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버터] MZ는 답을 알고 있다

지금까지 10여 명의 젊은 학자들이 기고한 글만으로도 나는 MZ세대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내려놓고, 깊은 신뢰감을 갖게 되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방식이 우리 세대와는 아주 다르고 배울 점이 많았다.
예를 들어, 한 청년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전거로 튀르키예 이스탄불까지 1만2500km를 달리며 일회용 플라스틱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했다. 여행 중에 환경이 자신의 인생에서 핵심 주제임을 확인하고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고연령층의 기후변화 인식, 평생교육 등의 연구를 통해 성찰과 소통의 길을 찾고 넓혀 나가고 있다. 여성 홀로 시도하기 힘든 모험을 감행하고, 그 여정을 통해 인생과 학문의 주제를 확신하는 과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른 연구자는 가출 청소년을 돕기 위해 혼자 사는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고시원에서 고립과 은둔 생활을 목격하고, 1인가구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로 결심했다. 1인가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는 고독과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는 커뮤니티 기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타인의 어려움을 돕는 것을 인생 목표와 학문적 탐구의 대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기성세대는 종종 MZ세대에 대해 ‘너무 개인주의적이다’ ‘공동체보다 자기만 생각한다’고 비판한다. 얼마나 사실일까? 나는 재단법인 숲과나눔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수백 명의 MZ세대 대학원생과 젊은 학자들을 만났다. 그들 대부분 역시 ‘초록초록’ 칼럼의 저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사회적 연대와 협력,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 인식이 기성세대에 비해 결코 작지 않았다.
오히려 그 대상이 훨씬 더 크고 넓었다. 기성세대의 관심이 좀처럼 국경을 넘지 못하는 것과 달리 MZ세대의 관심은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남극·북한 등 지역의 한계가 없었다. 또한 그들의 관심은 인간에만 머물지 않았다. 기성세대가 ‘별것 아닌 것’이라며 지나치는 도시 생태계 속 가로수와 길고양이, 거미, 개미, 매미 같은 생명을 대상으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인생을 걸고 열성적으로 연구하는 청년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다. 국제사회와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태도는 기성세대의 서열·경쟁·투쟁 등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가족을 잃거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피해자들의 경험은 ‘백신 피해 인과성이라는 과학적 지식이 확인되는 과정’의 맨 앞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 현금 지원 방식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기 좋은 도시 인프라 구축이 진정한 저출산 대책이라는 주장을 청년 학자들의 연구결과로 듣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다른 존재에 대한 존중과 이해도가 높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하는 것은 MZ세대 연구자들의 특성이다. 자신의 신념과는 다른 타인에 대해서도 왜 나와는 다른 신념을 가졌는지를 연구하려고 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태도는 기성 학자들에게서 보기 힘든 모습이다. 청년들 사이에 MBTI가 유행했던 것도 상대와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태도와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이 경험한 방식과 생각이 유일한 정답이라는 믿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태도는 혹시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이제 나는 MZ세대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을 내려놓으려 한다. 그들을 변화시키려 애쓰기보다는, 그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이며 상호존중의 방식을 믿고 지지하려고 한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 이제는 옆으로 비켜서서 청년세대에 길을 양보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기성세대가 미래를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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