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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그리운 어머니

“외롭게 있지 말고   하늘나라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시고   즐겁게 지내세요”   어머니와 헤어진 지 벌써 26년이 되었군요. 그곳은 어떠신지요. 가끔 제 꿈에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어머니는 평소대로 편안하시더군요. 중환자실에서 정해진 시간에 어머니를 마지막 뵈며 예수님, 하느님만 부르며 기도하시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하셨지요. 자식이 되어서 어머니를 가면 안 된다고 울면서 붙들지도 못한 것 지금 생각하니 그것 또한 불효였다고 생각됩니다. 어머니가 아프실 줄도 모르고 우리는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서 주말이면 여행 다니며 즐겁게 지낸 것 역시 지금 생각하니 불효였습니다.     어느 날 여행에서 돌아와 미국이 너무 아름답고 신기한 것들이 많아 길게 편지를 드렸지요. 막내에게 들으니 어머니는 그 편지를 머리맡에 두고 맨날 읽으며 “네 언니는 글도 잘 써” 하며 막내를 은근히 약 올리셨단 얘기도 들었어요. 제가 미국에서 돌아오면서 어머니 잠옷 가운을 사다 드렸을 때 어머니는 뭐하러 사왔느냐고 하셨지요. 예쁘고 멋진 것을 좋아한 어머니를 저는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그로부터 20일 후에 저 세상으로 가셨으니 그때 많이 아프셨을 텐데 속없이 굴었어요. 여의도 오빠 집에서 편안히 계셨지만 손주들이 모두 미국에서 공부를 하였으니 하루종일 얼마나 외로우셨어요. 대전 산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 뵙지 않았던 것도 이제 와서 생각하면 후회가 됩니다.     시어머니께는 매월 15만원, 20만원을 드렸으면서 어머니께는 그것도 드문드문 뵈면서 3만원 용돈을 드린 것 또한 죄송합니다. 언젠가 어버이날에 옆에 사는 동생과 동행을 했는데 고속터미널 지하상가를 돌며 예산 초과를 하지 않으려고 수없이 왔다 갔다하며 결국 흑백 바둑 무늬 원피스를 샀습니다.     그런데 좋다고 하면서도 작은 언니 주셨잖아요. 어머니는 고운 색을 좋아하는데 예산한 돈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어머니는 제가 그 적은 용돈을 드릴 때마다 항상 고맙다고 하며 ‘너희들이 나의 힘이다’고 하셨지요. 말 없는 오빠와 살면서도 우리 집에 오면 오빠 올케언니 칭찬만 하셨지요. 그 흔한 고부 갈등 한번 털어 놓지 않으셨지요. 그래서 우리도 어머니께 배웠습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 우리 애들을 보며 어쩜 그렇게도 조용히 공부도 잘 하냐고 하며 ‘너희 집은 천국이다’라고 하셨지요. 어머니, 아이들이 유학 끝나고 모두 미국에서 자리를 잡아 저희 부부도 옮겨와서 애들과 가까이 살고 있어요. 둘째 손녀를 보며 내가 능력이 없어 너희 엄마가 가고 싶은 대학도 못 보냈으니 그 소원 풀어 주라 하며 눈물을 훔치셨던 것 기억합니다. 그 애가 미국에서 대학교수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저는 전공하고 싶은 과를 못 갔어도 선생님이 되는 대학을 간 것 지금은 감사할 뿐입니다. 도시에서 학교 다니다가 방학이면 집에 내려가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그동안 쌓였던 얘기나 친구간의 스트레스를 조잘대면 다 응수하시며 제 편을 들어 주시면 저는 오히려 미안할 때도 많았습니다.     어머니, 인자하신 우리 어머니, 저는 가끔 어머니가 일본에서 사시며 아버지와 찍었던 신여성 어머니의 사진을 보곤 합니다. 우리 자매 여섯을 모두 합쳐도 어머니만한 인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 내조를 잘한 어머니. 어머니는 끔찍이도 아버지를 공경하고 노후에는 저녁이면 두 분이 장기를 두며 아버지의 속임수로 왈가왈부하며 즐거워하셨지요. 어머니, 아시겠지만 언니들 셋 모두 세상을 떠났어요. 이제 남은 4남매 중 저는 멀리 미국에 와 있고 한국에는 셋이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여동생 둘에게 너희만 없었다면 얼마나 편하겠냐고 하던 말씀이 서운해서 대표로 많이 울었지만 어느 날 외할머니께 호통을 맞으신 것을 보고 속이 후련했답니다. 그리고 어느 좋은 날 너희들이 없었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고 하며 미안하다고 정식으로 사과하셨어요. 어머니의 말씀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신 사랑으로 다 알고 있지요.   어머니, 이제 저도 거울 속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보곤 합니다. 어머니가 양귀비로 염색을 해 귀가 땡땡 부으면 제가 왜 염색을 하냐고 불평을 했고 어머니는 그때 너도 늙어봐라 하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어머니, 저는 염색한 검은 머리는 정말 싫어요. 그래서 뒤꼭지 머리 갈라진 부분만 갈색으로 살짝 염색하지요. 이제는 염색약도 좋아져서 귀도 붓지 않아요. 시간이 갈수록 어머니와의 일들이 또렷해집니다. 어머니 생전에 말씀하길 너희들 오기만을 기다리며 외롭게 사느니 친구가 많은 양로원에  보내달라고 하셨지요. 외롭게 계시지 말고 하늘나라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즐겁게 지내세요. 계절의 여왕 5월에 어머니의 가슴에 카네이션 한송이를 달아 드립니다. 이영희 / 수필가수필 어머니 신여성 어머니 어머니 잠옷 어머니 생전

