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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IT기업이 AI 인재 키우는 대학 신설... [오누키 도모코의 일본 외전]

오누키 도모코 도쿄 특파원
만화 ‘슬램덩크’의 성지인 일본 가나가와현 쇼난(湘南) 해안. 이곳에서 5km 떨어진 바닷가에 오는 4월 새로운 온라인 대학이 들어선다.

이 대학 학생들은 평소 집이나 카페에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게 된다. 얼핏 보기엔 여느 통신제 대학 같지만, 이 곳은 IT기업이 AI인재를 키우는 온라인 대학이자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배움터이기도 하다.

AI인재를 키우는 온라인 대학 ZEN대는 다양한 콘텐트가 마련돼 있다. ZEN대 홈페이지 캡처
대학 이름은 ‘ZEN 대학’.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공익재단법인 ‘일본재단’과 IT 대기업 ‘도완고(dwango)’가 함께 설립했다. ‘일본재단 도완고 학원’에 따르면, ‘ZEN(젠)’은 일본어 발음의 全(전체), 然(자연), 善(선) 등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캠퍼스는 연구실 용도로만 사용하게 된다. 강의 대부분은 사전 녹화된 영상으로 제공한다. 한 강의는 10분짜리 영상 6개로 구성되며, 15번의 강의를 수강한 후 시험에 합격하면 학점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지난 11일 일본 가나가와현 즈시시에 있는 옛 한 대기업 사원 복지시설. 오는 4월 ZEN대가 들어선다. 테이프로 가려져 있는 비석에 학교 이름이 새겨질 예정이다.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강사진은 AI연구 1인자,유명 디자이너

주목할 점은 총 6480개의 다양한 영상 콘텐트와 일본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강사진이다. 학부는 ‘지능 정보 사회학부’ 단 하나. 여기에 ^디지털 산업 ^경제·시장 등 6개 분야, 총 279개의 과목이 개설돼 있다. 학생들은 다양한 콘텐트 중 졸업에 필요한 61개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강사진으로는 일본 AI 연구의 1인자로, 정부 ‘AI 전략회의’ 좌장을 맡고 있는 마쓰오 유타카(松尾豊) 도쿄대 교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모치즈키 케이(望月けい), 북디자이너 아리마 도모유키(有馬トモユキ) 등이 포진하고 있다. 대학측은 “급변하는 AI 시대에 맞춰 활약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한다.

ZEN대의 캐치프레이즈는 “최첨단 교육을 모두에게”다. 연간 수업료를 38만 엔(약 360만원), 입학금은 3만 6,000엔(약 34만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국립대학의 연간 수업료 54만 엔(약 510만원), 입학금 28만 엔(약 260만원)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사립대학의 평균 수업료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일본재단의 지원도 있었지만, 온라인 대학이기에 가능했다.

‘인터넷과 현실의 융합학습’도 중시하고 있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지자체와 지역활성화 및 인재 양성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는가 하면 지역 주민들과 해변 청소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대학측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지역 주민과 교류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일본 가나가와현 즈시해안. ZEN대는 여기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다.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계열고 ‘등교거부 학생 위한 학교’에서 도쿄대 합격자도 배출

한 학년 정원은 3500명으로, 일본의 사립 온라인 대학 중 최대 규모다. 지난해 11월부터 입학 원서접수가 시작됐는데, 1월말 현재 이미 30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입학 전형은 지원 동기 및 400자 이내의 소논문 심사로 이루어진다. 대학측은 “배움의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최대한 수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ZEN대 개설은 10여 년간 운영해 온 온라인 고등학교가 밑거름이 됐다. 도완고는 모회사인 대형 출판그룹 ‘KADOKAWA’와 함께 2016년 ‘N고등학교’, 2021년에 ‘S고등학교’를 세웠다. 오는 4월에는 ‘R고등학교’도 개교를 앞두고 있다.

온라인 고등학교는 과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일종의 대안 학교였다. 부등교(不登校, 등교거부)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학생들의 부등교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2023년에는 일본 초·중학교 부등교 학생수가 34만 명에 달했다. 자연스레 온라인 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코로나로 온라인 교육이 일반화하면서 일본의 온라인 고교 학생수는 2018년 19만 명에서 2024년 29만 명으로 급증했다.

20년 이상 통신제 교육에 종사해 온 N고의 오쿠히라 히로카즈(奥平博一) 교장은 “온라인 고등학교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며 도완고에 협력을 요청했다. 도완고가 운영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니코니코 동영상’을 교육에 활용하기로 했다.

‘N’에는 NEW, NET, NEUTRAL, NECESSARY 등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으며,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신만의 ‘N’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또한, 프로그래밍과 웹디자인 등 기존 고등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약 1만 개의 콘텐트를 갖췄다.

일본 온라인 고등학교 N고,S고의 온라인 댄스부. 학교 홈페이지 캡처
이 학교의 특징인 ‘온라인 부카쓰(동아리)’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기존 고등학교에는 없던 ‘투자부’ ‘창업부’ 등이 있고, ‘정치부’에선 아소 다로(麻生太郎) 전 부총리가 특별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학교의 이미지 및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대학 입시 대비에도 힘썼다. 그 결과 개교 4년 만인 2020년 도쿄대 합격자를 배출했고, 2024년에는 해외 대학 합격자 수가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이런 차별화된 교육 방식이 전국적으로 큰 호응을 얻어 일반 학생들 지원자도 매년 늘고 있다. 저출산 시대에도 불구하고 N고와 S고의 학생 수는 총 3만 명에 달하며, 일본 최대 규모의 고등학교로 성장했다. 코로나 사태를 거친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온라인 교육에 익숙하며, 자기 주도형 학습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N고나 S고를 선택하는 추세다. 그러면서 이들 졸업생들을 위해 ZEN대가 세워졌다. 현재 지원자의 47%가 N고와 S고 출신이다.

일본 온라인 고등학교인 N고,S고의 2023년도(2024년 실시) 대학 합격자수. 명문대 합격자수가 늘어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학교 홈피에지 캡처
“온라인 교육으로도 사회진출 가능"
과제는 배움의 질을 어떻게 담보하느냐는 것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해 10월 ZEN대 설립을 인가하면서 교육의 질 보장과 학생 지원 체계 구축 등을 요구했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 8일 온라인 설명회에선 출석 관리를 비롯해 ‘담임’역할을 하거나 취업지원을 하는 등 세 가지 어드바이저 시스템을 자세히 소개했다.

도완고 창업자인 가와카미 노부오(川上量生) 전 대표는 ”단순한 온라인 교육이 아니라, 다양성을 갖춘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 세대는 온라인에서 만나 친분을 나누고, 헤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N고 학생들의 국어 모의고사 성적은 전국 평균을 뛰어넘는다. 온라인에서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N고 성공사례가 ZEN대에서도 통할지 주목된다.



오누키 도모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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