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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의 규제로 작아지는 부모의 역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그동안 성에 대해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구분만을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한 생물학적인 성 구분을 거부하는 등 성 정체성에 대한 개념들이 다양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성에 대한 개념 변화는 개인적 고민의 단계를 넘어 사회적 갈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현재 자녀의 성 정체성 문제에 대한 부모들의 알 권리 문제를 두고 주 정부와 일부 교육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가주 검찰은 자녀의 성 정체성에 대한 학부모들의 알 권리를 허용한 치노밸리교육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 측은 학부모에게 알리는 정책이 학생의 사생활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샌버나디노 수피리어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 인해 학생의 성 정체성 관련 내용을 학부모에 통보하도록 한 치노밸리통합교육구 규정은 임시 금지됐다.     앞서 지난 2월 가주의회는 ‘AB 665’ 법안을 통과시켰다. 가주 공립학교에 재학하는 12세 이상의 자녀에게 학부모가 성 정체성에 대해 강요하면 자녀 양육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안은 현재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의 서명만을 앞두고 있으며, 주지사 서명을 받으면 오는 10월부터 법적 효력이 발효될 수 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가주 의회에서 미성년자의 성전환 수술과 치료가 가능토록 한 법안 ‘SB107’이 통과된 바 있다. 이렇듯 현재 가주는 청소년들의 성 정체성 이슈에 대해 어느 주보다 앞서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지난해 UCLA 법대의 윌리엄스 연구소는 13세 이상의 트렌스젠더가 전국적으로 16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3~17세 미성년자는 미국 인구 비율의 8%를 차지하지만, 트렌스젠더의 비율은 18%나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생물학적 성별과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고등학생의 비율도 증가세를 보인다.       이처럼 생물학적 성이 아닌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젠더의 비율 증가에 대해 정부가 미성년자 성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주고 있으나, 부모는 자녀의 성 정체성에 대해 알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속담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뜻한다. 특히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천륜이라고 하여 그 어느 것보다 강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성 정체성에 대한 갈등 즉, 자녀의 성 정체성을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게 하는 제도는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끊어놓고 혈연관계에 대한 갈등과 균열을 조장시키고 있다.   자기 심리학의 창시자인 하인즈 코헛은 부모와의 관계 패턴에 따라서 아이들의 성 정체성이 결정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한 예로 부모가 딸의 여성성을 보호해 주고 딸이 여성성을 나타낼 때 칭찬해 주면 딸은 여성이라는 점에 대해서 감사하고 결코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지 않고 한 명의 여성으로서 잘 자라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신의 성 정체성이 부정당하는 경험을 할 때 아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된다. 이렇듯 자녀의 문제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상의하고 돌봐야 하는 의무가 있는 부모가 자녀의 성 정체성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는 것은 부모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자녀의 문제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상의하고 돌봐야 한다. 그리고 자녀들의 성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될 때 개인, 가정, 사회는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김예진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규제 부모 정체성 문제 정체성 이슈 정체성 관련

2023-09-17

[기자의 눈] Z세대의 돈은 어디로 가고 있나

최근 Z세대 사이에서 화제가 된 틱톡 동영상이 있다. 고가의 옷을 몇 번이나 입을 수 있을지 예상해서 가격을 그 횟수만큼 나누는 ‘착용 횟수당 가격(cost-per-wear)’ 구매법을 소개한 내용이다. 젊은 층 가운데는 이 방법을 명품 의류 구매에 적용하기도 한다. 만약 100달러짜리 바지를 구매해 10번 입는다면 한 번 착용에 10달러, 100번을 입는다면 한 번에 고작 1달러만 지불하는 셈이다. 얼핏 보면 미래를 위한 투자, 또는 합리적 소비 행위로 볼 수 있지만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트렌드라는 지적도 나온다.     요즘 젊은 층의 경제생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늘고 있다. 저축 대신 무리한 소비를 한다거나 일확천금을 바라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방식의 투자를 좋아한다는 등의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관심을 끈 ‘밈(meme)’ 주식 투자도 그중 하나다. 투자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나도는 정보에 의지해 투자하는 것이다. 2년 전 관심을 끌었던 게임스탑 주식이 대표적 예다. 이런 트렌드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파산설이 나돌던 음식 보관 용기 업체 터퍼웨어의 주가가 약 2주 만에 0.61센트에서 8배 가까이 폭등, 5.38달러까지 오른 것이다.       어느새 정부에서도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한 암호화폐와 NFT(대체불가토큰) 투자도 한 종류다. 이들 자산은 반등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찾을 수 없고 화제성의 규모에 따라 가격 등락이 심하다는 문제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비트코인은 지난 2021년 6만4000달러를 돌파했지만 현재는 약 2만6000달러(25일 기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이런 특성은 위험한 투자 방식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많은 MZ세대가 이 같은 성향을 보이는 것은 시대적 영향도 있다고 분석한다. 이들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모세대가 겪는 어려움을 보며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들에게는 자본주의의 일반적인 원칙을 기피하는 모습이 있고 정치나 금융 엘리트들을 신뢰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대신 빠른 정보 교류를 통한 투자 방식이 이들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FOMO(fear of missing out)’도 여기에 일조했다. 제2의 비트코인이 될만한 황금 광맥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세대는 선배 세대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일찍 시작한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투자전문가 교육 기관인 CFA 인스티튜트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응답자의 82%가 21세 이전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이 중 25%는 18세 이전부터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필요 은퇴자금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현상은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지난 4월 발표한 직장인 은퇴연금(401(k)) 가입 현황에서도 잘 나타난다. 자료에 따르면 2006년과 2021년 사이 18~24세(Z세대)의  401(k) 가입률을 살펴봤을 때 2021년 Z세대 가입 비율은 62%로 15년 전 30%에 비해 32%포인트나 높았다. 25~40세(밀레니얼 세대)에서도 2021년 가입률은 83%로 2006년의 57%에 비해 26%포인트가 높았다.     Z세대는 성인이 되자마자 팬데믹, 40년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인터넷 3세대인 웹3.0의 과도기 세대다. 선대 세대가 겪은 과거와 이들이 겪은 과거는 다르다. 그들이 바라보는 미래 또한 분명 다를 것이다. 그들의 소비, 투자 성향에 대한 비판에 앞서 그들이 생각하는 현재와 미래는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가끔은 세대를 넘어 그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우훈식 /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투자 방식 주식 투자 착용 횟수당

2023-08-27

[기자의 눈] 불쾌한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

지난 2015년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은 인간이 겪는 다양한 감정들을 의인화해 캐릭터로 표현한 영화다. 기쁨이와 슬픔이, 소심, 까칠, 버럭이까지 5가지 감정들이 나온다. 마음속에 ‘기쁨이’ 하나만 남겨놓고 싶은 게 우리의 모두의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그 모든 감정이 하나의 구슬 안에 융합되는 모습은 큰 감동을 자아낸다. 나쁘다고 치부하며 애써 지워버리려고 했던 그 감정이 결국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이며,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메시지는 한인들에게 좀 더 와 닿지 않았을까 싶다. ‘참는 게 미덕’이라는 오랜 한국적 사고로 한인들은 내면에 있는 감정들을 제대로 돌보기보단, 자신을 채찍질하기에 급급했다.     실망과 걱정, 분노, 슬픔과 같은 감정이 생겼을 때 ‘나는 왜 이렇게 정신력이 약할까’라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또는 가짜 감정으로 자신을 속이기도 한다. 불안은 약한 사람이나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해 되레 화를 내거나, 외로움을 느낄 때 ‘혼자가 편하다’라는 생각으로 덮어버리기도 한다.       BBC 뉴스는 이처럼 불쾌한 감정을 외면하고 자신을 단속하는 성향을 ‘무드 쉐임(Mood Shame)’이라고 정의한다고 전했다. 이런 성향은 부정적이고 불쾌한 감정을 품는 것은 자신을 실패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 만성적인 감정 장애 치료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매체는 강조했다.     우리는 이같은 ‘무드 쉐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UC버클리 연구팀 아이리스 마우스 심리학 교수는 1000명의 참가자에게 3가지 질문을 주며 점수를 1~7까지 매기도록 했다.  질문은 ▶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스스로 말한다 ▶비이성적이거나 부적절한 감정을 가진 스스로 비판적이다 ▶나쁘거나 부정적인 감정은 느껴서는 안 된다 등이다.   그 결과, 높은 점수를 기록한 사람들이 더 쉽게 우울증과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반적으로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도 낮았다. 반면, 불편한 감정을 편견 없이 받아들인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훨씬 더 건강했다고 전했다.       감정을 받아들이란 것이 감정에 압도되라는 뜻은 아니다.  감정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냐가 차이를 만든다. 잘 걸러진 감정은 성장을 위한 연료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려면 먼저 감정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 이 감정이 슬픔인지, 분노인지, 수치스러움인지 정확히 구별하는 것이다. 감정을 파악했다면 그다음은 인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불완전하고 미숙한 존재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그런 용기는 ‘성취로부터 오는 자만심’, ‘다른 이의 성공에서 비롯된 질투심’ 등 다소 부끄러울 수 있는 감정들도 인정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기에 건강하고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면의 용량을 키울 수 있는 잠재적 도구로서의 역할 등이다.     한국의 한 정신과 전문의는 “감정을 뜻하는 ‘emotion’의 라틴어 어원은 ‘움직이다’라는 뜻의 ‘movere’다”라며 “ 모든 감정은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 왜곡되지 않은 감정은 언제나 옳은 길을 알려주며 고통스럽고 불쾌한 감정에도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시련과 역경을 통해 성장한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통스러울 수 있다. 회복을 위해 희망과 긍정을 갖는 것은 좋지만, 그저 나쁜 감정이니 덮어두거나 단번에 털어버리려고 하는 것은 본인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감정도 소화될 시간이 필요하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인 감정들을 파악하고 인정하며 긍정적으로 풀어나갈 때, 우리의 내면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감정 방법 감정 장애 가짜 감정 걱정 분노

