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차기 헌법엔 개헌 절차 연성화 포함돼야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헌법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도 문제이지만, 시대적 변화를 담지 못하는 낡은 헌법도 문제다. 현행 헌법이 근 40년의 수명을 자랑하는 것은 그만큼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의미도 된다. 우리나라와 같은 법체계를 가진 독일의 경우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는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벌써 70회 가까이 헌법 개정을 경험했다.

주목할 점은 그동안 개헌의 필요성이 부인된 적은 없었다는 점이다. 단지, 대통령 임기 말 개헌이 부적절해서, 여러 가지 정치적·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서, 또는 개헌의 내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부족해서, 여야 정치권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개헌이 실패했다.
그런데 개헌이 늦어질수록 대한민국의 내부적 갈등과 대립은 커지고, 국가 경쟁력은 약화한다. 만일 1987년 대통령 직선제 5년 단임 개헌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당시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던 개헌이 갈등과 혼란을 막고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통한 새로운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2025년 대한민국의 상황은 1987년 못지않은 갈등과 혼란을 보이고 있으며, 30년 이상 지속한 갈등과 혼란을 정치 지도자의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승자독식이라는 국가체제의 문제점, 이를 현명하게 해소하지 못하는 정치문화의 문제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합리적으로 해소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장래는 어둡다. 그런데도 정치세력들은 집권을 위한 권력투쟁에만 골몰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은 계속 약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사람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 같은 정치 상황이라면 정치인들에게 오로지 국민만 보라고, 집권을 위해 노력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그들은 오히려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집권이 필요하다고 답할 것이다.
그러므로 여야의 집권 투쟁이 소모적인 갈등과 대립이 아닌 생산적 경쟁이 되도록, 국민을 위해 더 열심히 하고 잘하는 경쟁이 되도록 국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그 가장 중요한 첫 단추가 개헌이다.
다만, 과거의 개헌 시도가 실패한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7년 국회 개헌특위는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모두 수렴하겠다고 욕심부리고, 대선 블랙홀을 경시했다가 실패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 시절엔 야당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인 개헌안을 발의했다가 야당이 거부하자 이후 개헌논의 자체를 접어버렸다. 개헌에 대한 진정성이 없었다고 평가되는 이유이다.
이미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작지 않다. 다만, 개헌의 시급성과 절박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헌 없이는 작금의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치 시스템을 포함한 국가 시스템 전반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개헌의 성공을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점들이 먼저 개정되어야 한다. 즉, 제왕적 대통령, 제왕적 국회, 사법부 코드인사 등의 문제가 정리되어야 한다. 둘째,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부분부터 먼저 개정하고, 합의가 어려운 것은 차기 개헌의 과제로 남겨두어야 한다. 셋째, 다음의 개헌을 다시 30년 이상 기다리지 않도록 헌법 개정의 절차를 연성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성공적인 개헌은 국가발전의 기초이며,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점이다. 성공적인 제10차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이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새로이 도약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리셋코리아 개헌분과 위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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