2022-05-26

[수필] 진심이 담긴 배려

“장애로 인한   불편함보다   장애 때문에   받는 차별이   더 큰 문제다”   지난 4월에 있었던 아카데미 시상식에 올해의 남우주연상 후보인 윌 스미스가 부인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사회를 보던 크리스 록은 탈모증으로 머리를 밀어버린 스미스의 부인을 향해 ‘지아이 제인’ 2편을 보고 싶다며 농담의 소재로 삼았다. 순간 격분한 스미스는 단상으로 뛰어 올라가 록의 뺨을 때렸다.     록이 스미스에게 사과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여론은 스미스에게 불리하게 흘렀다. 원인 제공자에게 일차적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었는데 상처를 후빈 설봉(舌鋒)은 날이 지나면서 무뎌지는 느낌이었고 검봉(劍鋒)을 휘두른 쪽에 비난의 추가 기우는 것을 보며 장애인의 천국이라는 미국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낙동강 600리가 유유히 흐르다 바다로 흘러 들어가기 직전 허리를 살짝 틀어 물길을 낸 남도의 소도시에서 초등학생 시절의 끝자락을 보냈다. 오래 끌던 휴전협정이 조인되어서 마침내 전장에 포성은 멈췄지만 포연은 여전히 자욱한 피란지의 샛강에서 다슬기를 줍고 물장구를 치며 해가 저물도록 놀았다. 서울로의 환도 소식은 까마득했지만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았고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했다. 그토록 근심 걱정 없는 우리에게도 학교에 가면 명심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한 학급에 장애아가 한 명쯤은 있었는데 우리 반엔 두 명의 여학생 장애아가 있었다. 한 친구는 한쪽 다리가 많이 휘어서 걸음걸이가 불편했고 한 친구는 한 쪽 눈의 모습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이 아이들을 놀리면 엄격한 담임 선생님에게 남자아이들은 막대로 엉덩이를 세 대씩 맞았고 여학생들은 눈물이 쏙 빠지게 회초리로 손바닥을 맞았다.   10대 초반의 철부지들이 장애인에 대한 배려심을 무늬만이라도 갖추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의식의 밑바닥에 이미 장애인은 하자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자녀의 혼사를 앞둔 집안에서는 장애 형제자매를 숨기기에 급급했고 식구들에게 철저히 입단속을 시켰다. 천막 교실 바닥에 책걸상 대신 가마니가 깔린 엉성한 학교에서도 담임 선생님의 규율과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엄하기 그지없었다.   어느덧 우리들은 선생님을 따라 장애아에게 위장된 배려를 베풀기 시작했다. 누가 장애아 친구를 조롱이라도 하면 떼를 지어 그를 규탄하고 온 반이 나서서 장애 친구 편을 들었다.     그렇게 집단 위선이 모르는 새에 쌓여가던 무렵, 반에서 일이 터졌다. 다름 아닌 장애아 두 친구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한 명이 눈을 놀렸고 다른 애는 불편한 다리를 조롱했다는데 학교가 떠나가라 울어대는 두 친구를 붙들고 일의 발단과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사람은 담임을 포함해 아무도 없었다. 두 친구는 일주일이 넘도록 결석했고 두 집 부모만 번갈아 학교에 다녀갔다.     온 반이 패닉에 빠졌다. 어느 쪽이건 가담해서 편을 들어야 하는데 어느 편을 들지 몰라 혼란스러웠고 채 여물지 못한 위선은 방향을 잃었다. 어수선하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드디어 일의 실마리가 풀렸다. 험한 말을 누가 먼저 내뱉었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폭력을 쓴 쪽이 밝혀진 것이다. 눈이 불편한 친구가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먼저 밀쳐서 쓰러뜨렸다는 것이다. 마침내 우리는 가담할 편을 결정할 수 있었고 비난할 대상이 정해진 것에 안도했다.     시상식 폭행 사건을 일으킨 윌 스미스에게 10년간 시상식 참석을 금지하기로 했다는 아카데미의 처사가 가혹하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의 철없던 우리도 비수로 찌른 것에 못잖은 양편의 설봉은 슬그머니 잊어버리고 검봉을 휘두른 쪽에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지 않았던가. 우리가 쏘아 올린 비난의 화살을 맞고 학교를 떠난 친구가 생각난다.     장애는 장애로 인한 불편함보다 장애 때문에 받는 차별이 더 큰 문제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 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 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되어 간다고도 한다.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인식이 바뀌어야 장애인에 관한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이다.   박유니스 / 수필가수필 진심 장애아 친구 규율과 장애인 여학생 장애아

