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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버터] 창업가 2만 명이 거쳐갔다…당신도 언더독스 출신인가요?

혁신을 만나다 김정헌 언더독스 대표

김정헌 언더독스 대표가 사옥 앞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창업가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언더독스는 지난 10년간 창업자 2만 명을 만나고 교육했다. 김용재 기자
창업 생태계라는 망망대해(茫茫大海)에 겁 없이 뛰어든 청년들이 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와 비전을 안고 야심차게 바다로 입수. 그러나 금세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다. 밀려드는 파도는 생각보다 높고 현실은 차디차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청년들 중에 ‘언더독스’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2015년 설립된 언더독스는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창업의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수영을 가르친다.

지금까지 언더독스를 거쳐 간 교육생 수는 2만 명에 달한다. 수도권에서도 유명하지만, 지역으로 내려가면 더 유명하다.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를 성공시켰고, 전국 30개 대학을 연계한 ‘하나 소셜벤처 유니버시티’를 통해 청년 창업가들을 육성하고 있다.

설립 10주년을 맞은 언더독스가 전환점에 섰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언더독스 사옥에서 만난 김정헌(41) 대표는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매출은 200억원. 내년 1분기 상장을 목표로 최근 90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완료했다.

10년째 무료로 창업 교육을 하는 이유

Q : 언더독스가 지역에서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어요.

A : “SK 이노베이션 E&S와 함께 군산에서 진행한 프로젝트가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일본 카미야마 마을의 지역재생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해 국내 최초로 ‘지역 정착형’ 창업 교육을 진행했죠. 군산 지역 청년과 타지역 청년을 고루 선발해 창업 교육을 하고 군산에 정주하게 했어요. 군산 창업팀들의 누적 매출액만 100억원이 넘어요. 순수 민간 자본으로 진행한 지역 활성화 모델이라 더 의미가 있어요.”


Q : 지자체 자금이 전혀 안 들어갔나요.

A : “전혀요. 외부인들이 와서 군산시의 자원을 쓰면 충돌이 생길 수 있어요. 저희는 아예 외부의 민간 자원을 유치해서 지역재생을 진행했기 때문에 지역에서도 반응이 좋았죠. 군산 사례를 바탕으로 작년부터는 부산에서 새로운 민관협력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부산의 사회・환경 문제를 기업과 시민이 함께 해결하는 ‘아임인 부산’이라는 플랫폼입니다. 솔루션을 가진 기업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Q : 지역 대학들과는 어떻게 협력하게 됐나요.

A : “지역의 코어는 대학이에요. 대학이 기능을 잘해야 지역에 인재를 공급할 수 있죠. 하지만 대부분의 로컬 사업이 대학을 배제하고 있어요. 언더독스는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전국 30개 대학과 협약을 맺고 지역 창업가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같은 커리큘럼으로 동시에 1500명이 창업 교육을 받고 있어요.”


Q : 언더독스 말고도 창업 교육하는 곳이 많은데 어떤 차별성이 있죠.

A : “창업은 국영수처럼 가르칠 수 없는 영역이에요. 창업가에게 맞는 솔루션을 일대일로 제공하고 사소한 것까지 함께 고민해 주는 과정이 필요해요. 언더독스의 공식 라이센스를 가진 ‘창업코치’가 전국에 300명 정도 있어요. 코치 풀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죠. 전·현직 투자 심사역, 창업가들로 구성된 코치진이 사업계획서 작성과 피칭을 돕고 조직문화 교육, 지역의 이해관계자 분석까지 곁에서 꼼꼼하게 알려줍니다.”


Q : 개인에게는 교육비를 받지 않는다고요.

A : “10년째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무상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교육생은 돈을 안 냅니다. 언더독스 자체 재원으로 교육을 하거나, 기업·공공에서 비용을 지원받아 진행해요. 이 원칙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겁니다.”


Q : 확고한 이유가 있겠죠.

A : “언더독스를 설립하기 전에 두 번의 스타트업을 경험하며 깨달은 것들이 많았어요. 창업에 도전한 청년들이 저와 같은 실수나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며 언더독스 사관학교라는 이름으로 무료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언더독스에게 교육은 가장 중요한 정체성입니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경험을 나누기 위한 수단이에요.”

선한 의도를 가진 창업가가 세상을 바꾼다
언더독스는 사회적기업이다. 수익 창출이 목표인 영리기업과 달리 사회적기업은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경제활동을 한다.


Q : 언더독스의 소셜 미션은.

