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어떤 죽음
8월 초순 경, Mark의 죽음을 알리는 이메일을 받았다 - ‘The family will have a “wake/shiva” at Mark’s building, August 20 between 3 and 7ish. No black this is a celebration. 마크는 롱비치 타운의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Great Books 클럽을 이끌어가는 진행자였다. 1970년대 시작된 이 북클럽은 뉴욕주에서 가장 오래 지속하는 북클럽 중에 하나라고 한다. 2주에 한 번씩 모이는 북클럽에 3개월에 한 번씩 나타나는 나를 불평 한마디 없이 그저 오는 것만 반가워 기쁘게 맞아주곤 했던 마크, 그는 영어로 책을 읽어야 하는 나의 고충을 이해해 주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독서클럽을 찾아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복도에서 이리저리 기웃거리기만 하면서 선뜻 들어서지 못했던 나에게 문을 활짝 열어주며 “어서 들어오세요. 환영합니다”라며 반가이 맞아주었던 7년 전의 그 기억이 새롭기만 하다. 노신사의 카랑카랑했던 그 특유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시바(shiva)는 유대교의 7일간의 애도 기간이다. 방문객들은 시바에 참석할 때 호스트 역할을 맡게 되며, 종종 음식을 가져와 애도하는 가족과 다른 손님에게 제공한다. 베이커리에서 과자를 사 들고 마크의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북클럽에서 온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다른 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옛 친구, 뉴욕 시내에서 온 젊은 부부, 초등학교 때부터 이 집을 드나들었다는 아들의 소꿉친구, 같은 빌딩에 40년을 함께 산 이웃들, 모두가 고인의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북클럽에서 온 스티븐이 시를 낭송할 때는 갑자기 분위기가 조용해지며 숙연해졌다. 두 아들은 번갈아가며 아버지를 회상한다. - “아빠는 우리 가족을 위한 가구를 만들었고 무엇보다 우리 모두를 웃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는 모든 예술을 사랑했어요. 특히 영화 ‘싱잉 인 더 레인’(Singing in the rain)을 좋아해서 그가 깨어난 날 밤 그 영화를 보았어요.” 인생의 막이 내려지면 화려한 수상경력, 좋은 학력, 넘치는 재물, 뛰어난 미모 등의 차이는 모두 사라지고 진부한 내용보다는 삶의 본질만 남게 된다고 한다. 재치와 위트가 넘쳐흘렀던 마크의 91세의 삶이 선명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에게 조용히 작별했다. “고마워요. 마크, 나는 당신의 칼날같이 예리한 통찰력을 항상 기억할 것입니다. 당신에게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었습니다. 나는 운이 좋게도 당신의 북클럽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칼 라너는 삶이란 작은 죽음들의 연속이며 이 자그마한 죽음 하나하나는 우리 삶의 깊은 의미를 꿰뚫어 보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일생을 봉사와 사랑으로 지내온 사람은 최종적인 죽음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죽음을 친교로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거만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왔다면 영원한 단절과 소외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 한다. 죽음과 삶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였다. 시바를 떠나기 전, 작은아들은 모두에게 알린다. “저희 아버지, 마크 리터를 기리기 위해서 롱비치 도서관에 조그마한 방을 하나 만들려고 합니다. 화환이나 선물을 보내는 대신, 기금마련을 위해 조금씩이라도 기부해 주세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생소하기만 했던 유대인의 장례식은 나에게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이춘희 / 시인삶의 뜨락에서 죽음 롱비치 도서관 롱비치 타운 building augu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