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반탄집회, 사다리 걷어 차인 젊은층 불안감"
예전에 한 언론이 홍익대 앞에서 빵과 복권 중 무엇을 고를 것인지 묻는 소규모 앙케트가 있었다. 여기서 20대 여성은 빵을, 20대 남성은 복권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같은 연령대지만, 자산에 대한 인식이 남성 쪽에서 강하다. 그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 때 집값이 치솟고, 양극화가 가속하면서 20대는 이에 대한 압박과 불안감이 심해졌다. 그래서 코인과 주식 빚투에 올라탔다가 좌절을 겪은 경우도 상당수다. 부모 세대처럼 대학 나와서 취업해 조금씩 모으면 집을 사고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진 세대다. 사다리를 걷어 차인 젊은 세대가 압도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걸 자각하면서, 20·30대 남성들의 불만과 증오가 어느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주식도 투자를 많이 했다. 야권이 정권을 잡으면 대미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 연금 문제 등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볼 때 이런 성향은 심화할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선 반이민, 인종차별 등 극우로 분류할 수 있는 아젠다가 있고, 결집 현상도 뚜렷하다. 하지만, 한국의 청년 세대는 이런 이슈에 대해서는 되레 진보적이다. 20·30 보수화라고 하는데, 거꾸로 볼 필요도 있다. 지금 한국의 40·50이 역대급 진보적 세대다. 이들에 비교되다 보니 보수화로 설명되곤 하는데, 사실 20대는 매우 유동적이라고 보는 게 옳다. 한쪽만 공고하게 지지하는 게 아니라 선택지가 바뀌곤 하기 때문에 이념적으로 견고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군대 문제나 페미니즘 등 사회 구조와 분위기에 대한 불안과 억울함이 작용한다. 사회는 점점 여성의 입장에 맞춰가는데, 군 복무라든지 남성들의 의무는 그대로다. 그러면서 존중도 받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페미니즘에 결집하는 경향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나 민주당 거부감엔 여성들의 지지가 높은 데서 오는 반감도 작용한다고 본다.
일단 구분 지어야 하는 것이 극우·보수화·반민주당의 개념이다. 자꾸 이것을 묶어서 해석하니까 현실과 괴리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20대 남성들이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건 확실한 신호가 나온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 물어보면 6:4, 55:45로 탄핵 찬성 쪽이 다수다. 그러니 정당 지지와 선호도를 놓고 ‘보수’다, ‘극우’다 말하는 것은 거리를 둬야 한다. 민주당이 싫으니 그들에 반대하는 움직임에 가깝다.
그 외 여러 가지 가치를 놓고 측정해봐도 20대 남성들의 이념적 좌표가 일관되게 나오지 않는다. ‘미투’ 운동 등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흐름은 있지만, 외국인 이주 문제나 노동자 권익 성장 등에 대해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20대 남성들 커뮤니티를 가봐도 계엄 찬성이나 극우적 주장은 ‘미친놈’ 취급한다. 86세대에 대한 반감, 민주당 불신 등을 놓고 20대 남성의 이념적 좌표가 오른쪽으로 움직였다고 보는 것은 과도하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청년 남성과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청년 여성 간에 뚜렷한 정치적 대립이 있었고,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청년 남성과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청년 여성 간의 성향 차이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도 성별에 따른 정치적 행동의 차이가 유사하게 드러났다. 청년 세대 내에서 성별에 따른 정치 행동의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 선호의 차이를 넘어서, 민주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신념 차이로까지 청년 세대의 젠더 균열이 확장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근 조사에서 20대 남성들은 민주주의와 독재에 대해 무관심한 응답이 다른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계엄이나 탄핵에 강하게 반대하거나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하는 경향이 뚜렷하지 않지만, 민주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시사하는 결과다.
신수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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