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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뷰' 보며 셀카 찍어야 제맛...카페투어 성지 된 부산 핫플

조선업의 전진기지인 부산 영도가 젊은층이 몰려가는 이색 섬으로 떠올랐다. 최근 몇 년 새 조선소를 개조한 카페를 비롯해 개성 넘치는 카페가 부쩍 늘어난 까닭이다. 사진은 봉래산 기슭에 자리한 미피카페. 최승표 기자
2월 13일 오후 6시 무렵.
이른바 ‘롤러코스터’로 불리는 부산항대교의 360도 나선형 진입로에서 동공 떨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다리 밑 ‘영도 마리노 오토캠핑장’이 평일인데도 북적였고, 텐트 설치를 마친 캠퍼들이 평화롭게 모닥불을 쬐며 저녁을 먹고 있었다. 올려만 봐도 어질어질한 다리에서는 자동차가 질주했고, 육중한 배와 크레인이 가득한 야영장 옆 조선소에선 정체 모를 기계음이 울렸다. 처음에는 살풍경하다고 느꼈으나 보면 볼수록 부산답고 영도다운 모습이었다.
요즘 부산 영도는 이질적인 풍경으로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가난한 해변 마을은 외국인도 몰려드는 ‘핫플’이 됐고, 문 닫은 조선소에 들어선 카페는 커피 투어 성지로 거듭났다.

피난민이 일군 마을
부산 영도는 1934년 영도대교가 놓이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한국 최초의 도개교인 영도대교는 토요일 오후 2시에 15분간 다리를 들어올린다. 임현동 기자
왜 영도에는 대형 카페가 속속 들어서고 있을까? 인구 300만명이 넘는 부산에서도 영도구는 왜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이 됐을까? 영도를 여행하기 전에 이런 질문에 대한 단서부터 찾아보자. 영도대교 앞 ‘영도관광안내센터’를 들르면 된다.
조선 시대 영도는 말 키우는 섬이었다. 사람은 거의 안 살았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달라졌다. 일제가 제염·조선 등 산업을 키웠고, 1934년 당시로선 파격적인 규모의 영도대교를 놓았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전국에서 피란민이 부산으로 몰려들었다. 피란민은 다리 건너 영도에도 정착했다. 이후 영도는 조선업이 번창했다. 일제 강점기에 약 5만명이었던 섬 인구가 1975년에는 21만6000명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현재 영도 인구는 10만명 정도에 그친다).
‘부산여행특공대’ 손민수 대표는 “그 시절에는 일터가 부산 원도심에 있어도 영도에 사는 사람이 많았다”며 “공동 주방과 화장실을 써야 해서 주거 조건은 취약했지만 영도 집값이 워낙 쌌다”고 설명했다.
부산 영도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흰여울마을. 피난민 모여 살던 마을이 영화 때문에 명소가 됐다. 최승표 기자
요즘 영도 관광 일번지로 꼽히는 ‘흰여울마을’이 피난민과 가난한 노동자가 살던 동네다. 영화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등의 촬영지로 알려진 뒤 전망 좋은 자리에 카페와 기념품점이 들어섰고, 해안동굴 등이 인증 사진 명소로 떠올랐다.
마을의 급격한 변화 한편에는 과잉 관광의 그늘도 드리워져 있다. 비좁은 절벽 길은 급증한 인파 탓에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담벼락에는 ‘정숙 관광’, 그러니까 목소리를 낮춰달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깡깡, 망치 소리 울리는 갯마을
옛 대평유치원은 깡깡이마을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노동자들이 선박 수리할 때 쓰는 도구가 전시돼 있다. 최승표 기자
깡깡이마을 곳곳에는 벽화가 새겨져 있다. 독일 작가 헨드릭 바이키르히가 대동대교맨션 벽면에 그린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눈길을 잡아끈다. 최승표 기자
영도는 배를 고치는 수리 조선업의 전진기지다. 예부터 ‘깡깡이마을’로 불리는 대평동에서는 망치로 배를 때리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50~60년 전에는 ‘깡깡이 아지매’들이 족장에 걸터앉아 위태롭게 망치질했다면, 요즘은 외국인 노동자가 지게차나 기중기로 작업하는 게 다를 뿐이다.
부산시는 2015년 도시 재생사업 차원에서 깡깡이마을을 예술마을로 지정했다. 문 닫은 유치원을 박물관으로 꾸몄고, 벽화를 그리고 설치미술도 전시했다. 마을 주민이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그러나 관광객의 발길은 뜸하다. 섬 방문객 대부분은 대평동 옆 봉래동으로 향한다. 소문난 카페가 많아서다.
2007년 금정구에서 영업을 시작한 부산의 대표 카페 '모모스'는 2021년 영도에도 진출했다. 최승표 기자
최근 조선소 창고를 개조한 ‘모모스 로스터리 & 커피바’를 비롯해 ‘무명일기’ ‘원지’ 같은 카페·식당이 들어서면서 봉래동이 카페촌으로 알려졌다. 이들 카페는 소위 ‘조선소 뷰’로 유명하다. 부두에 가득한 바지선과 육중한 기계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이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모모스는 박물관처럼 설계했다. 산처럼 쌓인 생두 자루, 대형 로스팅 기계, 바리스타가 커피 내리는 모습을 작품처럼 관람할 수 있다.

