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국제('국산' 외교사를 쓰기 시작하다…김용구 서울…)
[고침] 국제('국산' 외교사를 쓰기 시작하다…김용구 서울…)'국산' 외교사를 쓰기 시작하다…김용구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이충원 기자 = 국제정치사 교과서인 '세계외교사'와 19세기 외교사 5부작을 남긴 '토종' 국제정치학자 김용구(金容九) 서울대 외교학과 명예교수가 23일 세상을 떠났다고 대한민국학술원과 한림대 한림과학원측이 전했다. 향년 88세.
인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고, 서울대 외교학과(1회)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용희(1917∼1997) 교수(전 국토통일원 장관)의 설득으로 외국 유학을 가지 않고 국내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969년 서울대 전임강사로 시작해 2002년까지 서울대 강단에 섰다. 1985년 서울대 학생처장, 1987∼1988년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1993∼1995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을 역임했다. 1985년 학생처장 때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이 일어나자 함운경 등 주동자 7명을 제명·제적하라는 정부 요구에 맞서 무기정학 처분을 한 뒤 이현재 당시 총장과 함께 보직을 내던졌다는 신문 기사도 있었다.
2002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2005∼2019년 한림대 한림과학원장(4대), 2018년 근대한국외교문서편찬위원장을 지냈다. 정관계 등으로 한눈을 팔지 않은 채 평생 연구에 몰두했다.
한국의 주체적 시각으로 외교사를 쓰려고 애썼다. 대표 저서인 '세계외교사'는 한국인이 쓴 첫 외교사 서적으로 꼽힌다. 외무고시 '교과서'로 사용됐다. 고인은 '김용구 연구회고록'(2021)에서 "1985학년 2학기부터 세계외교사 과목을 담당하게 되었다. 2학기 첫 시간 강의실에 들어서자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학생들은 내가 1950년대 대학생 시절 교재로 사용했던 200페이지 내외의 간략한 지침서를 아직도 교재로 사용하고 있었다. 자괴감에 큰 충격을 받고 세계외교사 교재 집필을 다짐하게 되었다. 1980년대까지도 미국이나 프랑스의 교과서를 번역한 것을 교재로 쓰고 있는 실정에 대해 한국의 교수로서 학자의 수치심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 집필 계기를 설명했다. 이런 노력 끝에 '세계외교사 상(上)'(1989), '세계외교사 하(下)'(1990)를 펴낸 뒤 2006년 전면 개정판을 냈다. 1989∼1990년판에서 200자 원고지 3천여매였던 분량이 2006년판에선 5천500여매로 늘어났다.
2006년판은 1989년판 책이 세계외교사를 유럽의 팽창사로 파악한 탓에 한반도를 '오지'(奧地) 내지 변경으로 보는 서구 열강의 시각에 빠졌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2006년판은 세계 문명권을 유럽문명권, 유교 문명권, 슬라브 문명권, 이슬람 문명권으로 나누고 이들 문명권이 서로 맞부딪치며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으로 외교사를 풀어냈다. 대한민국학술원은 고인에 대해 "유럽 중심의 외교사와 강대국 중심의 국제관계사를 비판하고 구한말 외교 이론과 국제관계 이론을 객관적이면서도 주체적으로 연구했다"고 평했다.
19세기 한국외교사 5부작을 집필하는 등 근대 전환기 국제관계사 연구에도 힘을 쏟았다. '세계관 충돌과 한국외교사:1866∼1882'(2001),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사대질서 변형과 한국 외교사'(2004), '거문도와 블라디보스토크:19세기 한반도의 파행적 세계화 과정'(2009), '약탈제국주의와 한반도:세계외교사 흐름 속의 병인·신미양요'(2013)에 이어 '러시아의 만주·한반도 정책사, 17∼19세기'(2018)가 그 결실이었다.
1960년대 미국 중심의 국제법 이론이 쏟아질 때 '소련 국제법'을 파고들어 이 분야의 독보적인 학자로 평가받았지만, 노태우 정권 당시 북방정책이 추진되자 너도 나도 소련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학계에 염증을 느껴 연구를 중단한 적도 있다. 2020년에는 후학들이 세계화에 대처하고 능동적인 행위자로서 학업과 연구에 충실하길 바란다며 서울대에 외교학 전공 발전기금 1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빈소는 강원대병원 장례식장 3호실에 마련됐다. 발인 25일 오전 6시. ☎ 033-254-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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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email protected](확인용 유족 연락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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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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