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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버터] 비영리 MZ가 '뎀지'에 열광하는 이유

소셜섹터 2030 모임
다음세대재단 ‘D.MZ’(뎀지)

지난달 22일 다음세대재단 ‘D.MZ(뎀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2030세대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동락가에 모였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혜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선임, 이수경 다음세대재단 매니저, 박예지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매니저, 김의진 지구닦는사람들 팀장, 김민혜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책임. 김용재 기자
“비영리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쪽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고민이 있거나 궁금한 게 생겨도 물어볼 사람이 없어 막막했죠. 그러다 ‘D.MZ(뎀지)’를 알게 됐어요. 소셜섹터에서 일하는 2030세대 모임이라기에 바로 신청했는데, 첫 지원에서는 탈락했고 재도전 끝에 성공했어요(웃음).”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박예지(31)씨는 지난해 7월 ‘뎀지’의 5기 멤버로 참여했다. 뎀지는 소셜섹터의 MZ들이 모여 일과 성장에 관한 고민을 나누고, 각자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모임으로 다음세대재단이 운영하고 아산나눔재단이 후원한다.

퇴근 후인 평일 오후 7시, 총 3회에 걸쳐 진행되는 정규 모임을 비롯해 직무별·연차별·관심사별 모임이 수시로 열린다. 2021년부터 총 6기에 걸쳐 86번의 모임이 열렸다. 뎀지에 관한 소문이 퍼지면서 기수별로 15명을 선발하는 정규 모임 경쟁률은 최고 4.7대 1까지 오르기도 했다.

소셜섹터의 2030세대는 왜 뎀지에 열광하는 걸까. 또래들과의 소통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난달 22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동락가에서 뎀지 참가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혜진(30)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선임, 김의진(32) 지구닦는사람들 팀장, 김민혜(35)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책임, 박예지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변화지원팀 매니저, 그리고 뎀지 담당자인 이수경(29) 다음세대재단 매니저가 함께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다


Q : 퇴근 후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피곤하지 않나.

A : 박예지 “뎀지에서는 늘 에너지를 얻어 간다. 소진된 상태에서도 마음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Q : 소셜섹터에는 어떻게 첫발을 들였나.

A : 박예지 “첫 사회생활을 방송국에서 시작했다. 항상 바빴지만 내가 하는 일이 이 사회를 더 낫게 만들고 있는 건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3년 정도 일했을 때 지인이 공익 생태계에 대해 알려줘서 이직했다.”

A : 김민혜 “어릴 때부터 막연히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사회복지 전공을 선택했고, 취직도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하게 됐다.”

A : 김혜진 “나도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지금 단체에서 일한 지는 6년 정도 됐다.”

A : 김의진 “사기업에서 5년 정도 있었는데 일이 너무 지루했다. 평생 재미없는 일을 하면서 살기 싫었다. 지구닦는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플로깅 봉사를 하면서 알던 단체인데, 마침 공고가 났길래 ‘덕업일치’를 할 수 있을까 해서 지원했다. 지금은 재밌게 일하고 있다.”


Q : 뎀지에는 어떤 고민이 있어서 참여하게 됐나.

A : 김민혜 “공익을 위해서 일한다는 게 멋진 일이기는 하지만 힘든 일이기도 하다. 업무 강도는 높은데 보상은 적으니까.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만으로 40대, 50대까지 일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든다.”

A : 김혜진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하면 문득 ‘나만 꿈을 꾸면서 사나’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작은 조직에서는 직원 한 명의 역량이 사업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때로는 지나치게 무겁게 느껴진다.”

A : 박예지 “다른 업계 사람들에게 이런 고민을 말하면 ‘더 안정적인 길이 있는데 왜 굳이 어려운 일을 사서 하냐’는 반응이다.”


Q : 그런데도 업계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A : 김혜진 “나는 내가 ‘달’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받은 빛을 어두운 쪽에 비추는 역할이랄까. 힘들어도 일이 주는 보람과 기쁨이 정말 크다. 일을 하는 것만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A : 김의진 “다른 친구들은 나를 ‘괴짜’라고 부른다. 왜 이렇게 봉사하듯 일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뎀지에서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했다.”

‘일잘러’가 되고 싶어요


Q : 모이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A : 이수경 “매번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일 잘하는 법’이다.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가 되고 싶은 MZ 활동가가 많다.”

A : 김의진 “일 얘기할 때가 제일 재밌다. 뎀지 참가자들이 모두 모인 채팅방이 있는데 공모 사업이나 유용한 뉴스레터, 실무에 사용할만한 업무 툴 같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A : 김혜진 “일에 대한 에너지가 비슷한 분들과 만나니까 시너지가 난다. 다른 분들이 맡은 사업 이야기를 들으면서 업무에 참고할 만한 인사이트와 정보를 많이 얻는다.”

A : 김민혜 “실제 협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얼마 전 사업을 하나 준비하다가 6기 단체 채팅방에 ‘디지털 기술 교육 관련해서 협업할 수 있는 단체가 있을까요?’ 물어봤는데 바로 관심 있다는 연락이 왔다. 미팅을 잡아서 검토 작업까지 했다. 앞으로도 같이 일하는 재미를 더 많이 느끼고 싶다.”


Q : 업무 이야기 말고 인기 있는 주제는.

A : 이수경 “러닝, 뮤지컬 관람, 자전거 라이딩 등 점점 다양한 후속 모임이 열리고 있다. 최근 가장 반응이 좋았던 건 재테크 모임이다.”

A : 김의진 “일반 재테크 모임은 문턱이 높은 것 같아서 못 가겠다. 급여도 높고 경제 지식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을 것 같다. 우리끼리는 어차피 이해도가 비슷할 것이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웃음). 다들 금전적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재테크와 거리가 좀 있다.”

A : 김혜진 “뎀지에서는 돈 얘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어서 좋다. 최근 결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돈에 너무 얽매이게 되는 나 자신이 싫었다. 이런 괴로운 마음을 뎀지 소모임에서 털어놨더니 마음이 편해졌다.”


Q : 앞으로 어떤 변화가 더 일어났으면 하나.

A : 김의진 “소셜섹터에 대한 소속감을 높일 수 있는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지난해에 한 재단에서 명절 선물을 보내줬는데, 예상치 못한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 이런 소소한 지원이 활동가들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A : 김민혜 “무엇보다 소셜섹터에서 협력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 공동의 목표를 함께 달성할 방법을 논의하는 워크숍이나 네트워킹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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