2023-08-20

[기자의 눈] 편리함 뒤에 숨겨진 위협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 7월은 지구 표면과 해수면 온도가 역대 가장 높았던 달로 기록했다. 지구 표면 평균 기온은 화씨 62.5도로 1940년 관측 시작 이래 최고였다. 이전 최고 기록인 지난 2019년 7월의 화씨 61.9도보다 0.6도 높다.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지난 6월 8일 7년 만에 수퍼 엘니뇨가 형성됐다며 주의보를 발령했다. 기후학자인 킴 콥 브라운대 교수는 본격적으로 엘니뇨가 시작되기 전이지만 해수면 온도는 놀라운 수준으로 높아졌다며 앞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지구가 너무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연방기상청은 지난 7월 14일 열돔 현상으로 미국인 9300만 명이 폭염에 노출되어 있다며 열돔 현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미국 최대 한인 거주지인 LA는 스페인어로 ‘천사의 도시’라는 뜻이다. 일 년 내내 날씨가 좋아 붙여진 이름이다. LA는 온난한 아열대성 기후로 연평균 기온이 화씨 70도대를 보인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LA도 이상 기후를 보인다. 화씨 10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이로 인한 사망자도 늘고 있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지구 표면 온도는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그 결과 폭염이 장기화하고 인간의 건강과 생활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플라스틱 제품 사용이다. 플라스틱은 생산 과정부터 폐기되는 순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전 세계에서 4억6000만 톤의 플라스틱이 사용됐다. 이는 2000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급증한 규모다. 반면, 재활용이 가능한 건 9%에 불과하다. 사실상 재활용 정책을 통해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무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이후 일회용 용기 및 마스크 수요 증가로 플라스틱 생산도 급증했다. UC 샌타바버라 연구팀에 따르면 2015년~2050년 사이 플라스틱 생산은 560억 톤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약 286파운드로 세계 1위다. 미국은 세계 최대 플라스틱 및 석유화학제품 생산국이기도 하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난 1992년 바젤협약이 발효됐다.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처리 통제에 관한 국제협약으로 지난 2019년부터는 플라스틱 폐기물에 관한 새로운 지침을 추가했다. 하지만 바젤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미국은 지난 2021년 멕시코, 말레이시아, 인도, 베트남 등 바젤 당사국에 54만톤 이상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출했다. 미국은 플라스틱 줄이기에 동참하기는커녕 오히려 타국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출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비율은 OECD 국가 중 꼴찌다.         환경 문제에 민감한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해 6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다.  또 2032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최소 25% 줄여야 하며 2028년까지는 판매되는 플라스틱 제품 가운데 최소 30%는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다른 주들도 플라스틱 제품 규제에 나서야 한다. 물론 친환경 소재 사용과 플라스틱 제품 재활용 확대는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음식 용기를 휴대하고 메탈 빨대를 갖고 다니며 사용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는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공간이다. 이런 지구를 위해  편리함보다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 방식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플라스틱과 환경오염 물질이 지구환경을 멍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환경보호를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도 없을 것이다.  김예진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위협 플라스틱 제품 플라스틱 생산 사이 플라스틱

2023-08-13

[기자의 눈] 커뮤니티 은행 자본금 규정도 강화할까

은행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기록했다. 올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7% 급증한 145억 달러. 지난 5월 파산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하면서 몸집도 더 키웠다. 예금은 소폭 감소했지만, 대형 은행답게 탄탄한 대출과 높은 금리에 힘입어 순이자수익은 44% 증가했다. 또 다른 대형은행들인 뱅크오브아메리카도 2분기 순이익이 7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늘었으며, 웰스파고 역시 29% 급증한 49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과 5월 지역은행 파산으로 인한 금융권 불안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고금리 환경이 되면 은행의 수익은 증가한다. 기준 금리가 오르면 즉시 대출 금리에도 반영하기 때문이다. 대형 은행들은 고금리 덕을 톡톡히 봤다. 지역은행 위기에 많은 예금이 대형 은행들에 몰리면서 대출 여력도 커졌다.  오피스 건물 공실률 상승 등 상업용부동산(CRE) 대출 손실이 커졌지만 이자 수익은 늘었다.     하지만 모든 은행이 그런 것은 아니다. 고금리 상황이 중소형 은행엔 악재일 수 있다. 예금은 줄고 CRE 손실은 온전히 받게 되는 경우다. 금리 인상으로 불붙은 예금 이자율(APY) 경쟁에 중소형 은행들의 예금 조달 비용 부담은 늘고 있다. 지난해의 어닝 서프라이즈 때와는 상반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5%가 넘는 기준금리가 연내 인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물가 상승세 둔화를 시사하는 경제 지표가 나오고 있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오늘 시작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결정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예상한다.     금리 추가 인상은 중소형 은행들엔 빨간 불이다. 경기 하강으로 채무 불이행 비율이 높아지면서 대출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하고 하는데, 금리가 올라 이자율이 더 높아지면 대출 수요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마이클 바 연준 금융 부의장은 최근 자산 1000억 달러 이상의 중형 은행들도 자기자본 요건을 강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은행들의 탄력성 개선을 위해서라고 했다. 즉, 손실 발생 시 회복할 수 있는 위험 대비 자산을 더 많이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자산 1000억 달러 이상 은행은  30개다.     그런데 연준의 이런 기조는 소형 은행들에 대한 관리·감독도 더 엄격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형 은행들도 수익성 악화에 대비 자산 관리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연준은 수년간 준비해온 ‘페드나우(FedNow)’ 출시를 최근 발표했다. 금융 거래 시 최대 며칠이 걸리는 과정을 몇 초 내로 단축하는 결제 시스템이다. 서비스는 상시 제공돼 언제든 거래가 가능하다. JP모건 등 35개 금융기관이 이 서비스에 가입했으며,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금 흐름이 빨라진다는 것은 대규모 예금이 몇 초 만에 은행에서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고객이 예금을 인출하려면 직접 은행을 방문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과정이 몇 초로 줄어든다.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인 ‘뱅크런’의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연준은 고객당 50만 달러로 제한을 뒀지만 새로운 시스템은 새로운 위험 가능성을 불러왔다. 몇 달 전 고객 예금 인출로 인한 은행 파산에 서둘러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한 연준의 신규 서비스다.     연준은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를 마무리하면서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충분한 회복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더 멀리 달리기 위한 탄력성을 기르려면 채찍뿐 아닌 당근도 필요할 것이다. 우훈식 / 경제부기자의 눈 커뮤니티 자본금 중소형 은행들 지역은행 파산 지역은행 위기