2022-05-26

권소희 작가 두 권 신간 출간

‘하늘에 별을 묻다’, ‘독박골 산1번지’ 등의 작품을 통해 문단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권소희 작가가 동시에 두 권의 책을 출간했다.     지난달 도서출판 도화에서 발간한 동화책 ‘순득이네’와 장편 소설 ‘포스트 잇’이다.     ‘순득이네’는 순득이네 일가족이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이민 가는 험난한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동화다.     직접 그린 따뜻한 그림과 문체에 역사적 사실을 더해 초기 하와이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춰 재밌게 들려준다.     권작가는 ‘하늘에 별을 묻다’를 집필하면서 인천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들은 육성녹음을 토대로 순득이네를 완성했다.     권작가는 “이민 역사가 120년이지만 아동용 한인 이민사 책이 없다”며 “한인 2세들이 사는 땅에서 선조들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이민사 공부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순득이네 출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장편 소설 ‘포스트잇’은 작가가 팬데믹동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구상한 작품이다.     부적절한 사랑과 욕망에 관한 이야기로 음습하고 치졸한 사회의 단면과 치부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권작가는 한국소설 4월호에 단편소설  ‘시타커스, 새장을 나서다’로 작품 활동을 하고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에서 단편소설 ‘틈’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저서로 ‘시타커스, 새장을 나서다’, ‘하늘에 별을 묻다’, ‘초록대문 집을 찾습니다’, ‘독박골 산1번지’ 등이 있다.     첫 번째 장편 소설 ‘하늘에 별을 묻다’는 세종도서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은영 기자신간 이민역사 이민사 공부 한국소설 4월호 신간 출간

2022-05-22

‘고요’ 속 극도의 아름다움 흑백사진에 담아

수박 사진작가가 샤토갤러리에서 개인전 개최에 이어 이탈리아 중앙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연다.       다음 달 4일까지 샤토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는 이탈리아에서 전시되는 작품 중 ‘우리들의 이야기’, ‘천개의 바람’ 시리즈, ‘춤추는 나무들’ 등 11점을 전시한다.     6월 4일부터는 이탈리아 움브리아주의 수도인 움베르티데 중앙미술관 초대전에서 ‘고요’라는 주제로 흑백사진의 정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박 작가는 “동양적 고요함의 섬세함을 가지고 흑백 사진으로 표현한 것이 서양 예술가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지난해 20021 프랑스 파리 국제사진전에서 작품집 ‘모노비전(MONOVISION)’ 시리즈로 책· 풍경 부문 금상을 받았다.   모노비전은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1년 동안 작가가 20여 개국을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들을 수록하고 있으며, 총 186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박 작가는 수록된 102장의 흑백 작품들을 통해 전경과 배경의 연결 요소 안의 세계를 탐험하며 단순함 속에서 발견되는 극도의 아름다움을 작가 특유의 세심한 디테일과 서정적 감성으로 담아냈다.     이번 ‘고요’ 전시회는 작품집 ‘모노비전’이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헝가리, 러시아까지 5관왕을 수상하고 루시 파운데이션이 수여하는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되는 등 국제적 관심을 끌면서 이탈리아 미술관의 요청으로 열리게 됐다. 움베르티데 중앙미술관 측은 “동양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한 사진 예술의 정교한 아름다움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2019년 미국의 가장 권위적인 국제 사진전 IPA에서 수박 포토그래피(Sue Park Photography)로 1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한국, 이탈리아, 멕시코, 일본,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다수의 개인전 및 그룹전을 연 바 있다. 현재 LA 중심가에 위치한 샤토 갤러리 관장이기도 하다.   ▶주소: 3130 Wilshire Blvd #104 LA     ▶문의: (213)277-1960 이은영 기자아름다움 흑백사진 이탈리아 중앙미술관 중앙미술관 초대전 중앙미술관 측은

