galway St)에서 열린다.   비영리법인 야스마7(YASMA7 Ltd, 대표 손영아)이 홈리스를 돕기 위해 마련한 ‘어느 여름의 사랑’ 연주회에서 최희선과 장성은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스케르초 C단조,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D장조, 클라라 슈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로망스 등을 선보인다.   최희선은 서울예고를 나와 서울 음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학위를 받은 후 부천 시향 악장을 역임하는 등 유럽과 한국에서 활동하다 미국에 왔다. 현재 남가주를 중심으로 바로크 체임버 등에서 연주하며 어바인에서 제자를 육성하고 있다.   3살에 데뷔한 장성은 한국과 일본에서 천재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날렸다. 예원학교, 한국 예술종합학교를 거쳐 독일 하노버에서 유학했다.   야스마7은 수익 전액을 홈리스를 위해 세탁 봉사를 하는 자선 단체 ‘런드리 러브’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기부를 원하는 이는 연주회 티켓 가격(일반 40달러)에 도네이션 금액을 더해 지불하면 된다. 미취학 아동과 시니어 티켓은 10달러다. K-12학년 학생은 무료다. 티켓은 핫딜(hotdeal.koreadaily.com)에서도 살 수 있다.     문의는 전화(213-537-7796) 문자 메시지로 하면 된다.클래식 연주회 자선 연주회 연주회 티켓 사랑 연주회

2023-08-18

[문화산책] 화가들이 꿈꾸는 LA강 사랑

이번 여름, 의미 있는 전시회가 하나 열린다는 소식이다. LA강을 주제로 이 지역 작가 11명이 뜻을 모아 의욕적으로 꾸미는 기획전 ‘OUR RIVER: city floodplain’이다. 상당한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반갑고 고맙다.   “LA강이라구? 아니 LA에 무슨 강이 있다는 거야?” 많은 이들이 이렇게 반문하며 뜨악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있습니다. LA강은 로스앤젤레스 산에서 발원하여 여러 커뮤니티를 거치며 롱비치 하류로 흘러 바다에 이르는 51마일 길이의 강입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을 따름이죠.”   이런 대답에는 더 볼멘소리가 돌아올 것이다. “그게 무슨 강이야? 콘크리트 수로(水路)지! 물도 제대로 안 흐르는 강이 무슨 놈의 강이야? 개천이나 도랑이지!”   그렇다. 예술가들의 계획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우리에게도 강다운 강이 필요하다. LA강을 저렇게 특징 없는 ‘콘크리트 폐수 시스템’으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삭막한 사막도시이기에 더욱 시원한 강이 필요하다.   더구나, 최근 들어 그 강을 아예 콘크리트로 덮어버리려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에 예술가들은 한층 더 마음이 바빠졌다. 화가들의 꿈은 LA강을 자연 상태로 살리는 것이다. 인공적으로 물의 흐름을 고치려 들지 말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르고, 주변에 나무와 수초가 싱싱하게 자라 바람에 흩날리고, 물고기들이 돌아와 뛰놀고 새들 노래하는 그런 생명의 강으로 만드는 일…. 강이야 말로 우리 생명의 근원이며,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의 중요한 일부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일….   이 전시회에 참가하는 작가들은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 정부 기관의 LA강 재개발 사업이 과도하게 인공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에 대해 염려를 나타내며,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데이빗 에딩턴과 박다애 씨의 주도로 11명의 작가들이 뜻과 마음을 모아 지난 1년 반에 걸쳐 착실하게 준비했고, 전시 큐레이팅은 샤토 갤러리가 담당한다.   이 전시회는 몇 가지 점에서 반갑고 고마운 의미를 갖는다.   첫째, 미술가들이 현실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발언한다는 점이다. 특히 그것이 환경 문제라니 한층 절실하게 다가온다. 작가들이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나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고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대부분의 작가가 저마다 자기 세계에 빠져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조형표현에 만족하는 현실에서, 여러 작가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소통하면서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고, 그 결과를 작품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작업이다. 11인 11색의 조형으로 나타날 개성적 목소리가 기대된다.   둘째, 화랑의 역할이다. 갤러리가 예술가들과 뜻을 같이하며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물론, 상업 갤러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 문화의 한 몫을 감당하며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하는 전향적 자세도 필요하다. 샤토 갤러리는 그동안 그런 자세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온 셈이라서 감사한다.   아무튼 화가들과 갤러리의 합심으로 뜻깊은 전시회가 꾸려졌다. 이제 이 전시회를 완성하는 것은 관객들의 몫이다. 아무쪼록 많은 이들이 참석하여 작품을 감상하며, LA강의 오늘과 내일을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는 건강한 공론의 마당이 되기를 바란다. 예술과 함께 아파하고 꿈꾸는 동안 우리 마음속에 맑은 강물이 시원하게 흐르기 시작할 것이다.   전시회는 오는 8월12일부터 9월16일까지 샤토 갤러리에서 열린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화가 la강 la강 사랑 la강의 오늘 la강 재개발