2023-07-24

[기자의 눈] 주민의회, 더 이상 내분 없어야

 말 많고 탈 많았던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가 이번 달부터 재정비를 마치고 새 출발에 나섰다. LA시 관할 지역 내 99개 주민의회(Neighborhood Council)는 지난 3월부터 2023-25 회기연도 선거를 시작했고 WCKNC는  5월에 대의원 23명을 선출했다.     주민의회는 주민과 시 정부를 연결하는 자치기구다. 관할 지역 내 건물 신·증축, 주류판매허가(CUP), 교통안전, 환경미화 등 주민 생활과 관련된 주요 사안들을 일차적으로 심의·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시의회는 주민의회의 보고서 등을 조례안 발의에 반영한다.       WCKNC의 총 대의원 자리는 26석이지만 23명만 선출된 것은 소지역구1과 소지역구5에는 출마 후보자가 없었고. 당선자 가운데 1명은 사임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피오피코 도서관에서 열린 첫 모임에는 당선된 23명의 대의원 가운데 22명이 참석했다. 다들 의욕에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왠지 모를 약간의 긴장감도 느껴졌다.  이날 WCKNC의  새 임원진을 뽑는 투표가 진행된 탓인 듯했다. 그래서일까 벌써부터 일부 대의원들은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WCKNC 대의원 23명 중 무려 19명(83%)이 한인이다. 한인 주민의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한인 단체의 병폐 중 하나인 ‘내부 분쟁’이 여기서도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단체 내 파벌 형성과 주도권 싸움, 이권 다툼 등의 구태 말이다.       다만 이번에는 한인 대의원들이 1.5세, 2세 중심으로 대폭 세대교체가 된 만큼 변화를 기대한다.  그러나 주민의회 특징상 거주민뿐만 아니라 본인의 비즈니스 혹은 소속 비영리단체 등의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어 대의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익을 챙기는 것에 집착하는 대의원이 나타나면 내부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앞서 WCKNC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거의 1년 가까이 공전 사태를 빚었다.  팬데믹 동안 모든 미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영어가 부족했던 한인 대의원들이 대거 사임한 탓이다. 문제는 충분한 내부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의원 충원이 이뤄졌고 새롭게 뽑힌 일부 타인종 강성 대의원들이 내부를 휘젓기 시작했다. 주민의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던 남은 대의원들까지 이들의 횡포와 괴롭힘에 지쳐 줄줄이 사임했다.     결국 WCKNC는 회의에 필요한 정족수조차 채워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미팅을 열 수 없었고, 이는 결국 한인타운의 불이익으로 돌아왔다.     앞선 공전 사태의 후유증으로 인해 산적한 과제들은 이번에 새롭게 꾸려진 WCKNC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다행인 점은 이전에 피코-유니언 주민의회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일부 대의원들이 임원으로 선출됐다는 것이다. 마크 리 신임 의장 역시 피코-유니언 주민의회에서 6년간 대의원 및 의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주민의회 시스템과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이해가 비교적 높은 이들로 꾸려진 운영진은 WCKNC의 정상화에 걸리는 시간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WCKNC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단합과 진정성이다. 23명의 대의원은 본업이 따로 있는 봉사자들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온전히 주민의회 활동에만 전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대의원들은 개인의 이익 대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23명의 대의원이 다툼 대신 커뮤니티에 애정을 갖고 진정성 있게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면 한인타운 발전에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살기 좋은 한인타운’, 이번 WCKNC가 만들 수 있길 기대해본다. 장수아 / 사회부기자의 눈 주민의회 내분 코리아타운 주민의회 주민의회 특징상 한인 대의원들

2023-07-17

[기자의 눈] 언제까지 ‘총격 사건’ 방치할 건가

올해 독립기념일 연휴도 총기 난사 사건으로 얼룩졌다. 요란한 폭죽 소리에 묻힌 총격으로 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독립기념일이던 지난 4일에만 전국적으로 16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6명이 숨지고 100명 가량이 부상을 당했다. 이날 캘리포니아주에서도 헤이워드 지역에서 2건의 총격 사건으로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연휴 다음날 뉴스에는 ‘피로 물든,’ ‘공포 가득한’ 등의 오싹한 헤드라인 기사들이 등장했다. 모두가 행복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야 할 독립기념일 연휴가 누구에게는 악몽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난 7월 11일기준 올해 들어서만 전국에서 2000건이 넘는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 피해자가 4명 이상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도 647건이나 발생해 2014년의 273건에 비해  2배 이상이 증가했다. 총기 소유도 대폭 늘고 있다. 지난 2021년 전국에서 판매된 총기는 총 2300만 정으로 전년 대비 65%나 증가했다. 연방수사국(FBI) 조사 결과, 총기 구매의 가장 큰 이유는 안전에 대한 불안이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미국에서 총기 소지의 자유는 2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90년 개인의 총기 소지 자유를 보장한 수정 헌법 2조가 제정된 것이다. 당시 ‘규율 있는 민병은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사회가 변하면서 총기 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찬반 논란만 지속할 뿐 총기 규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력한 총기 규제법이 만들어지지 않은 첫째 이유는 치안에 대한 불안감이다.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각종 범죄도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나도 총기를 소지해야만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전국총기협회(NRA)의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이다. NRA는 정치인 후원금 등으로 연간 약 5000만 달러의 자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 규제 관련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또 총기 산업 침체에 대한 우려도 있다. 현재 미국 총기 산업 규모는 상당하다. 강력한 총기 규제로 판매가 감소할 경우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총기 규제 문제는 개인의 정치적 입장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0월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의 91%가 총기 규제를 강력히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공화당 지지자는 24%만이 이에 동의했다.   최근 몇 년 새 미등록 총기인 이른바 고스트 건과 같은 불법 총기 판매도 함께 증가하면서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마이클 무어 LA경찰국장도 “총기 사건이 급증한 원인 중 하나가 3D 프린터를 이용한 고스트건 생산량의 증가”라고 밝힌 바 있다.   과연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고 생명권을 침해하는 총기 소지 자유가 존중받아야 할 자유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정부는 총기 규제에 앞서 총기 소지가 도덕적 정의에 맞는 것인가를 판단하고 소수를 위해 다수가 희생되는 것에 대해, 혹은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되는 것에 대해 윤리학의 관점을 이해하고 올바른 선택을 내려야 한다. 개인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타인의 희생을 발생시키는 총기 소지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정 헌법 제2조에는 ‘잘 규율된 민병대는’이라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총격범의 대부분은 ‘잘 규율된’ 사람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헌법 학자인 피터 버니 교수는 “총기 소유는 자신은 물론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권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방어용 무기가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흉기로 쓰이고 있다면 이런 자유는 규제가 필요하다.   김예진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총격 방치 총기 규제법 연휴도 총기 총기 소지

2023-07-11

[기자의 눈] ‘정크 수수료’ 폐지의 이면

팝 가수의 콘서트에 가기 위해 온라인 예매 사이트 ‘티켓마스터’에 들어갔다. 티켓 가격은 한장당 135달러. 회원가입을 마치고 결제를 누르니 ‘서비스 수수료(Service Fee)’ 28.35달러와 ‘주문 처리 수수료(Order Processing Fee)’ 2.95달러가 더해졌다. 가격은 순식간에 166.30달러로 뛰었다. 결제 화면으로 넘어가는 0.1초 사이 23%나 비싸졌다. 이처럼 기업들이 곳곳에 숨겨놓은 수수료 등 추가 비용은 최근 바이든 정부가 주목하는 문제 중 하나다.   지난 2월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수수료를 전가하는 ‘정크 수수료(junk fee)’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물품 구매 시 결제 화면에 도달할 때까지 업체들이 숨겨 놓는 수수료, 휴대전화나 인터넷 서비스를 해지할 때 부과되는 추가 수수료 등이 대표적인 정크 수수료들이다. 특히 콘서트 또는 스포츠 경기 티켓은 예매 시 각종 수수료가 부과돼 처음과 다른 값을 지불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다. 바이든 정부는 이처럼 감춰진 수수료를 없애고 소비자가 당초 결제 가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에 지친 소비자들은 정크 수수료 폐지 발표에 환호했다.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티켓마스터는 정크 수수료를 없애고 처음 표시되는 가격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유선 및 위성 통신사들에 소비자가 실제 비용을 한 번에 알 수 있도록 할 것을 지시하겠다고 나섰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도 바이든의 정크 수수료 폐지 정책에 힘을 보탰다. CFPB는 최대 41달러인 크레딧카드 연체 수수료를 80% 내린 8달러로 고정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연간 90억 달러를 아끼게 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최근 소비자 단체 등의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이 정책이 단기간에는 수수료 인하 효과를 거두겠지만 구조적 해결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수익이 급감할 카드 업체나 은행 등이  다른 형태로 수수료를 청구할 것이라는 우려다.     우선 ‘정크 수수료 폐지’가 시행되면 카드사와 은행들은 가장 먼저 연체 이자율부터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드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상환이 불가능한 손실을 나타내는 대손액(Credit Losses)이 급증했다. 고물가에 제때 카드빚을 갚지 못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자율이 더 오르면 카드사의 연체 고객 리스크(Risk)는 더 커지게 된다.   특히 최소 납부 대금(Minimum Payment)만 내는 고객들이 가장 큰 문제다. 이들은 최소 금액만 결제하고 잔액에 대해서는 높은 이자율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체 수수료가 줄어도 이자율이 오르면 피해는 오롯이 이들에게 가게 된다. 제시간에 맞춰 결제해야 할 금액을 내고도 이전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결제 대금이 밀리지 않는 모범 고객이 새 정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체 수수료를 낮추면 오히려 연체를 부추기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수수료는 고객이 제때 돈을 갚도록 하는 경고장의 역할도 한다. 그런데 연체 수수료를 무조건 낮게 책정하는 것은 카드빚을 연체하도록 장려하는 꼴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지적에도 CFPB는 단호한 입장이다. 로힛 초프라 CFPB 국장은 지난 13일 “수수료가 합당한 선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시 한번 새 정책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는 ‘정크 수수료 폐지’ 정책의 신속한 시행 문제에만 집착한 주장이다. 불필요한 수수료를 없애겠다며 괜한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우훈식 /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수수료 정크 정크 수수료 서비스 수수료 추가 수수료

