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대치맘’이 유난인 걸까?

세 영상엔 교육에 열심인 양육자들이 등장한다. 얼핏 유난한 사교육 실태의 원인이 아이에게 과하게 헌신하는 양육자들인 양 보인다. 영상 속 양육자들이 착용한 명품 패딩이나 가방, 타고 다니는 외제차 브랜드를 거론하는 것도 차마 사람에게 하지 못한 비아냥을 대신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남부러울 것 없는, 상식과 교양을 겸비한 듯한 양육자들이 왜 이렇게 과하게 교육에 매달리는 것일까?

서이초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2023년 말 초등학교를 심층 취재한 적이 있다. 8명의 학부모, 9명의 교사를 인터뷰한 끝에 취재팀은 ‘학교에서 학습이 사라졌다’고 결론지었다. 지필고사 폐지 등의 정책으로 학습 기능이 약해지자 학부모들은 학원에 매달렸고, 그렇게 주도권이 학원으로 넘어간 뒤엔 교사도, 학부모도 학교에 학습을 기대하지 않게 됐다.
이 와중에 12년 교육의 종착지인 수능은 ‘고난도 퍼즐’이 됐다. 개념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문제를 꼬아낸다는 얘기다. 『수능 해킹』을 쓴 문호진·단요 작가는 “출제 범위는 주는 상황에서 변별력을 갖추려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시험에서 득점하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학원은 그 기술을 개발하고, 아이들은 이걸 익힐 시간을 벌기 위해 일찌감치 선행 학습을 시작한다.
비상식적인 사교육은 결국 시험과 공교육 실패에 대응하는 개인 수준의 해결책인 셈이다. ‘대치맘’을 손가락질하는 건 쉽다. 하지만 문제 해결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상 그 이면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영원히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선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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