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펜데믹이 끝났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랬다.     찰리 채플린이 남긴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벌어진 일이 그랬다.     죽음의 공포가 드리우자 코로나 테스트를 위해 수시간씩 긴 줄을 서야 했다. 생존 본능에 휴지와 페이퍼 타월을 사재기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불신이 생겼다. 백신 카드가 없으면 식당 출입이 금지됐다. 매일 발표되는 확진자, 사망자 수에 일희일비했다. 감염자의 동선을 추적하느라 혈안이 됐고, 비접종자들은 직장에서 해고됐다.   학생들은 1년 넘게 추억을 소유하지 못했다. 학교에 가지 못한 채 집에서 홀로 화상으로 수업을 받았다. 심지어 관중 열기로 가득해야 할 스포츠 경기장에는 사람이 아닌 종이 인형이 채워졌다. 사진은 다저스타디움 관중석이 관중 대역인 종이 인형들을 가득 앉혔지만 왠지 냉랭한 모습이다.   소셜 미디어에는 백신 하나를 두고 진짜 같은 가짜뉴스, 가짜 같은 진짜 뉴스가 넘쳐났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지난 2011년 개봉했던 영화 ‘컨테이전(Contagion)’의 내용과 팬데믹의 현실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흡사하다.     영화에선 한 여성 사업가(귀네스 팰트로)가 중국 여행 중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돼 목숨을 잃는다. 그의 감염은 전 세계에 보건 비상사태를 촉발한다.     이 영화가 개봉한 지 9년 후인 2020년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세상은 공포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그야말로 영화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LA카운티에 내려졌던 코로나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어제 (31일) 종료됐다. 개빈 뉴섬 주지사가 지난 2020년 3월 13일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정확히 1114일 만이다.   지난 3년 여의 시간은 무엇을 남겼나. 비극과 희극, 어쨌든 주인공은 ‘우리’였다.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코로나 바이러스 종이 인형들 코로나 공중보건

2023-03-31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마약에 점령당한 도시

최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영상에는 마약 운반 용의자의 차량을 수색하던 경관이 갑자기 쓰러지는 장면이 담겨있다. 원인은 펜타닐이라는 마약이다. 펜타닐은 냄새만 맡아도 쓰러질 정도로 강력한 마약이다. 원래 펜타닐은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암환자나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환자, 대형 수술 환자용 진통제로 개발됐다. 그런데 2, 30대는 물론 10대 청소년에게까지 급속도로 퍼지면서 큰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현재 미국 18세에서 45세 사이 청장년층의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 남용이다.  지난해 9월 할리우드의 번스타인 고등학교 화장실에서 펜타닐이 함유된 알약을 복용하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펜타닐이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아이들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펜타닐 오남용으로 사망율이 겉잡을 수 없이 증가하자 24일 트레이시 파크(11지구) 시의원은 LA시와 카운티를 상대로 최근 펜타닐 등 각종 마약 관련 통계와 개선책을 담은 보고서 제출을 요청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매일 175명이 펜타닐 과다남용으로 학교, 집, 길거리에서 숨지고 있다. 할리우드의 거리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팔에 마약을 주사하고 있다.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마약 점령 마약 운반 각종 마약 펜타닐 과다남용

2023-03-24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클럽 안내판에 걸린 욕망

할리우드 유명 스트립 클럽의 업소 안내판이다.   30가지의 문자가 안내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한글 표기 ‘완전히 누드’와 같은 뜻이리라.   인간의 성적 욕망을 채워주던 이곳은 최근 문을 닫았다.   수많은 이들이 ‘완전히 누드’인 여성의 몸을 보며 어두운 조명 속에서 욕망을 채웠으리라.   각기 다른 언어 이면에는 욕망으로 점철됐던 인간사가 있다. 성경에는 바벨탑이 등장한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이 건설한 전설 속 탑이다. 성경에 따르면 바벨탑 이전까지는 인류의 언어는 본래 하나였다.   인간 내면에는 늘 욕망이 꿈틀댄다. 교만해진 인간은 탑을 높이 쌓아 하늘에 닿기를 원했고 하나님은 그러한 탐욕과 욕망을 벌하고자 바벨탑을 무너트렸다. 교만의 탑을  쌓아 하늘에 닿고자 했던 인간은 그때부터 소통이 막혔다. 수천 가지의 언어로 인간의 세계는 갈라졌다. ‘바벨’은 히브리어로 ‘혼란’이다. 바벨은 오늘날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바벨탑의 이야기는 인간의 지나친 욕망의 추구, 허영, 탐닉을 보여준다. 교만은 혼란을 야기했고, 인간 사이의 갈등과 분쟁의 씨앗이 됐다.   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들은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탐욕과 교만으로 쌓아가려는 또 다른 바벨탑일지도 모른다.   ‘완전히 누드’의 영어 표현은 ‘Totally Nude’다.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l.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안내판 클럽 클럽 안내판 성적 욕망 바벨탑 이전

