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의 시선]주 4일제 정말 세계적 추세인가


자주 언급되는 해외 사례를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주 4일제와는 거리가 있다. 2022년 주 4일 선택권을 법제화한 벨기에의 경우 주 38시간 근무를 유지하면서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주 4일 근무를 요청할 수 있고 기업이 이를 받아들이면 그렇게 한다. 대신 주 4일은 9.5시간씩 근무해야 한다. 영국은 주 4일 시행에 대한 실험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2022년 61개 기업이 참여한 실험에선 생산성이 올라가고 근로자와 기업의 만족도가 높아 대성공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현 집권 노동당이 추진하는 정책은 ‘압축 근무제(compressed hours)’다. 5일에 하던 일을 4일에 길게 몰아서 할 수 있도록 요구할 권리를 주는 것이다. 이 역시 기업이 수용해야 가능하다. 주 32시간제와는 거리가 있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실험은 대성공인데 영국은 왜 전면 도입을 하지 못할까.
지난해 9월 영국 BBC가 ‘주 4일제 근무로 더 행복해졌을까’라는 제목으로 낸 기사를 보면 주 4일 근무를 통해 아이와 있는 시간이 길어져 좋고, 하루 근무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긍정적 사례들이 소개됐다. 하지만 늘어난 근무 시간이 힘들고, 직원끼리 근무일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다. 예상대로 평일에 영업을 계속해야 하는 소규모 사업체에선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벨기에의 경우를 보면 주 4일 근무에 대한 선호는 높지만, 실제 이렇게 하는 근로자의 비율은 0.8%에 그친다는 뉴스위크 보도도 있다.
이재명 대표 “주 4.5일 거쳐 가자”
영국·벨기에, 주 4일 근무 요청권
근로 양극화 우려, 유연화가 해답
영국·벨기에, 주 4일 근무 요청권
근로 양극화 우려, 유연화가 해답
주 32시간까지 갈 것도 없다. 주 36시간을 시행한다고 하면 당장 임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노조와 근로자는 임금 삭감 없는 근로 시간 단축을 얘기하겠지만, 기업이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를 할 수 있는 곳은 대기업과 금융회사, 공공기관뿐일 것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근무 환경의 부익부 빈익빈은 심화하고 말 것이다.
이미 한국에서도 여력이 되는 기업이나 단체는 알아서 주 4.5일제 등 다양한 실험을 한다. 우수 인력을 원하는 기업들은 근무 시간 측면에서 당근책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기업에 맡겨 두면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는다. 정부가 이런 시도를 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장려하는 정도면 모르되, 법으로 강제하려 한다면 정말 무모한 정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소득주도성장 그 이상의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반도체 분야 주 52시간 예외 적용 문제와 관련해 “노동시간 단축, 주 4일제 추진과 얼마든지 양립 가능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 자체는 맞는 말이다. 그 이후 주 52시간 예외는 슬그머니 후퇴했지만 말이다. 두 가지가 양립하려면 일률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아니라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 주 4일을 원하는 사람, 오전 근무를 원하는 사람, 더 일해서 더 많은 임금을 받겠다는 사람 등 다양한 이들의 요구를 효율적으로 조합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경쟁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후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5/02/28/b1027621-a379-4132-9fa8-05a75b775576.jpg)
김원배([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