2023-06-25

[기자의 눈] 홈리스들이 기다리는 희망 한조각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이었다. 지난 9일 취재를 위해 LA한인타운 올림픽 길 주변의 한 홈리스 텐트를 찾았을 때의 심정이다. 먼발치에서만 봤던 길거리 노숙자 텐트는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텐트를 직접 찾아가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홈리스 이슈는 하루가 멀다고 논란이 벌어지는 LA의 대표적 현안이다.  그동안 기자도 숱한 홈리스 관련 정책과 사건·사고 기사들을 다뤘지만 직접 그들을 찾아가 마주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긴장감이 팽팽할 줄 알았던 한인 홈리스 들과의 만남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흘러갔다. 오히려 본인들의 굴곡진 인생사를 털어놓을 곳이 생겨서일까, 적개심보단 반가움으로 기자를 대하는 듯 느껴졌다.   가까이서 보고 들은 그들의 삶은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많았다. 어쩌면 사회의 밑바닥이라 여겨지는 그곳엔 절망만이 가득할 것 같지만, 의외로 희망도 엿보였다. 더 잃을 게 없다며 남은 건 ‘회복’ 뿐이란 사실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검은 종이 위의 밝은색이 더 잘 보이는 것처럼 그곳에서의 희망도 그랬다. 비록 지금은 처참한 환경 속에 있지만 누군가 손 내밀어주길 간절히 기다리며 그때가 다시 일어날 시간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매개체를 찾는 건 쉽지 않다. LA시가 매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홈리스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두드러진 성과는 없는 실정이다. 아직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    한인 홈리스들은 더 어렵다. 홈리스 세계에서도 한인들은 소수계이기 때문이다.     LA카운티 홈리스 숫자 가운데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의 비율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한인 홈리스를 위한 하우징·일자리 제공 등의 지원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노숙자 지원 단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LA한인타운 내 한인 노숙자 숫자는 100~200명쯤으로 추산된다. 한인 봉사단체와 교회 등에서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을 돕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은 홈리스의 존재를 골칫거리로 생각한다. 동네 미관을 해치고 불결한 환경을 만드는 홈리스는 신고의 대상일 뿐, 그들에게 손을 내밀 생각은 하지 못한다.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그들의 삶을 헤아리는 것보다 어쩌면 더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만난 세인트 제임스 성공회 김요한 신부는 “사람들이 자기 동네에 노숙자가 보이면 전화를 해 와서 데려가라고 한다”며 “집에 이미 함께하고 있는 노숙자들이 많으니 ‘직접 맡아라. 나도 하는데 왜 못하냐’고 하면 입을 싹 닫는다”고 말했다.     현실을 지적한 그의 말은 개인적으로도 찔림으로 다가왔다. ‘누군가 하겠지’, 아니 ‘누군가는 해야 해’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에 항상 ‘나’는 없었다.   세상을 따뜻하게 밝히는 힘은 언제나 거대한 혁명이 아니라 작은 관심과 친절이었다. 2013년 시러큐스대 졸업식 축사에서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로 꼽히는 조지 손더스는 “내 평생 최대의 후회는 친절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멋진 인생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친절하라”고 말했다. 이 축사는 그해 미국 대학 졸업식 최고의 축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도운 어떤 이의 헌신적인 스토리에 대해 박수를 보낼만한 마음 따뜻한 이야기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라고 치부하진 않는가. 그러는 동안 누군가는 간절한 심정으로 다른 이의 작은 친절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돌아오는 주에 맛있는 음식이라도 싸 들고 다시 한번 올림픽 길을 찾아가려 한다. 그들의 고달픈 인생에 아주 작지만 달콤한 희망 한 조각이라도 되길 바라면서.   장수아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홈리스 희망 한인 홈리스들 홈리스 텐트 la카운티 홈리스

2023-06-19

[기자의 눈] ‘리커스토어 드림스’가 전하는 메시지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온 한인들이 많이 선택한 비즈니스 가운데 하나가 리커스토어다. 당시 특별한 기술이나 많은 자본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비즈니스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0년 말쯤에는 사우스LA 지역 리커스토어의 75% 가량이 한인 소유였다는 얘기도 있다.  이들은 인종차별과 각종 범죄 피해 등 열악한 환경에도 성실함과 끈기로 경제적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리커스토어 드림스(Liquor Store Dreams)’는 한인 2세인 엄소연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다. 엄 감독은 리커스토어 업주이자 자신의 아버지 엄해섭씨를 주인공으로 이민 가정에서 나타나는 세대 및 문화 차이를 담고 있다. 이른바 ‘리커스토어 베이비’인 엄 감독도 직접 출연해 사실감을 높였다.       1992년의 4·29폭동을 직접 겪었던 엄해섭씨는 여전히 아픈 기억과 흑인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다. 반면,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엄 감독은 인종평등 의식이 더 강하다. 엄 감독은 흑인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과거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아버지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엄씨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터졌을 때 4·29때 처럼 또 폭동이 일어날까 봐 너무 무서웠다”며 “경험하지 않았으면 얘기하지 말라”고 엄 감독에게 말하기도 한다. 반면, 엄 감독은 “경찰의 과잉진압 탓에 흑인이 죽어서 벌어진 일”라며 “흑인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보고 슬픔을 이해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리커스토어 드림스’에서는 차별 문제를 경험한 한인 1세대 부모와 인종화합을 중요하게 여기는 2세대 자녀 사이의 문화적 차이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또 세대 차이로 인한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도 드러내고 있다. 여자는 나이가 되면 결혼해서 가정을 이뤄야 한다는 부모님과 결혼은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딸. 엄 감독 부녀의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은 대부분의 한인 가정이 겪는 모습이다.     한국에서도 세대 간 갈등은 있지만 미국의 한인 가정에서는 문화적 차이가 더해져 자칫 골이 깊어지기 쉽다. 한인 이민 가정에서는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아닌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문화 동화 작용이 일어나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러한 갈등을 예방하거나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인 1세대와 차세대 간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차세대는 무엇보다 자신의 뿌리인 한국 문화에 대해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필요조건이 한국어를 배워 부모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일이다. 또한 부모세대가 이민 초기에 겪었던 차별과 어려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한인 사회를 만든 부모 세대의 헌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1세들 또한 특정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모두가 평등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엄 감독은 다큐멘터리에서 “차별은 바꿀 수 없지만, 차별을 없애기 위해 우리 자신을 스스로 교육해야 하며 싸워야 한다”며 “인종을 떠나 문화가 함께 모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문화로 인해 기존의 문화가 사라지는 현상은 문화 동화다. 하지만 한인 가정에는 두 개의 다른 문화 요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문화 공존이 더 바람직하다고 한다. 그래야만 어느 한쪽의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한인 가정은 ‘이민자 가정’, 한인 사회는 이민자 사회라는 독특함이 있다. 부모 세대는 미국 문화를, 차세대는 한국 문화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통해 부모 세대와 차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한인 차세대들의 정체성 혼란도 막을 수 있다.  세대 간 이해와 화합만이 한인 이민 역사가 더 오래 지속하고 발전할 수 있는 열쇠다.   김예진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메시지 한국 문화 한인 이민 문화 동화