2023-03-17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LA에 비가 오면…

할리우드 사인도 젖는다.   LA는 12월부터 다음 해 1, 2월 까지가 우기다. 그래 봤자 비 오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이번 우기는 다르다. 할리우드 사인이 있는 산에는 장대 같은 비와 우박이 내렸다. 샌버나디노의 산간 지역은 폭설에 갇혀 13명이 사망하고 물과 전기가 끊겨 많은 주민은 아직도 고립돼있다. LA도 큰 일교차로 밤에는 두꺼운 외투가 필요할 정도다. LA에 비가 온다. 막걸리와 전과 향수   비가 흔치 LA의 한인들 특히 1세들은 비는 고국에서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도시에서 자랐건 시골에서 자랐건 비의 추억을 한가지쯤은 가지고 있다. 비라도 내릴라치면 마켓의 막걸리와 전감 매출이 올라간다. 나이 지긋한 한인 1세들은 식당에 옹기종기 모여 막걸릿잔을 기울이고 고향을 추억한다.   에디(Eddy)는 8년째 LA 길거리를 누비며 밤이면 텐트에서 잠을 잔다. 한동안 스키드로우에서 지내다 최근 LA카운티박물관 인근으로 옮겨 텐트 생활하고 있다. 에디에게 LA의 우기는 혹독하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은 군 출신 베테랑으로 아프가니스탄 참전 경험이 있는 에디에게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오늘과 내일 그리고 다음주에도 비소식이 있다.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l.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할리우드 사인 한동안 스키드로우 아프가니스탄 참전

2023-03-10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죽어가는 소금바다 ‘Salton Sea’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샌안드레아스'. 캘리포니아 남부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끊어지면서 연쇄적으로 '빅원' 즉 대지진이 발생 미국이 초토화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에서는  지진으로 LA 전체가 궤멸하고 서해안에 거주하는 4000만명의 주민 대부분이 죽거나 다친다. 영화 내용이 너무 과장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영화적 상상.     지질학자들은 남가주에 반드시 '빅원'이 찾아온다고 예측하고 있다. '빅원'은 최대 규모 7.8 이상의 대지진을 말한다. 빅원이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있지만, 발생 시기를 전혀 알수 없다는 것이 문제. 지질학자들은 ‘빅원’의 진앙지로 샌안드레아스 단층대를 주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지진대인 샌안드레아스 단층은 솔튼씨(Salton Sea)부터 팜스프링스를 지나 LA 카운티 북쪽 샌타클라리타까지 이어진다. 1950, 60년대 휴양지로 명성을 떨치다 죽음의 호수로 바뀐 솔튼씨는 언제 올지 모르는 재앙의 진앙인 셈이다. 바다보다 염도가 높아진 솔튼씨의 모래사장을 뒤덮은 물고기 사체의 썩는 냄새와 폐허가 돼버린 마을 풍경이 지구 종말을 보는 듯 하다.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l.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소금바다 sea 캘리포니아 남부 안드레아스 단층 영화적 상상

2023-02-24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뱅크시가 LA에 그린 벽화…400만불 건물이 3000만불 됐다