오르세미술관 걸작 만나볼까
태종대 집라인 탑승장에 자리한 카페 '스릴 온 더 머그'는 시원한 바다 전망 덕에 인기를 끌고 있다. 최승표 기자
청학동에 자리한 미피 카페는 미피 캐릭터를 좋아하는 마니아에게 인기다. 최승표 기자
영도에는 봉래동 말고도 개성 넘치는 카페가 많다. 2023년 태종대 집라인 건물에 개장한 카페 ‘스릴 온 더 머그’가 대표적이다. 13일 오후, 집라인을 타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바다 전망이 빼어난 카페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봉래산 동쪽 기슭, 청학동에 자리한 ‘미피 카페’도 마찬가지다. 문구·선물용품 등을 만드는 신기산업이 네덜란드의 토끼 캐릭터 ‘미피’와 제휴를 맺고 지난해 카페를 연 뒤 미피 팬을 불러들이고 있다. 방문객은 바다 건너 부산 시내까지 훤히 보이는 조망을 즐기고 기념품도 사간다. 특히 앞치마를 두른 자갈치 미피 인형이 인기다. 경기도 군포에 사는 홍지수(24)씨는 “네덜란드를 여행하다가 미피 캐릭터에 반해 영도까지 찾아왔다”며 부지런히 셀카를 찍었다.
아르떼 뮤지엄 부산은 파리 오르셰미술관과 제휴를 맺고 세기의 명작을 몰입형 미디어로 선보인다. 최승표 기자
아르떼뮤지엄 부산에는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2020년 코엑스에서 전시해 화제가 됐던 작품 '웨이브'. 최승표 기자
조선소가 모두 카페로 탈바꿈한 건 아니다. 지난해 7월 동삼동 선박 수리창고에는 몰입형 미디어 전시공간 ‘아르떼 뮤지엄 부산’이 들어섰다. 파도가 넘실대고, 장미가 흩날리고, 폭풍이 몰아치는 등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 프랑스 출신의 조향사가 전시실마다 다른 향을 연출했고, 압도적인 음향도 곁들여져 오감이 즐겁다. 19개 작품 중 관람객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고흐, 고갱 등 기라성 같은 화가들의 작품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명작 360점도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아르떼 뮤지엄 부산 장수진 관장은 “부산의 역동적인 풍광을 담은 ‘스태리 부산’까지 꼭 관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행정보
신재민 기자
부산 영도에 자리한 제주복국에서 먹은 까치복 지리탕(1만8000원). 반찬도 많이 내준다. 최승표 기자
영도는 의외로 접근성이 좋다. 부산역에서 버스로 약 20분 거리다. 섬 안에서도 주요 관광지는 버스로 다닐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이 번거롭다면 4~12월 주말마다 운영하는 ‘영도 스토리 투어 버스’를 추천한다. 가이드의 해설을 들으며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고 태종대 유람선도 탄다. 한국관광공사의 ‘대한민국 구석구석’ 앱에서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받아가면 유용하다. 제휴 식당과 카페, 관광지 입장료를 할인해준다. 흥미로운 사실. 영도에는 제주 이민자가 많다. 하여 부산제주도민회관도 있고, 제주은행 지점도 있다. 식당도 ‘제주’ 간판을 내건 집이 많다. 제주복국이 대표적이다. 음식 맛이 부산 본토에 자리한 여느 유명 복국집에 뒤지지 않는다.



최승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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