2023-07-27

[김형석의 100년 산책] 100년 시간에서 배운 것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다”

언젠가 캐나다에 갔을 때였다. 친분이 두터운 전 선생이 자기 동생 얘기를 들려주었다. 한국에서 상업학교를 졸업한 그의 동생이 캐나다에 이민 왔을 무렵이었다. 캐나다에서는 기술자가 되어야 직장도 쉬 구할 수 있고 빠른 기간에 정착할 수 있다. 내가 친구인 캐나다 사장에게 취업을 부탁했다. 그리 크지 않은 자동차 정비 공장이었다. 전 선생 아우에겐 “처음에는 기술습득 기간이 있고 적당한 때에 정식직원으로 대우해 줄 것이니 최선을 다해 보라”고 당부했다.   캐나다 정비공장서 인정받은 청년   형의 소개를 받아 직장을 찾은 전군은 6개월 정도 훈련을 쌓고 계약직이 되기로 약속받았다. 그는 취업 10여일 후부터 다른 동료들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 청소와 작업 준비를 하고, 퇴근 후에도 한 시간씩 남아 잔업을 정리했다. 6개월 후에는 유급 직원이 되었다. 그래도 하루 2시간씩 계속 남아 일했다. 주인에게는 영어도 부족하고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그대로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주인이 전군에게 “네가 원해서 하는 일이지만 내가 감사한 마음으로 선물을 하나 주겠다”라고 했다. 전군은 작업복이나 한 벌 기대했는데 뜻밖에도 주인이 타던 자동차를 넘겨주겠다고 했다. 전군은 그렇게 큰 선물은 받을 수 없다고 사양했다. 주인은 캐나다에서는 선물을 거절하는 일은 없으니까 받으라고 했다. 형과 상의한 전군이 주인에게 “나는 아직 그렇게 좋은 차를 탈 수 없으니까 그간 다닌 교회 목사님에게 그 차를 드리고, 목사님의 작은 차와 바꿔도 괜찮겠냐”며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해서 정규기술자 대우도 받게 되었다.   전군 형의 얘기다. 얼마 전에 그 사장이 찾아와 “작은 정비소를 하나 준비하고 있는데 당신이 반(半) 투자하고 동생에게 실무를 맡기면 어떻겠는가”라고 제안해 왔다는 것이다. 그 사장은 캐나다 직원보다 전군의 마음씨와 성실한 노력을 믿은 것이다.   나는 요사이 기업체나 회사의 초청을 받아도 전군 경우 같은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 1970년대까지는 내 얘기가 받아들여졌으나, 노조 운동이 정착되면서 이제는 낡아 빠진 옛날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전군 얘기는 실제 있었던 일이다. 영국 연방국가인 캐나다는 가장 먼저 노조 운동이 일어난 나라다. 심한 노사갈등도 겪었다. 그럼에도 노조 측에서 보면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전군 같은 얘기가 통한다. 또 국민 다수가 이를 인정한다. 예컨대 영국·캐나다는 물론 많은 국가가 영국 대처 총리의 노조개혁이 영국 경제를 다시 일으켰다고 부러워한다. 30년쯤 지나면 우리도 전군과 같은 사례를 수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노동운동도 국가를 생각해야   우리나라에 노동조합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질 때였다. 내 제자인 박영식 교수가 연세대 총장이 되었다. 새로 뽑힌 노조 조합장이 150개가 넘는 요청사항을 들고 왔다. 박 총장의 고백이다. 너무 어이가 없어 “나 이 요구사항을 다 검토할 시간이 없으니까, 전국에서 가장 좋은 대우를 받는 대학의 사례를 알려주면 그보다 더 잘해주겠다”라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거짓말같이 들릴 것이다. 이화여대에서도 신생 노동조합의 요청이 110여 개였다고 들은 적이 있다. 민노총의 핵심 조합원은 삼성 본사에 진입해 노조 설립을 강요하기도 했다. 이런 노동운동이 절정에 이른 것은 문재인 정부 때였을 것 같다. 문 정권의 두 세력이 민주노총과 전교조로 인정받을 정도였다.   우리는 노조 활동을 거부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 사회 운동이 있어 과거의 잘못이 비판받고 개선되며 역사적 발전도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민이 함께 믿고 따라야 할 규범도 있다. 가장 적절한 표현을 빌린다면 ‘선의의 공동체 의식’이다. 윤리적 가치이며 정의로운 방법이다. 공산주의 국가에서와 같은 정치적 목적과 이념을 위한 경제 규범이나 노동운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 전체의 목적과 방향을 배제한 정권 운동이나 노조가 소속된 조직체를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도 허용될 수 있다는 가치관과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 노사의 조화로운 협력이 필요하다. 국가 경제를 육성·발전시키는 의무마저 포기할 권리는 용납되지 않는다. 노조도 사회의 부분 조직이다. 전체 국민을 위한 협력체다. 국가 전체나 윤리 가치에 위배되는 행위는 곤란하다. 자칫 정신적 질서파괴까지 연결될 수 없다.   일의 다양성이 사회발전의 원천   따져보면 노동자 아닌 국민은 없다. 일의 다양성이 사회진보의 원천이고 원동력이다. 일의 가치는 개인이나 이해집단이 결정하지 않는다. 사회가 평가 규정한다. 내가 하는 신체적 일이 노동이고, 정신적 가치와 문화 운동은 노동이 아니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지금 우리가 문제 삼고 있는 최저임금이나 근무시간 규정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이 우선이다. 삶의 가치는 임금이나 시간의 길고 짧음에 달려 있지 않다. 모두가 스스로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추구하고 서로 공존하면서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의무이며 방법이다.   나도 100년의 인생을 살아보았다.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을 누린다. 애사심을 요청하는 게 아니다. 내가 함께하고 있는 공동체로서의 직장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원칙을 저버려선 안 된다. 이기적인 삶은 불행을 자초하며 폐쇄적인 이기집단은 사회적 불행을 더해 줄 뿐이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시간 사랑 캐나다 정비공장 전군 얘기 캐나다 사장

