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톰'서 수출 지킨다...무역금융 366조 역대 최대 지원

정부가 ‘트럼프 스톰’에 대처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366조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기업에 공급하고, 글로벌 사우스(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신흥국) 등 대체시장 판로 개척에 나선다. 올해가 수출 상승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진단에서다.
정부는 18일 기획재정부ㆍ산업통상자원부 등 범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비상수출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의 무기화’와 이에 따른 고환율 지속, 첨단산업의 경쟁과열과 글로벌 공급과잉 등 ‘3각 파고’로 상반기 수출에 난관이 예상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 정부의 설문조사 결과, 참여기업의 68.7%가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수출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366조 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공급한다. 이 가운데 중소ㆍ중견기업에 100조 원의 무역보험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바우처를 신설하고, 관련 기업들에 로펌 및 관세법인 컨설팅, 물류ㆍ통관 지원 등을 제공한다. 더불어 중소기업의 단기수출보험료를 50% 일괄 할인하고, 관세 피해 기업에는 최대 60% 할인 혜택을 준다. 트럼프 2기 관세를 피해 국내로 복귀한 유턴기업에는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깎아주고, 보조금 지원액도 10%포인트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한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수출 판로의 구조 개선에도 나선다. 최근 대체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멕시코ㆍ브라질ㆍ남아공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 판로 확대를 위해 수출지원기관의 해외거점 5곳을 신설하고, 이 지역에 대한 무역보험을 55조원(지난해 48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지역에서 활동하는 우량 수입자의 무역보험 한도를 3배 확대하고, 저신용 수입자에게도 보험 한도 상한을 50만달러로 상향했다. 우크라이나ㆍ중동 등 전쟁 지역 재건사업을 위한 특별 무역금융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주력산업 지원과 함께 다변화도 꾀한다. 반도체칩 등에 대한 한국제품 구매 조건부 자금대출 장기보증을 도입하고, 자동차ㆍ부품의 신시장 개척 및 품목 다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차전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ㆍ사용후 배터리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바이오헬스 분야는 미국 시장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네트워킹을 강화한다.
조선 분야는 한미 조선 협력 패키지를 추진한다. 해외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 K-푸드·K-콘텐트 등의 수출을 키우고, 원전ㆍ방산ㆍ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도 지원한다. 아울러 K-POP 등을 활용한 마케팅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고, 상반기에 70%를 집행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이날 회의에서 ‘중소ㆍ벤처기업 수출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상반기 중에 관세 충격에 노출된 품목 50개 내외를 선별해 특별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이제부터는 통상총력전”이라며 “관세 피해를 본 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이번 대책이 ‘사후 지원’ 위주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 부과 등 수출 장애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과의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명예교수는 “지원 대책은 사후적이면서 대상 기업이나 범위가 한정적이지만, 협상을 통해 수출 장애물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파급 효과가 광범위하다”며 “탄핵 정국으로 국가 컨트롤타워가 부재중이지만 부처 간 긴밀한 논의를 통해 전략을 정교하게 짜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 교수는 “기업과 국민이 트럼프 정부와 협상이 늦었다며 불안해하는데, 다른 국가에 없는 한국만의 강점을 발굴하고, 잘 정리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장 미국의 관세 대상이 된 철강ㆍ알루미늄과 부과가 예고된 자동차ㆍ반도체ㆍ의약품 등 수출 주력제품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기존 수출 대책의 재탕이며,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날 수출대책회의에 참석한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당장 트럼프 정부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제품별) 맞춤형 대책보다는 기업이 공통으로 어려워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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