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韓 전술핵 재배치 필요…‘아시아판 NATO’ 구축해야”

정 이사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이 유럽에는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안보 상황이 더 심각한 한반도에는 배치하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미국의) 전술핵무기 중 일부를 한국 내 기지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특히 “미국과 그 동맹국ㆍ파트너들은 북한ㆍ중국ㆍ러시아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억제하기 위해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우리는 아시아판 나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인도태평양조약기구(IPTOㆍIndo-Pacific Treaty Organization)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이사장은 “중심축과 바큇살(hub and spokes)의 동맹체제 내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태국 등 동맹국은 바큇살 간 협력(spoke to spoke)을 더 강화해야 하고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과 같은 중요 파트너들과의 협력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주권 국가의 봉쇄나 정권 교체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강압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인도태평양 지역의 모든 국가의 주권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정 이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한국과의 조선 분야 협력에 관심을 표명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미 해군 함대를 더 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이 공동의 노력에 많이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을 주축으로 하는 조선ㆍ에너지 기업 HD현대그룹 총수인 정 이사장은 1988년 정계 진출 뒤 국회의원 7선을 지냈다.
정 이사장은 10여 년 전부터 북한 비핵화를 정책 최우선 순위에 두고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론을 주장해 왔다. 중대한 국가안보 위협 상황을 전제로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명시된 NPT 탈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한 적도 있다. NPT 10조에는 한 국가가 심각한 위협을 받는 경우 3개월 전에 이를 미리 통보하고 NPT를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SAIS에 ‘정몽준 안보학 석좌교수직’을 설립하는 것을 기념해 마련됐다. 정 이사장은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안보와 급변하는 세계 안보 문제를 연구하고 신진 학자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SAIS에 750만 달러(약 108억 원)를 기탁했다. 정 이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매사추세츠공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1993년 SAI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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