2023-06-12

[기자의 눈] 변화가 무서워진 시대

세상이 점점 빠르게 바뀌는 듯하다. 하지만 요즘의 정보기술(IT) 발전이 달갑지만은 않다. 과거 벽돌만 하던 휴대용 전화기는 한 손에 잡힐 정도로 작아졌지만 동영상과 오락 기능까지 갖춘 똑똑한 스마트폰이 됐다. 다양한 기능 덕에 현대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지만, 단점도 있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해져 잠시라도 스마트폰이 수중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젊은 세대가 많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전달에 익숙해져 유튜브에 떠도는 찌라시 또는 가짜뉴스를 경계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될 당시 대중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던 이런 논란들은 이젠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었다.   오늘날 기술 개발의 역점은 인공지능(AI)에 있다. 지난해 오픈AI의 챗GPT가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된 후 전 세계 테크 업계의 초점은 AI 개발에 맞춰졌다. 이런 경장 탓에 AI개발이 벌써 레드오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람의 말투로 대화하고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몇 초 만에 수백자의 글을 쏟아낸다. 다만 여기서도 과거 스마트폰이 그랬듯 풀어야 할 사회적, 윤리적 과제들을 안겨준다. 챗GPT를 이용해 대학 과제를 제출하는 사례가 늘자 학계에서는 시험, 논문 등에서 AI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업계에선 일부 단순 업무 인력은 아예 챗GPT로 대체되는 경우도 생겼다.     AI의 놀라운 성능에 업계 일부에서는 AI 개발을 잠시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이 일상 속에 자리 잡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상당히 많다. 경제적 빈부 격차는 정보 접근성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데이터 기반 기계학습을 맹목적으로 신뢰해 편향적인 사고를 기르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논점도 언제나 그랬듯 시간이 갈수록 무뎌질 것이다.   미래에는 어떨까? 거의 모든 업계의 판도를 뒤엎을 게임체인저로 평가되는 양자 컴퓨터가 다음 주자가 될 것 같다. 일반적인 컴퓨터는 비트(bit) 단위로 2진수, 0 또는 1의 연산을 수행한다. 반면 양자역학 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연산하는 큐비트(Qubit) 단위 중첩 정보처리법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들자면, 기존 컴퓨터로 수천 년이 걸릴 암호 해독이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해독 시간을 초 단위로 줄이고 정확도는 증가시킬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양자 컴퓨터가 늦어도 30년 안에, 빠르면 십여년 뒤에 정식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 IBM 등 빅 테크 기업들이 이미 나서고 있는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면 보안 위기도 함께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암호해독이 이 정도로 빨라지면 보안·암호체계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또 빠른 계산 덕에 사람보다는 효율 중심의 세상이 올 것이다. 가치보다 효율이 우선시 되면 일자리가 대거 없어지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윤리적 죄책감도 사라질 수도 있다. 사람보다 기계가 우대받는 시대가 올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새 시대에 맞춰 삶도 변화한다. 스마트폰 상용화로 전화통화보다 문자가 편한 시대가 온 것처럼, 검색을 위해 구글링보다 챗GPT를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을 사용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이 더 무서운 ‘FOMO(Fear Of Missing Out)’의 시대다. 이럴 때 제약 없는 기술 발전을 유도하는 것만이 무조건적인 해답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인공지능 개발에 제동을 거는 것도 정답이 될 순 없다. 인공지능에 답을 맡길 수 없는 문제라면 시대의 발전 과정을 관측하고 오답 노트를 작성할 때다. 시대에 발맞춰 따라가는, 인공지능이 대답하지 못하는 인간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훈식 /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변화 스마트폰 사용 양자 컴퓨터 과거 스마트폰

2023-05-23

[기자의 눈] 한인 가족 앗아간 총격범의 ‘피해자 역할극’

“내가 증오하는 인종의 여자와는 동침하지 않을 거야. 강간이 아니라면 말이지.” 지난 6일 텍사스 주 댈러스 교외 쇼핑몰에서 한인 가족 3명을 포함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범 마우리시오 가르시아의 SNS에서 이런 여성 혐오 글이 다수 발견됐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수사 중이지만 그는 백인 우월주의와 네오나치즘에 빠진 극단적 인종주의자일 뿐 아니라 여성 혐오도 심했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가르시아는 자신을 ‘인셀(incel)’이라고 불렀다. 미 최대 유태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인셀을 ‘낭만적이거나 성적 애착을 형성할 수 없는 자신의 무능력에 대해 여성과 사회를 비난하는 젊은 이성애 남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텍사스대학 연구팀도 인셀의 특징에 대해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며 “삶의 만족도는 낮은 반면,  우울, 불안, 외로움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연방수사국(FBI)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총기 난사범 가운데 정신질환자는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총격범이 돈·결혼·직업 등 평범한 고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한편, 자신을 불의의 피해자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 재산, 명예 등에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피해의식(victim mentality)’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피해의식은 실제 피해 발생 여부와는 관계가 적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는 가질 수 있지만, 피해의식을 갖는 경우는 드문 이유다.     피해의식은 어떤 사건이 마음속 깊이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로 인해 어떤 내면적인 법칙을 형성하게 되었을 때 나타난다. 그래서 유사한 환경이나 상황, 조건이 갖춰진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속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피해의식을 갖는 사람들의 특징으로 ▶자신을 피해자로 보이게 하고 동정의 대상이 되려고 노력함 ▶도움을 받지 못하면 좌절감을 느낌 ▶무의식적으로 사실을 조작함 ▶원치 않는 상황의 원인을 타인 탓으로 돌림 ▶자신의 삶이나 상황에 대한 개인적 책임을 부정하는 것 등을 꼽고 있다.   피해의식이 무서운 점은 본인이 가해자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잘못은 본인이 했음에도 피해자를 포함해 타인은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가해자 내지 잠재적인 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존재는 자신뿐이라 여긴다. 사이언스 저널리스트 존 호건은 피해의식이 강한 신념 및 집단의식과 만날 때 테러 같은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피해의식의 심리학’ 저자인 대체 의료 치료사 야이아 헤르프스트는 피해의식을 두고 ‘피해자 역할’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자신의 고통과 불행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음으로써 책임회피와 보상심리를 충족하려는 일종의 역할극이라는 것이다.  그는 피해의식은 영원히 정신적 미성년자로 머물게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의식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본인이 피해의식에 둘러싸여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해야 한다. 본인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잃지 않아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본인이 불완전한 인간임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남들에게 그렇지 않은 척 위장하는 것보다 본인의 연약함을 용기 있게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자기 발전에 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방법이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생각해야 한다. 모든 고난 가운데는 배울만한 것들이 있다. 그저 한탄과 자기 연민으로 넘기느냐, 아니면 배울 점을 찾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냐는 인생의 다음 단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부정적인 사고의 바다에 스스로 빠져 허우적거리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피해자 가면을 움켜쥘수록 커지는 것은 좌절뿐이다. 피해자 역할극 놀이에서 벗어나자.   장수아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총격범 역할극 한인 가족 여성 혐오도 텍사스대학 연구팀

