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호의 시시각각] 경제학 교과서와 싸우는 트럼프


맨큐는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더글러스 어윈 교수의 ‘상호관세는 무의미하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 링크도 함께 올렸다. 어윈은 “다른 나라 해안이 암석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해서 자국 항구에 바위를 던져선 안 된다”는 영국 여류 경제학자 조앤 로빈슨의 어록을 인용하며 상호관세를 최악의 아이디어라고 비판했다. 미국 수입품은 1만3000개 품목 정도고, 미국은 대략 200개 국가와 무역을 한다. 나라별·품목별로 관세를 매기면 260만 개의 어마어마한 개별 관세율이 나온다. 어윈은 과연 미국 관세시스템이 이런 복잡함을 감당할 수 있는지 묻는다.
보수 경제학자인 맨큐는 지난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지지 이유는 단지 “트럼프가 아니라서”였다. 맨큐와 어윈뿐이 아니다. 연초 미국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는 트럼프 성토장이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이 물가를 자극하고 전 세계에 불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무역적자를 결정하는 건 관세가 아니라 국내 저축과 투자의 균형이라는 게 경제학의 가르침이다. 무역적자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낮은 저축률(과잉 소비)이다. 고민과 반성 없이 트럼프는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터뜨리고 있다.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에서 ‘크게 생각하라’ ‘지렛대를 사용하라’ 등 자신의 협상 원칙을 거론했다. 일단 크게 내질러서 상대방의 얼을 빼놓았다가 자신의 선택 범위를 서서히 넓혀 가는 그의 스타일은 지금도 여전하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잘 대비하되 너무 가슴 졸이며 정부 대책을 ‘서둘러’ 내놓으라고 조바심을 치지는 말자. 그럴수록 협상력이 떨어지고 트럼프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를 못 한 것 자체는 우리의 국가 리더십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고 전화 통화에 계속 매달리면 향후 협상에서 써야 할 우리의 외교통상 자원이 낭비될 수 있다.
관세 전쟁으로 결국 지갑을 열어야 하는 건 미국 기업과 소비자다. 트럼프는 단기적으로 관세 때문에 소비자물가가 오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역설한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관세를 영구적이 아니라 협상 수단으로 일시적으로 올린다면 인플레 압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뒤집으면 관세 폭탄이 계속될 때는 물가가 불안해지고 경제에 악영향이 있다는 얘기다. 장기적으로 트럼프는 좋다는데 버냉키는 ‘글쎄요’다. 관세 부담에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할지 고민하는 기업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후자에 더 마음이 갈 것 같다.
서경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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