2022-05-22

재미수필 신인상 작품 응모…신작 수필 3편 7월 31일 마감

재미수필문학가협회 (KEAA·회장 이현숙)가 '제17회 재미수필 신인상' 작품을 공모한다.   수필가가 되는 꿈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신인상 공모에는 글쓰기 취미가 있고 문단에 미등단한 해외 거주 한인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응모작은 신작 수필 3편으로 다른 매체에 발표하지 않은 작품으로 현재 활동 중인 기성 문인 응모는 무효 처리된다.     당선작은 500달러와 상패, 가작은 300달러와 상패, 장려작은 상패를 수여한다.     원고 마감은 7월 31일로 입상자 발표는 8월에 개별 통보한다. 시상식은 12월 '재미수필 제24집' 출판기념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재미수필가문학가 협회는 매월 월례회를 열고 줌이나 대면 모임을 통해 문학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계간지 '퓨전수필'은 회원들의 작품과 미주 문단의 소식을 전하고 웹사이트(jaemisupil.com)에서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유튜브 '재미수필'을 개설해 회원 작품을 소개하고 명수필과 다양한 예술 장르를 올려 문학의 장을 넓히고 있다.     이현숙 회장은 “마음속에 간직한 이민의 이야기, 자전적인 많은 일면을 수필로 그려내 작가의 꿈을 이룰 기회”라며 “많은 응모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응모 작품은 재미수필문학가협회(KEAA) 이메일(jaemisupil2021@gmail.com)로 보내면 된다.   ▶문의: (323)440-1051재미수필 신인상 재미수필 신인상 재미수필가문학가 협회 유튜브 재미수필