2023-05-16

[기자의 눈] 이자는 올리고 혜택은 줄이는 카드 업체들

성인이 되면 필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크레딧 점수를 쌓는 지름길이자, 개인 재정 관리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크레딧카드다.     크레딧카드가 되려 금융관리를 어렵게 하고 과소비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말이다. 실제로 크레딧카드를 사용하다 보면 금융 소비에 대한 물리적 체감이 어렵다. 반면 현금 사용은 심리적 작용으로 과소비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크레딧카드가 꼭 필요한 이유는 다양하다. 호텔에서 체크인할 때, 자동차 수리를 맡기고 렌터카가 필요할 때 등 사용자의 책임을 보증한다는 의미로 크레딧카드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혜택도 다양하다. 캐시백 또는 포인트 적립부터 연회비가 있기는 하지만 공항 라운지 이용, 우버 또는 여행 크레딧 등도 이에 해당한다. 카드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매년 새로운 혜택의 카드들을 내놓고 있다.   당연히 카드사들은 고객들에게 좋은 혜택을 주고 싶어 안달이 난 기부단체가 아니다. 땅을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주 수입원은 바로 이자다. 금융정보 업체인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지난 4월 19일 기준 평균 크레딧카드 이자율(APR)은 역대 최고 수준인 20.22%다. 이전 최고치인 1991년 7월의 19.00%를 훌쩍 뛰어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5%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5%포인트나 높다.     더 크 문제는 계속 불어나는 복리이자 시스템이다. 뱅크레이트의 계산에 따르면 5000달러의 금액을 최소 지불액(minimum payment)만 결제한다고 가정했을 때 20%의 이자율을 적용하면 시 전액 상환까지 677개월, 이자로만 2만2126달러를 내야 한다.   APR이 오른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기준 금리 인상이 있다. 현재 기준 금리는 4.75~5.00%에 이른다. 최근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폭이 둔화하는 등 인플레 완화 신호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지만, 아직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금융권의 판단이다. 반면 금리가 다시 오른다면 크레딧카드 이자율도 동반 상승해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런데도 크레딧카드 사용은 증가세다. 근로자들의 급여 상승률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산다는 이들도 늘고 있다. 부익부는 아닐지라도 빈익빈 현상은 분명하다.     카드 대금 미납 증가와 높은 이자율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곳은 카드 업체들이다. 크레딧카드 업체 디스커버는 지난 1분기 순이자 수익이 예상치를 상회한 31억3000만 달러에 달했다.  작년 동기 대비 26.3%나 급증했다.     카드사들은 높은 금리와 늘어난 카드 사용액으로 배를 불렸지만 고객에 대한 혜택은 줄였다. 최상위급 여행용 크레딧카드라고 불리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플래티넘 카드는 2021년 연회비를 550달러에서 695달러로 145달러나 인상했다. 하지만 특별 공항 라운지 이용권인 PP(Priority Pass)에 추가 혜택인  레스토랑 크레딧은 없앴다.  전용 센추리온 라운지는 사람이 넘쳐 연간 7만5000달러를 사용하지 않으면 동행자 1인당 50달러를 내야 한다. 동급카드인 캐피털원도 PP 레스토랑 크레딧을 최근 없앴다. 자동 가입되는 무료 여행자 보험도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다며 연회비는 올렸지만, 혜택은 오히려 줄인 것이다.     이를 보면 지난해 개스값 폭등으로 폭리를 취한 정유사들의 사례가 떠오른다. 정유사 임원들은 급등한 수익 덕에 보너스까지 두둑이 챙겼다. 엑손의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급여가 52%나 올랐다. 정유사의 이런 횡포에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는 칼을 빼 들기도 했다. 전국 최초의 ‘정유사 폭리 처벌 법안’에 서명한 것이다. 크레딧카드 업체들도 긴장해야 할 것이다.   서민들의 피와 땀은 외면한 채 수익만을 생각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우훈식 /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혜택 카드 크레딧카드 이자율 크레딧카드 사용 기준 금리

2023-04-23

[기자의 눈] 용서는 날 위한 이기적 행동

‘용서하라.’ 때론 참 이기적인 말처럼 들린다. 특히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에게 건넸을 땐 잔인하기까지 하다.     최근 가까운 지인이 불미스러운 일의 피해자가 됐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기자 일을 하며 웬만한 별일을 다 봤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의 이면은 생각보다 더 추하고 더러웠다.     가해자의 이기심은 한 사람, 그리고 한 가정을 파괴했다. 그를 향한 피해자의 분노와 절망은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그의 억울함을 들어주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지인의 마음은 언제나 사건 당일, 그 시각에 머물고 있었다. 자책과 미움, 연민과 증오의 감정선에 얽혀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했다. 인간의 탈을 쓰고 동물도 안 할 짓을 저지른 상대에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이렇게 울화가 치미는데 당사자는 오죽할까. 오열하는 그에게 진정하라는 말조차도 쉽게 건네지 못했다.     하지만, 신앙인이었던 피해자는 ‘복수’에 대해서는 마음을 삼켰다. 복수의 시작은 어쩌면 ‘용서’와는 영영 이별을 뜻할지도 모른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분노로 희미해진 마음에도 그는 어렴풋이 알고 있는 듯했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결국 그 종착역이 용서여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저명한 정신의학자들과 종교계 리더들은 용서가 철저히 본인 중심의 행위라는 것을 강조한다. 용서를 사전적 정의로만 보면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줌’이다. 용서를 받는 상대에게 혜택이 더 큰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신약성경에서 ‘용서하다’로 번역된 그리스어의 문자적 의미는 ‘떠나가게 하다’, ‘멀리 보내다’, ‘놓아주다’ 등이다. 즉, 자신을 갉아먹고 있는 앙심을 자신의 마음에서 떨쳐내고, 멀리 보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용서는 나에게 잘못을 한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바탕이라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용서는 과거로 회귀하게 하는 분노와 절망 등 숨 막히게 하는 감정들을 떨쳐버리고, 멈추게 하는데 초점이 있다.     하버드 의대 조지 베일런트 정신과 교수는 용서에 대해 ▶용서는 범죄에 대한 관용을 의미하지 않는다 ▶용서는 망각을 의미하지 않는다 ▶용서는 지나간 고통을 제거하지 않는다 ▶용서는 가해자를 너그러이 봐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대를 깊이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는 것에 마음의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는 마음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용기가 용서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하트마 간디는 “약자는 용서할 수 없다. 용서는 강자의 속성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무엇보다 용서의 가장 역설적인 속성은 용서를 받을 때보다 용서할 때 더 큰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정신의학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종교적·도덕적 의무로 강요된 용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활성화되는 교감신경이 항진돼 혈압이 오르지만, 용서는 안정감을 주는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혈압을 낮추고 심장병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용서는 철저하게 자신을 위한 행동이다. 증오와 분노, 적개심과 괴로움이 똬리를 튼 마음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정신도, 건강도 해치기 마련이지만, 용서했을 때 찾아오는 평화는 용서를 받은 상대가 아닌 용서한 나의 건강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찬란할 수 있는 내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우도록 내버려 두지 말자. 오직 나의 평안과 미래를 위해 용기 있게 이기적인 선택을 하자.     남을 용서하는 것,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행동이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용서 행동 이기적 행동 분노 적개심 종교계 리더들

2023-04-16

[기자의 눈] ‘오아시스’는 진짜가 아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주인공인 웨이드 와츠는 2045년 암울한 현실과는 달리 새로운 자아를 형성해 어디든 갈 수 있는 가상현실인 오아시스(OASIS)에 매일 접속해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현실의 그는 컨테이너를 쌓아 올린 빈민촌에서 생활하면서 희망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오아시스에서만큼은 파시벌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활발하고 낙천적이며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미래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판타지스러운 영화 속 와츠와 같은 삶이 우리에게 조금 더 빠르게 찾아오고 있다. 바로 메타버스라는 온라인 공간의 가상현실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재 로블록스(Roblox), 제페토(Zepeto), 게더(Gather) 등이 메타버스를 출시해 오아시스를 실현시켜 주고 있다. 로블록스는 전 세계 누적 가입자 수 10억 명을 돌파하며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하고 쉬운 조작 방식으로 주 사용자의 연령층은 13세 이하의 알파 세대들이다.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 Z에서 출시한 제페토는 개성 있고 트렌디한 플랫폼으로 여성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듯 메타버스 시대는 예상보다 10년 일찍 우리에게 다가왔다. 몇 년 뒤에는 게임을 넘어 업무와 교육 등 더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브레이브터틀스의 케빈 김 대표는 “메타버스는 현실보다 더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을 제공한다”며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와츠는 오아시스를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는 낙원이다. 키가 커지고 예뻐지고 성별을 바꾸거나 다른 종족, 만화 캐릭터 등 모든 게 된다”고 표현한다.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에서 무한한 세계를 경험한 와츠처럼 우리도 곧 현실과는 또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될는지도 모른다. 김 대표는 “레디 플레이어 원의 가상세계는 앞으로 우리가 성장해 나가야 할 단계”라며 “현재의 메타버스 기술 수준은 영화에서 펼쳐진 가상현실로 가는 중간쯤 와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상현실이 보편화 되면 와츠가 그랬듯 현실이 힘들수록 가상공간으로 도피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현실 세계에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가상세계에서 충족하려고 하는 ‘메타폐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게임 폐인과 비슷한 형태로 가상공간에서만 활동하는 사람들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서 와츠가 “오아시스 말고는 갈 데가 없어요. 내 삶의 의미를 찾는 유일한 장소에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많은 사용자가 가상세계의 삶에 집착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말로 가상세계 속 행복이 현실의 어려움을 초월할 수 있을까?  와츠는 가상현실로 도피해 삶을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현실은 두렵고 고통스러운 곳인 동시에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곳’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렇듯 가상세계가 현실을 피하기 위한 도피처가 된다면 결국 가상세계는 우리에게 또 다른 재앙을 안겨줄 것이다. 영화에서도 와츠는 오아시스 운영권을 가지게 된 이후 사용자들의 가상세계에 대한 집착을 줄이기 위해 일주일에 2번 오아시스의 문을 닫기로 결정한다.     아무리 현실 같은 가상세계라도 현실을 벗어나 살 수는 없다. 가상현실이 우리에게 위안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가상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실은 우리가 실제로 겪어야 하는 삶의 현장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맞서나가는 삶을 살 때 진정한 ‘나’를 완성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현실만이 유일한 진짜니까. 김예진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오아시스 오아시스 운영권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버스 기술

