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AK 올해의 인물’ 토요타 아키오 회장, “사랑해요 한국, 좋은 승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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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인류가 남긴 수많은 전쟁사에서 ‘동맹’은 전세가 불리하거나, 혼자서는 적을 상대하기 벅찰 때 등장하는 지극히 전술적인 개념이다. 전술적이라 함은 동맹의 목표가 달성된 이후에는 지속 가능성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 토요타자동차와 현대자동차가 핵심 부문에서 동맹을 맺었다. 수소차를 비롯한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양사가 힘을 모아 미래차의 주도권을 공동으로 형성해 나가자며 손을 잡았다.
동맹은 공동의 적이 있을 때 순조롭게 맺어진다.
세계 자동차 산업을 주도해온 토요타는 유럽이 공격적인 친환경 정책으로 ‘전기차 중심’을 선택하는 바람에 방향성에 혼란을 겪었다. 그 사이 중국 전기차의 유럽 공습이 무섭게 진행됐고, 하이브리드에서 수소차로 이어지는 미래 전략을 세워두었던 토요타자동차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정도였다.
토요타와 함께 수소차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던 현대차는 발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한 덕에 큰 혼란은 없었지만, 수소차 주도권은 한때 그룹내에서 머쓱한 입지에 놓이기도 했다. 이 같은 배경은 글로벌 자동차 톱 1~3기업을 서로 강하게 끌어당기게 만들었다.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그룹회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에게 수소차 동맹을 제안했고, 정의선 회장도 기꺼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작년 10월,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은 세계사로 치면 오월동주에 비견될 정도로 역대급이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를 담당하는 기자들에게 도요다 아키오 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손을 맞잡고 관람객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은 역사적인 한 장면으로 기억됐다. 양대그룹 동맹의 표면적 이유는 ‘모터스포츠 활성화’였지만 단지 그것 때문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AWAK)에서 4회째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에 아키오 회장이 최다득표자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아키오 회장이 보여준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양팔을 들어올려 하트 모양을 만든 뒤 “사랑해요”를 연발하던 모습에서 아키오 회장의 모터스포츠와 자동차에 쏟는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동맹이야 전술적 판단일 수 있지만, 한국의 모터스포츠 팬들을 대하는 진심까지 전술적일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키오 회장의 열정은 지난 18일 있었던 ‘AWAK 2025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는 시상식을 준비하면서 꽤나 예민한 현실에 부닥쳐 있었다. 아키오 회장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는 했지만 과연 그 분이 행사에 참석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협회는 토요타자동차코리아에 “여차하면 영상 메시지도 괜찮다”는 뜻을 전달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토요타자동차코리아 관계자들은 아키오 회장의 ‘올해의 인물’ 선정 이후 부지런히 토요타 본사와 조율을 했다. 코리아 관계자들이 일본 본사로 날아가 담당자들과 수 차례 미팅도 했다.
토요타자동차코리아 관계자들은 모종의 응답을 갖고 귀국했지만, 철저히 함구하고 있었다. 도요다 회장이 참석할 수 있는 지, 그렇지 않다면 누가 참석하는 지 시상식 일자가 임박해 오는데도 대답을 주지 않았다. 시상식 하루 전에야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운영진에 참석 인물을 전해왔다.
야마모토 마사히로 토요타자동차 경리본부 본부장(Chief Officer) 겸 한국/몽골 담당 지역 CEO였다. 토요타자동차의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다. 도요다 아키오 회장의 최측근 중의 최측근이다. 시상식 전날에야 참석 인물을 알린 것도 그 만큼 비중이 큰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마지막까지 아키오 회장의 직접 참석을 고민했을 수도 있다.
야마모토 마사히로 경리 본부장도 열정이 가득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일반적으로 CFO는 냉철하면서 조용한 인물들이 많다. 하지만 야마모토 본부장은 아키오 회장만큼이나 활달하고 열정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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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본부장은 아키오 회장의 메시지를 대독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뒤 가장 먼저 작은 인형을 하나 연단에 올렸다. 아키오 회장의 캐릭터 인형이었다. 본부장의 뒷배경에는 양팔을 높이 들어 하트를 그리고 있는 아키오 회장의 사진이 화면 가득 채워졌다. 야마모토 본부장이 대독했지만 아키오 회장의 목소리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아키오 회장은 “평소 가깝게 지내는 사이인 정의선 회장(2021년 수상)과 같은 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 국적을 초월해 저를 선정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했다. 이어 “지난 한 해는 정의선 회장과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많은 분들과 유대감이 더욱 깊어진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현대자동차와는 좋은 라이벌로서 함께 아시아에서 모터스포츠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수상 소감에 말미는 “현대자동차 여러분 올해도 좋은 승부를 합시다”로 채워지더니 트레이드 마크가 된 멘트가 야마모토 본부장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사랑해요.”
야마모토 본부장은 아키오 회장의 한국 사랑이 진심임을 또 한 번 강조하며 준비해온 일본 신문 한 장을 들어보였다.
‘2024 WRC 랠리 재팬’ 경기 후 토요타자동차가 일본 신문에 낸 광고였다. 토요타의 가주레이싱팀 우승과 현대차의 드라이버 챔피언 타이틀 획득을 축하하는 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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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이 광고에는 “정의선 회장과 현대자동차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한글 문구도 들어가 있다.
야마모토 본부장은 신문을 들어 보이며 “제가 아는 한 일본 주요 신문에 (토요타가) 이렇게 한국어로 광고를 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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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본부장은 아키오 회장의 한국 재방문 가능성도 열어 뒀다.
“아키오 회장이 한국에 와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제육볶음”이라며 “개인적으로 매운 음식은 잘 먹지 못하지만 보스(아키오 회장)를 모시고 한국에 오면 제육볶음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오늘 저녁엔 (연습차) 제육볶음을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스가 움직이는 건 저에게 고단한 일”이라고 웃으면서도 "그래도 (아키오 회장이) 한국에 가겠다고 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제육볶음을 먹겠다”고 말했다. “잘 아는 제육볶음 식당을 아신다면 소개해달라”는 말에는 좌중에서 웃음도 터졌다.
한국의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은 이번 토요타와 현대차의 아름다운 동맹이 모터스포츠 업계에 선한 영향력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에버랜드 레이스웨이에서 직접 드리프트를 하는 아키오 회장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레이서 새싹들이 쑥쑥 돋아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강희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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