2022-05-22

[수필] 에스터의 깍두기

“오늘 같이   지쳐있을 때   눈 감으면   조용히 찾아오는   감동의   기억들이 있다”   내 주위에는 ‘에스터’란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 나를 무척 따르고 좋아하는 에스터는 친구가 아니고 내 친구의 딸 이름이다. 그 딸 하나, 아들 하나 둔 친구는 요리 솜씨가 좋아 주말 모임은 으레 그 집에서 열었다.     오래전 그때 나는 앓고 있었다. SAT시험 준비에 바쁠 터인데 딸 에스터는 나를 위해 굴까지 넣고 담근 깍두기 한 병을 가져다 주었다. 그때 딸이 없는 나는 부럽기도 했고 기특해 가슴이 뭉클했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의 지시 없이 솔선해서 만든 그 깍두기는 열 오른 몸과 머리를 깨끗이 해주어 나는 쾌차되었다.   그 후 일상의 빠른 물살 속을 헤엄치며 나는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다. 친구는 남편의 미국회사 한국 사무소장으로 서울로 주거지를 옮겼다. 영어권의 에스터가 서울에 있는 외국인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친구와 에스터 그리고 서울 이사로 자연스레 깍두기의 고마움은 서서히 잊혀져 갔다. 어디서나 깍두기를 만나면 에스터의 깍두기가 생각났고 에스터는 어느 대학으로 진학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흘러간 아름다운 옛날 추억으로 가끔씩 떠올랐다 사라졌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감동하기를 잘하는 내 가슴을 주체 못할 때가 많다. 습작기간 내면의 세계에 몰입해 있다가 탈고의 순간에 솟아나는 기쁨이며,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넘쳐오는 희열이 그렇다. 촉각이 민감하게 날을 세운다. 열린 감성과 합세하여 박수치며 반응한다. 움츠러드는 내 감성이 요즈음 글쟁이가 이래도 되나 싶은 바로 메마른 이때에 문득 에스터의 깍두기 추억이 되살아났다. 에스터가 그리워졌다.   오늘 같이 지쳐있을 때 눈 감으면 조용히 찾아오는 감동의 기억들이 있다. 바로 에스터의 깍두기도 그렇다.     스위스 사는 조카를 방문했을 때 레만호수의 미풍과 그 맑은 분수 물살, 또 장엄한 융프라우가 가슴 아리도록 아름답게 다가온다. 남가주 팔로스버디스 언덕에서 겨울 바다 위로 붉게 숨어드는 일몰을 지켜보면서 집안 가득 채우는 파가니니 바이올린 연주곡은 늘 눈물 글썽이게 감동의 경지로 나를 몰고 간다.     젊은 한 사람이 그것도 잘 나가던 사람이 신의 사랑을 설파하는데 그토록 진지할 수 있을까? 심혈을 다 쏟을 수 있었던 것은 한 사람 한 사람 영혼구원을 그의 삶의 목표로 살았기 때문이었다. 전문적인 지식과 학벌 그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선교에 헌신한 이용규 교수의 ‘내려놓음’은 문필로서 진리를 끌어내어 영혼을 빛의 세계로 안내해주었다. 완벽하게 진실을 엮었기에 문학성이 놀라웠다. 몽골을 한국을, 온 인류를 울리는데 그의 진실은 관통하고 만 것이다.   감동의 원천은 바로 여기에 있다. 눈물은 아름다움과 진실 앞에 더 없이 맑게 핀다.  어둠을 몰아내는 반짝이는 별로 뜬다.   ‘에스터’를 깊이 알고 싶어졌다. 구약의 에스터는 과연 어떤 여자일까. ‘에스터서’를 읽으며 맴돌았다. 나를 감동시킨 에스터의 깍뚜기 에피소드는 나에게 성서라는 냇가로 가는 지도를 펼쳐주었다. 에스터와 더 가까워지도록 차표 역할을 한 셈이다.   원래 ‘에스터’는 별이란 뜻으로 구약성서 가운데 룻기와 더불어 유일하게 여자 이름을 주제로 삼았다. ‘에스터’란 미모의 한 유대여인이 페르시아 황후로 선택된다. 관찰해 보면 ‘에스터서’에는 교리도 신학도 없으며 율법이나 죄에 대한 말은 더더욱 없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여러 가지 인과응보 사실들이 있어 우리들 마음속 깊이 간직된다. ‘당신은 가서 수산에 있는 유대인을 다 모으고 나를 위하여 금식하되 밤낮 삼일을 먹지도 말고 마시지도 마소서. 나도 나의 시녀로 더불어 이렇게 금식한 후에 규례를 어기고 왕에게 나아가리니 죽으면 죽으리라.’(에스터 4:16)  에스터의 목숨을 건 결단 대사가 가슴을 파고든다.   에스터는 나를 반성으로 몰고 간다. ‘에스터서’는 조국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애족 애국심을 고취시켜주는 역할에 큰 몫을 한다. 조국 분단의 아픔, 혈육 이별의 슬픔마저 잊고, 물질이 모든 면에서 척도가 되는 풍조에 젖어있는가. 베를린 장벽은 과거였다. 분단국가의 아픔, 기아선상의 많은 북한 어린이 굶주림은 현재다. 38선만큼이나 슬프다. 아프다. 비극이다.   에스터는 슬기롭다. 결단성과 용기의 여인으로 간주된다. 말하자면 21세기에 적합한 여인상이다. 맡겨진 중대한 과업을 침착하고 재치 있게 성취해 나간다. 역사의 물줄기 흐름을 바꾸어 놓은 성서 속 어제의 에스터, 오늘 같이 난세에 우리 주변을 어둠에서 빛으로 삶의 방향을 옮겨 놓는데 꼭 필요하다. 구원 역사는 지금도 이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 딸 에스터야 말로 좋은 예다. 어딜 가든지 주위를 행복하게 만드는 ‘피스 메이커’이다. 정성 다해 담근 깍두기로 아픈 이웃을 위로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야 말로 바로 작은 의미의 애국 애족이 아닌가. 크고 작은 무 한 조각 두 조각 개체로 존재하다가 사랑이란 양념으로 잘 버무려져 ‘나는 죽고 너 깍두기 하나의 큰  맛’이 되는 의미는 믿음과 화목과 희생의 기적이란 감동을 안겨주었다. 또 다른 목적과 그 성취, 동참한 숨은 에스터의 헌신이 그랬듯이 그리스도 안에서 ‘나 역시 미세한 지체’로서 존재의식 깨달음을 주었다. 새로운 눈뜸이었다.   가슴에 일던 모래 바람이 잔잔해지고 있었다. 깍두기 처방으로 내 병을 낫게 한 여고생 에스터는 두 자녀의 엄마별이 되어 지금 남가주에서 단란하게 살고 있다.  김영교 / 수필가수필 에스터 깍두기 깍두기 추억 여자 이름 구약성서 가운데

2022-05-19

마음에 ‘봄’의 회귀…서울대 미대 동문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남가주 동문회(회장 한석란)가 19회 동문 전시회를 오는 31일까지 S-갤러리(관장 한귀희)에서 개최한다.   이번 19회 동문 전시회에서 작품 35여점을 포함 옥션 40여점, 상설 전시 작품 50여점까지 총 130여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회 참여 작가는 성수환, 심영자, 서동현, 신정연, 신혜자, 백혜란, 현혜명, 박영구, 강영일, 장원경, 한석란, 김경애, 이명규, 김구자, 오성주, 황영애 작가 등 총 16명이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문회는 해마다 동문전을 개최하며 작품 옥션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 14일에 열린 6회 옥션 행사에 동문 작가들이 참여해 정상 판매가격보다 30~40% 이상 저렴하게 작품을 내놓았다.       한석란 회장은 “좋은 가격으로 미술 작품을 소장할 기회를 제공하고 옥션 수익금은 모교 발전 기금과 동창회 기금으로 사용한다”며 “판매된 작품은 탁상달력으로 제작돼 동문의 애장품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S-갤러리는 한국과 미국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작가들의 작품 상설 전시관이다.     LA 한인타운 인근 할리우드 지역에 위치한 S-갤러리는 6000 스퀘어피트에 달하는 5개 전시홀과 3000스퀘어 피트의 야외 잔디 행사장 등 총 1만 스퀘어피트에 이르는 문화 공간이다.     서울대학교 동문 작가와 음악인을 위한 공간으로 비영리단체로 운영되고 있다.     한귀희 관장은 “넓은 전시장에 상설 전시 작품까지 더해져 뮤지엄 같은 분위기에서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며 “관람을 위해서는 사전 등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소: 5151 Romaine St. LA   ▶문의: (805)300-7977 이은영 기자서울대 동문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작품 옥션 작품 상설

