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세에 'US투자 포럼' 몰린 반도체 기업들..."美에 공장지어야 하나"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 미국 투자포럼에 참석한 엘리아스 페텔레 엠파이어 스테이트 개발 외국인직접투자 디렉터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향해 각종 세금면제를 포함해 뉴욕 주정부 차원의 다양한 혜택을 소개했다.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25%, 혹은 그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후에 한국에서 주 정부가 반도체 기업 유치에 나선 것이다.
미국 상무부가 해외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만든 기구인 ‘셀렉트USA’가 주최한 이 날 포럼에는 뉴욕뿐 아니라, 삼성전자 공장이 위치한 텍사스, SK하이닉스 패키징 공장이 들어서는 인디애나, TSMC와 인텔 공장이 있는 애리조나 등 주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포럼에 참석한 한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관세가 현실화되면 미국 현지에 반도체 제조 생태계가 확장될 수 있다”라며 “진짜 미국에 진출한다면 어느 주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회 주고 싶다”는 트럼프

관세는 피하지만 실익 있나?
한국 기업들은 분주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무관세인 반도체에 25% 이상 관세가 부과되면 칩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7.5%로 중국(32.8%), 홍콩(18.4%) 등에 비하면 적지만, 여전히 타격이 예상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짓기에는 고려해야 할 사안이 산더미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인건비 등 생산비가 비싼 미국은 효율이 안 좋은 편”라며 “아무리 칩스법 보조금을 받는다 해도 공장 운영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보조금을 받아야 겨우 생산단가를 맞출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기업들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관세부담이 있더라도 국내서 생산할지, 비싸더라도 미국에 가는 게 더 이득인지 저울질 중이다. 주 정부 관계자들과 자유롭게 네트워킹하는 시간에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은 분주하게 정보를 수집했다. 포럼에 참석한 국내 반도체 대기업 관계자는 오하이오 주 관계자에게 “현지 인력의 질은 어떠며 대학 프로그램과 어떤 연계를 하고 있는가”“주에서 기업에 직접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어느 정도 되나” 등을 따져 물었다. 주 관계자들도 열정적으로 응답했다. 엘리아스 디렉터는 “오늘 발표된 관세를 너무 염려하지 말라”라며 “우리가 주는 수많은 혜택을 고려하라”고 말했다.
국내 한 반도체 장비 기업의 명함을 받은 제임스 첸 텍사스 주지사 사무실의 해외투자담당은 “당신의 명함에는 표시를 해놓겠다. 연락 달라”라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첸 담당은 “며칠 전 한국 기업인 동진세미켐이 텍사스 주 정부로부터 240만달러 상당의 보조금을 받게 됐고 회사는 1억1000만달러의 추가 투자를 통해 현지 생산을 늘리게 됐다”라며 “한국의 더 많은 기업이 와서 혜택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으로 진출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 현지 생산을 위해 지금부터 반도체 공장을 짓더라도 최소 2∼3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제로 관세를 피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기업 입장에서 고민이 많겠지만, 1년 관세 효과를 보기 위해 3년간 공장을 건설하는 건 경제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박해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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