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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못믿는다'…유럽서 자체 핵우산 확대 방안 논의 시동

獨 유력 총리 후보 "영·프와 핵 공유…최소 핵 방위 확대 논의해야" 佛 "유럽 핵 방위 논의 제안에 대한 응답"…英 의원 "리더십 발휘할 때" 3개국 자체 핵 방위 체계 논의시 2차대전 이후 최대 방위 전략 변화

'美 못믿는다'…유럽서 자체 핵우산 확대 방안 논의 시동
獨 유력 총리 후보 "영·프와 핵 공유…최소 핵 방위 확대 논의해야"
佛 "유럽 핵 방위 논의 제안에 대한 응답"…英 의원 "리더십 발휘할 때"
3개국 자체 핵 방위 체계 논의시 2차대전 이후 최대 방위 전략 변화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방의 적대국인 러시아 편을 노골적으로 들자 유럽 내에서 자체 핵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러 행보를 보이며 유럽 방위에 대한 책임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미국 도움 없이도 핵 공격 위협에 대처할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총리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한 미국의 핵 보호 없이도 유럽이 스스로 방어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ZDF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더 이상 나토의 상호 방위 약속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유럽인들은 유럽 대륙을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일은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와 함께 나토의 핵 공유 정책에 따라 미국 핵무기를 수용하는 유럽 국가 중 하나다.
메르츠 대표는 "우리는 유럽의 두 강대국인 영국과 프랑스와 함께 핵 공유, 또는 최소한 두 나라의 핵 방위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츠 대표의 이 발언은 프랑스의 유럽 군사 협력 강화 계획, 특히 핵 방어 계획을 오랫동안 반대해 온 독일의 중요한 전략적 변화를 예고한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7년 독일과 핵무기 공유 방안을 모색하는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이후로도 프랑스는 지속해서 독일과 핵 협력을 논의하려 했으나 독일은 미국과의 관계를 이유로 거부했다.
이 때문에 메르켈 총리의 친정인 CDU의 대표가 입장 변화를 보인 것을 프랑스는 크게 환영했다.
프랑스 하원 국방위원회 소속 장 루이 티에리오 의원은 메르츠의 발언에 놀라움을 표하며 "미국으로부터의 분리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 결과 미국의 핵우산이 사라질 수 있는 위험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한 군 정책 담당 관리도 "미래의 (독일) 총리이자, CDU 수장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건 엄청난 일"이라고 평가하며 "수십년간 우리는 대서양 횡단주의라는 미명하에 국방에 대한 관심을 잃고 미국이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었는데 이제 유럽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라고 말했다.
엘리제궁 관계자도 "프랑스가 2020년 제안한 유럽 핵 방위 논의에 대한 응답"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0년 2월 7일 파리 군사학교 연설에서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유럽 안보에서 어떻게 사용할지를 두고 유럽 국가들과 전략적 대화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영국의 EU 탈퇴로 EU 내 유일한 핵보유국의 정상이 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안보·국방전략을 세울 때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당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유럽이 미국과 영국의 핵무기 덕분에 이미 오랫동안 효율적인 핵우산 아래에서 보호받고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을 일축했다.

독일 내 기류 변화는 이미 나토를 통해 유럽 동맹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는 영국으로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집권 노동당 소속으로 영국 의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탠 데시 의원은 "미국의 존재가 사라지거나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유럽 대륙의 방위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영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유럽 핵 방어 체계를 구축한다는 건 매우 민감한 주제라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영국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미국과 매우 밀접하게 통합돼 있어 독자적인 유럽 핵 방위 체계를 구축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프랑스의 핵무기로 독일까지 보호해주는 것을 프랑스 여론이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고도 짚었다.
프랑스는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영국과는 달리 나토 측에 핵무기 접근권을 허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핵 방위 체계를 유지해 왔다.
이런 한계들을 극복하고 독일과 영국, 프랑스가 본격적으로 유럽 핵 방위 체계를 논의할 경우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큰 유럽 방위 전략 변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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