2023-04-09

[기자의 눈] 위기관리가 중요한 이유

“명확한 위험을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은행감독 부의장 마이클 바는 상원 청문회에서 최근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위기관리 잘못을 지적했다.     청문회에서 연준은 실리콘밸리은행의 경영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바 부의장은 2021년 11월 연준 은행 감독관이 처음 우려를 제기했고, 파산 직전에는 신용도 등급도 낮췄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와 경영진의 잘못으로 폭풍우가 몰아쳤다는 것이다. 예금자들이 지난 9일 하루 SVB에서 인출한 돈은 420억 달러에 이른다. 무엇보다 SVB의 최고위험관리책임자 부재와 자산 가치 하락을 초래한 금리 인상에 대비한 대책 미비가 지적됐다.     현재 스타트업 가운데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없는 곳이 많다. 즉석 라면으로 성공한 ‘임미’라는 업체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을 케빈스(Kevins)라고 부르는 이 업체의 창업자들은 3년 전 라면을 저탄수화물, 고단백 및 식물성 인스턴트 식품으로 재창조해 주목을 받았다. SVB 붕괴 일주일 전 케빈스는 테니스 선수 나오미 오사카, R&B 가수 어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아폴로 오노 같은 유명 투자자들이 포함된 1000만 달러 시리즈A 펀딩을 발표했고,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6배나 급증했다. 그러나 11명으로 구성된 전도 유망한 이 회사에도 파트너 은행인 SVB의 파산 같은 위기를 감지하거나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없다.     위기관리는 스타트업만 필요한 게 아니다. 가정에도 스몰비즈니스에도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SVB의 붕괴는 그 은행과 거래하지 않는 한 나와 상관없는 일 같다. 하지만 미국 총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을 바로 위협하고 있다.     신용 경색 시 은행은 대출 기준을 크게 높여 대출받기가 어려워진다. 은행이 재정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내미는 높은 이자율 등의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 대출이 줄어들면 소비자와 기업의 지출도 줄어든다. 이것이 경제침체의 전주곡이다. 많은 경제학자는 최근 연준의 조치와 은행 혼란으로 대출 조건이 강화되면 경제 전반을 압박하게 되고 소비 위축으로 올해 경기침체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불안은 바로 소비 패턴의 급격한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크레딧카드 일시불 결제나 현금 구매가 줄어들고 있다. 가구 같은 고가 제품은 많은 사람이 할인 및 할부 프로모션을 기다리거나 선구매, 후결제(BNPL)를 선호한다.     대량 구매도 모두 미루고 있다. 가전제품 판매는 감소했고 자동차 판매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구매는 급감 수준이다. 한인들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 지치면서 온라인에서 대폭 할인하는 저가 제품을 사고, 가성비 좋은 중고제품을 찾고,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등 소비 패턴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한인들의 달라진 소비패턴은 한인 소매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하던 업체들은 매출이 줄어들자 온라인 판매로 눈을 돌리고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의 흐름을 바꾸려면 금리와 물가 모두 내려가야 한다. 그때까지 소비자와 소매업체 모두 위기관리 내공을 키워야 한다. 소비자는 소비 패턴을 바꾸고 소매업체는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탄성 있는 영업 마케팅 전략은 필수다. 취재하다 만난 한인 소매업체 대표는 “오르막을 앞두고 힘들어도 한 발자국 발을 떼고 올라가다 보면 또 다른 차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위기관리가 생존의 핵심이다.  이은영 / 경제부 부장기자의 눈 위기관리 위기관리 잘못 은행감독 부의장 연준 은행

2023-03-29

[기자의 눈] 메타의 가상현실과 진짜 현실

메타버스란 ‘가상’을 뜻하는 ‘메타’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가상 우주 또는 가상현실(VR)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2021년은 메타버스의 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생활의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다. 기업의 회의와 미팅도 줌(Zoom)으로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가상현실에 빠르게 적응해갔다.   2020년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 시대가 온다”라고 말했다. 암호 화폐와 블록체인, NFT 등 혁신 기술이 발전한 것도 한몫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2021년 가상현실 사업 확장을 발표하며 회사명을 아예 메타(Meta)로 바꿨다. 메타는 이때 메타버스가 사용자들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의 트렌드는 메타버스에서 인공지능으로 눈 깜짝할 새 바뀌었다. 메타버스의 인기가 사그라든 것은 단지 트렌드의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메타가 광고한 가상현실의 실패는 진작 예견된 바였다.     메타버스 형태의 가상현실은 사실 많은 사람에게 이미 익숙하다. 대표적으로 젊은 층이 즐기는 온라인 비디오게임이 그렇다. 사용자의 캐릭터를 치장해 온라인상의 유저들과 소통하고 플랫폼 안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온라인 게임들은 VR기기를 착용해야 하는 메타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진정한 메타버스란 가상현실 속에서 유저들이 실재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기술력으로는 인간의 모든 감각을 VR과 연결하기는 불가능하다.     메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리얼리티랩스에 36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메타가 현재 판매 중인 VR 기계는 몇 년 전 개발된 기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화질이 좋아지고 무게가 줄었을 뿐 메타가 그동안 홍보한 메타버스에서의 몰입감을 업그레이드할 투자라고 볼 순 없다.     줌 회의를 메타버스로 전환한다고 생각해보자. 참여자가 VR기기를 착용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로 변한다고 해서 회의나 미팅의 소통 형태가 바뀐다고 할 수 없다. 상대방의 표정도 볼 수 없다. 메타버스는 사용자가 현실과 차단되어 가상 공간에서의 실존감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메타의 VR은 컴퓨터 화면을 가깝게 보는 것이 전부다.     차별화된 콘텐트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디지털 플랫폼이 유지되려면 유저들이 들어오고 끊임없는 콘텐트의 생성과 재생성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메타는 새 유저들을 끌어들이고 이로 인해 생태계를 유지할 콘텐트가 없다.     지난 2003년 메타버스의 원조라고 불리는 세컨드라이프는 유저들이 가상 공간에 모여 3D 아이템을 만들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약 20년 후 메타는 이와 비슷하게 유저들이 VR에서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 ‘호라이즌’을 구현했다. 하지만 발전은 없었다. 호라이즌은 출시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유저 소통 외에 새로 추가한 기능이 전무할뿐더러 최대 30만 명을 기록한 월간 접속자 수는 최근 20만 명으로 줄었다. 들어오는 고객은 없고 나가는 고객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저커버그의 메타버스는 단순히 메타의 과장된 광고다. 적어도 아직은 가상현실 또는 증강현실은 실현 불가능한 꿈이다.   저커버그는 아직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차갑다. 리얼리티랩스는 지난해에만 137억 달러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메타의 주가는 가상현실 붐이 일었던 2021년과 비교해 약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또한 메타는 지난해 비용절감을 목표로 1만1000명의 감원에 이어 이달 1만 명의 추가 감원을 예고했다.     반면 함께 메타버스를 개척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 투자 성공으로 이젠 인공지능 시장의 선두주자가 됐다. 일찍이 메타버스 사업 모델을 정리하고 다른 미래 먹거리를 찾은 덕이다. 메타도 이제는 달콤한 꿈에서 깨고 현실을 마주할 시간이다. 우훈식 /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가상현실 메타 메타버스 형태 이때 메타버스 메타버스 시대