영국 출신의  얼굴없는 작가 뱅크시(Banksy)는 소위 벽화(Mural Art) 작가이자 그래피티(Graffiti) 작가로 알려져 있다. 뱅크시는 특유의 사회 풍자적이며 파격적인 주제의식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90년대부터 영국 거리 곳곳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사용한 인상적인 그림을 남기며 알려졌는데, 그래피티가 기본적으로 다른 이의 재산을 훼손하는 범죄 행위로 규정되는 탓에 (체포되지 않기 위해) 인적 사항을 철저히 숨겨야 했다. 그래서 아직 그의 신상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그의 벽화에 담긴 시대 상황 즉 전쟁, 기아, 난민, 환경, 국가권력 등 인류가 처해 있는 위기의식에 공감하고 열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작품 가격도 덩달아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이 얼굴 없는 화가는 지난 2018년 10월 5일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104만 2000파운드(약 142만 달러)에 팔린 자신의 그림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를 낙찰 직후 액자에 설치해 둔 장치로 갈가리 찢어버렸다. 이 작품은 지난 2021년 같은 소더비 경매에서 3년 만에 20배에 가까운 1870만 파운드(약 2557만 달러)에 낙찰됐다.   그런 뱅크시의 작품이 LA다운타운에 있다. 2010년 작품제작을 위해 LA에 머물던 그는 다운타운의 한 건물 벽에 ‘그네 타는 소녀(Swing Girl)’로 알려진 벽화를 그렸다. 건물은 1914년에 지어진 건물로 대규모 액세서리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가 부부가 400만 달러를 주고 샀고 개보수를 위해 180만 달러를 투자했다. 현재 그 건물의 가치는 3000만 달러를 호가한다. 유명 경매회사들이 예상한 뱅크시 작품 가격만 1000만 달러. 지난 2021년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과 건물을 소개하며 제목을 ‘Want to Buy a Banksy? This Building Comes With It’이라고 달았다. 의역하자면 ‘뱅크시 작품을 사시려고요? 그럼 건물을 부록으로 드립니다’ 정도 되겠다. 뱅크시의 작품을 사면 건물이 따라서 온다는 말이다.  다운타운의 그네 타는 소녀 말고도 세계 곳곳에 그려진 그의 벽화는 건물주에게 부를 안겨줬다.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가 오늘 밤 슬쩍 다녀갈지도 모르겠다. 그럼 그건 복권당첨이다. 1000만 달러짜리 복권이 LA다운타운 한 건물 벽에 있다. 물론 관람료는 없다.     ▶주소: 908-910 S. Broadway. LA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l.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뱅크 벽화 뱅크시 작품 사면 건물 작가 뱅크시

2023-02-10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부러운 7000명의 이름

한인 사회의 숙원 사업인 한미박물관 프로젝트는 지금 멈춰있다. 깜깜무소식이다. 변변한 박물관 하나 없는 LA한인사회는 옆 동네가 부럽다.   지난 2일 LA다운타운의 일미 박물관(Japanese American National Museum)을 찾아갔다. 지난 1999년 문을 연 이곳은 일본계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응집된 곳이다.   부러운 건 단지 건물이 아니다. 박물관 하나를 세우는 데 힘을 보탰던 7000명의 이름이 벽면에 가득히 새겨져 있다. 200곳의 일본 기업들도 참여해 무려 1000만 달러를 모았다. 그렇게 세워진 박물관이라 더 부럽다. 기부자들은 대게 이민 1세대이지만 부모들은 일본인의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자녀들의 이름으로 여러번 기부하기도 했다.   박물관 내부를 채운 빼곡한 내용물은 더 부럽다. 모든 게 사연이고 이야기다. 일본계 미국인에게 큰 상처로 기억되고 있는 만자나(Manzanar) 수용소의 기록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일본인 12만 명이 집단 거주했던 수용소 전체 축소모형 수용소 막사도 재현되어 있다. 심지어 부러진 채 녹슨 숟가락도 있다. 강제수용소에서의 일상과 아픈 흔적이다. 일미박물관의 모든 자료는 아카데미 필름 아카이브와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제휴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박물관 하나가 얼마나 내실있게 운영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옆 동네의 일미박물관을 렌즈에 담았다. 한인 이민사 120년을 맞이하면서 부러움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든다. 가깝고도 멀었던 건 일본이 아닌 한인 사회의 숙원이다.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l.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이름 스미소니언 박물관 일미 박물관 수용소 막사도

2023-02-03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사람보다 총이 많은 나라

LA경찰국이 최근 ‘건 바이백(gun buyback)’ 프로그램을 통해 수거한 수백 정의 총기류다. 총기 소유자는 일정 금액을 받고 총을 내놓는다. 지난 2009년 프로그램이 시행된 후 지금까지 무려 2만여 정이 수거됐다. 총기가 야기하는 잠재적 피해, 자기방어를 위한 권리가 동시에 드럼통 안에 쌓여간다.     총은 보호와 살상의 양면을 가진 물체다. 쓰이기 나름이다. 용도는 누가 쥐는지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어떤 용도건 간에 총기 판매는 폭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며 사회불안이 커졌던 2020년 미국에서 사상 최다 수준인 2300만 정의 총기가 팔렸고, 2021년에도 미국 총기업체들이 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 시민들이 소지한 총기의 수가 3억9300만 정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미국 인구인 3억3300만 명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사람 수보다 많은 총 때문에 연초부터 연쇄 참극이 벌어졌다. 지난주 몬터레이파크와 하프문베이에서 연달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8명의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총기 소지를 제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체를 소유하고 사용하는 주체는 인간이다. 인간의 선악은 총이 가진 양면성과 맞물린다. 총기 소유와 규제 사이에서 일어나는 논쟁은 그래서 첨예하다.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나라 총기 소유자 총기 소지 총기 판매

2023-01-27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