2023-07-21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행복이 오는 소리

행복은 느낌으로 온다. 속삭이듯 다가온다. 떠벌리지 않고 드러내지 않고 다정한 벗의 편지를 읽을 때처럼 작은 울림으로 온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겼을 때 오는 그 황홀한 떨림으로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을 내려 놓는다. 행복은 형체가 없어 만질 수도 가질 수도 없지만 때가 되면 꽃이 피는 것처럼 향기로 다가온다. 행복은 수채화다. 유화나 아크릭처럼 덧칠하지 않는다. 물안개 피어오르듯 가슴 깊은 곳에서 번지는 청명하고 부드러운 감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은 물질적 풍요나 외부적 성취에 몰두하지 않고 내적인 균형과 삶의 가치를 중시한다. 극단을 피하고 적절한 중간 지점을 찿는 개념이다. 과도한 열정과 냉정함, 소비와 절약의 부재, 과도한 업무를 피하고 휴식을 갖는 균형과 조화를 찿는 것을 중용으로 간주한다. 인간이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자기 개발과 윤리적 행위인 공동체 참여 등을 소중한 가치로 제시한다.   어떤 위대한 철학자도 행복을 설명하기 힘들다. 행복은 나 홀로 느끼는 진솔한 감정의 유희다. ‘재미 있으면 행복해진다’는 일설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재미는 잠시 느끼는 행복이다. 영속성이 없다. 재미는 순간적인 유혹이다. 재미는 또 다른 재미를 추구한다. 게임이나 도박을 할 때의 재미는 흥분되고 순간적이며 게임이 끝나면 놓쳐버린 허무의 신발을 뒤지듯 비참해 진다.       반 고흐는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꼽힌다. 불행해 보이지만 행복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최상의 삶을 산 사람이다. ‘신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그의 서신처럼 반 고흐는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한 화가였다’(반 고흐 평전 제목). 예술이던 사랑이던 무엇이든 간에 목숨 바쳐 추구할 목표가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자신의 영혼을 바친 ’별이 빛나는 밤’은 ‘낮의 위선’을 가리고 신비로운 ‘밤의 진실’을 보게 한다.     행복은 타인의 눈으로 판단할 수 없다.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남의 눈에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불행의 수레바퀴에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사는 자가 있다.     간극은 틈새다. 추구하는 삶과 지금 당면한 삶, 원하는 것과 가진 것의 간극을 줄이면 행복해진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해진다. 하루 아침에 몽땅 바꿀 수는 없다.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것들, 추구하는 삶과 갈망하는 것들의 실체를 파악하고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언덕 너머 불어오는 고향 마을의 봄바람처럼 가슴 뿌듯해지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나와 나 사이, 타인과 나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 바라는 것과 의미 없는 것들, 사랑과 사랑이 떠나간 추억의 간극을 줄이고 그 차이를 극복하면 행복해진다. 행복은 뜬구름 잡는 몽상이 아니라 숨쉬고 만지는 실질적이며 구체적인 행위로 가능한 심리작용이다.     100세 철학자는 젊었을 땐 즐거움이 행복이라 생각하지만 교만하지 않고 더 높은 것을 추구하는 성실한 가치 판단이 삶을 행복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나의 참모습은 내가 제일 잘 안다. 타인은 속여도 나를 속이기는 힘들다. 눈치 보며 경쟁과 물욕으로 불행의 늪에 빠져 허덕이지 말고 원하는 모습대로 살면 행복이 다가온다. 비교하지 않고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살면 행복이 다가오는 발자욱 소리가 들린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행복 소리 발자욱 소리 것들 사랑 고흐 평전