2022-05-15

‘물의 화가’ 안영일 작가 회고전

‘물의 화가’로 알려진 고 안영일 작가의 회고전이 열린다.     뉴욕 하퍼스 갤러리는 “고 안영일 작가의 근현대 작품과 대표 작품을 선보이는 두 번째 개인전 ‘물, 스페이스, 캘리포니아’를 오는 19일부터 6월 25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2017년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열린 개인전 ‘물 시리즈’로 알려졌지만 안 작가의 작업은 시각예술가로서 장기간 다작의 경력을 통해 제작된 여러 가지 시리즈에 걸쳐있다. 이번 ‘물, 스페이스, 캘리포니아’ 전시회에서는 안 작가의 상징적인 세 가지 시리즈를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다.     1992년 제작된 스페이스 시리즈는 순수한 흰색 바탕에 흐릿한 반투명 직사각형이 특징이다. 캘리포니아 시리즈는 태평양 연안에서 햇빛의 프리즘 굴절을 포착하는 4색 색상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색채와 스케일로 관람객을 색의 영역으로 몰아넣는 물 시리즈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안 작가는 작품을 통해 미국과 한국 시대정신의 측면을 독특하게 구현하고 미묘한 디아스포라 대화를 하는 선구적인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1934년 출생한 안영일 작가는 일본의 식민통치, 한국전쟁으로 인한 정치적 격동의 시기에 유년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시절 국전에 작품을 출품해 특선을 수상했지만, 참가 나이로 자격 미달이 되며 입선을 수상하는 등 유년시절부터 예술 천재 소년으로 불렸다.     1958년 서울대학교 미술학과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경제 상황은 불안정했다. 1966년 안작가는 LA에 정착하고 2020년 12월 사망할 때까지 50년 동안 캘리포니아 자연을 근간으로 한 작품 활동을 했다.     1983년 물 시리즈를 시작으로 캘리포니아 연작을 내놓았고 2015년 LA 한국문화원 주최 회고전 ‘안영일: 물과 빛의 변주곡’을 열었고 같은 해 롱비치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이은영 기자안영일 회고전 물의 화가 안영일 작가 캘리포니아 시리즈

2022-05-15

‘김지하 시인 문학 세계’ 강좌…재미시협, 홍용희 교수 초청

재미시인협회(고광이 회장)가 5월 시인 교실에 홍용희 교수를 초청해서 오는 21일 저녁 6시부터 2시간 동안 줌 화상 강연을 연다.     이번 강좌는 지난 8일 별세한 고 김지하 시인을 추모하며 고인의 시 세계 전반의 미적 특성과 가치를 탐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시인의 시 세계의 불교적 세계관을 중심으로 ‘농경 공동체의 생명의식과 화엄적 상상’을 주제로 강의가 진행된다.     홍용희 교수는 경희대학교 및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로,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으로 등단한 이래 문학평론가로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평론집 ‘김지하 문학연구’, ‘현대시의 정신과 감각’, ‘꽃과 어둠의 산조’, ‘한국문화와 예술적 상상력’, ‘통일시대와 북한 문학’ 등 다수가 있다.     제1회 젊은 평론가상, 제13회 편운문학상, 애지문학상, 시와시학상, 김달진 문학상, 유심 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한국비평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경희사이버대학원 미디어 문예 창작학과 교수로서 문화예술창작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줌 강의에 접속하려면 줌 ID: 387 121 2552, 패스 코드 kpaa를 사용하면 된다.       ▶문의: (310)612-9580                      (818)687-4896    김지하 홍용희 김지하 문학연구 홍용희 교수 김지하 시인

