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크라 빠진 종전협상…‘서울 패싱’ 우려는 없나
![지난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러 정상회담이 열렸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환담하고 있다. 지난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배재한 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미-러 담판을 추진해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5/02/22/5389ae15-9958-48be-aa1a-4c66f800c2a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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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일방 외교 몰아치는 트럼프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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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한·미 윈윈 카드로 북·미 직거래 대비해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미·러 담판 추진은 트럼프의 예측 불가 행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24일)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배제한 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과 ‘빅딜’에 나섰다. 푸틴이 일으킨 전쟁인데 젤렌스키를 겨냥해 “애초에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화살을 돌렸다. 전쟁에 따른 계엄으로 선거를 치르지 못했는데도 젤렌스키를 ‘독재자’라 비난하며 정권 교체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난민이 1000만 명이나 발생할 정도로 막대한 희생을 치른 우크라이나 측은 분노하고, 유럽은 “(미·러의) 더러운 거래(dirty deal)”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처지는 강대국의 이익과 거래 앞에 지정학적 약소국의 운명은 언제든지 위협당할 수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부동산 개발 사업자 출신답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위해 동맹이나 우방도 거래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패싱’ 논란은 한반도의 운명에도 시사하는 바 크다. 미·러 직거래처럼 북·미 직거래의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김정은은 유능하다”며 치켜세우는가 하면, 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 지칭해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15일 독일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긴 했지만, 우리로서는 긴장의 끈을 늦추기 어렵다. “한국에서 ‘서울 패싱’에 대한 불안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의 전망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트럼프 2기는 1기보다 더 강력한 중국 견제와 압박으로 수렴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공식 성명에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지지한다”는 민감한 문구가 처음 들어간 대목은 그래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해외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하는 미국이 대만해협 유사시 주한미군의 순환 배치 등에 나설 경우,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외교적·안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우리 외교·안보 당국이 미국의 전략적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고, 자강 역량을 키우며 리스크 대비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아무리 국가 간 약속이라도 더 큰 이익이 보이면 기존 합의는 언제든지 뒤흔드는 것이 트럼프가 구사하는 ‘거래의 기술’이다. 한국 측은 상황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되, 필요에 따라서는 선제적인 ‘통 큰 거래’를 통해 한·미가 윈-윈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카드와 시나리오를 준비해둬야 한다.
자동차·반도체 등에 대한 미국의 관세 폭탄이 예고된 상황에서 국내 2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를 주축으로 대한상공회의소가 구성한 경제사절단이 19~20일 워싱턴을 방문했다. 자동차·반도체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미국산 LNG 대량 수입, 군함 건조 등 조선업 협력, 원전과 방산 협력 등이 협상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지만, FTA가 트럼프 일방주의의 보호막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기업과 정부가 ‘원팀’으로 긴밀히 협력해 효과적 협상 전략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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