A : “매출 100억짜리 기업 하나를 키우는 것과 1억짜리 기업 100개를 키우는 것, 둘 중 어느 쪽이 사회적 편익이 클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해요. 언더독스는 ‘창업가들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분명한 소셜 미션을 가지고 있어요. 선한 의도를 가진 창업가를 키워내는 게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Q : ‘선한 의도를 가진 창업가’는 정확히 어떤 사람인가요.

A : “문제해결형 창업가라고도 부르죠. 우리 교육을 들으러 오는 대부분이 이런 사람들입니다. 나를 위한 창업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하는 경우죠. 이들을 성공시키는 게 우리 미션을 달성하는 길이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 언더독스의 ‘공동 창업자’라고 생각하며 코칭합니다.”


Q : 비영리 성향이 강하신 것 같아요.

A : “원래 비영리로 출발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NGO에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대학 다닐 때는 미국에 있는 NGO 연구소에서 6개월간 인턴십을 했고요. 그곳에서 ‘소셜 엔터프라이즈(Social Enterprise·사회적기업)’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됐어요. 등불을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Q : 어째서요.

A :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었는데, 영리가 아닌 비영리에 관심이 많다 보니 고민이 많았어요. 미국에서 ‘벤앤제리스’ 같은 사회적기업을 접하면서 좋은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비영리의 목적을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이 사회적기업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Q : 언더독스가 사회적기업이 된 이유를 이제 알겠네요.

A : “4명이 함께 회사를 창업했어요. 그때 우리끼리 화이트보드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삼성, SK 같은사회적 대기업’을 만들자!.”


Q : 사회적 대기업이라니 재밌네요.

A : “사회적 대기업을 만들고 그 아래에 사회적기업들을 계열사처럼 두는 거죠. 금융회사도 만들고, 상조도 만들어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면 좋겠다는 그림을 그렸는데 신기하게도 비슷하게 가고 있어요.”

사회적기업 최초 상장, 역사 쓰게 될까

언더독스는 외부 투자 없이 10년 만에 매출 200억원을 달성했다. 국내 사회적기업으로서는 보기 드문 매출 규모다. GS리테일, SK 이노베이션 E&S, 네이버, 하나금융그룹 등 대기업들이 언더독스의 창업 교육을 선택하면서 매출이 크게 뛰었다. 내년 초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면 ‘사회적기업 최초 상장’이라는 역사를 쓰게 된다.


Q : 한국에서는 사회적기업이 여전히 ‘비주류’로 대접받는 분위기죠.

A : “프리IPO를 하면서 투자자들을 이해시키는 게 좀 어려웠어요. 언더독스의 기업 형태나 비즈니스 모델이 투자자들에겐 다소 생소하다 보니 상장 가능성이 있는 비즈니스라는 걸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Q : 90억 투자를 받았으니 설득에 성공한 것 아닌가요.

A : “성장성·수익성 등 ‘숫자’로는 인정을 받았지만, 회사의 가치나 미션까지 완벽하게 전달하진 못한 것 같아요. 결과로 증명하면서 차근차근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죠.”


Q : 상장에 도전하는 이유는 뭔가요.

A : “사회적기업은 사회문제를 기업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효과적인 모델이에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착한 기업’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취지는 좋은데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죠. 언더독스가 상장하면 사회적기업도 일반 기업들처럼 투자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날 거예요. 투자가 활성화되면 더 많은 사회적기업 창업이 일어나겠죠. 임팩트 스타트업 생태계, 나아가 비영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해요.”

올해는 아시아 지역으로 언더독스의 창업 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다. 먼저 일본에서 창업 교육을 시작한다. 이달 초 일본에 법인을 설립했고, 도쿄도와 계약을 맺어 첫 매출이 발생했다.

“일본 창업 생태계는 한국의 10년 전과 비슷해요. 현지에서 200명을 대상으로 창업 교육을 해봤는데 만족도가 아주 높았습니다. 일본 현지 코치를 트레이닝하고 교과 과정도 일본어로 바꿔서 대학생들에게 무료 창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8명을 선발해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Q : 해외에서도 언더독스의 교육이 통할까요.

A : “불완전 판매는 하지 않습니다. 창업 교육은 아시아 전체에서 언더독스가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Q : 설립 10주년,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A : “영리와 비영리를 아우르는 임팩트 생태계의 기버(Giver)가 되고 싶어요. 자신이 가진 경험과 자산을 대가 없이 나누고 전파하는 사람들을 기버라고 하죠.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버들이 성공할 수 있게 돕는 것. 언더독스가 지난 10년간 지켜온 신념과 철학이에요. 이게 없었다면 지금의 언더독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저 그런 용역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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