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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옥금의 한국에 산다는 것] 이 땅의 모든 아이는 소중하다

원옥금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어린이를 부탁해….’

방정환 선생의 애절한 마음이 담긴 마지막 말이다. 방정환 선생은 1922년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날과 어린이인권선언을 만들었다. 모든 어린이를 인격체로 존중해야 하고, 어린이를 업신여겨서는 조선의 미래가 없다고 했다. 우리의 뜨거운 정성으로 생겨난 ‘어린이’가 따뜻한 가슴에 안길 때 깨끗한 영의 싹이 돋을 것을 믿는다고 했다.

방정환 선생이 바라던 어린이 세상은 100년 후인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의 어린이들이 풍요를 누리며 행복하게 자라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면 늘 일을 하며 보내야 했던 내 모습과 비교하며 장차 나의 아이들이 행복하게 이 나라에서 살 수 있다는 안도감에 행복을 느꼈다.

부모 따라 ‘불법’된 미등록 아동
수학여행, 병원 치료에서 소외
3월 끝나는 지원책 연장돼야

김지윤 기자
그러나 예외가 있다. 은유 작가의 책 제목 ‘있지만 없는 아이들’처럼 말이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방정환 선생이 부탁한 어린이에 속하지 못하는 현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부모가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불법’이 되었다. 한국문화와 한국어에 익숙하고 무엇보다 한국을 ‘우리나라’로 생각하는 이 아이들은 체류 자격이 없기에 독립된 주체로서, 인격적인 사람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등록 번호가 없어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없고 본인 명의의 은행 계좌도 개설할 수 없다. 2010년 법무부의 ‘불법체류 학생의 학습권 지원방안’에 따라 학교에 다니는 동안 단속이나 강제퇴거가 유예되었지만 여행자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수학여행을 갈 수도 없고 각종 경시대회나 자격증 시험을 볼 수도 없다. 건강보험이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해 제대로 치료받기도 힘들다. 무엇보다 강제퇴거가 유예되었다지만 여전히 소속이 없는 존재로 미래에 대한 희망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다행히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의 노력, 그리고 국제 사회의 권고에 따라 2021년 법무부는 ‘국내출생 불법체류 아동의 조건부 구제대책’ 시행안을 발표하였고, 2022년에는 그 대책의 문제점을 일부 보완하여 ‘국내 장기체류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자격 부여 방안’을 추가로 발표 시행하였다. 여전히 미흡하지만 이 구제 대책 시행으로 체류 자격을 얻게 된 아이들은 그동안 누릴 수 없었던 것들을 보장받으며 무엇보다 미래를 꿈꿔볼 수도 있게 됐다.

그러나 이 땅의 아이들인 그들을 위한 제한적인 정책마저 오는 3월 말이면 만료될 예정이다. 아직 나이가 차지 않아 구제신청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 불법 체류 신세인 부모가 막대한 벌금을 낼 돈이 없어 구제신청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 그리고 학교에 다니거나 졸업한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대책의 허점 때문에 신청에서 멀어진 그 수를 알 수 없는 학교 밖의 아이들은 계속해서 미등록의 삶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사회 일부의 이주민을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차가운 것도 사실이다. 어쨌거나 불법은 불법 아니냐고 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구제해주면 아이들을 이용한 불법 이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주권국가로서 엄정한 법 집행을 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면서까지 유지해야 하는 법은 없다. 우리 헌법도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이미 1991년에 유엔(UN)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을 비준했다. 이 협약은 아동 또는 그 부모의 신분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불법’ 아동이란 있을 수 없다.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국가인권위원회도 ‘아동 최선의 이익을 고려한 심사 기준에 따라 적정한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나는 방정환 선생님이 꿈꿨던 ‘어린이’ 세상은 한국에 사는 모든 아이가 주체로서, 인격적인 사람으로 존중을 받고 사는 세상이고, 거기에는 미등록 이주 아동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땅의 어떤 어린이도 차별받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강제퇴거명령을 받지 않고 학교에 다니며 우리의 미래의 주역으로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완전히 펼치는 가운데 성장할 수 있도록 하루속히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보다 진전된 구제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오는 3월 말로 시한이 종료되는 구제대책의 기간 연장과 함께, 현행 대책에서 소외되고 있는 학교 밖 이주 아동에 대한 대책까지 마련되기를 바란다.

원옥금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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