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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일체 유심조(一切唯心造)

‘일체 유심조’는 불교의 핵심 가르침으로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의미다. 과연 그럴까.
 
같은 소리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토요일 저녁이었다. 근처에서 음악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친구들 혹은 가족들이 모여 댄스파티라도 하는 모양이다. 가까운 곳이 아니라 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거슬렸다.  
 
며칠 전 들렀던 스타벅스의 음악이 떠올랐다. 간혹 글을 쓰기 위해 스타벅스를 찾곤 하지만, 음악소리나 손님들의 대화소리가 딱히 거슬렸던 기억은 없다. 물리적 소리의 크기가 스타벅스의 음악소리보다 작았던 이웃의 댄스 음악이 더 거슬렸던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스타벅스의 음악 소리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고, 늦은 시간까지 계속된 이웃의 음악소리에는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함이 더해졌기 때문이리라.
 
외부조건은 그대로인데 비교하는 마음 때문에 천국과 지옥이 바뀌기도 한다. 팬데믹 기간에 장거리 비행을 할 일이 있었다. 운 좋게도 옆에 한자리가 비었다. ‘아, 편하게 갈 수 있겠구나!’ 화장실에 가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대부분의 승객은 좌우 두 자리가 비어 누워가고 있었다. 내 옆자리가 비어 있다는 물리적 상황은 변하지 않았지만, 행복했던 기분은 어느 새 원망으로 변해버렸다.  
 
마음 상태에 따라 같은 풍경이 180도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조카의 학교는 언덕 위에 있다. 등교를 시키고 운전을 하며 내려오는데, 눈앞의 산세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연신 감탄을 하며 언덕을 내려왔다.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라이드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다되어가는데, 오늘에야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 온 것이다. 가만히 돌아보니, 1년간 애를 먹이던 별채 준공 검사가 어제야 비로소 시로부터 떨어진 것이었다. 마음에 고민이 가득하니, 그 멋진 산세가 눈에 들어올 틈이 없었던 탓이다.  
 
한 생각 때문에 같은 상황이지만 다르게 반응하기도 한다. 훈련원 전기공사를 위해 이웃집들의 서명이 필요했다. 대부분은 동의를 해 주었지만, 두 집은 허락을 거부했다. 옆집이 거절했을 때는 그다지 서운한 마음이 없었지만, 아랫집이 거절했을 때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아랫집에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있어 오가며 인사도 하고 때로는 간식거리도 사다주곤 했다. 자연스럽게 아이의 부모님과도 친해져서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선물도 전해주곤 했었다. 약간의 친절과 호의가 도리어 원망심의 원인이 된 것이다.
 
이쯤 되면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것은 물리적 조건이나 환경이 아닌 마음 작용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 외적인 물리적 조건들은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 어떠한 열악한 조건이나 환경도 부처님을 불행하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수도인의 입장에서는 두 가지를 모두 닦아야 한다.  
 
첫째, 선업을 지음으로써 나를 불행하게 할 만한 물리적 조건들을 미연에 방지해야 하고, 둘째, 이미 지은 악업으로 인해 죄벌을 받을 때 이를 경하게 받거나 소멸시킬 만한 마음의 힘을 갖추어야 한다. 나누어 설명했지만, 하나를 행할 힘을 갖추면 다른 하나는 자동으로 해결 된다는 점에서 둘이 아니라 할 수 있다.  
 
[email protected]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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