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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첫 대북정책 확정 전에 한국 입장 반영시켜야"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트럼프 1기 경험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의 2기 전망
장세정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며칠 뒤면 취임 한 달이 된다. 트럼프 2기는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대외 개입을 줄이는 신고립주의 노선이 예상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신제국주의'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멕시코·그린란드·파나마·가자지구 등에 노골적인 주권 개입과 영토 야심 등 팽창주의 행태를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2017년 트럼프 1기에 이어 2025년 트럼프 2기 출범 시점에 대한민국은 현직 대통령이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 당하는 정치적 혼란에 휩싸여 있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세상은 숨 가쁘게 요동치는데 한국 정치의 시계만 멈춰선 듯해 걱정스럽다.
1기 때 정상-대행 통화 3회 소통
'최대 압박·관여' 대북정책에 반영

트럼프, 개인외교와 톱다운 선호
더 크게 주고받는 거래 검토해야

미국, 헌재 결정의 동맹 영향 촉각
트럼프 스톰에 초당적 힘 모아야
윤병세(72) 서울국제법연구원 이사장을 이 시점에 찾아가 만난 이유는 그가 박근혜 정부에서 유일무이한 외교부 장관(4년 3개월)으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트럼프 1기 초반 5개월을 현직 장관으로서 생생하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최근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해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두루 접촉하고 귀국해 현지 동향과 분위기를 깊이 있게 전달할 '메신저'다.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외교부 장관으로 재임했던 윤병세 서울국제법연구원 이사장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에는 경우에 따라 한국도 더 크게 주고받는 거래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호 기자
-취임 이후 변화상을 지켜본 소감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만큼은 독재자가 되겠다'고 공언하더니 실제로 첫날에 행정명령·각서·선언 등 40여개 문서에 서명했다. 이어 다양한 관세 폭탄 예고 및 시행 발표, 가자지구 장악·소유 의향 선언, 우크라이나전쟁 종전 협상 개시 합의 등 전무후무할 정도로 파격적 조치를 군사작전 하듯 쉴새 없이 내놨다. 1기 때와 달리 준비된 정부임을 보여주기 위해 속도·강도·범위가 지각 변동급이다. 적과 우군을 가리지 않는 이런 조치의 단기·장기 여파에 대비하되 공포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트럼프 2기에는 전략적 신뢰와 가치에 기반을 둔 동맹 개념은 약화하고 주고받기식 거래에 기초한 '트럼프 독트린'이 모든 영역을 주도할 것이다. 우방이든 적이든 미국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 최고의 기준이 될 것 같다."

트럼프, 군사작전하듯 대외 정책 쏟아내
-트럼프 2기를 보는 미국 현지 시각은.
"8회에 걸친 핵심 싱크탱크들과의 개별 회의에 워싱턴의 10여개 연구소와 유관 기관이 참석했다. AFPI 등 친트럼프 연구소 인사들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반면 CSIS·브루킹스연구소 등 싱크탱크 인사들은 ‘충격과 공포의 시대’, ‘폭풍의 시대’, ‘혼돈의 시대’의 도래로 규정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당분간 과거에 미국을 상대하던 방식은 접고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전개될 불확실성의 파고에 잘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파도를 잘 못 타면 피해가 클 것이고, 나름대로 잘 헤쳐 나가면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24년 11월 7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처음 통화하며 윤 대통령에게 우수한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에 대해 큰 관심과 기대를 표시했다고 한다. [연합뉴스 중앙포토]
-한국 상황에 대해 뭐라고 충고하던가.
"한국 내정이 중점 의제로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민주주의 복원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총리까지 탄핵당하고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최상목 부총리)으로 이어진 정치적 혼란이 얼마나 지속할지 우려하고 있었다. 특히 보수적 연구기관들은 향후 헌법재판소의 결정 향방이 강력한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민감해했다."

