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살추' 범인 이춘재, 내 영화 본다고 상상하니 불쾌" [인터뷰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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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하수정 기자] 봉준호 감독이 명작 '살인의 추억' 이후 실화 소재 영화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를 공개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는 영화 '미키 17'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미키 17'(각본감독 봉준호, 제작 플랜B엔터테인먼트,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로버트 패틴슨)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봉준호 감독이 새롭게 각색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았다.
'트와일라잇' '해리포터' 시리즈로 하이틴 스타에서 연기파로 거듭난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주인공으로 열연했고, 이 밖에도 스티븐 연, 나오미 애키, 마크 러팔로, 토니 콜렛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이 칸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옥자' '설국열차'에 이은 세 번째 해외 프로젝트다.
'미키 17'은 현재 독일에서 열리는 '제7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돼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엔딩 크레딧 공개와 함께 객석의 뜨거운 환호와 기립박수가 터졌고, 특히 영미권에선 호평이 주를 이뤘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평점 100점을 줬고, 미국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는 100점 만점에 91점을 주기도 했다.
세계적 거장 봉준호를 대중에게 처음 알린 작품은 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이다. 2000년 장편 영화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앞날이 불투명했는데,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미제 사건이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살인의 추억'으로 520만 명을 동원했다. 그러다 2019년 9월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이춘재가 유력 용의자로 특정됐고, 그가 자백하면서 진범으로 드러났다. 1986년 경기도 화성에서 첫 사건이 발생한 뒤 33년 만에 진범이 밝혀졌다.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끝내고 다시는 실제 사건을 영화로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최근에는 생각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얼마 전 '하얼빈'이 개봉했는데 정말 재밌게 봤고, 영화적 품격이 느껴졌다. 요즘 세상이 혼탁하니까 거기에는 고결한 정신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런 정신도 느껴지더라. 큰 스크린에 어울릴법한 내용과 이야기였다. 나도 굉장히 재밌게 봤다"며 "실화 소재 사건이라기보단 ('하얼빈'처럼) 실제 인물에 관한 얘기나 관심이 가는 인물들이 있다. 아직 정확히 정해지진 않았다. 몇몇 분들의 전기를 보고 있는데, 윤곽이 다듬어지면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혀 '봉준호 표' 전기 영화는 어떨지 기대케 했다.
봉준호 감독은 "내가 '살인의 추억'을 만들 땐 범인이 안 잡혔다. 그때는 이춘재가 감옥에 있는 걸 몰랐으니까. 범인을 몰라서 그 범인이 극장에 앉아 내 영화를 보는 걸 상상했을 때의 찝찝함과 불쾌감, 두려움 같은 것들이 있었다"며 "실화 사건 자체보다는 현재 진행형의 많은 연관된 사람들이 살아 있고, 그런 걸 다루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역사적인 인물은 역사적 평가로 접근할 수 있으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팬데믹 시국을 지나도 여전히 어려운 한국 영화계에 대해서는 "나도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래서 극장에 오시게끔 만들고 싶다. 극장의 체험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스트리밍이 나쁜 건 아니다. 나도 유튜브를 많이 본다. 차에서도 보고, 편하고 좋다. 어떤 방식이나 포맷, 매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극장만의 가치는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키 17'은 오는 28일 전 세계 최초 한국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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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하수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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