2022-05-15

[수필] 사랑은 사랑을 낳고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목표를 세우고   장애물을 넘어   지금에 이르렀다”   코로나로 인해 온 세상이 단절된 채로 2년을 살았다. 가족 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못하니 한가한 날에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흘러가 만나는 사람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의 국어 선생님이다. 유난히 곱슬거리던 머리를 가지런히 빗고 두껍고 무거운 국어사전을 들고 다니던 선생님이셨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역량을 다해 수업을 준비해 가르치던 모습이 여고 시절의 그리움과 함께 밀려온다. 열정적으로 우리를 지도하셨던 선생님의 많은 가르침 중에는 일기 쓰기도 있었다. 그것은 오늘날까지 나의 일기 쓰는 습관이 되었다.     선생님 같은 훌륭한 분을 만난 것은 나의 삶에서 행운이며 축복이다. 벌써 53년이 흘렀다. 1학년 여름 방학 때 감로암에서 보내 주신 편지를 나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 빛바랜 그 답장을 여고 시절의 추억과 함께 일기장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선생님은 나에게 건강한 몸으로 학업에 열중하라고 단정한 글씨체로 정성 들여 답을 해 주셨다. 개학이 되면 더욱 실력 있는 선생님으로 태어날 것을 기대하라고 써 주셨다.     그렇다. 선생님은 언제나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수업 준비하느라고 늦게 퇴근하는 선생님을 학교 도서관이 닫히고 교정문을 나서기 전에 여러 번 만난 적이 있었기에 선생님의 흥미진진한 수업을 어서 받고 싶었다.     선생님은 방황하는 나에게 인생의 의미를 깨닫도록 이끌어 주었다. 나의 미래를 설계하여 교사의 꿈을 이루도록 희망을 주며 답답한 현실의 청량제 역할을 해 주셨다. 아버지가 고등학교 3학년 봄에 갑자기 돌아가신 후, 진로를 정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신 분이 선생님이시다.     마침내 바라던 대학에 입학했다. 그때 담임 선생님이 아니었지만 내가 가정교사로 일할 수 있도록 소개해 주셔서 대학 졸업 때까지 학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나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속속들이 잘 아는 분이셨기에 어떤 곤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도록 힘써 격려하고 배려해 주었다. 한국에서 20여년간 교사 생활을 끝내고 여동생 초청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 떠나기 전날, 어머니와 함께 선생님을 찾아뵙고 돌아서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미국 가서도 꼭 연락하리라고 다짐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6년이나 지났다. 그때 선생님보다 훨씬 나이가 든 나는 지금도 스승의 날이면 어김없이 카드와 마음의 선물을 보내드린다.     선생님은 여학생 시절에 지혜와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 주신 스승이었고,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까지 연마하신 해박한 지식을 전수해 주는 스승이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미국 공립 고등학교에서 한국어 교사로 재직할 때는 배우기 쉽고 유용한 문법책도 보내 주셔서, 제2 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또한 주말 한국어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한국계 미국인 학생을 잘 지도하도록 나의 질문에 적절한 답을 주셨다. 미국에 이민 와서 그동안 잊혔던 한국 문법과 바뀐 맞춤법도 선생님께 배웠다.     선생님은 이제 미수를 넘기셨는데도 감동받은 글과 노년의 삶을 위한 은빛 영상을 이메일과 카톡으로 보내 주신다. 은퇴 후에도 목적을 가진 삶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해 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선생님은 여고 시절에 무엇보다도 야망을 갖고 주어진 삶에 도전해 보라고 강조하셨다. 그 가르침으로 흔들림 없는 목표를 세우고 장애물을 넘어 지금에 이르렀다.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지혜를 나의 제자에게 흘려보내는 것도 내가 해야 할 몫임을 깨닫게 해 주셨다.     나는 매일 새벽 묵상의 시간에 스승과 제자들의 얼굴을 생각하곤 한다. 먼 훗날 누군가도 옛 선생님을 그리워하며 이 얼굴을 떠올려줄까. 사랑이 사랑을 낳듯이 좋은 스승이 좋은 스승을 낳는다고 믿고 싶다.     오늘은 바람이 몹시 분다. 여고 시절 교정에서 흔들리던 샛노란 은행 이파리에 선생님 얼굴을 그려본다. 오랜만에 진심으로 뜨거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손 편지를 써서 보내드려야지. 이현인 / 수필가수필 사랑 선생님 얼굴 한국어 교사 그때 선생님