2023-03-21

[기자의 눈] LA한인타운 개발붐의 딜레마

1949년 미국 정부는 도시 슬럼화와 빈곤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도시재개발 정책인 ‘하우징 액트(Housing Act)’를 시행했다. 당시 지역사회의 골칫거리였던 슬럼화된 주택들을 철거하고 신규주택을 건설하면 도시 슬럼화와 빈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도시재개발은 도시의 외형적 모습을 바꾸는 데는 일부 성공했지만, 내적으로 인종차별과 계층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면서 이전보다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불러와 정부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도시재개발은 노후 주택이 밀집된 주거지역 혹은 지역사회를 보다 좋은 환경으로 새롭게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좋은 환경’이란 단순히 외형적 개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역 주민들이 좀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는 ‘내면적 개선’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측면이 개발 과정에서 서로 양립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있다.     개발붐이 지속하고 있는 LA한인타운도 이러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한인타운은 계속된 재개발 덕에 1970~80년대 서울 뒷골목이 연상된다는 비아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신규 아파트 건설이 매년 수십건에 달하고 해마다 수천 유닛이 공급되면서 한인타운의 외향은 상전벽해 수준으로 변했다.     지난해 한인타운에서 진행됐던 다가구 주택 건설 프로젝트는 30여건을 넘었고, 5300유닛이 넘는 신규 공간이 쏟아져 나왔다. 올해도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20여건에 달하고 새롭게 2000유닛 이상이 공급될 예정이다. 1년 만에 7000여 유닛이 새로 생겼고, 최소 1만여 명의 신규 세입자들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가주는 주요 교통 시설 0.5마일 이내 지역에는 최소 주차장 규정을 없앤 법(AB 2097)도 시행 중이다. 주거 시설 추가 확보를 위해 아파트 등 공용 주택의 주차장 의무 확보 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도시개발 전문가와 정부관계자들은 요즘 많은 젊은 층은 자동차 소유를 꺼리고 우버와 리프트 같은 자동차 공유서비스도 발달해 주거 공간 확보에는 이런 정책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2026년 월드컵과 2028년 올림픽 개최에 따른 특수와 다운타운과 웨스트LA의 중간에 놓인 지리적 이점 덕에 한인타운에 대한 투자는 우후죽순 커지고 있다. 한인 자본을 넘어 한국 업체들도 줄이어 진출하고 있고 중국계와 타인종 자본의 유입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뤄지고 있는 재개발 사업은 지역의 역사성과 매력의 훼손, 과도한 개발로 인한 교통 혼잡 및 경관 악화 등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성장 위주의 도시계획과 개발에 지역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있고, 사회적 형평성, 주변 지역과의 조화, 환경에 대한 고려 등도 없이 외형적 성장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재개발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도시 중심부의 노후화로 인해 불가피하게 시행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치솟는 렌트비에 기존 거주민들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계속되는 등 개발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로 인한 부작용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세입자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향후 더 큰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경고는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재개발은 단순히 노후화된 건물을 헐고 다시 짓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인타운 주민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에서의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재영 / 경제부 차장기자의 눈 la한인타운 개발붐 당시 지역사회 도시 슬럼화 지역 주민들

2023-03-20

[기자의 눈] 현대판 판도라의 상자

코로나19로 비대면 및 온라인 활동이 증가하면서 미디어 플랫폼에도 변화가 생겼다. 바로 영상 콘텐트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특히 숏폼(short-form) 플랫폼이 하나의 메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됐다.     숏폼은 몇 초부터 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말한다. 모바일이 익숙한 MZ세대(1980년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콘텐트의 주 소비자로 자리 잡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소비 트렌드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는 MZ세대는 이미지나 텍스트보다 동영상을 선호한다. 여기에 숏폼은 짧은 영상 콘텐트를 통해 다른 사용자와 소통하며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TV나 PC 시대의 동영상이 가로 위주였다면 스마트폰 중심의 숏품 플랫폼에서는 세로 영상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숏폼 플랫폼인 ‘틱톡’은 지난 2018년 시작해 5년 만에 월간 사용자 수가 10억 명을 돌파했으며, 현재는 30억 명이 이용하는 세계 1위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틱톡의 지난해 매출은 약 95억 달러로 추산됐다.      현재 215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한국 틱톡커 ‘온오빠’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영상이 더 익숙한 MZ세대는 부담 없이 시청할 수 있는 짧은 영상을 선호한다”며 “영상 길이가 짧아 제작 및 편집이 비교적 간단해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핵심 내용만 간결하게 전달하는 방식인 숏폼 콘텐트는 대부분 단순하고 즉각적인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이렇듯 틱톡 등의 등장으로 미디어 플랫폼 및 콘텐트 시장은 유통 및 소비 방식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다른 소셜미디어 매체인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도 15~30초 등의 짧은 영상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을 잇달아 출시했다.     이러한 숏폼은 빠른 공유 속도와 해시태그를 사용한 간편한 검색으로 시청자들의 입맛대로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최근 틱톡 내 청소년들 사이에서 기절할 때까지 숨을 참는 ‘블랙아웃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실제 수십 명의 미성년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현대·기아차 훔치기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전국적으로 차량 도난 사건도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24일 뉴욕주 버팔로에서는 기아차를 훔쳐 도주하던 10대 6명이 차량 충돌 사고로 4명이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이같이 틱톡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기승을 부리자 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트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영리단체 디지털 증오대응센터(CCDH)는  지난 12월 틱톡 사용 3분 이내에 자살 관련 콘텐트를 보게 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 뿐만 아니라 짧은 영상으로 무한 재생되는 숏폼은 ‘디지털 마약’ 같은 중독성을 가져 젊은 층의 수면 시간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또한 숏폼에 대한 중독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청소년들도 늘고 있다.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기술력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더 편해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정신 건강은 더 피폐해지고 있다. CCDH 설립자인 임란 아메드는 보고서를 통해 “미디어 플랫폼 사용자들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로운 게시물에 폭격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휴대폰 하나로도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소통하고 삶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이 아직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사회성 부족, 수면 방해, 우울증 등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급속하게 진화하는 미디어 플랫폼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우리 삶과 사회에 침투하고 있다. 김예진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현대판 판도라 미디어 플랫폼 숏품 플랫폼 콘텐트 시장

2023-03-06

[기자의 눈] 온전한 나를 찾는 새로운 도전

마흔 살을 전후로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사람이 많다. 그동안은 대입, 결혼, 취업, 승진, 육아 등 인생에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느라 바쁘게 움직인 시기였다. 매년 목표도 세우고 열심히 달렸지만 좌절도 하고 쓴 실패도 맛보았다. 일련의 시련을 겪다 자신감을 잃고 포기한 적도 있다. 이렇게 지난 과거를 돌이켜 보면 왜 이리도 허무한지 인생 참 덧없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하는 게 이 나이 무렵이다.     우리는 늘 새로운 욕망이 충족되기를 원한다. 이것이 채워지지 않으면 공허함에 빠진다.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자. 우리는 지금까지 세상의 시선과 타인의 기대에 얽매여 살아오진 않았나. 마흔에 바라본 나는 정말 내가 원했던 모습인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원하지도 않은 길을 걸어오진 않았는지. 혹은 돈과 명예를 좇느라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잊어버리진 않았나. 꿈이 밥 먹여 주냐며 지레 겁먹고 나 자신을 잊어버리진 않았는지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나답게 살아야 함을 꾸준히 강조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사랑하려면 자기 자신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하고 더 나아가 경외심까지도 가질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자신을 알지 못할 것이다. 나도 자신을 믿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믿어줄 수 있을까. 이 감정이 격해져 학벌, 외모 등에 열등감까지 더해진다면 평생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다 행복이 무엇인지 끝내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행복은, 내가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찾아온다.   간혹 주변의 시선, 말에 감정이 휩쓸려 내 자신이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부정적인 기운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나의 에너지를 빨아먹는 흡혈귀 같은 존재는 일찌감치 떨쳐내야 한다. 내 에너지 버스에서 부정적 기운을 주는 존재를 최대한 빨리 하차시키는 것 이것은 결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내 자신의 이익을 위함이 아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기본자세다.   마음이 이끄는 일을 해야 한다. ‘가장이니까’, ‘부모님을 위해서’ 라는 수식어를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과 현실 간의 괴리 속 고민을 부정하진 않는다. 당장은 현실과 타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늘 내가 원하는 꿈, 간절히 갈망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잊어선 안 된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더 늦기 전에 인생에 온전히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흔히 인생은 산에 오르는 일에 비유되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내일은 또 오늘보다 더 올라서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제 온전한 내 모습이 되기 위해 잠들어 있는 거인을 깨울 시간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서야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압축해 실행하는 영화 스토리를 그냥 흘려버려선 안 된다. 우리의 인생은 단 한 번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결코 망각해선 안 된다.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길 수 있어야 한다.   권태기는 위기가 아니라 전환기다. 자기 삶의 진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새로운 동력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홍희정 / JTBC LA특파원기자의 눈 온전 도전 부정적 기운 에너지 버스 영화 스토리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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