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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검프’ 배우들 뭉쳤다…할리우드 스타일 버린 파격 영화

영화 ‘히어’는 제한된 카메라로 시간에 대한 상상의 폭을 크게 자극한다. ‘아주 보통의 삶’에 바치는 따뜻한 헌사다. [사진 메가박스 중앙]
19일 개봉한 영화 ‘히어(HERE)’는 ‘포레스트 검프’(1994)를 연출했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각본가 에릭 로스, 주연배우 톰 행크스와 로빈 라이트가 다시 의기투합해 제작한 작품이다. ‘포레스트 검프’는 미국의 역사적 사건 곳곳에 주인공이 등장하는 설정으로 한 개인의 인생 여정을 통해 미국 사회의 명암을 다루며 이듬해 아카데미상 6개 부문 수상을 휩쓸었다.

30년 만에 다시 뭉친 제작진은 뻔히 예상되는 ‘할리우드 스타일’로 돌아오지 않았다. 촬영 카메라를 한 곳에 고정해 찍고 스크린을 액자처럼 분할해 각기 다른 장면을 보여주는 등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은 미국 동부 교외에 1900년대 초에 지어진 한 채의 집, 그중에서도 거실이다. 영화는 이 집을 거쳐 간 다양한 가족 중 1차 세계대전 상이군인 알과 그의 아내 로즈,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알과 로즈는 이 집을 계약하고 여기서 아이를 셋 낳는데, 그중 첫째 리차드(리키)가 바로 톰 행크스다. 청년으로 자란 리키는 18세에 사랑에 빠져 마가렛(로빈 라이트)과 결혼하고, 이곳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며 아이를 낳아 키우고,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나이 들어간다.

영화 ‘히어’는 제한된 카메라로 시간에 대한 상상의 폭을 크게 자극한다. ‘아주 보통의 삶’에 바치는 따뜻한 헌사다. [사진 메가박스 중앙]
고정된 카메라가 보여주는 것은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이 겪은 생로병사, 그리고 기쁨과 슬픔, 상실과 이별 등 소소한 사건들이다. 그 안에 한 인물의 삶으로 미국의 역사를 훑었던 ‘포레스트 검프적’ 요소를 배치했다. 앞서 그 집에 살았던 참정권 운동가, 리클라이너 의자 발명가, 그리고 바로 얼마 전 그곳에 살다 이사 간 흑인 중산층 가족을 통해 시대 변화를 비춘다. 그뿐 아니다. 저메키스 감독은 첨단 디지털 기술을 빌려 이야기 속 시계 태엽을 휘감으며 공룡이 뛰어다니던 초원부터 빙하기, 아메리칸 원주민이 살던 시기까지 몇 겁의 시간을 넘나든다.

영화는 ‘만화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했다. 저메키스 감독은 제작 노트에서 “언젠가 몇백 년 된 집에 머물며 내가 앉아 있는 바로 이 자리를 지나간 수많은 삶을 떠올렸다”며 “하나의 위치에서 하나의 카메라로 수 세기에 걸친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히어’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작품 전체에 적용한 할리우드 최초의 장편 영화로도 주목 받았다. 올해로 69세인 행크스는 영화 초반부 생성형 AI 시각효과 기술 ‘디지털 메이크업’을 통해 20대 모습으로 등장한다.

삶에 대한 통찰이 무르익은 감독이 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아주 보통의 일상에 바치는 따뜻한 헌사다. 영화에선 이 평범한 집 맞은편에 미국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 살았다는 사실을 계속 암시한다. 그러나 막이 내린 후 관객들은 슬며시 깨닫게 된다. 진정한 유적지는 그런 특별한 곳이 아닌, 보통의 일상이 있는 각자의 집이었음을. 그리고 매일 ‘지지고 볶으며 이어진’ 삶, 돌아보니 그게 진짜 우리 역사였다는 것을. 104분, 12세 이상 관람가.





이은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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