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 코로나 이후 최악…성장률 1%까지 추락 전망도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제조업+비제조업)의 기업심리지수(CBSI)는 1월보다 0.6포인트 내린 85.3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부터 넉 달 연속 하락세다. 특히 코로나19 첫해로 경기가 크게 위축됐던 2020년 9월(83.4) 이후 가장 낮았다. CBSI는 경제 전반에 대한 국내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수가 평균(100)을 웃돌면 기업 심리는 ‘낙관적’, 반대로 밑돌면 ‘비관적’으로 인식하는 기업이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제조업 지수는 90.1로 전달보다 1.1포인트 올랐다. 자동차 수출이 늘었고,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의 수출 수요에 제조업 업황은 (전달보다) 개선됐으나 비제조업 업황 악화가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3월엔 체감경기가 조금은 풀릴 수 있다. 다음 달 기업심리지수 전망치는 88로 이달보다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비제조업 가운데 정보통신과 운수·창고업종의 매출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되면서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건설업을 포함한 내수시장은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 데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무역환경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의 두 축인 내수와 수출이 모두 어려워지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수출액은 20일 기준 353억 달러(50조6000억원)로 1년 전보다 16% 늘었다. 하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22억8000만 달러)은 같은 기간 2.7% 감소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연구기관은 올해 한국 경제가 1%대 저성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주요 IB(JP모건ㆍ골드만삭스ㆍHSBC,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8곳)의 올해 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지난달 말 기준 1.6%였다. 지난해 말(평균 1.7%)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중 JP모건은 가장 낮은 1.2%를 제시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왔다. 영국 경제분석업체인 캐피탈 이코노믹스(CE)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1%로 낮췄다. 지난해(2%)보다 성장률이 반 토막이 날 수 있다는 경고다. CE는 “정치 혼란으로 소비가 위축된 데다 주택 미분양이 나는 등 내수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현재 연 3%에서 연 2%까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25일 한은에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열린다. 시장에선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고, 성장률 전망치도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한은은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보다 최대 0.3%포인트 낮은 1.6~1.7%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고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올해 성장률이 1%까지 추락하진 않더라도 1%대 저성장 고착화 국면에 놓인 건 사실”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한은과 정부가 손발을 맞춰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지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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