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뷰에 ‘성지’ 됐다…‘깡깡이마을’ 옆 카페촌

이른바 ‘롤러코스터’로 불리는 부산항대교의 360도 나선형 진입로에서 동공 떨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다리 밑 ‘영도 마리노 오토캠핑장’이 평일인데도 북적였고, 텐트 설치를 마친 캠퍼들이 평화롭게 모닥불을 쬐며 저녁을 먹고 있었다. 올려만 봐도 어질어질한 다리에서는 자동차가 질주했고, 육중한 배와 크레인이 가득한 야영장 옆 조선소에선 정체 모를 기계음이 울렸다. 처음에는 살풍경하다고 느꼈으나 보면 볼수록 부산답고 영도다운 모습이었다.
요즘 부산 영도는 이질적인 풍경으로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가난한 해변 마을은 외국인도 몰려드는 ‘핫플’이 됐고, 문 닫은 조선소에 들어선 카페는 커피 투어 성지로 거듭났다.
피란민이 일군 마을
조선 시대 영도는 말 키우는 섬이었다. 사람은 거의 안 살았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달라졌다. 일제가 제염·조선 등 산업을 키웠고, 1934년 당시로선 파격적인 규모의 영도대교를 놓았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전국에서 피란민이 부산으로 몰려들었다. 피란민은 다리 건너 영도에도 정착했다. 이후 영도는 조선업이 번창했다. 일제 강점기에 약 5만명이었던 섬 인구가 1975년에는 21만6000명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현재 영도 인구는 10만명 정도에 그친다).
‘부산여행특공대’ 손민수 대표는 “그 시절에는 일터가 부산 원도심에 있어도 영도에 사는 사람이 많았다”며 “공동 주방과 화장실을 써야 해서 주거 조건은 취약했지만 영도 집값이 워낙 쌌다”고 설명했다.

마을의 급격한 변화 한편에는 과잉 관광의 그늘도 드리워져 있다. 비좁은 절벽 길은 급증한 인파 탓에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담벼락에는 ‘정숙 관광’, 그러니까 목소리를 낮춰달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영도는 배를 고치는 수리 조선업의 전진기지다. 예부터 ‘깡깡이마을’로 불리는 대평동에서는 망치로 배를 때리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50~60년 전에는 ‘깡깡이 아지매’들이 족장에 걸터앉아 위태롭게 망치질했다면, 요즘은 외국인 노동자가 지게차나 기중기로 작업하는 게 다를 뿐이다.
부산시는 2015년 도시 재생사업 차원에서 깡깡이마을을 예술마을로 지정했다. 문 닫은 유치원을 박물관으로 꾸몄고, 벽화를 그리고 설치미술도 전시했다. 마을 주민이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그러나 관광객의 발길은 뜸하다. 섬 방문객 대부분은 대평동 옆 봉래동으로 향한다. 소문난 카페가 많아서다.

오르세미술관 걸작 만나볼까


조선소가 모두 카페로 탈바꿈한 건 아니다. 지난해 7월 동삼동 선박 수리창고에는 몰입형 미디어 전시공간 ‘아르떼 뮤지엄 부산’이 들어섰다. 파도가 넘실대고, 장미가 흩날리고, 폭풍이 몰아치는 등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명작 360점도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아르떼 뮤지엄 부산 장수진 관장은 “부산의 역동적인 풍광을 담은 ‘스태리 부산’까지 꼭 관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승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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