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초연결시대의 트럼프 리더십, 지속가능한가

바이든 대통령 때 벽난로 위에 걸었던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임기 1933~1945년)의 초상화는 트럼프 1기 때처럼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1789~1797)으로 교체됐다. 2월 6일, 신자유주의 기수였던 40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1981~1989)의 생일에는 레이건 초상화로 바뀌었다.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1861~1865)의 초상화와 흉상은 ‘결단의 책상’(현재는 도색을 위해 ‘C&O’ 책상으로 임시 교체) 주변에 놓였다.
트럼프가 추종하는 19세기 영웅들
잭슨, 포퓰리즘과 인디언 학살 그늘
매킨리, 보호무역과 팽창주의 논란
공공성·도덕성의 리더십 절실해져
잭슨, 포퓰리즘과 인디언 학살 그늘
매킨리, 보호무역과 팽창주의 논란
공공성·도덕성의 리더십 절실해져

바이든이 내보냈던 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1829~1837)의 초상화는 4년 만에 돌아왔다. 1기 취임사부터 ‘나의 영웅’이라 했던 잭슨은 반기득권 정치의 포퓰리스트이자 재산권 기반 투표제를 폐지한 ‘보통 사람’의 대통령이었다. 대통령 중심제를 강화하고 보호무역 정책을 편 그는 1830년 인디언강제이주법으로 원주민 수만 명을 ‘눈물의 길’로 내몰았고 수천 명을 길에서 죽게 하였다. 은행권과 미디어와는 ‘부패한 기득권의 도구’라며 대치했다. 관료사회는 부패집단으로 몰아 ‘관직은 선거에서 이긴 정당의 전리품(spoils)’이라며 ‘스포일스 시스템’(獵官制)을 도입했다. 실제로는 충성도 위주의 측근 임명 등 정실인사로 당파주의·정치보복·부패를 불러왔다. 그는 암살 저격을 받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었다.
트럼프는 2기 취임사에서 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1897~1901)를 예찬했다. 알래스카의 디날리(Denali, ‘높은 곳’)산을 ‘위대한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의 이름’으로 복원할 것이고, 파나마 운하 건설을 준비한 매킨리를 ‘관세와 재능으로 미국을 부유하게 만든 타고난 사업가’라고 했다. 공화당의 매킨리는 미국이 2차 산업혁명(1870~1930년)의 전기시대를 열던 때, 1896년 대선에서 산업계 거물 J. P. 모건(금융), 록펠러(석유), 카네기(철강) 등의 사상 최대 선거자금과 언론광고, 조직적 캠페인으로 민주당의 친노동계 후보를 이긴다. 이것이 기업과 정치가 결합한 미국의 현대적 대선운동의 시작이었다. 매킨리는 관세장벽의 보호무역과 기업친화적 정책을 폈고, 1898년 스페인-미국 전쟁 승리로 필리핀·괌·푸에르토리코 등을 병합했다. 1900년 재선에 성공하나 이듬해 암살당하고, 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된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리더십 평가는 시사적이다. 2000년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교수 1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1위 워싱턴, 2위 링컨, 3위 프랭클린 루스벨트였다. 2021년 C-SPAN이 역사가 등 142명에게 물은 결과는 1위 링컨, 2위 워싱턴, 3위 프랭클린 루스벨트였다. ‘2024 위대한 대통령 프로젝트’로 미국정치학회(APSA) 회원 525명에게 물은 결과는 1위 링컨, 2위 프랭클린 루스벨트, 3위 워싱턴이고, 가장 분열적인 최하위 대통령이 트럼프와 잭슨이었다.
대통령의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는 세월 따라 평가기관과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18세기부터의 3인이 부동의 최상위라는 사실은 시대 변화에도 불구하고 공공 리더십의 덕목이 불변임을 말해준다. 워싱턴은 ‘대통령다운 대통령’, 링컨은 ‘극단적 분열로부터 통합’,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의 위기관리’로 경제·외교·사회통합에서의 비전과 도덕적 권위로 불멸의 존재가 됐을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폭탄과 신팽창주의가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효율부(DOGE)의 과격조치 등으로 헌법의 위기라는 소리가 들린다. 2024 대선에서 사상 최대로 후원(최소 2억5900만 달러)한 머스크는 DOGE 수장이 되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앞세워 연방정부 지출 30%(2조 달러) 절감에 나섰다. 공익과 사익의 상충이라는 비판이 일자 대통령 선임고문으로 직함이 바뀌었다. 거대 기술기업이 중세 유럽의 봉건영주처럼 군림하는 테크노봉건주의(Technofeudalism)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트럼프의 19세기식 영토 확장과 미국 우선주의를 경제·군사·외교 패권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이다. 오늘날의 세계는 과학기술혁명과 디지털 경제로 초연결된 거대 공동체로 진화했다.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너무 크고 빈부격차와 갈등도 심하다. 강국의 패권주의는 글로벌 무역전쟁, 지정학적 갈등, 정치적 리스크를 심화해 모두가 글로벌 위기의 피해자가 될 것이다. 공공성과 도덕성이 결여된 리더십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무엇이든 협상 가능하다는 트럼프 대통령, 그의 협상의 미학을 기대한다.
김명자 KAIST 이사장·전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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