-1기 때는 10일 만에 정상이 통화했다.
"트럼프 1기 정부 때는 미국이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 초기부터 한국 정부 및 정책에 강한 신뢰를 표명해 준 것이 지금과 다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1월 말(취임 10일만), 3월 초(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 후), 4월 초(시진핑 방미 회담 후) 등 세 차례 정상통화하며 소통했다. 한·미 동맹 강화, 북한 도발에 한·미의 강력 대응, 사드(THAAD) 배치 등을 놓고 긴밀히 협의했다. 당시엔 권한대행 체제임에도 미국이 한·미동맹을 중시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과 전 세계에 보여줬다. 원래 트럼프 대통령은 권한대행(Acting)과 대화하는 것을 내켜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1기 초반에 3회씩이나 통화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엔 권한대행이 (최상목 부총리와 달리) 총리라는 독자적인 직책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큰 저항감이 없었고, 고위 참모들이 적극적으로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15일 독일 뮌헨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스1 공동취재단]
올가을 경주 APEC 무대 잘 활용해야
-당시 장관으로서 역점을 둔 것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2017년 2월(독일)·3월(서울)·4월(뉴욕)에 잇따라 회담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 1기 정부 초기의 대북정책 수립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소통하고 설명했다.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담아 그해 4월 말에 발표한 트럼프 1기 첫 대북정책에 반영됐다. 이번 트럼프 2기에도 정책 방향이 담긴 연두교서(3월 4일 발표), 취임 초기 대북정책 리뷰, 올 연말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 등에 한국의 입장이 직간접으로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올가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어 비전과 로드맵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하면 향후 4년 동맹관계의 기틀이 잡힐 것이다."

-1기 때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 중심을 잡아줬는데.
"이번 2기에는 트럼프 충성파들이 대거 입각했고, 상·하원 다수 의석을 공화당이 차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약 없이 사실상 무소불위의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 구조가 됐다. 모든 분야에서 속도전에 나설 태세다. 시스템보다 '개인 외교'를 중시하는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 정책결정 성향이 더 강해질 것이다. 이제 모든 길은 트럼프를 통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 견제가 1기 때보다 최우선적 정책의제가 될 것이다. 트럼프 2기와의 정책 정합성 정도에 따라 동맹·우방국 관계에도 층위가 형성될 것이다."
2019년 2월 28일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회담은 북한 제재 해제 관련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결렬됐다.[연합뉴스]
모든 길은 트럼프를 통해야 하는 시대
-한국을 뺀 북·미 직거래 우려는.
"그런 우려가 있지만, 미국엔 우크라이나전쟁과 중동 사태 등 시급한 현안이 있다. 대북 정책팀 구성을 완료한 뒤 대북정책 검토를 끝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도 '하노이 트라우마'가 있는데다 북·러 동맹조약으로 과거보다 여유가 생겨 북·미 모두 급하게 서두를 여건은 아니다. 만약 미국이 정상회담을 서두르느라 비핵화 원칙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자칫 핵 군축 협상으로 성격이 변질하고, '스몰 딜'이나 중간 수준의 '나쁜 합의(bad deal)'가 될 우려가 있다. 다행히 2월 초 미·일 정상회담과 최근 뮌헨안보회의 계기로 열린 한·미,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결과를 보면 향후 미국은 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한·미, 한·미·일 조율을 이어갈 것 같다. 리처드 그리넬 대북 임무 특사가 주도할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되기 전에 한국 입장을 모든 가능한 채널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강하게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이나 실무협상을 추진할 경우에도 목표와 성격, 시기와 추진 방식, 합의의 형식 등에 대해 한국 의견을 꼭 고려하게 해야 한다."

미국, 한국의 '전략적 유연성' 입장 주목
-'트럼프 청구서'가 곧 날아올 텐데.
"방위비 분담 문제는 바이든 정부 시절 합의 결과를 잘 활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조선업 MRO(유지·보수·정비) 외에도 군함 건조 등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영역에서 주고받기(Give and Take)의 판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요구 범위가 더 확대될 경우 한국도 '더 크게 주고 크게 받는 접근 방식(Big Give & Big Take)'을 검토할 수도 있겠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최근 제안한 '한·미 전략적 경제 동반자(SEP)'도 이런 접근법이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방위비 분담 차원을 넘어 인·태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과 동맹국의 역할 증대에 더 우선순위를 둘 것이다. 따라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이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 지정학적 문제에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미국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트럼프 1기 정부 초기 5개월간 외교부 장관으로 활약한 윤병세 서울국제법연구원 이사장은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해 초당적으로 지혜를 모으자고 주문했다. 김종호 기자
-탄핵 사태 와중에 국익을 지키려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전대미문의 국내정치 혼란이 이어지면서 정상외교가 작동하지 못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거래외교를 통해 이견을 좁히고 상호이익 분야를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 한국이라는 동맹이 복합위기 시대에 얼마나 미국에 큰 전략적 가치가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의 MAGA 꿈 실현에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임을 백악관·의회는 물론이고 미국 여론 주도층에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안보 공백이 없도록 한·미 당국이 더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 대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범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정부·기업뿐 아니라 국회가 초당적으로 나서야 하고,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장세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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