2022-05-12

[수필] 5월의 단상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헌신과 희생   그 자체이고…”   지난 5월 8일은 ‘어머니 날’이었다. 한국에서의 이날은 ‘어버이 날’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미국에서는 마더스데이(mother's day)와 파더스데이(fathef's day)가 다르다. 왜일까? 솔직히 나는 그 이유를 잘 모른다. 그냥 미국 사람들이 심심(?)해서 부모를 갈라 놓았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 둘을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의 마더스데이는 그 역사가 깊다. 자료에 따르면 1872년 보스턴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어머니 날'이 제안되었고 그 후 범국가적인 '어머니 날'의 제정 움직임은 1907년부터였다고 한다. 당시 필라델피아 출신 여성인 아나 자비스가 그녀의 어머니 2주기 추모식에서 흰 카네이션을 교인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어머니 날'의 제정을 촉구한 것이 시초라고 전해진다.   우리나라도 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1930년 무렵부터 구세군 가정단에서 어머니 주일을 지키기 시작하였고, 1932년에는 감리교 연합회에서 5월 둘째 주일을 부모님 주일로 지킬 것을 결의하였다고 전한다. 그리고 해방 이후 1956년에 국가에서 매년 5월 8일을 '어머니 날'로 제정하여 기념하다가 1973년부터 '어버이 날'로 그 명칭을 바꾸어서 지금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이제는 그 '어머니 날'의 히스토리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후대들에겐 '어버이'라는 뜻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왜 이 날을 지켜야 하는지, 그 근본인 '親(친)'과 '孝(효)'의 참뜻을 제대로 일러주어야 한다. 어버이를 한자로 쓰면 '親(친)'이라 한다, 그리고 부모를 잘 모시는 것을 '孝(효)'라고 쓴다.     이 말에는 유래가 있다고 한다. 그 '親(친)'과 '孝(효)'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보았다.     옛날에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나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해가 지도록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애타는 마음으로 동구 밖 나무 위에 올라서서 기다렸다. 멀리서 오는 아들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을까 해서였다. 이를 한자로 풀어 쓰면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나무(木) 위에 올라서서(立) 아들을 기다리며 바라보는(見) 어머니의 모습이 '어버이 친(親)'이다.     그렇다면 효(孝)는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이야기는 이어진다. 나무를 팔아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반찬과 선물을 사 오던 아들은 추운 날씨에 밖에 나와 자신을 기다리는 어머니께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어머니를 자신의 등에 업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들(子)이 늙으신(老) 어머니를 등에 업고 집으로 돌아오는 글자가 '효도 효(孝)'자이다.     부모는 늘 자식을 걱정하고 자식이 잘되기만을 바란다. 자식이 어른이 되고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부모는 60이 넘은 자식에게도 '차 조심하고, 밥 꼭 챙겨 먹고 다녀라'고 염려하는 말을 한다. 이러한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헌신과 희생 그 자체이고 부모의 마음이다. 하나 자식들은 그에 비해 반의반도 따라가지 못한다.     누구나 자주 인용하는 부모님 효(孝)에 관련된 공자님 말씀에 이런 말이 있다. “子欲孝而 親不待(자욕효이 친부대·자식은 효를 다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즉, 부모님 살아 계실 때 효를 다하라는 얘기다. 이제 철이 들어 부모님께 잘해 드리고자 하나 이미 때는 늦다. 부모님  돌아가신 후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말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고 스승의 날도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은 '어버이 날'이다. 모두 늦기 전에 효도하자. 꼭 어버이날이 되어 부모님께 선물을 사준다 식사를 대접한다 등 이런 것들도 물론 좋은 일이긴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모님을 잊지 말고 평소 챙겨드리는 마음이 더 따뜻하다.     그냥 자주 안부하고 찾아뵙기만 해도 된다. 부모님들은 그 한 가지만으로도 너무 기뻐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실행에 옮기기에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식들 각자 마음먹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효자 효녀 되기가 뭐 별 것이겠나? 손용상 / 소설가수필 단상 범국가적인 어머니 어머니 주일 부모님 주일

2022-05-12

마음으로 투영한 자연 색으로 표현

EK갤러리(관장 유니스 김)가 여행이나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나뭇잎이나 나무를 소재로 자연을 그리는 배정연 작가의 LA 첫 전시회 ‘세레나데(Serenade)’를 14~27일 개최한다.     EK갤러리는 “이번 전시 작품에 평온하고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자연의 모습이 담겨 있다”며 “마치 저녁 무렵 창 앞에서 부르는 사랑의 노래 세레나데처럼 다정한 색감과 달콤한 붓 터치들의 향연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통해 씨앗, 나무, 풀 시리즈를 보여 주었던 배정연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창이나 틈새, 담 너머로 보이는 자연을 한지를 배접한 종이 위에 칠하고 문지르고 긁어내는 작업의 반복을 통해 서로 관계의 연결을 표현한 40여점을 선보인다.     브렌다 이 큐레이터는 “자연 속에서 만난 대상을 그대로 표현하기보다는 어떤 현상에서 느끼고 와 닿는 마음의 형상을 다양한 색채와 잔잔한 선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 작가는 이화여대 미술대학 졸업 후 대학에서 강의했고 CSU 새크라멘토 대학원에서 스튜디오 아트를 전공했다.     또한 뉴욕, 시카고에서 다수 그룹전과 개인전, 스위스 취리히 컨템포러리 아트 페어, LA 아트 쇼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오프닝 리셉션은 14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열린다.     ▶주소: 1125 Crenshaw Blvd. LA     ▶문의: (323)272-3399 이은영 기자마음 투영 컨템포러리 아트 이화여대 미술대학 이번 전시회

2022-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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