2023-06-13

[이 아침에] 사랑의 빚 갚기

시댁 조카의 결혼식이 있어 한국에 다녀왔다. 가기 직전에 받은 병원의 초음파 검사 결과 간에서 꽤 큰 혹이 발견되어 두근두근 벌렁벌렁 불안감에 노심초사했다.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좋은 일로 나가기에 우울한 소식은 감추기로 했으나 이곳의 친지들과 교우들께는 기도 부탁을 해 놓았다. 나는 마치 죽을 날짜 받아놓은 사람처럼 나름 계획을 세웠다. 이번엔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고 오리라. 다시는 보지 못할지도 모르니 마지막만남이라 생각하고, 내가 꼭 식사 대접을 하자 생각했다. 그래야 그동안 진 사랑의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미리 쓰는 유서처럼 최후의 만찬처럼 비장한 생각을 했다.   도착 즉시 점심엔 친정 동생들 부부와 저녁엔 여고 동창들과 만나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떠나오는 날까지 하루에 점심 저녁 두 번의 약속을 하였다. 되도록 숙소로 오시게 해서 숙소의 식당에서 만났다. 내가 움직이려면 하루에 한 번밖에 못 만날 것 같아 호텔로 오시게 하니 두 번의 미팅이 가능했다.   동생들, 동창들, 어릴 적 교회 친구들, 옛 동료 교사, 오랜 인연의 가족 같은 사이버 친구들을 차근차근 만났다. 그랬어도 꼭 뵙고 싶었던 어르신이나 인사드려야 할 교수님들은 이번엔 만나 뵙지 못하였다. 그분들께는 날 찾아오시라고 하면 결례인 까닭이다. 한 달 살기를 작정하고 와서 직접 찾아가 인사드려야 할 분들이다.   건강치 못한 사람이 여러 사람과 만난다며 바쁜 스케줄을 염려해 주신 분들이 많았다. 그랬어도 드려야 할 감사의 절반쯤만 하고 왔다. 나머지 인사는 내년에 나가게 되면 마저 드릴 것이다.   은혜를 갚는 일도 쉽지는 않은 일인 듯싶다. 사랑의 빚을 많이 지며 살았기에 갚기도 열심히 해야 한다. 생의 마감에 닥쳐 서둘러 하지 말고 그동안의 사랑을 헤아려보며 감사도 여유 있게 드릴 일이다.   이렇게 먼 이웃들도 챙겨야겠지만, 아울러 가장 가까운 이웃인 가족에게 당연하게 여겨 자칫 소홀했던 것도 감사가 아니었나 반성했다. 함께 사는 가족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먼 길을 와서 굳이 밥값을 내겠다니 의아해했다. 다 생각이 있었던 거다. 사랑의 빚 갚기 프로젝트였다.   간에 생긴 혹에 대한 소견은 만난 동창 중에 의사 친구와 교회 오빠들 중에 의사가 있어서, 그리고 페친의 부군이 의사여서 세 분께 검사 결과를 보이고 자문을 들은 바 크게 걱정할 혹은 아니라는 소견을 들어서 안심했다. 우리 몸속에 모르는 채로 평생 끼고 사는 혹이 있다나? 양성종양일 가능성이 크단다. 7월에 검사를 다시 하기로 했으나 한 시름 놓았다.   나보다 더 열심히 내 건강을 염려하며 기도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사랑의 빚 기도의 빚 또 쌓였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사랑 의사 친구 이웃인 가족 교회 친구들

202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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